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화
신년회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계급이 높은 귀족들부터 차례대로 나와서 왕가에 인사를 올리고 가벼운 선물을 전해 주었다.
밀턴이나 레이라에게는 물론이고 바이올렛 소피아, 그리고 어린 엘리자베스 뒤편에도 선물이 가득 쌓였다.
엘리자베스는 자기 키보다 더 높게 쌓인 선물을 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형식적인 절차가 지나가자 이제 본격적으로 연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젊은 남녀들은 홀에서 춤을 추고 테라스에 나가서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어느 정도 연세가 있는 귀족들은 주변과의 친교를 쌓고 연줄을 만들기 위해서 사교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급이 다른 거물들이 모여서 무리를 형성하니 레스터 왕국 귀족 파벌이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크게 나누면 두 부류로군.’
원래 레스터 왕국 출신의 귀족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귀족들, 이들은 스스로를 정통파라고 불렀다.
그리고 스트라부스 왕국의 서부 지역 일대를 통합하며 합류한 귀족, 이들은 스스로를 혁신파라고 불렀다.
사실 왕권에 비해서 귀족들의 힘이 워낙 약하기 때문에 정치적 파벌 싸움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파벌이 나뉜 만큼 대외적인 의견 차이는 존재했다.
정통파는 철저한 중앙 중심의 통제 정치를 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혁신파는 국가에 상업을 장려하고 지방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자치권을 보장해 줘야 국가가 부강해 진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사실 주장의 옳고 그름은 둘째치고 양쪽 모두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이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정통파는 대다수가 레스터 왕국이 레이라 여왕에 의해서 개편되며 중앙 관료직에 오른 자들이다.
그들은 국가의 통제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기를 바라기에 강력한 중앙 통제 정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혁신파는 스트라부스 왕국의 곡창 지대를 영지로 가지고 막대한 식량 생산량을 무기로 삼아서 상업에서 이득을 보고 있었다.
그러지 지방의 자치권을 존중하고 상업이 장려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결국 밀턴이 보기에는 거슬리는 정치질이고 밥그릇 싸움이었다.
둘 다 거슬렸지만 밀턴의 개인적인 감각으로는 정통파가 더 싫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거리낌에 더해서 실망감까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통파 귀족들은 레스터 왕국이 거의 멸망할 뻔했을 때 끝까지 나라에 남아서 레이라 여왕을 믿고 따라준 이들이었다.
자신의 안위밖에 관심이 없는 쓰레기들은 그때 국외로 망명하거나 공화국에 잡혀 죽었다.
그러니 정통파 귀족 대부분은 레이라 여왕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나라를 위해서 진심으로 헌신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나라의 중추 기관을 담당하며 권력을 손에 쥐게 되자 초심을 잃었다.
본인들은 자각을 못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들의 모습은 손에 들어온 권력을 놓치기 싫어서 정치 싸움에 여념이 없는 위정자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이게 바로 권력의 독이다.
선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도 권력의 달콤함에 한 번 빠지면 안 썩는다고 보장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밀턴은 정통파 귀족들에게는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꼈다.
과거 레이라 여왕의 즉위 초기와 비교하면 변해도 너무 변한 것이다.
그래도 밀턴이 관여하지 않은 것은 내정은 어디까지나 레이라 여왕의 관할이기 때문이다.
만약 밀턴이 내정까지 관할했다면 양쪽 모두 찍소리도 못하게 찍어 눌렀을 것이다.
그것이 밀턴의 방식이다.
나쁘고 유해하고 거슬리면 싹을 잘라버리는 방식.
하지만 레이라의 방식은 다르다.
일단 지켜보고 당장 큰 문제가 없는 이상 내버려 둔다.
왜냐하면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독도 약만큼 절실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똥도 약에 쓸 때가 있다. 라는 것이 레이라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레이라 여왕은 양쪽 파벌의 귀족들을 모두 곁으로 불러서 말문을 열었다.
“이미 귀가 밝은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앞으로 서서히 국가의 틀을 바꿔갈 생각이오.”
레이라 여왕의 말에 귀족들은 눈을 질끈 감고 올 게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밀턴이 주장한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사상은 귀족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들어갔지만 못 들은 척들 하고 있었다.
평민과 귀족의 경계를 허물어서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
라는 밀턴의 주장은 귀족들이 듣기에 굉장히 꺼림칙했다.
하지만 그 주장에 반발하기에는 왕가의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제발 그냥 지나가기만 기다렸던 것이다.
몇몇 희망적인 귀족들은 북부 지역의 공화주의자들을 다독이기 위해서 임시방편으로 주장한 미끼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레이라 여왕은 진심이었다.
비록 밀턴이 설명했던 것처럼 파격적인 정책을 바로 수용하는 것은 무리라도, 조금씩 귀족들의 실권을 줄여가야 했다.
그 시작이 오늘이 될 것이다.
“먼저 모두에게 소개해야 할 일들이 있소.”
그리고 레이라 여왕아 손짓을 하자 시종이 연회장의 문을 열고 서른 명은 될 것 같은 인물들이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보자 귀족들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말끔한 차림으로 차려입고 있기는 했지만 귀족들의 눈에는 그들의 어색함이 한눈에 보였다.
귀족으로 태어나서 자라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는 상류층의 예법이 보이지 않았다.
‘저들은 평민이 아닌가?’
‘정말 평민들에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하실 건가?’
귀족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레이라 여왕이 말했다.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들은 북부 지역에서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표들이오. 이들에게는 의원(議員)의 직함을 내리고 북부의 대소사를 논하게 할 생각이오.”
레이라 여왕의 말에 귀족들은 빠르게 잔머리를 굴렸다.
‘북부의 의원? 의회제를 북부에 한정해서 도입할 생각인가?’
‘우리한테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 마냥 반대할 수도 없기는 하군.’
‘북부의 대소사를 맡긴다는 것은 결국 중앙의 손길에 거스르는 것 아닌가?’
‘어차피 왕가를 거스를 수는 없으니 괜찮을 것 같은데?’
귀족들의 생각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정통파 귀족들은 중앙의 정치력이 북부에 미치지 않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혁신파 귀족들은 기반이 되는 동부 지역에 문제만 없다면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레이라 여왕의 설명이 이어졌다.
“앞으로 북부는 이들 의회가 주도적으로 다스릴 것이며 조세와 법령에 관해서 제한적인 자율권을 줄 것이오.”
한마디로 북부는 의회제를 도입해서 그들이 잘 다스리게 하겠다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귀족들도 예상한 말이다.
하지만 이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귀족들의 예상을 벗어났다.
“또한, 이와 비슷하게 동부 지역을 다스리는 지방 영주들에게도 비슷한 권리를 부여하겠소. 조세와 법령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할 것이고 북부의 공공사업에 대한 예산도 가능한 만큼 지원할 것이오.”
순간 혁신파 귀족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자신들이 간절하게 원했지만 차마 입에 담지는 못했던 것을 왕가에서 알아서 준다고 하지 않는가?
“참으로 현명하신 결정이십니다.”
“지방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에게 지방의 권한을 강화해주면 백성들의 삶이 더 윤택해지고 왕국 역시 더 부강해질 것입니다.”
“여왕 전하의 현명함이 실로 하늘에 닿으십니다.”
혁신파 귀족들은 레이라 여왕을 찬양하며 세상에 다시없는 명군인 것처럼 말했다.
반대로 정통파 귀족들의 표정은 벌레라도 씹은 것처럼 구겨졌다.
구 힐데스 공화국 영토인 북부와 구 스트라부스 왕국 영토인 동부에 자치 제도를 허락하면 중앙의 힘이 약화되는 것은 뻔하지 않는가?
하지만 여왕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또한, 중앙의 관료들 중에 일부를 뽑아서 새롭게 확장된 남부 지역을 재건하기 위해서 보낼 생각이오. 오랜 전화에 시달려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한 지역이니 3년 동안의 세금 면제와 함께 중앙 예산 일부를 지원하겠소.”
레이라 여왕의 말에 정통파 귀족의 얼굴이 환해졌다.
새롭게 편입된 남부라는 말은 이번에 발랑스 왕국에게서 받아낸 땅을 말하는 것이다.
발랑스 왕국의 착취와 전화로 시달려서 많이 피폐해지기는 했지만 원래는 풍족한 토지와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곳의 통치를 정통파 귀족에게 맡긴다는 말에 불만을 가지던 자들의 표정이 거짓말처럼 변했다.
이렇게 레이라 여왕은 왕국내의 파벌을 3분화시켜서 각각 북부, 동부, 남부에 대한 통제권을 줬다.
이렇게 함으로 세 개의 세력이 얼추 균형을 맞추고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게 목적은 아니다.
세력권의 분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지방의 통치에 대한 제량을 맡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대들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오. 결코 실망시키지 않기 바라오.”
“물론입니다. 전하.”
“동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들의 장담을 들으며 레이라 여왕이 웃으며 말했다.
“왕가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지원을 할 것이오. 그러니 모두 지방의 발전에 힘을 내주기 바라오.”
레이라 여왕의 눈부신 미소에 그들은 모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넣었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레이라 여왕이 제시한 달콤한 제안의 진실된 실체가 무엇인지.
“참 쉽죠?”
신년회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레이라 처음에 꺼낸 말은 이것이었다.
그리고 밀턴은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 레이라에게 말했다.
“민주주의하고는 많이 동떨어진 건데…. 정말 이렇게 해도 돼?”
“전에도 말했죠? 개구리를 삶을 때는 미지근한 물에 삶아야 한다고? 저 치들은 이미 솥에 들어왔어요.”
밀턴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요물이라니까.’
북부, 동부, 남부.
레이라의 진짜 목적은 이 세 개의 지역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기를 바란 것이다.
북부에는 밀턴이 말한 민주주의를 기초로 해서 주민들이 대표를 뽑는 의회제를 도입해서 자치를 맡겼다.
구 스트라부스 왕국의 잔재가 남아 있는 동부 지역은 지방의 영주들에게 통치를 맡겼다.
그리고 발랑스 왕국의 원정에서 얻은 영토의 재건에 정통파 귀족들을 파견해서 관리하게 했다.
3대 세력을 구성해서 그들에게 자율적인 통치권을 주었지만 가장 중요한 권력 세 가지를 왕가에서 쥐고 있었다.
예산, 군사력, 인사권.
각 지역의 발전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그 예산을 쥐고 있는 것이 바로 레이라 여왕이었다.
밀턴이 직접 주도해서 벌어들이는 해양 무역의 수입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세금은 결국 중앙으로 모이게 된다.
그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배치하는지는 결국 왕가에서 쥐고 판별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군사력.
이건 말할 것도 없다.
레스터 왕국의 군사 통수권은 밀턴의 고유 권한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왕가 직속의 중앙 근위병을 제외한 모든 병력의 최종 명령권은 밀턴에게 있었다.
그러니 지방에서 그들의 권력이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군사력을 필요 이상으로 키울 수는 없다.
밀턴은 자신이 군사 통수권을 쥐고 귀족들의 사병 육성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만약 필요 이상으로 군사를 모은다면 그것 자체에 죄를 물어서 토벌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결정적인 마지막 한 수가 인사권이다.
레이라는 분명 각 지역의 통치권을 그들에게 맡긴다고 했다.
하지만, 인사권에 관해서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귀족들의 경우 원래 작위의 수요와 박탈은 군주인 국왕에게 있으니 그걸 그대로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북부의 경우 의원을 지역 주민들이 투표로 뽑지만 거기에 레이라는 한 가지 수를 썼다.
북부 주민들의 투표로 당선된 인물은 왕가에 직접 와서 인사 평가를 받아야 한다.
라는 조항을 단 것이다.
그 인사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의원직을 달 수 없었다.
그리고 인사 평가를 통과하고 의원이 된다고 해도 중앙에서 보내는 감사원에게 부정이 적발되거나 무능함이 드러나면 역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다.
결국 뽑는 건 지역 주민들이지만 모가지 날리는 건 왕가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손을 써둔 것이다.
동부나 남부 지역의 귀족들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그들을 서로를 견제하면서 최대한 성과를 올리도록 경쟁시키는 거잖아? 그들이 올리는 성과에 따라서 예산 분배도 달라질 테니까?”
밀턴의 말에 레이라 여왕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참 잘했죠?”
“참….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민주주의는 그런 게 아니라고 보는데 말이야.”
“당신이 설명해준 사상은 너무 극단적이에요. 일단 의회제와 투표. 이 두 가지만 확실하게 하고 천천히 도입하면 돼요.”
북부 지역은 공화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한 땅이다.
거기에 귀족들을 파견해서 영주랍시고 통치를 하게 하면 안 통할 게 뻔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왕족이 보낸 관리들도 주민들의 협조를 받지 못해서 전전긍긍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대표로 뽑는 의원들이라면 분명 먹힐 것이다.
하지만, 결국 중앙의 통제를 받는 이상 밀턴이 주장했던 민주주의하고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내가 이기적인 건 알지만, 당신이 말하는 완벽한 민주주의, 거기에 입헌군주제를 도입하는 건 아직 무리예요.”
“아직이라면 언제까지?”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무리죠.”
레이라의 말에는 자신이 권력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유능한 왕이었고, 나라를 잘 이끌어갈 자신이 있고, 또 실제 그러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 왕권을 약화시켜야겠는가?
“당신, 나한테는 민주주의가 나라에 자리 잡아도 괜찮다고 했잖아?”
“예. 그랬죠. 단 그게 언제라고는 말 안 했어요? 적절한 시기가 있겠죠?”
“당신이 생각하는 시기는 언제인데?”
“한 200년 후 정도?”
레이라의 태연한 말에 밀턴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당신 치사한 것 같기는 해.”
밀턴의 솔직한 말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하네요. 이런 여자가 당신 아내라서… 어머.”
레이라 여왕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밀턴이 자신의 손목을 잡고 당기자 그의 품 안으로 단숨에 끌려갔다.
그리고 밀턴은 품 안에 있는 레이라를 보듬어 안으며 말했다.
“다행인건. 내가 나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거지.”
그러자 레이라는 밀턴의 목에 자기 팔을 두르고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좀 더 이기적으로 행동해 볼까요?”
아이를 낳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조금도 퇴색되지 않았다.
그리고 밀턴은 자신의 품 안에 안겨서 왕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여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를 볼 때마다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해. 지금 내 품 안에 있는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인 거야.’
그리고 밀턴은 복잡한 정치 생각은 그만하기로 했다.
훗날 역사가들은 말한다.
이때 레이라 여왕이 지방의 권력을 교묘하게 나눠서 경쟁시킨 덕분에 각 지방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단, 그것은 레이라 폰 레스터 여왕이라는 걸물이 중앙에 자리해서 교묘하게 균형을 잡았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즉, 지역의 권력 분할은 정책 자체의 우수함보다 그 정책을 최대 효율로 운영할 수 있었던 레이라 여왕의 정치적 수완이 두드러진 장점이었다고 말이다.
결국, 그녀의 사후 균형이 무너져서 북부의 발전이 가속화되자 귀족 사회는 서서히 무너졌고 의회제가 전국에 자리를 잡았다.
그건 정확하게 200년 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