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화. 제이크와 지크 (1)
한 명의 어린 소년이 어두운 뒷골목을 다급하게 달렸다.
그리고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에 급하게 들어가더니 외쳤다.
“제이크! 제이크! 큰일이야!”
“무슨 일이야?”
대답한 것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어린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덩치가 심상치 않게 장대했고, 눈빛은 야수와 같은 위압감이 있었다.
“텍슨네 새끼들이 우리 구역에 쳐들어왔어! 플랜트하고 케이가 뒤지게 다구리 쳐 맞고 있어!”
“뭐? 이 개새끼들이!”
제이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자기 옆에 있는 목도를 잡고 일어나며 말했다..
“안내해! 어디야?”
“빨리 따라와. 우리 애들 다 죽겠어.”
그리고 제이크는 소년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서 달려갔다.
그리고 제이크를 따라서 그 패거리로 보이는 몇몇 아이들도 따라 달렸다.
“어머? 저게 뭐죠? 애들이 흉흉하게 몽둥이를 들고 달려가네요.”
어떤 귀부인이 마차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말했다.
“예. 마님. 저것들은 뒷골목의 거지들입니다. 아마 자기들끼리 무슨 일이 생겨서 구역 다툼을 하는 모양입니다.”
“아름다운 제국의 수도에 저런 쓰레기들이 있다니? 빨리 치워 버렸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귀부인은 더 이상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듯이 마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이곳은 앤드루스 제국의 수도.
대륙 최강국의 수도에 어울리게 화려함과 풍족함이 흘러넘치는 도시다.
하지만 화려한 수도의 이면에는 가진 것 없는 자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어둠도 있는 법.
도시의 슬럼가 뒤편에서는 처절한 투쟁의 현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새끼들아!”
커다란 고함 소리와 함께 보통 소년들보다 머리가 두 개는 더 큰 것 같은 제이크가 난투의 현장에 뛰어들었다.
“헉? 제이크다.”
“씨발! 쫄지 마! 저 새끼도 대가리 깨지면… 커억!”
“깰 수 있으면 어디 깨 봐! 이 XX 새끼들아!”
제이크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기 손에 들려 있는 몽둥이를 휘둘렀다.
퍽! 콰직! 퍼억!
“크악!”
“아아아악! 내…. 내 팔!”
“끄… 끄으으….”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소년들의 난투극 현장 속에서 제이크의 움직임만큼은 격이 달랐다.
그냥 힘이 좋고 덩치가 좋은 것만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어디를 공격하고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 아는 제이크의 모습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대장을 따라라!”
“이 새끼들 다 조져 버려!”
그런 제이크의 활약에 같은 패거리의 소년들은 기가 살았다.
덕분에 상대 패거리의 숫자가 두 배는 더 많았지만 제이크 한 명만으로도 난투극은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갔다.
“커억….”
마지막으로 적의 패거리를 다 쓰러트린 제이크는 상대편의 대장 멱살을 잡아 올리더니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텍슨! 이 새끼 내가 한 번만 더 엉기면 죽여 버린다고 했지? 약속대로 죽여주마!”
제이크의 으름장에 상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 어쩔 수 없었어. 우리 구역에 단속이 심해져서…. 이제는 소매치기도 어렵고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기만 해도 경비대에서 잡아간단 말이야.”
“그래서 우리 구역을 넘봐? 우리는 배부른 줄 알아?!”
“흑…. 살고 싶어서 그랬어. 제발 용서해줘. 제발….”
제이크는 주먹을 부르르 떨며 상대를 바라봤다.
‘빌어먹을….’
알고 있다.
이놈이나 자신이나 하등 다를 것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 엿 같은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아 보겠다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다른 게 있다면 지금 자신은 이겼고 눈앞에 있는 놈은 졌다는 것뿐이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험악한 인생.
제이크는 상대방을 바닥에 집어 던져 버리고 외쳤다.
“꺼져!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그러자 상대편 패거리들이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자리를 피했다.
“제이크, 그냥 보낼 거야.”
“…….”
“죽이는 건 아니라도 병신은 만들어야지. 텍슨 새끼 다리라도 부러트려 버리자.”
“됐어.”
“제이크!”
“됐다고! 그냥 내버려 둬.”
그리고 제이크는 짜증이 난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제이크.
제국의 수도 뒷골목의 부랑아들에게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어린 나이지만 부랑아 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미 한 구역을 다스리는 대장이었다.
시궁창 쥐새끼나 다름없는 인생이었지만 그 시궁창 소년들에게 있어서 제이크는 자신들보다 높은 곳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강자였다.
하지만 제이크는 자신의 처지가 비참해서 하루하루 짜증이 치밀어 오르지 않는 날이 없었다.
“빌어먹을 세상….”
“제이크, 안에 있냐?”
제이크에게 누군가 찾아왔다.
그 남자는 제이크 또래의 소년이 아니라 다 큰 성인이었다.
제이크는 그를 보자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표정을 정리하고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게일 형님.”
“큰 형님이 부르신다. 내일 열두 시까지 찾아와라.”
제이크는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또 상납금 올려 달라는 겁니까?”
“뭐 새끼야? 불만 있어?”
“…….”
“이 새끼가…. 표정 관리 안 하냐? 옛날 생각나게 해줄까?”
지금 제이크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는 남자는 과거 제이크가 어린 시절 같은 패거리에 있었다.
아직 어렸던 제이크는 종종 이 남자의 폭력에 시달리고는 했다.
하지만 그건 4년 전의 일이다.
“할 수 있으면 해 봐.”
“이… 이 새끼가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남자는 당황한 듯이 말을 더듬었다.
“…….”
제이크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남자의 앞에 서서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키워준 은혜?
개소리다.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에게 소매치기나 구걸을 시키고 받아온 돈으로 혼자 먹고살던 쓰레기가 바로 이놈이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을 상납금으로 바치고 뒷골목의 조직에 들어갔고 그 후에도 여전히 애들한테 수금이나 다니는 조무래기다.
은혜 따위를 느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솔직히 이번 기회에 과거에 쌓인 원한이나 풀어 버릴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 어쨌든 난 전했다. 안 오면 큰일 날 줄 알아.”
“…….”
“다음에도 이렇게 건방지게 굴면 크게 혼날 줄 알아! 내가 체이슨 형님 아우인거 알지? 앙?”
“하아…. 병신 새끼.”
이 와중에 와서 직접 손을 쓰지도 않고 자기 뒷배나 들먹이며 허세를 부리는 놈을 보고 있자니 그냥 한심해 보일 뿐이었다.
“뭐…. 뭐?”
“꺼져.”
제이크는 더 상종하기도 싫다는 듯이 그냥 무시했다.
남자는 그런 제이크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봤지만 감히 덤벼들지는 못했다.
왜?
‘XX 저 새끼 등빨만 졸라 커져가지고….’
절대 못 이기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술 취한 나그네, 라는 이름의 술집은 뒷골목에 있는 술집치고는 장사가 꽤 잘되는 술집이다.
왜냐하면 이 술집의 주인이 수도의 뒷골목에서도 제법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체이슨이라고 하는 남자로 그는 제국 수도 뒷거리의 상당 부분에 걸쳐 넓은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넓은 영역을 다스리기 위해서 여러 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말이다.
오늘은 이 술집에 자신의 부하들 중에 제법 쓸 만한 인물을 다 불러 모았다.
그리고 제이크 역시 그중의 한 명으로 회의장에 참석했다.
“저놈이 제이크인가?”
“아직 어린놈 같은데? 몇 살이지?”
“듣기로는 이제 열넷? 열다섯 정도 됐다고 하더군.”
“핏덩이잖아? 그런데 벌써 간부 회의에 등장했다고?”
“등빨만 놓고 보면 어른들에게도 안 밀리니까 말이야.”
제이크는 자신을 두고 수군거리는 간부들의 말을 듣고 그냥 못 들은 척했다.
‘병신 새끼들….’
어차피 자기 밑에 급성장하는 놈이 있으니 자기 구역을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게 뻔했다.
‘다 한심한 놈들이지.’
그렇게 생각하던 제이크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
‘저놈은 뭐지?’
이 간부 회의에는 자신 이외에는 어른들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제이크하고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놈이 있었다.
심지어 그놈은 다른 간부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하하하…. 고맙다. 지크. 네가 말해준 대로 하니까 경비대원들이 이제 단속을 그만뒀어.”
“지크, 나도 좀 곤란한 게 있는데 말이야. 내 구역의 술집에 요즘 문제가 생겨서 말이야.”
아니 대화라기보다는 대부분의 간부들이 조심스런 말투로 그 지크라는 놈의 비위를 맞추듯이 낮은 태도를 보였다.
‘저놈은 뭐지?’
제이크는 이때 지크를 보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동안 뒷골목에서 별의별 인간을 다 봐왔지만 저놈은 처음 보는 형태의 생소한 놈이라고 말이다.
그때 누군가 들어오며 말했다.
“큰 형님 들어오신다.”
그러자 산만하던 간부들이 모두 빠릿하게 각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한 남자가 들어오자….
“오셨습니까? 큰 형님!”
“오셨습니까? 큰 형님!”
우렁차게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러자 큰 형님이라고 불린 인물은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 잘 왔다. 편하게들 앉아라.”
그리고 그 남자는 가장 상석에 앉아서 옆에 부하에게 말했다.
“불참한 놈 있나?”
“모두 모였습니다. 큰 형님.”
“그래. 모두들 오랜만에 모이니 반갑구나.”
이 남자가 바로 체이슨이다.
부하들이 많고 잔인함을 무기로 해서 공포로 뒷골목의 일부를 지배하고 있는 남자였다.
제이크는 어린 시절 체이슨이 사람을 처형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사지를 자르고 굶주린 들개 무리에 집어 던져 버리는 그 처형 방식은 어린 제이크의 마음 깊숙한 곳에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는 족쇄가 되어 지금도 저 남자만 보면 눈을 마주치기도 힘들게 되었다.
“본론만 얘기한다. 최근에 내가 높으신 분한테 조금 일을 부탁받았다. 그래서 너희들이 수고 좀 해줘야겠다.”
“무슨 일입니까? 큰 형님.”
“저한테 맡겨만 주십시오.”
“아니, 제가 하겠습니다.”
부하들의 충성스런 말에 체이슨은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그레고리 놈들 알지.”
그 말에 갑자기 간부들의 목소리가 조용해졌다.
그레고리라고 하면 체이슨 일가보다 훨씬 더 커다란 세력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었다.
영역을 인접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동안 별 충돌 없이 지내 왔는데 사실상 피해 왔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놈들이 뭔 짓을 했는지 높으신 양반들 눈에 거슬렸나 보다. 그러니 우리가 치워 드려야겠다.”
체이슨의 말에 아까까지만 해도 의욕이 넘치던 부하들이 동시에 입을 다물고 눈을 피했다.
‘미친 그레고리라니….’
‘그 새끼는 용병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부하도 잔뜩 있고…. 그놈들과 전쟁이라니 큰 형님이라는 새끼가 드디어 미쳤나?’
뒷골목 인생이 오래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눈치다.
기사들처럼 ‘그럼 제가 해보겠습니다. 주군.’이라고 말하며 용맹하게 나서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체이슨도 부하들이 이렇게 나올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애들을 모아라. 총공격이다.”
부하들을 그냥 총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간부들을 다 불러 모은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
‘이런….’
‘X됐다.’
간부들의 얼굴이 굳은 것을 보고 체이슨은 비열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싸움에서 이기면 우리는 이 도시의 밤거리를 지배하게 된다. 당연히 내 아우들인 너희들도 충분히 한 몫을 챙기게 해주마.”
그러자 간부들의 얼굴에 욕심이 생겼다.
“그레고리 놈들을 무너트리는 것에 공을 세운 이들은 상을 내릴 것이다. 특히 그레고리의 목을 따는 사람에게는 그놈 일파의 알짜배기 영역을 내려주마.”
그러자 간부들 중에 몇몇이 노골적으로 욕심이 동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레고리 일파의 알짜배기 영역?’
‘거기를 내 걸로 만들 수만 있다면….’
‘잘만 하면 인생이 확 피겠는데?’
공포와 포상.
이 두 가지로 부하들을 잘 다스리는 것이 이 체이슨이라는 남자의 특기였다.
그때 제이크가 일어서서 말했다.
“큰 형님. 질문이 있습니다.”
“뭐 질문? 막내 새끼가 미쳐가지고 감히….”
제이크의 말에 체이슨의 심복 중에 한 명이 단검을 꺼내며 으르렁거렸다.
제이크는 순간 움찔하며 괜히 나섰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체이슨은 손을 들어 그런 심복을 제지했다.
“진정해라. 빌.”
“하지만 큰 형님.”
“넌 너무 성급하고 난폭해서 탈이야.”
그리고 체이슨은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 꼬마야. 말해봐라. 뭐가 궁금하냐?”
심복 부하가 겁을 주고 그런 부하를 나무라며 자신이 오히려 상냥한 말투로 나선다.
대화를 시작도 하기 전에 상대의 기선을 꺾는 방법이 능숙하게 몸에 배인 인간이었다.
“연기력은 싸구려지만 말이야.”
제이크의 옆에 있던 지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이크는 그 말을 들었지만 이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 대신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 의견을 말했다.
“우리하고 그레고리 일파가 부딪히면 수백 명이 싸우는 대전쟁이 될 겁니다.”
“알고 있다. 그래서 무서우냐?”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제이크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렇게 대규모 전쟁을 벌이다 경비대의 눈에 띄면 아무래도 곤란하지 않을까 해서…. 물었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간부들이 그러고 보니, 라는 표정을 지었다.
제국의 수도 뒷골목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거대 조직이 부딪히면 경비대에서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재수 없으면 수도에 상주 중인 기사단이 개입할지도 모른다.
그랬다간 끝장이다.
뒷골목에서 힘 좀 쓴다고 해 봐야 기사들 입장에서 보면 조무래기일 뿐이다.
“크하하하…. 그게 걱정이냐? 걱정하지 마라.”
하지만 체이슨은 호탕하게 웃으며 제이크의 걱정을 일축했다.
그리고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말했지? 이건 높으신 분에게서 내려온 지시라고 말이야.”
“오, 형님. 그 말은….”
“그래. 경비대 건은 그분이 알아서 잘 처리해 주실 거다. 우리는 그레고리 놈들을 밀어 버리기만 하면 돼.”
그러자 다른 간부들도 희희낙락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큰 형님.”
“제가 그레고리 놈의 목을 따오겠습니다.”
“용병이고 지랄이고 뱃가죽에 칼 안 들어갈 리가 없죠. 제가 하겠습니다.”
“무슨 소리, 그건 내 몫이야.”
간부들은 다시 희희낙락하게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고 체이슨은 탁자를 내려치며 말했다.
“좋아. 이제 결정이군. 전쟁이다.”
“옛!”
그렇게 제국 수도의 뒷골목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죽어라! 이 망할 애새끼!”
“큭….”
제이크는 자기한테 나이프를 찔러오는 남자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잡았다.”
상대방의 손목을 잡아서 그대로 뒤로 돌려 꺾어 버렸다.
뿌득!
“크아아아악!”
팔 관절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상대방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는 자기 팔을 붙잡고 꺽꺽거리며 쓰러졌다.
“후우….”
제이크는 숨을 고르며 주변을 확인했다.
“토미, 우리 애들은?”
“론하고 켄이 심하게 다쳤어.”
“빌어먹을….”
제이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모두 챙겨! 빠르게 후퇴한다!”
그렇게 물러나며 제이크는 이를 악물었다.
‘제길, 벌써 3개월째 이게 뭐 하는 짓이야?’
3개월 전.
체이슨 일파는 그레고리 일파를 급습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레고리 일파는 그 기습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함정에 빠진 체이슨 일파는 크게 당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체이슨 일파와 그레고리 일파는 피로 피를 씻는 전쟁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리해지고 있는 것은 체이슨 일파였다.
애당초 세력 자체는 그레고리 일파가 훨씬 컸다.
그래서 체이슨은 먼저 기습을 해서 그레고리의 목을 쳐서 전쟁을 빠르게 끝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기습이 실패하고 조직 대 조직의 전쟁이 시작되자 힘의 차이가 바로 나타난 것이다.
체이슨의 일파는 점점 쓰러져 갔다. 그리고 제이크 역시 점점 위험해졌다.
“여기다! 여기 제이크가 있다!”
“빌어먹을 자식! 조져!”
그레고리 일파에서 이미 제이크는 위험인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전쟁 중에 타고난 전투력으로 대활약을 한 제이크의 위험성이 대두된 것이다.
지금까지 체이슨 일파가 밀리면서도 어찌어찌 버티는 것은 종종 제이크가 그레고리 일파의 거물들을 잡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길, 너희들 먼저 도망가.”
제이크는 부상 입은 부하들을 도주시키기 위해서 스스로 후방에서 적을 막아섰다.
“제이크 대장!”
“어쩌려고 그래?”
부하들이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제이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빨리 꺼져!”
그리고 제이크는 자신을 노리고 덤벼오는 그레고리 일파의 건달들과 부딪혔다.
“죽여!”
“애새끼라고 방심하지… 컥!”
“크아악!”
상대가 열 명이 넘었지만 제이크는 신들린 듯이 싸웠다.
손에 들려 있는 몽둥이로 처음에 달려드는 놈의 머리를 내려친 후에 바로 다음 놈으로 넘어가서 주먹으로 안면을 박살냈다.
순식간에 어른 두 명을 쓰러트린 제이크는 그대로 기선을 제압하고 적들을 처리해갔다.
“컥….”
“제길, 누가 좀 잡아…. 크악!”
“우웩….”
신들린 몸놀림으로 싸우는 제이크에게 다른 그레고리 일파의 건달들은 좀처럼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었다.
어느새 열 명이 넘는 동료 중에 다섯이 바닥에 누웠다.
그러나, 아무리 제이크가 잘 싸운다고 해도 체력이 떨어지면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뻐억!
“큭….”
누군가가 뒤통수를 몽둥이로 후려치자 제이크는 눈앞이 핑 돌았다.
그리고 적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밟아! 아니 죽여!”
“이 개새끼!!”
누군가 제이크의 등짝을 발로 차서 쓰러트렸고 쓰러진 제이크에게 무자비한 폭력이 쏟아졌다.
“큭…. 으윽….”
제이크는 몸을 웅크리고 급소를 막으며 버텼지만 점점 무너져 갔다.
‘제길, 이딴 곳에서 이런 식으로 죽는 건가?’
제이크는 억울했다.
뒷골목 시궁창에서 쓰레기로 태어나서 쓰레기로 죽는 인생이라니?
절대로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커억….”
“누구…. 억!”
누군가가 제이크를 다구리 놓고 있던 건달의 뒤에서 나타났다.
“너는…? 지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