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게임-204화 (204/257)

제204화

숀을 영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스탠이 만들어졌다.

그러자 숀은 전신 무장을 한 집단 보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밀턴은 받아들였다.

그리고 밀턴은 숀을 그 부대의 대장으로 임명하고 직접 훈련시켜서 성과를 보이도록 했다.

숀이 가지고 있는 군사적인 경험과 재능, 거기다 훈련 특성을 생각하면 온전하게 전권을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했던 것이 철벽 부대다.

숀은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철벽 부대를 단련시켰다.

스탠 장비를 최대한 살리는 집단 전술은 물론이고 개개인의 정신 무장까지 철저하게 시켰다.

마스터인 지크프리트가 눈앞에서 검을 휘둘러도 단단하게 벽을 칠 수 있었던 것은 숀에게 완벽히 단련된 정신 무장 덕분이었다.

그런 철벽 부대의 정신력이 다시 한번 빛을 보고 있었다.

공화국의 병사들이 광기에 절어서 공격해 왔지만 철벽 부대의 병사들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상대가 무엇을 하던 간에 자신들은 동료를 믿고 자신이 할 일만 하면 된다고 배웠다.

그들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서 굳건하게 버티고 또 버텼다.

그리고 그들이 버티고 있는 사이에 밀턴이 빠르게 가세했다.

“꺼져! 이 좀비 새끼들아!”

밀턴이 후방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뿌리며 정리를 시작하자 성문으로 몰리던 공화국 병사들은 결국 정리되었다.

하지만 밀턴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성벽 위가 다시 위태로워졌다.

“숀. 성문은 계속 너에게 맡기겠다. 끝까지 사수할 수 있겠지?”

“맡겨 주십시오.”

“좋아. 너를 믿겠다. 숀.”

밀턴은 다시 성벽 위를 정리하기 위해서 올라갔다.

그리고 숀은 즉시 철벽 부대를 움직여서 진형을 갖췄다.

“100명씩 나눠서 두 개의 조는 별개의 진형을 차린다. 성벽에서 내려오는 계단을 막아라!”

“옛!”

성문을 막고 있는 철벽 부대의 병력 일부를 빼서 성벽에서 내려오는 계단을 막아섰다.

‘절대 성문을 허락하지는 않겠다.’

숀은 밀턴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서 결의를 다졌다.

이런 숀의 활약은 지크프리트에게 없는 정보였다.

그리고, 정보의 부재는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생각의 오류를 불러올 수밖에 없게 한다.

“성문이 안 열리는군.”

지크프리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공화국의 병사들이 충분히 성벽 위로 올라갔고 일부는 성벽 너머로 넘어가는 것도 보였다.

아울러 기병이 돌입할 준비도 해 놨는데 성문은 요지부동이었다.

“밀턴 포레스트가 직접 정리한 것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성벽 위를 오래 비워둘 수는 없을 텐데…. 아! 그놈인가?”

지크프리트는 밀턴의 오른팔인 제롬의 존재를 떠올렸다.

제이크와 일기토를 벌여서 생존할 정도의 존재라면 광전사로 변한 공화국 병사들이라고 해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과연…. 밀턴 포레스트가 성벽 위에서, 제롬 테이커가 성벽 밖에서 대기 중이다 이건가?”

상대의 포진을 확인한 지크프리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로써 적의 모든 포진이 확인되었군.’

그렇다면 작전을 실행하는 것에 무리는 없다.

“제이크.”

“예. 주군, 부르셨습니까?”

“작전을 시작한다.”

“예. 알겠습니다.”

충분히 흔들었고, 적의 상태도 파악했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칼을 뽑을 시점이었다.

“주군! 지크프리트 본인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뭐?!”

성벽 위에서 공화국 병사들을 처리하던 밀턴은 남부 기사단의 보고를 듣고 깜짝 놀라서 성벽 밖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지크프리트가 고스트를 이끌고 직접 성문 쪽으로 진격하는 것이 보였다.

“해자를 넘을 수 있는 간이교에 파성추까지? 이 시점에서 정공법인가?”

밀턴은 이를 악물었다.

고작 3일차의 전투였지만 전투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병사들이 지쳐 있었다.

이 시점에서 지크프리트가 고스트를 이끌고 정면으로 성문을 공격하다니?

‘어떻게 하지?’

성문 앞에는 숀이 철벽 부대를 이끌고 가로막고 있다.

설사 성문이 뚫린다고 해도 숀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단, 그건 적이 어지간한 수준일 때의 일이다.

‘지크프리트가 고스트를 이끌고 직접 덤비면 위험해. 아마 그 제이크라는 놈도 있을 텐데?’

밀턴은 불안했다.

해자에 보호 받고 있는 성문은 원래 가장 공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렵다 뿐이지 공격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간이교를 내리고 파성추를 들이박아서 성문 자체를 박살내는 방식으로 공략이 가능하기는 했다.

물론 성벽 위에서 그걸 그냥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는다.

집중 공격을 해서 성문 앞의 적을 괴롭힐 테니 굉장히 어려운 공략법이다.

하지만, 지금 성벽 위는 공화국의 병사들이 여기저기 올라오고 있다.

성문 앞을 견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어쩌지? 내가 가세해야 하나? 성벽 위를 버려두고라도 지크프리트를 막아야 하나? 하지만 그래서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성을 지키는 것은 곤혹스러울 것 같았다.

그때 밀턴의 결심을 부추긴 것은 선두에 서서 크게 외치는 지크프리트의 목소리였다.

“성문을 부숴라! 이대로 돌입한다!”

오러 블레이드를 선명하게 뽐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지크프리트를 보자 밀턴은 결심을 굳혔다.

“차라리 이걸 기회로 삼자.”

수성전을 고수하며 성벽 위와 성문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차라리 공격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철벽 부대를 지휘하는 숀의 엄호를 받으며 지크프리트의 목을 친다.’

전투의 결과와 별개로 지크프리트의 목을 거둘 수만 있다면 최고의 결과를 거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밀턴은 즉각 성문 앞으로 뛰어 내려가며 외쳤다.

“성문을 열어라!”

성문을 파괴당하지 않고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전쟁을 수행하다 보면 성문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몰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지휘관은 차선책을 선택한다.

성문이 부서질 바에는 차라리 열고 싸우는 것이다.

성문이 부서질 것 같은 경우는 대부분 성문 앞에 밀집된 적을 처리하지 못한 경우다.

즉, 그 밀집된 적을 밀어내서 격퇴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성문을 닫고 정상적인 수성 태세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성문을 굳게 닫고 지키는 것만이 정석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밀턴이 시도하려는 것도 그런 것이다.

‘숀이 지휘하는 철벽 부대라면 성문 앞에 두껍게 벽을 쳐서 고스트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지크프리트의 목을 칠 수만 있다면….’

최선의 결과였다.

다만, 과연 전쟁터에서 최선의 결과만을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개문!”

성문이 열렸고 밀턴은 소수의 남부 기사단을 이끌고 선두에 섰다.

그리고 그 뒤에는 철벽 부대가 단단하게 진형을 짜고 밀턴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

성문이 열리자 밀턴은 빠르게 성문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지크프리트가 밀턴을 맞이했다.

“밀턴 포레스트!”

“지크프리트!”

둘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서로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그리고 둘을 시작으로 양쪽의 병력들도 서로 격돌했다.

“밀어내라!”

“총사령관님을 엄호하라!”

두 병력이 일시에 부딪혔다.

숀의 지휘를 받은 철벽 부대는 옆에 있는 동료들과 방패를 겹쳐서 단단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서 전진했다.

그 전진은 그리 빠르지는 않았지만 압도적인 절도와 묵직함이 있었다.

움직이는 거대한 쇳덩어리 같은 철벽 부대의 진격에 고스트는….

“크악!”

“이…. 괴물들 커억….”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뭐지?’

밀턴은 지크프리트와 싸우는 와중에 이상함을 느꼈다.

고스트라는 놈들이 얼마나 정예 부대인지는 세상 누구보다 밀턴이 가장 잘 알았다.

철벽 부대가 아무리 비장의 한 수라고 하지만 기사가 아닌 병사들의 집단이다.

단단하게 뭉쳐서 방어를 하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설마?’

밀턴은 그 순간 불안감에 깜짝 놀라서 성벽 위를 바라봤다.

그러자….

“한눈팔 여유가 되나?”

지크프리트가 날카로운 일격으로 밀턴의 목을 노렸다.

“크윽!”

콰아앙!

다급하게 지크프리트의 검을 쳐낸 밀턴은 뒤로 휘청거렸다.

레너드는 주인이 중심을 잃고 낙마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서 밸런스를 잡았다.

‘좋은 말이군.’

지크프리트가 은은하게 감탄하는 와중에 밀턴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지크프리트. 이 개자식! 진짜 고스트는 어디 있냐?!”

밀턴의 물음에 지크프리트는 냉소하며 말했다.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빌어먹을!”

밀턴은 이를 악물었다.

운제를 타고 올라오던 병사들 사이에 가죽 갑옷을 입고 가벼운 차림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그들은 자신을 견제하는 장창병들을 압도적으로 처리하며 빠르게 성벽 위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거대한 투핸디 소드를 들고 있는 거한이 있었다.

바로 제이크였다.

제이크가 직접 고스트를 이끌고 성벽 위로 올라온 것이다.

그것도 평소 입고 있던 검은색 갑옷과 해골 투구가 아니라 평범한 가죽 갑옷을 입고 병사로 위장한 상태였기에 아무도 몰랐다.

“1조, 2조.”

“예. 대장님.”

“그대들이 인솔해서 성벽 위를 청소해라.”

“옛!”

제이크의 명령을 받은 두 조장은 빠르게 성벽 위의 혼전 상황에 뛰어들었다.

“이놈들…. 커억!”

“크아아악!”

고스트가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하자 성벽 위는 압도적으로 공화국이 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남부 기사단의 기사들이 성벽 위에 배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이 막기에는 적이 너무 강했다.

더구나 공화국의 광전사들을 상대하느라고 체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에서 최적의 컨디션인 고스트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큭…. 이놈들….”

“하다못해 대공 전하라도 계셨다면….”

고전을 면치 못하던 남부 기사단의 기사들은 패색이 짙어졌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고스트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꺼져라 잔챙이들!”

콰아아앙!

제이크가 거대한 거검을 한 번씩 휘두를 때마다 기사 한두 명은 순식간에 처리되었다.

누군가가 한 말대로 밀턴이라도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성벽 위에 올라온 마스터를 막기 위해서는 동등한 무력의 소유자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밀턴은 지크프리트를 막기 위해서 성문 앞으로 나가 있었다.

결국 성벽 위는 순식간에 공화국의 병사들로 도배되어 버린 것이다.

“어딜 도망가지?”

“크윽….”

콰아앙!

다급하게 성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밀턴에게 지크프리트가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밀턴이 반격을 하려고 하자 교묘하게 간격 밖으로 물러났다.

필살의 의지를 담은 공격이라기보다는 이 자리에 발을 묶어 두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이전과는 입장이 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밀턴은 분통이 터진다는 듯이 외쳤다.

“이 치사하고 더러운 새끼! 양동을 펼쳐서 나를 기만했구나.”

“그래. 뭐가 나쁘지? 전쟁터에서 정정당당이라도 따지고 싶은 거냐?”

“큭….”

“내가 직접 미끼 노릇을 하면 네놈이 낚일 줄 알았지. 덕분에 성벽 위는 제이크가 이끄는 내 부하들이 빠르게 정리할 것이다.”

지크프리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성벽 위를 정리한 제이크가 밑으로 내려와서 합공을 시작하면 네놈은 독안의 쥐다. 그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체크 메이트지.”

공화국의 병사들을 효율적으로 소모시켜 왕국군을 흔든 다음 광전사들을 투입.

그렇게 적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자신을 미끼로 쓰면 밀턴이 반드시 낚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고스트라는 필살의 칼날을 빈틈에 쑤셔 박는다.

라는 것이 지크프리트의 계획 전반이었다.

‘계획대로라면 광전사들이 성문을 장악했을 텐데 말이야. 그럼 더 완벽했겠지.’

성문이 열리기 전이라면 밀턴에게 선택의 여지가 생기지만 성문이 열린 상태로 지크프리트가 돌입했다면 밀턴에게는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성문으로 나와야 했다.

이 작전의 유일한 오류라고 할 수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