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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게임-159화 (159/257)

제159화

총기 개발의 실패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 방면으로 시도를 해봤다.

물론 다 실패였다.

‘다른 이세계 소설에 보면 총이든 탱크든 척척 만들어 내던데 말이야.’

밀턴으로서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아무런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대 무기가 아니라고 해도 군사력을 증강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그래서 병사와 기사를 늘리고 국내의 요새를 정비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디스트로이종의 개체 수도 더 늘렸고, 트라이크의 청원을 받아들여서 특수 궁병 부대도 만들었다.

그리고 총화기는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병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전장에 투입하면 충분히 효과를 볼 만한 것들이었다.

다만, 이것들은 아직 실전에 투입해 본 적이 없었다.

개발과 배치의 단계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대륙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으니 밀턴으로서는 아쉬운 것이다.

“쯧, 하여튼 전쟁에 환장한 인간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황제로서는 자기 권력의 기반을 다지고 싶었을 거예요. 그리고…. 발랑스 왕국에서 제국에 엄청난 로비를 했다는 말도 있고요.”

“아, 발랑스 왕국. 그 바보들….”

밀턴은 발랑스 왕국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피식 웃어 버렸다.

스트라부스 왕국이라는 방패가 무너지며 이제까지 공화국과 거리를 두고 있던 나라들은 그 거리감이 확 줄어들었다.

특히 발랑스 왕국이 그 여파를 가장 크게 맞았는데 그들은 직접 공화국과 국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물론 레스터 왕국이나 플로렌스 공국도 공화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는 했지만 발랑스 왕국은 공화국이 남부로 뻗어나가는 것을 가로막아야 하는 방패 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발랑스 왕국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것을 곧 기회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나왔다.

과거 스트라부스 왕국이 했던 역할을 자신들이 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과거에 스트라부스 왕국은 공화국의 팽창을 억제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군사력을 무제한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주변국에서 견제는 고사하고 원조를 받으면서 군사력을 증강시킨 덕분에 대륙에서 제2위의 군사력을 지닌 강대국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 스트라부스 왕국이 무너졌고, 발랑스 왕국은 이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니 주변국에 원조를 받으면서 군사력을 무제한적으로 팽창시켜 국력을 신장시킬 기회로 삼자.

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발랑스 왕국이 실제로 그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밀턴은 속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참 긍정적으로 산다. 그게 될 것 같냐? 이 멍청이들아.]

그리고 이 밀턴의 말 대로였다.

발랑스 왕국이 꿈꾸는 제2의 스트라부스 왕국화는 성공하지 못했다.

우선, 발랑스 왕국이 생각한 것만큼 주변 국가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이미 스트라부스 왕국이 무너졌다.

그 강력한 스트라부스 왕국도 막지 못한 공화국인데 발랑스 왕국에 힘을 집중시킨다고 과연 막을 수 있을까?

다른 왕국에서는 대체적으로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발랑스 왕국의 계획이 실패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제국의 존재였다.

제국은 과거에 스트라부스 왕국이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시기에도 스트라부스 왕국과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

공화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키워준 스트라부스 왕국의 위세가 제국의 눈에 거슬릴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스트라부스 왕국은 제국과 직접 국경을 마주하지 않았고, 중간에 발랑스 왕국이라는 완충지대가 있었다.

그렇기에 약간 거슬린다고 해도 그 존재를 용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발랑스 왕국?

이 나라는 제국의 제후국이며 실제 국경도 마주하고 있다.

호랑이를 키워도 멀리 산에 풀어서 키워야지.

자기 집 안마당에서 키우는 것은 위험하다 못해 멍청한 짓이다.

발랑스 왕국이 꿈꾸는 것처럼 군사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을 제국이 허용할 리가 없었다.

발랑스 왕국은 앤드루스 제국에게서 강도 높은 충고를 받았고 즉시 주변국에 군사적 협조를 구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렇게 발랑스 왕국이 허공에 삽질을 하는 사이 지크프리트는 착실하게 손을 썼다.

지금 당장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훗날의 전쟁을 위해서 발랑스 왕국의 뿌리를 뒤흔들기로 했다.

민중을 선동해서 왕국 내에 민란을 일으키는 것.

공화국의 특기 중에 하나가 발랑스 왕국에 펼쳐진 것이다.

과거 스트라부스 왕국은 이 부분에 관해서 꽤 잘 대비했다.

스파이를 색출하는 것에도 공을 들였지만 그 이상으로 민중이 정권에 불만을 가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귀족들이 백성들을 함부로 착취하지 못하게 세율 관리를 엄격하게 했고, 가끔씩은 부패한 귀족들을 공개적으로 처벌하면서 나라는 민중의 편이라는 인식도 심어 주었다.

이런 노하우는 공화국과 오랜 세월 동안 국경을 마주하고 대치하면서 생긴 것이었다.

즉, 발랑스 왕국은 이런 부분에 관해서 경험치가 전혀 없었다.

공화국에서 보낸 스파이가 몇몇 민란을 일으켰을 때 발랑스 왕국은 토벌대를 보내서 신속하게 민란을 토벌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이후에 행한 행동은 최악의 악수였다.

토벌대는 민란을 일으킨 주동자들을 화형으로 공개 처형도 모자라 가담자 전원을 처형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체를 말뚝에 박아 각 영지에 보내서 경고로 삼게 했다.

반란의 끝이 얼마나 처참한지 보여주고 공포로 민중을 다스리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런 대응은 불에 기름을 부을 뿐이었다.

민중을 공포로 다스리는 것은 당장은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그 효과가 지속적이지 않다.

또, 효과가 끝나면 오히려 반작용이 커진다.

사람은 국가라는 것은 최소한 자신의 편이라는 자각을 가져야 애국심을 가지는 법이다.

비록 벌을 받을 때도 있고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한이 있어도 국가 자체가 자신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고 지켜준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랑스 왕국의 무자비한 공포 정책은 국민들에게 공포와 함께 불안도 심어주었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말이다.

지크프리트는 이런 분위기를 눈치채고 귀신같이 손을 썼다.

공화국의 스파이를 동원해서 민중들을 다시 한번 선동한 것이다.

귀족들을 몰아내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

후손들에게 더 이상 억압당하지 않는 미래를 물려주자.

라는 식으로 말이다.

공포에 몰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면 어떻게 될까?

마치 불을 향해서 날아가는 불나방처럼 민중은 들고 일어났다.

발랑스 왕국의 안에서는 산발적으로 민란이 일어났고 왕국은 그때마다 군을 동원해서 강제로 찍어 눌렀다.

그렇게 일어나는 민란은 발랑스 왕국의 정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부에 심각한 위험 요소를 만들었다.

하나는 민심의 악화.

이미 현 왕국의 정권과 국민들의 감정은 돌이킬 수 없는 사태까지 와 버렸다.

그리도 두 번째는 국가 생산력의 파탄.

민중들의 반란이 지속되면서 식량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농사를 짓고 순조롭게 세금을 바쳐야 할 농민들의 30퍼센트가 반란에 동참했을 정도니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발랑스 왕국에서는 한발 늦게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발랑스 왕국은 지난 세월 동안 내부에서부터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다.

물론 지크프리트의 내부 선동은 레스터 왕국에서도 벌어졌다.

특히 원래 힐데스 공화국의 영토였던 북부 지방을 중점적으로 건드려 봤다.

하지만, 레이라 여왕이 너무 적절한 대처를 해서 북부의 민심을 교란시켜서일까?

소규모 민란이 몇 번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 파급력은 적었다.

결국, 지금 공화국의 민심 공작에 제대로 당한 것은 발랑스 왕국뿐인 것이다.

그리고 국력이 뚜렷하게 약해진 것을 느낀 발랑스 왕국에서는 공화국의 존재가 몹시 두려웠다.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강적이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니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결국 그들이 선택한 것은 하나였다.

제국에 기대서 나라를 지키는 것.

원래 앤드루스 제국에 친화적인 성향이 강한 발랑스 왕국이었지만 이제는 친화를 넘어서 의존적일 정도였다.

공화국의 위협에 대해 설파하며 제국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청했다.

그런 발랑스 왕국의 끊임없는 요청이 현 제국 황제의 사정과 맞물린 것이 지금의 상황이었다.

“결국 제국이 움직일 텐데?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밀턴이 레이라 여왕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레이라 여왕이 역으로 물었다.

“만약, 제국과 공화국이 부딪힌다면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해요?”

“모르겠어.”

밀턴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심하며 말했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

제국의 저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과거 스트라부스 왕국이 전성기일 때도 앤드루스 제국의 군사력을 넘지는 못했다.

방대한 군사력과 그 군사력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토지와 인구.

주변에 제후국들의 전력까지 동원한다면 제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최소 50만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소치이고 실제로는 더 클 수도 있다.

또한, 제국은 이 대륙에서 가장 많은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였고, 기사의 수준도 높기로 정평이 났다.

이런 제국이지만 공화국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까?

밀턴은 스스로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지크프리트 그 괴물이 아무런 승산 없이 발랑스 왕국을 건드렸을 리가 없어.’

발랑스 왕국을 무너트리면 그 다음은 제국이다.

당연히 제국으로서는 자국을 전쟁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발랑스 왕국을 보호할 것이다.

즉, 발랑스 왕국을 건드린 시점에서 이미 제국과의 전쟁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리고 지크프리트가 그걸 알면서도 행동에 나섰다는 것은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공화국의 전력은 3년 전의 정보야. 지크프리트 그 야망에 미친놈이 전력 강화를 하지 않고 놀았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3년 만에 제국을 넘어설 정도로 강화가 될까? 자국의 안정화에도 시간이 꽤 들었을 텐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그런 고심 끝에 나온 결론은 결국 하나였다.

“진짜 모르겠어. 솔직히 말해서 그냥 동전 던지는 게 나을 것 같아.”

“흐으음….”

밀턴의 말에 레이라 여왕도 팔짱을 끼고 고심에 빠졌다.

다른 건 몰라도 전쟁에 관한 견해는 그녀보다 남편인 밀턴의 의견이 더 무게감이 있었다.

지금 레스터 왕국은 레이라 여왕이 내정을 담당하고 밀턴이 국방을 담당함으로 인해서 국가의 균형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즉, 전쟁에 대한 의견은 밀턴에게 더 많은 발언권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 밀턴이 이렇게 장담을 할 수 없다고 하니 레이라 여왕도 함부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결국….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죠?”

“역시 그게 낫겠지?”

일단 보류.

공화국과 제국이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바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이 부부는 보통 무슨 일이 생길 때 마다 물밑으로 수를 쓰거나 최대한 먼저 선수를 치는 방식을 즐겼다.

하지만 만사에는 때가 있다고 이번에는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건 상황의 미묘함도 문제였지만 그 이상으로 지금 이 둘에게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레스터 왕국은 과거와 같은 약소국이 아니다.

무리한 도박수를 두기에는 한 번의 실패로 잃을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신중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국가적인 문제를 떠나서도 이들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서….

끼이익.

집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금발에 귀여운 어린아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어린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마마마마….”

왕의 집무실로 거침없이 들어오는 이 어린 소녀의 정체는 밀턴과 레이라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딸이었다.

“여기까지 왔니? 장하기도 하지. 우리 베스.”

레이라 여왕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장아장 걸어오는 자기 딸을 안아 올렸다.

엘리자베스 폰 레스터.

애칭으로 베스라고 불리는 이 아이는 밀턴과 레이라의 사이에서 생긴 딸이다.

“아마마마마…. 마마마….”

어린 딸은 엄마 품에 안겨서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으면서 조막만 한 손으로 엄마의 뺨을 만지작거린다.

레이라는 그런 딸의 행동이 귀여운지 뺨에 입술을 맞추며 아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주었다.

밀턴은 그런 두 모녀의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다행이야. 딸이라고 해도 싫어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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