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게임-195화 (195/257)

제195화

남부 기사단은 갑자기 살아나는 고스트에게 크게 당황했다.

“크억….”

“토미!”

고스트 5조의 조장을 상대하고 있던 토미가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흉갑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강한 일격을 맞은 토미는 피를 토하며 말에서 떨어졌다.

“이 개새끼가!”

친구가 중상을 입자 릭이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고스트 4조의 조장은 자신에게 한눈을 판 릭을 그냥 두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릭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엇?”

그리고 릭이 어어 하는 사이 그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그리고 상대는 릭의 뒷덜미를 한손으로 잡고 바닥에 집어 던져 버렸다.

쿠웅!

“커억….”

그렇게 릭과 토미를 쓰러트린 4조의 조장은 마무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5조의 조장이 만류하며 말했다.

“주군이 더 급하다.”

“…음.”

둘은 릭과 토미를 마무리 짓는 것 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는 듯이 움직였다.

바로 릭과 토미가 타고 있는 디스트로이종의 말 두 마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 놈은 4조의 조장이 올라타고 다른 한 놈은 5조의 조장이 고삐를 잡은 상태로 지크프리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가기 전에 4조의 조장은 바닥에 쓰러진 릭을 흘깃 보더니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크으윽….”

릭은 그 말에 감히 대꾸도 못했다.

아무리 기세가 좋은 릭이라고 해도 패배하고 입을 열 정도로 넉살이 좋지는 못했다.

그저 아직까지도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분할 뿐이었다.

“두고 보자. 이 새끼들….”

릭은 쓰러진 토미를 부축하며 일단 전선을 이탈했다.

빠르게 달려간 4조의 조장은 지크프리트와 대치하고 있는 밀턴을 사납게 공격했다.

“죽어라. 포레스트 대공!”

“이건 또 뭐야?”

밀턴은 가뜩이나 지크프리트에게 밀리고 있던 와중에 측면에서 고스트 4조의 조장이 공격해 오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5조의 조장은 자기가 끌고 온 디스트로이종의 말을 지크프리트에게 내밀며 말했다.

“주군,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 어쩔 수 없군.”

지크프리트는 순순히 동의했다.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레스터 왕국군이 너무 강했다.

지금 자신이 고양시킨 사기 덕분에 어찌어찌 맞서고 있기는 하지만, 비약의 효과가 점점 떨어져 가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여기서 무리한 전투를 계속하는 것 보다는….

“퇴각 나팔을 울려라! 일단 후방으로 물러나서 군을 정비한다!”

“옛!”

그리고 후퇴 나팔이 울리고 지크프리트는 5조의 조장이 가져온 디스트로이종의 말에 올라탔다.

“밀턴 포레스트. 승부는 다음으로 미루자.”

“누구 마음대로 다음이야!”

밀턴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다시 한번 지크프리트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네놈의 상대는 우리다. 포레스트 대공!”

밀턴의 앞을 두 명의 조장이 가로막았다.

그리고 이 둘은 주저 없이 비약을 먹고 힘을 끌어올렸다.

“비켜!”

밀턴이 서둘러 검을 휘둘렀지만 이 둘은 망설이지 않고 거기에 부딪혔다.

콰아앙!

“크으윽….”

“…….”

밀턴의 일격에 둘은 크게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우세를 점한 밀턴은 눈썹을 찌푸렸다.

‘망할….’

단 일격의 교환이었지만 밀턴은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약간의 충격을 입은 듯하지만 결코 경지가 낮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실제 고스트 이 둘이 비약을 복용하면 그 경지는 익스퍼트 최상급에 해당했다.

그런 인간이 둘이나 있으면 설령 마스터라고 해도 손쉽게 정리할 수 없었다.

‘내가 이놈들을 제압하고자 하면 30분은 걸리겠지. 그 정도 시간이면 지크프리트 놈은 결국 도주할 것이고.’

결론은 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초반에 포위망을 지크프리트가 무리해서라도 뚫어 놓았기 때문에 억누를 수가 없었다.

“다음에 보자. 밀턴 포레스트.”

지크프리트는 그 한마디를 하고 고스트 대원들과 함께 공화국군을 통솔하며 후퇴를 시작했다.

“후퇴 나팔이군.”

제롬과 한창 승부를 겨루고 있던 제이크는 힘차게 검을 휘둘러서 제롬을 떼어냈다.

콰아앙!

“크윽….”

제롬이 뒤로 밀려나자 제이크는 말에 오르며 말했다.

“오늘 승부는 여기까지다. 제롬 테이커.”

“도망가는 거냐? 제이크.”

“네놈으로서는 다행이지. 그렇지 않은가?”

“…….”

제롬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직한 성격의 제롬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둘의 결투는 언뜻 대등한 듯했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아주 미묘한 차이였지만 그 미묘한 차이가 제이크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계속 결투가 지속되었다면 7대3 정도의 확률로 자신의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다음에 날 만났을 때 지금과 같은 실력이라면 그때 죽여주지. 더 정진하도록 하라.”

제이크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뒤에 남은 제롬은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공화국의 후퇴.

완전히 패배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고스트의 비약이 효과를 다해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지크프리트는 후퇴를 선택했다.

물론 밀턴도 그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지크프리트를 잡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과는 최대한 확대해야 했다.

“적을 추격하라!”

“우오오오오!”

“공화국 새끼들 뒤통수를 후려갈기자!”

레스터 왕국군은 합성궁의 우수한 사거리와 디스트로이종의 무시무시한 주력을 이용해서 공화국의 뒤를 최대한 갉아 먹었다.

비록 대어를 놓쳤다고 해도 이 정도면 충분한 전과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를 두 가지 이뤘다.

“주군, 명령하신 대로 고스트라고 불리는 이들을 몇 명 생포했습니다.”

제롬의 보고를 받은 밀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결할 수 있으니 철저하게 구속하고 본국으로 후송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라이언 카텔 후작의 상태는?”

“구출하기는 했지만 상당한 중상입니다. 적어도 반년, 길면 1년 정도는 요양이 필요할 듯합니다.”

힘을 많이 소모한 상태로 고스트 1조의 정예들을 상대했다.

다행이 목숨은 건졌지만 그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골치군. 잘 치료해 줘. 의식을 회복하면 바로 보고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보고 사항을 다 처리한 밀턴은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일단 판은 벌어졌는데, 어디까지 저질러 버릴까?”

레스터 왕국의 개입.

이것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발랑스 왕국마저도 말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일단 지리적으로 무리가 있다.

레스터 왕국군이 나타난 장소는 발랑스 왕국의 중부 깊숙한 곳이었다.

레스터 왕국군이 발랑스 왕국의 국경을 넘었다면 그 사실이 진작 알려졌어야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발랑스 왕국의 입장에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그 의문을 풀어준 것은 발랑스 왕국의 수도까지 원정군을 후퇴시킨 세바스티안 공작이었다.

[제국의 이름으로 레스터 왕국에 전쟁에 참전할 것을 지시했소.]

제국의 위신을 생각해서 지시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그 본질은 제국이 원군을 요청했다는 말이다.

지크프리트가 있는 본진을 공격하기에 앞서 세바스티안 공작이 카텔 후작의 의견을 들어준 것이다.

만에 하나의 보험이라는 의미로 레스터 왕국에 서신을 보냈었다.

그렇게 제국의 이름을 등에 업었기 때문에 밀턴은 아무런 소리 소문 없이 국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국경을 넘을 때 극비 작전이니 절대 어디에도 이 사실을 보고하지 말라는 입막음도 잊지 않았다.

세비안 자작의 생각이었는데 정보가 어디로 샐지 모르는 상황에서 완벽한 기습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발랑스 왕국의 귀족들은 제국이라는 이름에 감히 거부하지 못하니 다소의 억지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짜낸 계책이었다.

결과적으로 그건 대성공이었다.

지크프리트에게 제대로 한 방 먹였고 지금 지크프리트는 군을 크게 후방으로 물려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덕분에 멸망의 위기까지 몰렸던 발랑스 왕국으로서는 한숨 돌리게 되었다.

다만, 마냥 기쁘다기보다는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타국의 힘을 빌려서 자국이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현실을 인정해 버리면 자신들이 되게 무능하고 약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밀턴이나 지크프리트가 보기에 그건 엄연한 현실이었지만 발랑스 왕국의 수뇌부로서는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제국은 괜찮다.

제국은 원래 강자라는 것을 세상에서 인정받은 대륙의 지배자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레스터 왕국?

최근 들어서야 그 성장세가 놀랍다고 해도 발랑스 왕국 대부분의 귀족들은 그래도 약소국 시절의 레스터 왕국의 이미지를 버리지 못했다.

그런 레스터 왕국에 국난의 구함을 받고 나니 찝찝함이 안 남을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밀턴은 발랑스 왕국의 수도로 입성했다.

밀턴은 병력 대부분을 수도 밖에 주둔시키고 자신의 측근 기사들만을 이끌고 입성했다.

“저 사람이 포레스트 대공인가?”

“그 악마 같은 지크프리트에게 유일하게 승리한 영웅이라지?”

“제롬 테이커는 누구일까?”

“저 사람 아니야? 가장 가까이 있는 저 잘생긴 기사.”

“호오? 듣는 것보다 작은데? 내가 알기로 키가 2미터가 넘는 거한이라고 하던데?”

수도의 주민들은 밀턴과 그의 측근 기사들을 보며 수근거렸다.

지방의 주민들과 달리 수도의 주민들은 공화주의에 젖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군으로 참전한 밀턴과 레스터 왕국군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밀턴이 지크프리트를 물리쳤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밀턴의 공적이 피부로 와닿은 것이다.

다만, 그것은 주민들의 경우다.

과연 발랑스 왕국의 수뇌부들도 같은 심정일까?

“환영하오. 포레스트 대공. 본인이 니콜라스 테론 발랑스라고 하오.”

니콜라스 국왕은 귀족들과 함께 왕성의 바로 앞까지 나서서 밀턴을 환영했다.

겉으로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그 속내는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하긴, 당신들 입장에서 나는 전혀 계산하지 못했던 변수일 테니.’

밀턴은 그런 니콜라스 국왕의 마음을 알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하게 대응했다.

레너드의 등에서 내린 다음 직접 니콜라스 국왕의 앞에 서서 웃으며 말했다.

“레스터 왕국의 밀턴 포레스트라고 하오. 만나게 되어 반갑소.”

밀턴이 하오체를 말하자 발랑스 왕국의 몇몇 신하들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드러났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시골 귀족이었을 뿐이었던 놈이….’

‘어디서 계집 하나 잘 후려 가지고 기세가 등등하군.’

사실 밀턴이 레스터 왕국에서 맡고 있는 대공직이라는 것은 그냥 왕족이 아니라 실권을 가지고 있는 지배자의 계급이다.

실제로 내정과 외교는 레이라 여왕이 담당하고, 군사와 국외 무역은 밀턴이 담당하고 있는 게 레스터 왕국의 실상이다.

1인자가 두 명이라는 사실은 잘못하면 권력의 대립과 국가의 양분화라는 위험으로 치달을 수 있었지만 밀턴과 레이라 여왕이 서로 부부였기 때문에 대립은 없었다.

오히려 이 쌍두마차 체제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레스터 왕국이었다.

즉, 밀턴의 대우는 왕국의 국왕과 동급으로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걸 머리로 모를 귀족들은 없었지만, 그들은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밀턴 포레스트라는 인간은 우연하게 전쟁에서 공을 세워서 출세하고, 여자 하나 잘 만나서 권력을 쥐고, 운이 따라서 연달아 공을 세우고 있는 애송이일 뿐이었다.

한마디로 질투심에 눈이 먼 것이다.

밀턴은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투의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니콜라스 국왕에게 태연자약하게 웃으며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

우선 능력치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니콜라스 테론 발랑스]

국왕 LV.8

무력 - 08 통솔 - 88

지력 - 65 정치 - 71

충성 -00

특성 - 강압, 설득, 외교, 사대주의

강압 LV.8 :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계급이 낮은 자에게 강제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

설득 LV.5 : 뜻이 맞지 않는 상대의 의도를 자신 쪽으로 유리하게 돌려놓을 수 있다.

외교 LV.5 : 타국과의 교섭에서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서 협상한다.

사대주의 LV.8 :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다. 대부분의 결정을 강대국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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