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게임-144화 (144/257)

제144화

처음에 만났을 때 바로 확인을 하면 능력치를 차분하게 분석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분위기가 한숨 가라앉고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밀턴은 자기 능력으로 지크프리트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지크프리트]

야심가 LV.7

무력 - 93 통솔 - 95

지력 - 97 정치 - 99

충성 - 00

특성 - 간웅의 야심, 군주의 절대복종, 전략, 교섭, 냉철, 언변, 간파, 용맹

간웅의 야심 LV.5 :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신념을 뛰어넘는 집념을 발휘한다. 모든 일에 강한 원동력을 심어주고 평소에 쉬지 않고 목표를 위해서 노력을 기울인다.

군주의 절대복종 LV.6 : 한 번 자신의 휘하로 들어온 인재를 강하게 구속한다. 배신을 당할 확률이 크게 줄어들며 함께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신하들의 충성심이 굳건해진다. 최종적으로는 신앙에 준하는 절대적인 믿음을 부여할 수 있다.

전략 LV.9(MAX) : 전쟁의 전체적인 판도를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작은 전투 하나하나가 전쟁의 전체 판도에 끼치는 영향력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교섭 LV.8 : 거래나 협상 시에 자신의 조건을 관철시키기 유리해진다.

냉철 LV.9(MAX) : 전투 중에 전황 전체를 보는 안목이 높아진다. 위기에 몰렸다가도 적의 사소한 실수 하나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언변 LV.8 : 대화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 혹은 굴복시킬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한 상대에게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간파 LV.8 : 타고난 관찰력으로 대화 상대의 말에 허실을 파악한다.

용맹 LV.9(MAX) : 전투가 벌어지면 전투력이 올라가며 자기 지휘하에 있는 병력의 사기를 크게 상승시킨다. 직접 연설을 하거나 앞서서 전투에 개입하면 그 효과는 더 크게 올라간다.

‘…미쳤네.’

밀턴은 겉으로 태연한 표정을 했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동요했다.

상태창을 바로 보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런 능력치를 확인하고 나서도 아까와 같은 설전을 태연하게 펼칠 수 있었을까?

‘아마 무리였겠지. 도대체 뭐냐? 이 괴물은?’

모든 능력치가 90이상.

가장 낮은 게 그나마 무력인 93일 정도다.

거기다 특성이 무려 여덟 개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밀턴이 이 능력을 쓰면서 알게 된 것은 특성은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레벨이 떨어지거나 혹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실제 밀턴도 과거에 교섭이라는 특성이 생겼다가 점점 사용하지 않으니 사라져 버렸다.

예전에는 자신이 아쉬운 상황이니 교섭에 신중을 기울였지만 점점 상황이 나아지다 보니 아쉬울 일도 없고 교섭을 할 일도 없으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라는 것은 보통 셋에서 다섯 정도였다.

그런데, 지크프리트는 무려 여덟 개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항상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럴 수 있는 근원은 아마도….

‘저건가? 간웅의 야심.’

간웅의 야심 LV.5 :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신념을 뛰어넘는 집념을 발휘한다. 모든 일에 강한 원동력을 심어주고 평소에 쉬지 않고 목표를 위해서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신념을 뛰어넘는 집념을 발휘하게 하는 능력.

아마 저것이 지크프리트가 보여주는 말도 안 되는 능력치의 기본 토대일 것이다.

전부 90이 넘는 능력치도, 여덟 개나 되는 특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야심가라… 젠장, 이거 진짜 골 때리는 놈이었어.’

지크프리트의 상태창에 뜬 야심가라는 정체성에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능력치 자체는 각오를 했다.

지략과 무력을 이미 확인한 상태였으니 이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특성과 정체성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야심가라는 정체성과 간웅의 야심이라는 특성.

이 두 가지가 말해주는 것은 하나였다.

지크프리트라는 인간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상의 대립이 이어지는 시대에 적수로 나타난 게 이딴 놈이라니?

밀턴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 귀국은 즉시 본국의 영토에서 군을 철수하여야 한다는 거요.”

“서부 지역의 귀족들은 우리나라에 자발적으로 귀순을 했답니다. 그런데 우리가 물러나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보다 먼저 스트라부스 왕국의 국왕이 우리에게 항복을 했단 말이오. 그 시점에서 구 스트라부스 왕국의 영토는 모두 우리의 것이 되었소.”

“누가 먼저인지는 상관없지요. 원래 봉토 귀족이라는 것은 자기 영지에 대한 재량권을 가지는 법. 그들이 정식으로 귀순을 한 이상 그들의 영지가 귀속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랍니다.”

“우리 공화국은 귀족이라는 존재도, 영지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소. 그런 논리로 우리를 납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오?”

“그렇게 따지면 왕국에서는 공화정이라는 시스템도 인정하지 않죠.”

“지금 말 다했소?!”

밀턴이 지크프리트의 상태창을 살피는 동안 외교의 협상은 난항을 격고 있었다.

논쟁의 핵심은 역시 이번에 레스터 왕국에게 항복한 봉토 귀족들이었다.

그들이 자기 영지를 들고 대거 항복해 버렸기 때문에 스트라부스 왕국의 서부 지역 일체가 레스터 왕국에게 넘어가 버렸다.

그 영토가 상당하다 보니 스트라부스 왕국을 점령한 공화국의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것이 당연했다.

레스터 왕국은 이번에 힐데스 공화국을 거의 집어삼켜서 덩치가 커졌다.

거기에 더해서 스트라부스 왕국의 서부 지역까지 더해진다면 대륙의 북동부를 아우르는 대국이 탄생하게 된다.

공화국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공화국의 두 총통은 싹이 자라기 전에 무조건 짓밟아 버려야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나왔다.

최소한 서부 지역은 돌려받아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무리해서 전쟁을 지속할 의지도 있었다.

하지만 두 총통이 아무리 윽박지르고 거칠게 나온다고 해도 레이라 여왕은 눈썹 한 번 까딱 거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유유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과정을 보면서 밀턴은 자신의 약혼녀가 무척 믿음직하게 보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 외교의 테이블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렇게 대화가 지속되자 양쪽의 대화는 어느새 쳇바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서로가 원하는 바를 다 말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원론적인 책임 전가로 서로를 공격했지만 둘 다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쳇바퀴를 깨고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누군가 한 명은 강수를 둬야 했다.

그리고 먼저 그걸 시작한 것은 슈하이머 총통이었다.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힘으로 되찾을 수밖에 없소.”

한마디로 여기서 더 물러나지 않으면 전쟁으로 서부 지역을 빼앗겠다는 말이었다.

‘자 어쩔 거냐?’

슈하이머 총통은 레이라 여왕의 말을 기다렸다.

이제 선택권은 저쪽으로 넘어갔다.

솔직히 여기서 레스터 왕국과 전쟁을 하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아직 스트라부스 왕국을 완전히 점령해서 토지를 안정화시킨 것도 아닌데 레스터 왕국과의 전쟁을 이어간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무리가 많이 가는 선택지였다.

다만, 여기서 서부 지역을 그냥 넘겨주게 되면 레스터 왕국의 덩치가 너무 커져 버린다.

기껏 스트라부스 왕국을 쓰러트린 이유가 무엇인가?

북부를 완전히 병합한 후에 대륙의 남부를 도모하는 것.

그것이 스트라부스 왕국 정벌이 가지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레스터 왕국이 강대국으로 거듭나 버리면 마음 놓고 남부를 노리기 힘들어진다.

이제까지 상대하던 적이 스트라부스 왕국에서 레스터 왕국으로 바뀌는 것뿐인 것이다.

그런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무리를 무릅쓰고서라도 전쟁을 이어갈 용의가 있었다.

슈하이머 총통이 꺼낸 카드는 단순한 블러핑이 아니라 실제로 저지를 각오가 되어 있는 지름패였다.

거기에 레이라 여왕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힘으로 되찾겠다, 라….”

그리고 뜸을 들이던 레이라 여왕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어디 한번 해보시죠.”

레이라 여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총통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레이라 여왕!”

“정녕 해보겠다는 건가?!”

그런 둘을 보고 레이라 여왕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그럼 제가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나요? 승산이 차고 넘치는 전쟁인데 제가 왜요?”

“승산이 넘친다고? 아직 어려서 그런지 전쟁을 잘 모르는군.”

슈하이머 총통은 레이라 여왕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런가요?”

하지만 노골적인 비웃음에도 레이라 여왕은 그저 미소로 흘려버릴 뿐이었다.

몹시 아름답고 화사한 미소였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상대방을 빡치게 하기에 충분한 미소였다.

결국 페인하임 총통이 폭발했다.

“현재 우리 공화국군의 남은 전력은 15만이 넘는다.”

“그런가요?”

“레스터 왕국에서 가용 가능한 병력이라고 해봐야 고작 5만 남짓일 뿐일 텐데?”

“그 정도 되죠.”

“그런데 정녕 해보자는 건가?”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하던 레이라 여왕은 희미한 미소를 유지한 상태로 말했다.

“그 5만을 이끄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죠?”

레이라 여왕은 자신의 오른편에 있는 밀턴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들 공화국에 몇 번이고 커다란 패배를 안겨준 밀턴 포레스트가 이끄는 5만의 정예 병력입니다. 과연 쉽게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밀턴을 소개하는 레이라 여왕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순간 페인하임 총통은 생각했다.

‘확실히 저놈은 거슬려….’

이제 밀턴은 더 이상 무명이 아니었다.

이전의 전쟁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었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훨씬 더 커다란 전공을 세우며 그 위명을 넓게 퍼트렸다.

그 무게감은 밀턴 포레스트라는 이름 그 자체가 하나의 전력으로 취급 받을 정도였다.

그래서 레이라 여왕도 외교 석상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화국 쪽이라고 거기에 대응할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퍽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인데,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밀턴 포레스트가 부담스럽지 않소. 안 그런가? 지크프리트 총사령관.”

슈하이머 총통의 말에 지크프리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명령을 내려 주신다면, 레스터 왕국을 한 달 안에 지워 보이겠습니다.”

당연히 그런 말을 듣고 밀턴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한 달?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보지 그래?”

밀턴과 지크프리트의 사이에 다시 한번 불꽃이 튀겼다.

그리고 레이라 여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지크프리트에게 말했다.

“당신 고생이 많군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오?”

“한 달이면 충분한 게 아니죠? 안 그래요?”

“…….”

“한 달 이상 전쟁을 끌면 안 된다, 라는 것이 진짜 속마음 아닌가요?”

레이라 여왕의 말에 지크프리트의 눈썹사이에 주름이 생겼다.

‘이 여자….’

지크프리트 안의 평가에서 레이라 여왕은 유능한 군주였다.

하지만 그 유능함의 정도에 관해서는 다소 저평가됨이 있었던 모양이다.

두 총통이 보내는 불안한 표정을 보면서 지크프리트는 침묵을 고수했고, 레이라 여왕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어갔다.

“만약, 우리와의 전쟁이 한 달 이상 길어진다면 그때 당신들을 기다리는 것은 파멸뿐입니다.”

“웃기는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슈하이머 총통의 물음에 레이라 여왕이 담담하게 설명했다.

“만약 전쟁이 길어지면 가장 먼저 남부에 있는 발랑스 왕국이 빈틈을 노리고 치고 올라올 것이니까요?”

순간 슈하이머 총통은 움찔했지만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 정도 사태는 상정하에 있소. 스트라부스 왕국을 멸망시킨 이상 본국에 수비 병력은 의미가 없는 법. 그들이 남하해서 국경을 지킨다면 충분하오.”

“본국의 병력을 불러온다고요? 과연 그럴 시간이나 있을까요? 제가 발랑스 왕국이라면 내가 서부 지역에 한 일을 그대로 남부 지역에 할 텐데?”

“…….”

순간 슈하이머 총통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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