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1. 처음 (18/20)

외전 1. 처음

욕조 안에 몸을 웅크리고 앉은 재영은 포근한 숨을 내뱉었다. 따뜻한 물에 섞인 좋은 향기가 제 몸에도 제대로 배인 것 같았다.

이제 하랑에도 제대로 정착했고, 새로운 팀으로 도전한 첫 던전도 사망자 없이 무사히 클리어했다. 윤지소 가이드를 지키려던 이정운 에스퍼가 조금 다치기는 했지만, 그 덕이라고 해야 할지. 제가 다른 가이드의 능력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두 사람이 각인한 사이라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지.’

재영은 작게 숨을 내뱉었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도 던전에 있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반대로 지금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재영의 머리를 무겁게 하는 고민은 하나뿐이다. 결연한 눈빛을 하고 몸을 일으키자 차락, 그의 피부에 달라붙어 있던 물이 욕조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재영은 극심한 온도차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곧 욕실 내부를 채운 모락모락한 김이 젖은 피부를 따스하게 감쌌다.

찰박, 찰박.

재영은 한 발씩 조심스레 욕실 바닥으로 내려섰다. 몸을 움직이자 평소에는 신경 쓴 적도 없는 부위가 움찔움찔 존재감을 드러냈다.

‘진짜 참지 말아 봐?’

소유욕으로 번뜩이던 사헌의 얼굴이 떠올라 몸이 떨렸다. 안 참으면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기대되기도 두렵기도 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닦은 후, 재영은 젖은 수건에 입술을 묻고 심호흡을 했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입 밖으로 튀어 나가 버릴 것 같은 공포심마저 일었다. 그러다가 문득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형이 먼저 자 버리면 어떡하지?”

기본 체력이 남다른 사헌이 재영보다 먼저 잠드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다른 때라면 몰라도 던전에서 나온 직후다. 그것도 짙은 스킨십을 동반한 가이딩이 필요했던 치열한 전투였다.

욕실 안에서 혼자 종종거리며 준비한 시간이 거의 한 시간쯤은 된 것 같다.

‘그게 전부 허튼짓이었다고?’

절대 안 되지. 고개를 휘저은 재영은 마음이 급해져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침실로 가자 침대 옆에 우두커니 선 인영이 보였다. 다행히 먼저 잠들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게 다 뭐야?”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는지 사헌이 재영을 돌아봤다. 그의 손에는 재영이 씻기 전에 협탁 위에 늘어놓은 분홍색 팩이 들려 있었다. 재영의 얼굴이 입술만큼이나 붉게 달아올랐다.

“……젤이요.”

입술을 달싹이던 재영은 겨우 그 말을 내뱉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사헌이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알 수 없는 눈으로 쳐다봤다.

‘설명이 부족했나?’

젤의 용도가 한 가지는 아니니 그럴 만도 했다. 재영은 난처한 기분에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입을 뗐다.

“그게, 인터넷 보니까, 남자는 잘 안 젖는다고 해서요.”

힘겹게 꺼낸 말에도 빤한 시선은 변함이 없었다. 재영은 슬쩍 눈을 내리깔았다. 인터넷에서 본 정보를 읊는 것뿐인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가 어질했다. 욕실에서 어쩔 수 없이 괴롭혔던 엉덩이 사이가 움찔거렸다.

“그렇게 하고 싶었어?”

민망할 정도로 재영의 입술만 지그시 바라보던 사헌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놀리는 듯한 말투에 재영은 울상을 지었다.

“비상시에 급하게 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 처음이고, 또 만약에 오늘 윤지소 가이드님처럼 제가 정신을 잃기라도 하면, 형은 다른 사람 가이드는 안 받으니까…….”

재영은 억울한 기분을 삼키며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저 편하려고 대비하는 게 맞긴 한데, 그게 꼭 저 때문만은 아니지 않나. 어떻게 따져 볼 생각은 안 들고 그저 머릿속까지 새빨개졌다.

그때 저벅, 하고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어느새 코앞에 바짝 다가선 사헌이 있었다. 커다란 온기가 볼부터 턱선 아래까지 감쌌다.

“나더러 잠든 너를 상대로 가이딩이라도 받으란 말이야?”

‘그게 그렇게 되나?’

재영은 뒤늦은 깨달음에 부끄러워져 시선을 떨궜다. 하지만 이내 시야에 꽉 찬 사헌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 눈깔 돌 게 만드는 건 누구한테 배웠어, 응?”

사헌이 웃는 모습 그대로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재영은 눈동자를 굴려 그의 얼굴을 살폈다. 곤란한 듯 찌푸려진 눈썹이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흔들리는 재영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사헌이 혀로 마른 입술을 핥았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모르는 척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낮게 깔린 목소리에 의아함을 채 드러내기도 전이었다. 시야가 휙 뒤집히더니 사헌과 그 너머 하얀 천장이 보였다. 눈 깜짝할 새에 떠밀려 침대 위로 눕혀진 것이다.

“안 그래도 잘 적셔 줄 텐데 괜한 걱정을 했네.”

그러고는 또 입을 열기도 전에 재영의 고무줄 바지를 아래로 쑥 내렸다. 재영은 빠른 전개를 따라가지 못해 눈만 끔뻑였다.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저항할 틈도 없었다.

어느새 사헌이 다리 사이에 파고들어 허벅지를 잡아 벌리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본 재영은 꿀꺽 침을 삼켰다. 얄미운 미소를 머금은 사헌의 입술 끝이 묘하게 야했다.

“그래도 뭐, 기껏 준비했으니까.”

별수 없다는 듯 말한 사헌이 재영의 허리 아래에 베개를 포개 놓았다.

“형. 왜 이런…….”

졸지에 엉덩이 사이까지 적나라하게 보이게 된 재영은 불안함에 눈동자를 굴렸다.

“남자는 잘 안 젖는다는 말이 진짜인지, 네 눈으로 확인해 봐야지.”

재영은 경악해서 입을 떡 벌렸다. 구조상 보일 리 없는 구멍이 보일까 봐 눈 둘 곳을 찾지 못했다.

“그, 그거 안 봐도 돼요!”

재영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사헌이 그의 허벅지를 눌러 다리 사이를 더 넓게 벌렸다. 그리고 곧 예민한 피부에 젖은 숨결이 느껴졌다. 힐끔 내려다본 재영은 제 사타구니에 거의 닿아 있는 머리통을 확인했다.

‘이건 처음도 아니니까.’

재영은 사헌이 우선은 평소처럼 성기를 입으로 물려는 거라고 여기고 몸에 힘을 쭉 뺐다. 그 행위는 익숙하고, 머리끝이 쭈뼛 설 만큼 기분 좋아서 은근한 기대도 들었다.

사헌의 입술이 기대로 힘을 얻은 성기를 스쳤다. 거기까지는 재영의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입술은 그대로 말랑한 고환까지 지나쳤다.

재영의 엉덩이를 쥔 사헌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깊은 골짜기에 휑한 바람이 불었다. 사헌의 입술이 향한 곳이 어디일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거, 거긴 더러우……!”

재영은 기겁하며 팔꿈치를 세워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사헌에게 허리가 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왜? 깨끗하게 씻고 온 것 같은데.”

태연하게 말한 사헌이 엄지로 붉게 달아오른 입구를 문지르더니 그대로 입술을 묻었다. 재영은 입을 쩍 벌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꽉 다물린 구멍은 물론이고, 주변 엉덩잇살에까지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 그러더니 사헌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눈을 부릅뜨고 있던 재영은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똑똑히 봐.”

친절하게 재영의 정신을 일깨워 준 사헌이 다시 고개를 내렸다. 엉덩이 사이 깊은 곳에 축축하고 말캉한 것이 닿았다.

“혀, 형!”

굳이 일깨워 주지 않아도 온 신경이 엉덩이 사이로 향했다. 사헌이 혀끝으로 주름 사이사이를 꼼꼼하게 핥는 것까지 선명하게 느껴졌다. 재영은 견딜 수 없는 감각에 이불만 쥐어뜯었다. 간지러워서 손톱을 세우고 마구 긁어 버리고 싶다.

“읏, 이상, 해요.”

자연히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 몸이 뻣뻣해졌다. 사헌이 달래듯 재영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동시에 혀가 좁은 구멍을 비집고 들어왔다. 내벽이 움찔거리며 말캉한 살덩이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하읍…….”

재영은 낯선 기분에 몸서리쳤다. 구멍이 물에 퉁퉁 부어서 흐물흐물해진 느낌이다. 혼자였다면 만져서 확인해 봤을지도 모른다.

재영의 엉덩이 사이에 코를 묻고 한참을 물고 빨던 사헌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다음부터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여길 풀어 주는 것도 전부 내 역할이니까.”

재영은 무작정 고개를 끄덕거렸다. 괜히 반항했다가 더 부끄러운 짓을 당할까 봐 무서웠다. 심술궂게 내뱉은 사헌이 제 타액으로 흠뻑 젖은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그가 직접 풀어 준 입구는 손가락 하나쯤은 거뜬히 삼켰다.

“괜찮지?”

사헌이 재영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손가락을 넣었다가 뺐다. 이상하기는 해도 아프지는 않았다. 가만히 숨을 내뱉던 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헌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휘었다. 뭉툭한 손톱이 내벽을 살살 긁었다. 낯설고, 어쩔 줄 모르겠는 감각들이 휘몰아쳤다.

“형, 형. 손 주세요.”

머리끝까지 붉어진 재영은 안아 달라는 것처럼 손을 뻗었다. 사헌이 기꺼운 얼굴로 그 손에 깍지를 꼈다. 맞잡은 손은 재영의 얼굴 바로 옆에 놓였다.

찌걱찌걱.

굵은 손가락이 쫀쫀한 내벽과 문질러지면서 질척거리는 소리를 냈다. 움직임이 매끄럽다고 생각했는지 사헌이 손가락 하나를 더 넣었다. 그리고는 안에서 가위 모양으로 벌려서 입구를 늘였다.

“흐, 이상해요.”

재영은 한 번씩 밭은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려 닿는 사헌의 손에 입술을 비볐다. 영상에서 본 것처럼 당장 야한 신음이 터져 나오지는 않았다.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좋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헌이 제 몸 안에서 움직인다는 게 기묘한 감동을 일으켰다.

“어때, 하나 더 해 볼까?”

목을 긁어내는 것 같은 갈라진 목소리에 흠칫한 재영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사헌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 하나를 늘였다. 재영은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 얼굴 옆에 놓인 사헌의 팔에 기댔다.

“윽.”

낯선 침입과 함께 밀려오는 거북함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사헌이 일그러진 얼굴을 꼼꼼히 살피더니 손가락을 쑥 빼냈다.

다시 들어온 손가락은 아까처럼 금방 빠져나가지 않았다. 손가락을 모은 사헌이 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면서 공간을 넓혔다. 그리고 땅을 파내듯 푹푹 쑤셨다. 점점 익숙해지면서 재영의 미간이 완전히 풀어졌을 때, 손을 빼냈다.

사헌이 조금 전보다 바짝 붙어서 나직한 숨을 내뱉었다. 동시에 재영은 딱딱한 것이 구멍에 닿는 것을 느꼈다.

“자, 잠깐…….”

힐끔 눈을 들어 아래를 살피던 재영은 질겁하며 외쳤다. 상상 이상으로 굵은 두께 때문에 팽팽하게 벌어진 아래가 찢어질 것 같았다.

“힘 빼.”

재영의 만류는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사헌이 하체를 낮추며 억눌린 신음을 내뱉었다.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는 듯 그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섰다. 그리고 재영은 그것보다 더 절박했다.

“아, 그거 무리, 형, 안 돼요.”

굵고 단단한 기둥의 진입에 내벽이 밀리면서 구멍이 벌어졌다. 특히 받아들이는 입구는 팽팽하게 당겨졌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평생 아무것도 받아 본 적이 없는 내부가 사헌의 것을 밀어내려고 했다.

“아흐윽, 형……커, 너무 커요.”

“네가, 좁은 거야.”

괴로워하는 사헌의 목소리에서 짙은 열감이 느껴졌다. 움직임을 멈춘 사헌이 낚아채듯 협탁 위의 젤 통을 가져갔다. 찌익, 소리와 함께 차가운 것이 접합부로 쏟아졌다. 사헌이 그것을 윤활유 삼아 성기를 밀어 넣었다.

“있으니까 도움은 되네.”

젤로 범벅이 된 성기가 찌걱이며 안을 들락거렸다. 사헌의 말대로 아까보다는 훨씬 편한 움직임이었다.

“아, 처, 천천히 해 주세요.”

공포에 휩싸인 재영이 울먹이며 말했다. 들어오지 말아야 할 곳에 뭔가가 가득 찬 느낌이다. 아래가 벌어지는 공포가 상당했다. 사헌이 겁에 질린 재영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허리를 살짝 뺐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아, 아…….”

고통 때문에 시들어진 재영의 성기를 사헌이 손바닥에 감았다. 그리고 뿌리부터 진득하게 훑었다. 적당히 조이는 감각에 재영은 아랫배가 당겼다. 다시 발기한 성기 끝에서 프리컴이 줄줄 흘렀다.

“하아, 읏!”

귀두 바로 아래를 쥔 사헌이 엄지로 예민한 끝부분을 긁었다. 재영은 어쩔 줄 모르고 쾌락을 따라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아흣, 싸, 쌀 것……같아요, 형.”

차오르는 사정감에 재영은 허리를 비틀었다. 구멍이 움찔거리면서 안에 문 성기를 꽉 조였다. 사헌의 얼굴이 순간 사납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이내 크게 숨을 몰아쉬며 난처한 빛으로 웃었다.

“싸도 돼.”

사헌이 상냥하게 말하면서 재영의 페니스를 더 세게 자극했다.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재영의 것을 바라보던 사헌이 구미가 당긴다는 듯 혀로 입술을 축였다.

“으흣!”

기어이 한계까지 부푼 성기가 묽은 액체를 뱉어냈다. 숨을 헐떡이던 재영은 겨우 눈을 떠서 사헌의 얼굴을 살폈다. 힘들어하는 재영 때문에 억지로 움직임을 멈춘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형. 그, 그냥 다음에 할까요? 저도 손으로…….”

자신이야 사헌이 만져 준 덕에 통증을 잊을 만큼 좋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 사헌의 눈빛이 변했다.

“어딜.”

사헌이 뒤로 빼려는 재영의 허리를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 재영의 턱을 한 손에 쥐고 위로 쳐들게 했다. 자연스레 벌어진 입안으로 사헌의 혀가 침범했다.

“아, 흐음…….”

혀끼리 비벼지면서 질척한 소리가 귀를 메웠다. 안 그래도 사정으로 늘어진 몸에서 힘이 탁 풀렸다. 그 순간이었다.

“아……!”

두꺼운 성기가 끝까지 훅 쳐들어왔다. 재영이 눈을 홉떴다. 몸이 두 쪽으로 갈리는 듯한 충격에 입이 다물리지 않았다.

“찍먹은 예의가 아니지.”

사헌이 얄궂은 표정으로 벌어진 입술을 물었다가 놓았다. 그리고는 엉덩이를 뒤로 쭉 뺐다가 더 빠르게 훅 치고 들어왔다.

“아앗!”

뇌가 꽉 조여들 만큼 강한 힘이었다. 재영이 붙잡고 있던 사헌의 팔 위로 긴 실선이 여러 개 그어졌다. 하지만 사헌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아, 안……, 아흑!”

그때부터 재영은 정신없이 흔들렸다. 눈앞이 깜깜해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물이 고인 웅덩이에 발장구를 치는 것처럼 철벅거리는 소리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으읏! 으, 으응!”

“봐, 얼마든지, 삼키잖아.”

사타구니를 바짝 붙인 사헌이 뭉근하게 엉덩이를 돌렸다. 엉덩이에 까슬한 음모가 느껴졌다. 재영은 눈을 꼭 감았다. 도저히 인간의 것 같지 않던 물건을 기어이 전부 삼킨 것이다. 아찔함에 아래를 내려다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괜찮지?”

뜨거운 손바닥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허리를 쓰다듬었다. 달래듯 문지르던 손은 배 쪽으로 옮겨왔다. 그러더니 모양을 따라 울퉁불퉁 올라온 가죽을 꾹 눌렀다.

“아, 흣, 그렇게, 누르면…….”

재영은 눈을 꼭 감은 채로 고개를 내둘렀다. 배 속이 꽉 차서 구역감이 들었다. 하지만 마냥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

“애라도 밴 것 같네.”

사헌이 어딘지 흡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무슨 스위치라도 눌린 양 재영의 허리를 고쳐 잡았다. 사헌의 턱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상냥한 미소와 달리 허리 짓은 거칠기만 했다. 강도 높은 마찰에 달아오른 접합부에 하얀 거품이 일었다.

“뜨거, 흑, 뜨거워, 요, 읏!”

“그래, 크읏. 녹아, 버릴 것, 같다.”

사헌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엉덩이를 치받았다. 내벽이 꽉 조여들면서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렸다. 강한 충격에 머릿속에서 빛이 번쩍거리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읏, 응! 조금, 만…….”

재영은 너른 등에 팔을 둘렀다. 꽉 끌어안을 수 있도록 사헌이 몸을 낮춰 줬다. 천천히 해달라는 말은 사헌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혀가 허공에서 뒤엉키며 차마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을 타고 흘렀다.

“아흣!”

사헌의 성기가 각도를 달리하며 내벽 이곳저곳을 쑤셨다. 뭔가를 찾는 듯한 움직임에 미칠 듯한 갈증이 일었다. 재영은 사헌의 뒤통수를 감고 허겁지겁 그의 혀를 빨았다.

“하응!”

낯선 고통 속에서 마침내 미약한 쾌락이 피어올랐다. 달뜬 신음으로 목이 울렸다. 사헌도 느꼈는지 움직임이 조금 부드러우면서, 집요해졌다. 긴장으로 일그러진 사헌의 미간도 제자리를 찾았다.

“여기가 좋아?”

사헌이 부끄러운 신음이 튀어나온 부분을 계속해서 찔러 댔다. 재영은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

“아응! 읏, 응! 거기……, 이……상해요, 하앗!”

삽입이 깊어질수록 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달콤한 비음이 쏟아졌다.

“이상한 게 아니라 좋은 거겠지.”

사헌이 딱 잘라 부정했다. 재영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응, 읏! 좋아요, 흑……!”

“운이 좋았네. 처음부터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데…….”

순순히 인정하는 말에 사헌이 재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삽입은 멈추지 않았다. 재영의 허리가 낭창하게 휘어졌다.

“좋아, 형, 조, 으응, 좋아요.”

재영은 학학거리며 사헌의 등에 매달렸다. 그러자 사헌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재영의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쥐고 더 세게 방아를 찧어 댔다.

“아니면 그냥 나랑 잘 맞는 건가?”

홀로 고개를 주억이던 사헌이 희열에 찬 목소리로 내뱉었다.

“나 아니면 누가 여기까지 쑤셔 줘, 안 그래?”

그의 눈동자는 기이한 열기로 번들거렸다. 그것도 그럴 게 사헌의 사타구니에 엉덩이가 뭉개질 만큼 깊이 들어와야 닿을 수 있는 위치다.

“달고, 쫀쫀하고……, 씨발, 이렇게 맛있는데 어떻게 참아.”

사헌이 재영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살갗에 입술을 뭉갰다. 그리고 손바닥을 펴서 재영의 가슴을 뭉근하게 비볐다.

“으응, 가슴, 가슴은 없어서…….”

재영은 사헌의 머리카락 사이를 움켜쥐고, 코를 훌쩍였다. 여자와 다른 신체 때문에 사헌이 온전히 느끼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

“그래도 느낄 수 있어.”

사헌이 단호하게 대꾸하고는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꼿꼿하게 올라온 유두 끝에 혀를 댔다. 짜르르한 통증이, 아니 쾌감이 머리꼭지까지 타고 흘렀다. 사헌의 말대로다. 여자가 아닌데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흐응, 읏, 응!”

사실은 가슴만이 아니다. 사헌의 손이 닿는, 아니, 피부가 스친 곳이라면 어디든 열꽃이 피었다. 재영의 눈에서는 생리적인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느끼고, 계속 느끼기만 해서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았다.

“후, 김재영.”

재영은 눈물에 가려져 흐린 눈을 끔뻑거렸다. 언제 그렇게 몰아붙였냐는 듯 사헌이 허리를 느리게 움직였다.

“아아, 형. 안 돼요.”

줄 듯 말 듯 간헐적으로 닿는 쾌감에 재영은 안달이 났다. 아까처럼 세게 긁어 줬으면 했다.

“세게, 흣, 해 주세요.”

“아무리 좋아도 잘라먹으려고 하면 못쓰지.”

저도 모르게 구멍을 조이자 사헌이 아이를 혼내는 것처럼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그, 그런 거 아니, 아니……아, 흣!”

“아니야?”

사헌이 피식 웃었다. 기분이 상한 것이 분명한 미소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런 것 치곤, 꽉 물고, 놓아주지를 않잖아.”

사헌이 끊어 말하면서 박자에 맞춰 안을 쾅쾅 찍었다. 내장이 목 끝까지 밀려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해야지.”

재영의 뒤통수를 쥔 사헌이 고개를 숙여 그의 목덜미를 꽉 깨물었다. 재영은 목을 물린 초식 동물처럼 입만 벌린 채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눈물도 찔끔 나왔다.

“으흑, 아파요.”

“나는, 너무 맛있어서, 통째로, 씹어먹고 싶은데.”

훌쩍이면서 바라보자 사헌이 너는 다르냐고 따지듯 눈꼬리를 치켜들었다. 재영은 얼굴을 마구 흔들었다. 축축하게 젖은 얼굴에 찬바람이 스쳤다.

“재영아, 김재영. 좋아?”

그리고는 재영이 느끼는 부분만 계속해서 문질렀다.

“읏, 으응!”

“응이라고 대답한 거야?”

재영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사헌이 기분 좋은 듯 눈을 사르르 접으며 웃었다.

“그 좋은 거, 누구랑 하는지, 후우, 말해 봐.”

“읏, 으응, 거기……하악.”

원하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사헌이 느리게나마 흔들던 허리를 멈췄다. 뚝 끊긴 쾌감에 재영은 원망하듯 눈을 흘겼다. 사헌이 눈썹을 위아래로 씰룩였다. 얼른 말하라는 뜻이다.

“형이요. 흑…….”

“누구 형? 너 나 말고도 형 많잖아.”

재영을 바라보는 사헌의 눈동자에서 선뜩한 소유욕이 보였다. 목덜미가 오싹해져서 솜털까지 곤두섰다. 무서운데 좋았다. 저를 향한 그의 욕심이.

“사헌, 사헌이 형. 진사헌. 흣, 그러니까 빨리…….”

재영은 왠지 모르게 조급해져서 엉덩이를 흔들었다. 생각지 못한 자극에 사헌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렇게 조르는 건, 누구한테 배웠어, 응?”

사헌이 귀두로 예민한 내벽을 거칠게 문질렀다. 짜릿함에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아흣, 형이랑만……, 몰르, 흑, 형 때문이에요!”

서러움 섞인 외침에 사헌이 뭉툭한 성기로 안쪽을 세게 쳐올렸다. 재영은 새된 신음을 내지르며 저도 모르게 사헌의 등에 손톱을 세웠다.

“하, 진짜…….”

사헌이 사납게 재영을 노려보다가 허리 짓에 박차를 가했다.

“하읏, 읏, 진사헌……아흑, 형……!”

계속되는 피스톤질에 재영은 끊임없이 사헌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들락거리는 성기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이제 재영은 헐떡이며 우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잇새로 욕을 삼킨 사헌이 눈물로 젖은 재영의 뺨을 게걸스럽게 핥았다. 두 볼이 입술만큼이나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헌은 제가 만들어 낸 그 빛깔이 기꺼웠다. 재영의 온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같은 색으로 물들이고 싶었다. 그래서 가는 목선을 따라 입술을 내리다가 여린 피부를 깊이 빨았다가 놓았다. 상흔이 남은 곳은 다시 이로 잘근거려 자국을 남겼다.

붉은 성기 끝에서 희묽은 액체가 울컥울컥 터져 나왔다. 사헌의 손 안에서 두 번째 사정을 한 재영은 탈력감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

“찹쌀떡.”

가슴까지 들썩이며 헐떡이는데 사헌이 나직한 목소리로 재영을 불렀다. 재영은 그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줬다. 지금 상황 때문일까. 사헌이 심심찮게 부르는 별명인데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내가 별명 하나는 끝내주게 지었지, 응?”

의아하게 바라보자 사헌이 눈을 휘며 야살스럽게 웃었다.

“형은, 형은……하아, 좋았어요?”

재영이 무슨 말을 할지 가만히 지켜보던 사헌의 눈이 크게 뜨였다. 재영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건 몸으로도 실컷 보여 준 것 같은데, 부족해?”

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이 바르르 떨렸다.

“말로 해 주세요.”

재영은 골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고개를 든 사헌이 재영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달래듯 입을 맞췄다.

“으응, 말해 달……응.”

사헌이 혀를 깊게 얽는 바람에 말을 끝맺지 못했다. 재영은 말하려던 것도 잊고 그의 혀에 매달렸다. 사헌이 통통하게 부은 아랫입술을 빨면서 혀를 비볐다. 머릿속까지 몽롱하게 풀려 잊혀질 즈음이었다.

“환장하게 좋았지.”

귓불을 깨문 사헌이 귓속에 흘리듯 속삭였다.

“안 젖을까 봐 걱정했던가?”

그리고는 다시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내벽이 딱딱한 성기에 엉겨 붙었다. 그러고 보니 사헌은 아직 사정 전이었다.

“안까지, 하아, 다 적셔 줄 테니까 걱정 마.”

얼굴 위로 떨어지는 거친 숨에 재영은 덩달아 흥분됐다. 재영은 사헌의 목에 매달려 갈급하게 그의 입안을 탐했다. 사헌의 허리에 두른 다리가 땀 때문에 자꾸 미끄러졌다.

다시 떨어지려는 허벅지를 사헌이 단단하게 잡아 붙들었다. 허벅지가 조여지면서 구멍 안쪽이 더 좁아진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뜨거운 것이 터지며, 내벽을 적셨다.

구멍 안쪽에서 뭔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재영은 생경한 얼굴로 허공만 바라봤다. 눈동자에 사헌의 얼굴이 가득 찼다.

사헌이 짐짓 다정하게 재영의 볼을 쓰다듬었다. 재영은 커다란 손바닥에 뺨을 기댔다.

“저질러 보니까 할 만하지?”

사헌이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재영이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위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이해한다는 듯한 말투다. 재영은 슬쩍 눈을 떴다. 곁눈으로 사헌이 협탁에 있는 젤 통을 집어 드는 게 보였다.

“그건 왜…….”

재영은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가뭄이 난 것처럼 목이 갈라져서 켁켁, 기침이 나왔다.

“익숙해지자고 했잖아.”

사헌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아까 무시했다고 속이 비틀린 게 분명했다. 또 하겠다는 의미가 명백해 재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재영은 도망치듯 엎드려서 침대 위를 기었다.

“잠깐 쉬면서 숨 좀 고르고……!”

이제 막 계주를 끝내고 들어왔는데 다시 출발선에 서라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도망가 봐야 똑같이 침대 위였다. 사헌이 뒤에서 덮치듯 그를 끌어안았다.

“알아서 자세도 바꿔 주고.”

흡족한 목소리로 내뱉은 사헌이 높이 치켜든 엉덩이에 성기를 비볐다. 공격적인 성기는 어느새 힘을 얻었는지 딱딱했다. 머리 위로 보이는 밖은 아직도 깜깜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