외전 3. 시도 때도 없이
도닥거리는 손길이 점점 선명해졌다. 눈을 뜬 재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봤다. 창 너머로 새파란 바다가 훤히 펼쳐졌다.
“더 자지, 왜.”
사헌이 재영의 머리카락에 입술을 묻은 채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가온시를 벗어난 참이다.
“모처럼 나왔는데 바깥도 구경하고 해야지, 얘는.”
앞자리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재영을 더 재우려는 사헌을 타박했다. 그러자 사헌이 재영을 볼 때와는 다르게 불만 가득한 눈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다.
“이렇게 좋은 날 왜 이렇게 죽상이니?”
뒤를 돌아본 사헌의 어머니, 도화가 사헌을 비난했다. 재영은 사헌에게 안겨 있는 몸을 떼려고 했지만, 사헌이 팔에 힘을 줘서 막았다.
“죽상 보기 싫으면 이대로 돌아가고요.”
사헌이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싫다는 것을 부득불 끌고 온 것이 그의 부모님이었다. 사헌의 배짱에 도화가 입을 다물고 앞을 응시했다. 기분 좋은 여행길에 괜히 마음 상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이대로 오랜만에 본 아들을 돌려보내기도 싫었던 탓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 여행인데 재미있게 놀고, 맛있는 것 실컷 먹고 가요.”
재영은 사헌을 올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
“내가 해 준 음식이 맛없었어?”
사헌이 인상을 확 찌푸리며 물었다. 자신의 음식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걸 참고 먹었다는 것이 못마땅한 듯했다.
“아니. 새로운 기분에, 새로운 맛 있잖아요.”
재영은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사헌이 또 셰프란 셰프는 다 불러 요리 수업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사헌의 음식은 콩깍지를 빼고 보더라도 이미 충분히 맛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도 가끔 건강에 안 좋은 불량 식품도 먹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던가.
“그래, 그래. 정 뭐하면 신혼여행이라고 생각해.”
사헌의 기세에 눌려 있던 도화가 재영의 말을 거들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신혼여행에 눈치 없이 따라붙은 시부모고요?”
그리고 사헌이 입꼬리를 비틀며 부모님들 뼈를 때렸다.
“아니, 우리가 이렇게 한 가족이 되고는 처음 오는 여행이잖니.”
도화가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이 차에는 사헌의 아버지까지 네 사람뿐이지만, 다른 차에 재영의 부모님과 해운이 따라오고 있었다. 사헌이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내지 않았더라면 여기에 동준네와 민태네까지 낄 뻔했다.
“저는 이런 거 좋아요, 엄마.”
재영이 살갑게 웃으며 말하자 사헌도 더는 말을 보태지 못했다.
* * *
해운과 한참 수영 시합을 하며 놀던 재영은 문득 허전함을 느끼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헌이 형 봤어?”
언제, 어디서나 재영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보지.”
해운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리고는 재영을 향해 사헌이 애도 아니고,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하냐고 쏘아붙였다.
“이래서 사랑을 모르는 것들은 안 돼요.”
재영은 혀를 차며 해운을 저격했다. 와락 일그러뜨린 해운의 얼굴에 이내 장난스러운 빛이 돌았다.
“아니면 너만 두고 집으로 돌아갔든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싫어하는 사헌의 성격으로는 그럴 확률이 높다고 깝죽거렸다. 그거야말로 사헌을 모르니까 하는 소리다. 재영은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싹 무시하고 물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부모님이 계시는 텐트 쪽으로 발을 옮기려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기, 김재영 가이드님 맞죠?”
사헌을 따라 던전을 드나들고, 덩달아 카메라에 잡히는 일이 많아지며 재영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실제로 아는 체하며 다가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항상 사헌이 옆에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저 팬이에요.”
재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이돌도 아닌 가이드에게 팬이 있다는 건 조금 이상했다.
“감사합니다.”
웃으면서 대답하자 해운이 손가락을 들어 제 눈동자를 가리키며 보고 있다는 제스처를 했다. 허튼짓을 하면 사헌에게 이르겠다는 것 같다. 찔릴 일이 없는 재영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다시 팬이라는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진사헌 에스퍼님하고 진짜 잘 어울려요!”
“저건 욕 아니냐?”
팬의 말을 들은 해운이 재영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재영은 나무라듯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여성분이 에스퍼가 아니라 이 말을 들을 수 없어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계속 잘 지낼게요.”
“네, 꼭, 꼭 부탁드려요! 저 사실 ‘호박 마차’거든요.”
사헌의 팬클럽인 ‘호박 마차’ 소속이라면서 계속 당부하자 해운의 표정이 오묘하게 일그러졌다.
“너를 쓰레기 대신 치워 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해운이 사헌을 쓰레기로 지칭하며 반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재영은 이번에는 아프게 그의 배를 찔렀다. 억 소리를 내며 해운의 몸이 반으로 접혔다. 의아하게 바라보는 여성분에게 재영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어 보였다.
“김재영.”
그때 등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찾을 때는 그렇게도 보이지 않던 사헌이 마침내 나타난 것이다. 재영은 반갑고, 신이 나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형! 여기 형 팬 분이…….”
다가오는 사헌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팬이라던 사람은 없었다. 이것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사헌의 팬이라면서 그를 보고 싶지는 않았던 건가. 재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한테나 그렇게 웃어 주지 말라고 했잖아.”
사헌이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재영의 입가를 매만졌다.
“형 팬이라는데 잘 보이면 좋잖아요.”
재영은 사헌이 보여 주는 독점욕이 좋아 볼을 발갛게 물들인 채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해운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토악질을 해 댔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 * *
저녁을 먹은 뒤, 재영은 사헌을 따라 산책을 하겠다며 텐트를 나섰다. 그런데 절벽 끝에 다다르자 사헌이 재영을 끌어안고 뛰어내렸다. 사헌과 있으니 위험할 일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눈이 감겼다.
“이제 눈 떠.”
사헌의 목소리에 눈을 떠보자 웬 동굴 같은 곳이었다. 넓이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였고, 높이도 사헌의 머리끝에서 간당간당했다. 여기가 어디지, 싶어 밖으로 고개를 뺀 재영의 몸이 휘청였다.
“어디에요, 여기?”
재영은 제 허리에 안전장치처럼 둘러진 사헌의 팔을 붙들고 물었다. 사헌이 하얗게 질린 뺨을 따뜻하게 쓰다듬었다.
“절벽 중간에 있는 동굴이야.”
“동굴이면 여기 뭐 사는 거 아니에요?”
재영은 토끼나 염소, 그런 류의 동물을 떠올리며 물었다. 사헌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더 안쪽으로 이끌었다. 갑자기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뭐예요, 여기?”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분명 절벽을 통해 들어왔는데 끝을 알 수 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리셋 던전.”
리셋 던전은 클리어해도 사라지지 않고, 때가 되면 반복적으로 크리처를 만들어 내는 던전이었다.
“아까 낮에 와서 미리 청소해 뒀지.”
사헌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내뱉었다.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던전에 와서 전투를 한 모양이다. 땀은커녕 옷에 묻은 크리처의 분비물도 없어서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클리어되면 문이 닫히는 거 아니었어요?”
“클리어했다고는 안 했는데.”
“네?”
경악한 재영을 말없이 바라보는 사헌의 미소가 섬뜩했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우리를 방해할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
사헌이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쯤 되자 재영은 크리처의 상태가 걱정됐다. 겨우 목숨줄만 붙어 있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크리처라도 조금 불쌍하니까.
하지만 걱정해 봐야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근데 동굴이라 그런가. 조금 서늘하네요.”
재영은 양팔로 몸을 감싸고, 불 지필 것이 없나 두리번거렸다. 그래서 사헌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오는 것도 몰랐다.
“잘됐지. 곧 덥다 못해 뜨거워질 텐데.”
재영이 그 뜻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사헌이 바로 등 뒤에 있었다.
“내 자지만 먹으면 뜨겁다고 난리잖아.”
노골적인 말에 재영은 입을 떡 벌렸다.
“여, 여긴 던전이잖아요.”
사헌이 그래서 뭐, 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봤다. 재영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와 함께 있으니 무섭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고, 목이 탔다.
“그래. 아무도 오지 않는 던전이지.”
입구가 절벽 중간에 있어서 오려고 해도 힘들 것이다. 빤한 시선에 재영의 의지가 점점 흔들렸다.
“네가 있고, 내가 있고, 적실 물도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해?”
마지막으로 사헌이 재영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결정타를 날렸다. 사실 요즘은 젤을 쓰지 않아도 잘 젖는 편이었다.
“뒤돌아봐.”
나직한 말에 재영은 순순히 동굴 벽에 팔을 짚고 섰다.
“이렇게요?”
사헌은 대답 대신 재영의 등 뒤, 아니, 엉덩이 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쭉 내려간 바지가 허벅지에 걸렸다. 사헌이 통통한 엉덩잇살을 벌리고 깊이 코를 묻었다.
“또, 그거 싫다고…….”
재영은 엉덩이를 핥는 혀를 피하려고 허리를 비틀었다. 하지만 사헌에게 허리가 붙들린 이상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뜨거운 혀로 주름 사이사이를 녹인 사헌이 이로 입구를 긁었다. 그렇게 엉덩이만 내민 채로 한참 괴롭혀졌다.
다물린 구멍을 한참 동안 물고 빤 사헌이 재영의 허벅지에 팔을 넣고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말랑말랑해진 구멍에 귀두 끝을 넣었다. 그의 성기에서 나온 쿠퍼액으로 애널이 범벅이 됐다.
“아, 간지, 간지러워요, 형.”
부족한 자극으로 애널이 벌름거렸다. 어리광 섞인 재촉에 사헌이 엉덩이를 꾹 눌렀다. 재영은 숨을 참았다. 간지러움 대신 익숙한 통증이 일었다. 아래부터 천천히, 내장까지 밀려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마침내 사헌의 것이 끝까지 들어왔다.
“어떻게 해 줄까?”
사헌이 재영의 귀를 빨면서 물었다. 재영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지금 이곳엔 사헌과 자신, 둘뿐이다. 옆 텐트도, 옆방도 없다.
“세게, 흣, 긁어 주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헌이 허리를 뒤로 뺐다. 귀두 언저리까지 빠져나간 성기는 눈앞이 어질어질할 정도로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완전히 젖지 않은 내벽이 찌걱이며 벌어졌다.
“읏, 응.”
거친 숨소리가 동굴 벽에 이리저리 부딪혔다. 평소보다 훨씬 크게 울리는 소리가 재영의 흥분을 돋웠다. 거센 추삽질을 따라 하얀 몸이 하염없이 흔들렸다. 찰박, 하는 소리와 단단한 것이 깊숙이까지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그렇게 좋아?”
“하으, 형, 좋아, 읏!”
단단한 성기가 기습적으로 재영이 느끼는 곳을 세게 눌렀다.
“아응!”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서 짐승의 괴성이 들려왔다. 재영의 몸이 움찔 굳었다. 사헌에 의해 산 채로 갇힌 크리처일 터다. 사헌이 달래려는 듯 그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저것도 너랑 하고 싶나 봐.”
어림도 없지. 재영의 귓가에 읊조린 사헌이 화가 난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그, 그런 거 아니, 응, 읏!”
“아니라는 거야, 맞다는 거야, 응?”
사헌이 깊숙이 꿰뚫으며 대답을 재촉했다. 그런 것치고는 계속 신음이 터지게 내벽을 찔러 댔다.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벽을 짚은 손이 미끄러졌다. 사헌이 ㄱ자로 휘어진 재영의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치댔다. 조금 더 깊어진 삽입에 숨이 더 거칠어졌다. 재영은 활처럼 휘어진 몸을 사헌의 몸에 기댔다. 그리고 자유로워진 손으로 사헌의 손을 끌어다가 제 가슴팍에 올려놓았다.
“혀으, 형. 앞에, 앞에도, 흣…….”
뜨거운 손바닥이 가슴을 뭉갰다. 고통이어야 할 행동이 숨 막히는 쾌락으로 돌아왔다. 사헌이 꼿꼿해진 유두를 손가락 틈에 끼우고 비틀었다. 재영은 날카로운 신음을 지르며 엉덩이를 뒤로 뺐다. 까슬까슬한 음모에 통통한 엉덩이가 비벼졌다.
“아, 하악, 흥…….”
“하, 내 찹쌀떡.”
재영의 귓가에 거친 숨을 내뱉은 사헌이 하늘을 향해 덜렁이는 재영의 중심을 잡고 애무했다. 선액을 손바닥에 바르고, 다시 기둥에 펴 발랐다. 미끄러운 액체가 자지를 문지르기 편하게 했다. 탁탁, 소리가 나도록 흔들던 사헌이 손톱을 세워 요도를 자극했다. 단단한 끝이 안쪽 깊은 곳을 연달아 쳐 댔다. 그때마다 재영의 성기 끝에서 희묽은 액체가 터져 나왔다.
“하아, 하아…….”
얼마 지나지 않아 딱 맞게 조여든 구멍 틈으로 정액이 흘렀다. 재영은 바르르 몸을 떨었다. 허벅지에 뜨겁고 미끄러운 것이 흐르는 기분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기껏 먹여 줬더니.”
사헌이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하며 허리를 쳐올렸다. 새어 나온 정액을 구멍 안으로 밀어 넣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절정을 넘어선 자극에 발끝이 오므라들었다.
“아, 안 돼! 방금, 방금 했잖아요.”
재영은 단단한 팔에 매달려 사정했다. 아직도 두 귀가 제 신음으로 먹먹했다. 사헌이 아랑곳하지 않고 성기로 정액으로 가득한 내부를 찔러 올렸다. 안에서 그가 싼 정액이 출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걸 내장까지 쑤셔 넣으려는 것처럼 집요했다.
“아흑, 안 돼요. 흐, 흣.”
“어때? 이러니까 임신할 것 같지?”
사헌이 열에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재영의 등허리를 입술로 더듬었다. 짙은 쾌락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이렇게 맛있는 젖도 있는데, 왜.”
손을 쫙 펼친 사헌이 재영의 가슴살을 아프게 움켜쥐었다. 꼿꼿하게 선 유두는 엄지로 짓뭉갰다. 마치 젖이라도 짜내는 것처럼 집요했다.
“아아, 안 나와요, 안 나와……!”
“하긴. 네가 애한테 이걸 준다고 하면 나는 돌아 버릴지도 몰라.”
사헌이 잘 잡히지도 않는 살을 주물럭거리며 중얼거렸다. 성기를 삼킨 내벽이 조여들었다. 혈관이 툭툭 벌거진 기둥이 느릿하게 안을 문질렀다. 예민해진 젖꼭지는 스치기만 해도 날카로운 쾌감이 일었다.
“재영아, 김재영.”
사헌이 애타게 부르며 재영의 성기를 흔들었다. 몇 번이나 절정에 닿았던 성기는 묽은 물만 토해냈다. 하지만 사헌은 말랑말랑한 감촉 자체를 즐기려는 것처럼 놓아주지를 않았다.
숨이 가빠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벌어진 입술을 본 사헌이 재영의 고개를 잡아 돌리며 그의 혀를 빨았다. 재영은 헐떡이면서 사헌과 호흡을 맞췄다.
* * *
“안아 줄까?”
사헌이 축 늘어진 재영을 향해 물었다. 재영은 가만히 눈을 뜨고 그를 쳐다봤다. 저와는 다르게 오히려 쌩쌩해진 것 같다.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도 걸려 있다. 거절할 힘도 없었다. 재영은 곧 안아 달라는 듯 팔을 뻗었다. 사헌이 더없이 기쁜 얼굴로 그를 안아 들었다.
몸이 흔들리는 일정한 박자에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둘이 어디 좋은 데 다녀오니?”
몽롱한 정신에 도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서 인사해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만큼 피곤했다. 재영은 그냥 눈을 감은 채로 있었다.
“네.”
좋은 데면 다른 가족들도 데려가지 그랬냐고 타박하는 말이 아득히 멀어졌다.
“같이 가면 큰일…….”
반쯤 잠에 취해 중얼거리던 재영은 이내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아래로 떨어져 힘없이 흔들리는 팔 때문에 사헌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 들리는 고른 숨소리에 안도했다.
“재영이 체력이 너랑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배려 좀 해.”
그 꼴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찬 도화가 눈을 흘겼다. 곱게 잠든 재영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사헌은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지금도 충분히 참고 있다고.
* * *
병실로 들어온 사람들이 문 옆의 의자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 사헌이 죄인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재영의 시선이 닿을 때만 보이는 태도고, 잠시라도 시선이 옮겨가면 방문한 사람을 죽일 듯 노려봤다.
“대체 한여름에 감기가 왜 걸린 거야?”
같이 가족 여행을 갔던 해운이 한심하다는 듯 재영을 바라봤다. 다 같이 갔는데 감기에 걸린 건 재영뿐이었다.
재영은 이렇다 할 반박은 하지 않고, 어색하게 웃었다. 차라리 그렇게 여겨 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연인과 던전에서 야외 섹스하다가 입원까지 했다는 말은 죽어도 할 수 없다.
“면회 왔으면 사람 신경 긁지 말고 가라, 어?”
재영은 이를 악물고 해운에게 으르렁거렸다. 빈정거리려던 해운이 사헌의 시선을 느끼고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왔으면 과일이나 먹고 가.”
사헌이 병실을 누비며 자연스럽게 과일을 깎을 준비를 했다. 배려 깊은 말과는 달리 목소리가 싸늘했다. 왜 왔냐는 것 같다.
“다, 당장 가겠습니다!”
민태가 벌떡 일어나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다 깎았는데 그냥 간다고?”
사헌이 사과를 깎다 말고 고개를 들어 노려봤다. 칼끝이 날카롭게 빛나는 것을 보고 재영은 몸을 떨었다. 그냥도 무서운 사람이 날카로운 흉기까지 들고 있으니 정말 섬뜩했다.
“아, 아닙니다! 주십시오!”
민태가 다시 우렁차게 대답하며 손을 내밀었다.
“시끄러워. 김재영 고막 터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
“채, 책임지겠……, 히익!”
“네가 내 찹쌀떡을 왜 책임져. 미쳤어?”
재영은 사헌과 민태의 티키타카에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봐도 내쫓고 싶어 꼬투리를 잡아서 괴롭히는 것에 불과했다.
“형.”
가만히 부르자 사헌이 고개를 들어 억울하다는 눈으로 재영을 쳐다봤다. 재영은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자 입을 다문 사헌이 조용히 과일 깎는데 열중했다.
민태가 말 한마디로 사헌을 제압한 재영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재영은 힘없이 웃었다. 원래 죄지은 사람은 억울해도 숙일 수밖에 없는 법이다.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친구들이 짧은 면회를 마치고 돌아간 후. 재영은 사헌을 보며 민망한 듯 볼을 긁적였다. 아픈 곳 없는 환자로, 하루 종일 병원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때 되면 밥 먹고, 간식 먹고, 영양제 맞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병실은 VIP룸이다.
‘이건 뭐 호캉스도 아니고.’
재영은 심란한 기분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또 병원에서 해 보겠어.”
문에서 침대까지 한달음에 다가온 사헌이 눈을 접어 웃었다. 입원한 이유가 고작 그거였다니. 재영은 할 말을 잃고 사헌을 쳐다봤다.
“아까까지 미안해하던 거 아니었어요?”
“어쨌든 감기는 걸렸으니까.”
사헌이 인상을 찌푸렸다. 재영은 유리구슬보다 섬세한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재영을 바라보던 사헌이 그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땀을 빼면 감기도 쉽게 낫는다잖아.”
태어나서 감기에 걸려 본 적도 없으면서 사헌이 당당하게 말했다. 땀을 빼자는 게 평범한 운동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건 그 누구보다 재영이 잘 알았다.
“누구 들어오면 어떡해요.”
“문 잠갔어.”
사헌이 칭찬해 달라는 듯 눈을 반짝였다. 사헌의 재빠름에 어이가 없어진 재영은 어이가 없어 입만 벙긋거렸다.
재영은 바지가 허벅지까지만 내려진 채로 개구리처럼 양다리가 위로 번쩍 들려 있었다. 그 꼴로 만든 사헌은 새하얀 허벅지 사이에서 지퍼만 내려서 뒤에서 보면 단정한 모습 그대로였다.
“나도 입원할 걸 그랬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사헌이 재영의 몸 위로 상체를 낮췄다. 그가 환자복을 입은 모습을 상상이라도 했는지 재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더러 변태라더니?”
사헌은 배에 바짝 올려 붙은 재영의 성기를 보면서 힐난했다. 입술도, 젖꼭지도, 하다못해 성기까지 분홍빛인 재영은 너무나도 야했다.
“그, 그런 말까지는 안 했어요.”
재영이 민망한 듯 볼을 붉혔다. 사헌은 얄밉게 거짓말을 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재영이 아, 하고 귀여운 신음을 터뜨렸다.
“지금이라도 가서 환자복 빌려 볼까?”
성기로 내벽을 문지르면서 은근하게 묻자 흠칫한 재영이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의사 가운도, 흑, 괜찮을 것…….”
“솔직해서 좋네.”
하여튼 야하고, 솔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다. 사헌은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안쪽을 쳐올렸다. 깊이 넣었다가 빼려고 하자 붉은 속살이 달라붙어 조여 댔다. 터질 듯한 압박감에 사헌은 인상을 찌푸렸다. 좁은 구멍은 매일같이 해 대도 도통 제 것 모양으로 길이 나지 않았다.
사헌은 느리게 허리를 흔들었다. 부푼 성기를 문 애널이 한계껏 벌어져 붉게 달아올랐다. 다 삼켜지지 못한 젤은 입구에서 뭉개져 질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흣, 응! 좀 더…….”
느린 움직임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재영이 눈가가 벌게진 채로 매달렸다. 그만두라는 것도 아닌데, 그 말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철썩대며 살을 부딪치는 소리에 흥분감이 더해졌다. 사헌은 양손으로 하얀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짓이기듯 자지를 쑤셔 넣었다. 더 세게 박아 넣자 커다란 눈동자에 생리적인 눈물이 가득 찼다. 사헌은 혀로 그것을 핥았다. 혀끝이 아릴 정도로 달았다. 이대로 좁은 틈까지 벌려 전부 삼켜 버리고 싶은 욕망에 머릿속이 새빨개졌다. 재영의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헌은 허리를 움직이면서 손으로는 말랑한 살결을 만끽했다. 새하얀 피부는 손에 착착 감겨서 만질 때마다 붉게 달아올랐다. 그건 다른 사람, 아니, 다른 물체가 닿아도 마찬가지라서 온통 제 흔적으로 얼룩덜룩하게 만들어 놔야만 그나마 안심이 됐다.
“흐윽, 아, 가, 갈 것 같아요.”
“안 되지.”
사헌은 다급하게 고개를 내려 재영의 자지를 입에 물었다. 얇은 피부는 그 어느 곳보다도 부드러웠다. 사헌은 혓바닥에 닿은 부분은 끈적하게 핥았다. 입술을 조이자 흥분됐는지 불끈거렸다. 사헌은 까슬한 음모에 코끝을 비볐다. 야한 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헌은 혀끝을 세워 요도를 자극했다.
“아, 응! 그걸 왜……! 형, 흑!”
재영의 목이 뒤로 꺾였다. 곧게 뻗은 목줄기에 핏대가 도드라졌다. 마침내 부푼 성기 끝에서 희묽은 정액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사헌은 입안에 가득 찬 것을 남김없이 꼴깍 삼켰다. 혀로 좆기둥을 핥으면서 고환 아래, 회음부까지 이어지는 모든 곳을 빨았다.
“흐으, 혀엉, 이상……읏, 해요.”
재영이 몸서리치며 허벅지를 움찔움찔 떨었다. 사헌은 팽팽하게 긴장한 다리 사이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사헌은 제 입술에 남은 흔적을 혀로 핥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재영이 눈가가 붉어진 채로 사헌을 노려봤다. 그 얼굴이 머리가 돌아가게 야했다.
“환자복 더러워지면 안 되잖아.”
사헌은 변명처럼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
“그러니까 너도 흘리지 말고 다 마셔.”
중얼거리듯 내뱉은 사헌은 재영의 자지를 무느라고 반쯤 빠져나온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리고 빠르게, 더 빠르게 쳐올렸다. 하체가 녹을 것처럼 뜨거웠다. 사헌은 마른 입술을 핥으며 발기한 성기를 깊게 박아 넣었다. 젖은 내벽이 딱 맞게 조여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감이 몰려왔다.
“욕심도 많지. 그렇게 먹고 싶어?”
여유로운 척해도 한계였다. 사헌은 더욱 피치를 올렸다. 재영이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울음 반, 신음 반을 토해 내며 그의 목에 매달렸다. 사헌은 있는 힘껏, 그 따뜻한 몸뚱이를 끌어안았다. 거친 신음에 달뜬 음성이 섞여 들었다.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사헌이 따뜻한 물로 적신 수건을 가져와 재영의 아래를 닦아 줬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침대에 바로 눕혔다.
“어때? 좀 낫는 것 같아?”
재영의 입술에 입을 맞춘 사헌이 능청스럽게 물었다. 이제 재영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다.
“나을 때까지 해 봐야 하나?”
예상했던 말이 나오자 재영의 입에서 실소가 새어 나왔다. 환자복을 입었을 때 한 번 더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영양제 맞고요.”
한 번 하고 영양제를 맞아야 그나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 답으로도 충분했는지 사헌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형도 좀 누워요.”
재영은 침대 옆을 탕탕 두드렸다. VIP룸이라 일반 병실보다는 침대가 넓었다. 그래 봐야 성인 남자 둘이 누울 정도는 아니지만. 꽉 달라붙어 있을 수 있다는 게 또 좁은 침대의 매력 아닌가.
“난 안 쉬어도 되는데?”
사헌이 재영의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냥 같이 눕고 싶어서요. 안 돼요?”
재영은 어리광이 가득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가만히 있을 자신 없는데, 그래도 돼?”
사헌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헐렁한 재영의 상의 아래로 넣었다. 그리고 배를 은근하게 문질렀다. 조금 전까지 그의 것을 품어서 부풀어 있던 곳이다. 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헌이 언제 망설였냐는 듯 가볍게 침대 위로 올라탔다. 그의 손이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가슴 아래로 들어와 유두를 괴롭혔다. 달궈진 몸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재영은 그 손을 피하는 대신 사헌의 허리를 끌어안고 찰싹 매달렸다. 덕분에 움직이기 불편해진 사헌이 당했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 쉬자고요.”
재영이 진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며 사헌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황당하다는 듯 재영을 내려다보던 사헌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강한 힘으로 그를 마주 안았다.
익숙한 체취에 몸이 노곤하게 풀렸다.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드는 사헌 때문에 또 어디서, 어떤 꼴로 하게 될지 두려우면서 또 기대됐다. 재영은 꿈속에서만큼은 쉬게 해 달라고, 그렇게 빌면서 잠을 청했다.
- 공주의 찹쌀떡 외전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