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게임-100화 (100/257)

제100화

밀턴과 레이라 여왕의 결혼.

이 경사스런 소식은 순식간에 나라 전체에 퍼졌다.

스트라부스 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큰 전쟁 때문에 정세가 어지러운 시점에 경사스런 소식이 들려오자 자연스럽게 백성들의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다.

“듣기로는 소피아 필리노버라는 영애분도 같이 결혼한다고 하더군.”

“아니, 그게 되는가? 여왕의 남편이 된다면서 다른 여자를 후처로 들인다고?”

“듣기로는 필리노버 영애가 포레스트 가문의 안주인으로 들어가고, 포레스트 후작님은 대공위에 오르셔서 레이라 여왕님을 뒷받침한다고 하시는군.”

“그래도 괜찮은가?”

“안 될 거야 뭔가? 후계자 문제로 시끄러울 일은 없을 테니 된 거지. 안 그래?”

“그건 그렇지. 어쨌든 나라를 위해서 고생을 많이 하신 분들이니만큼 행복하셨으면 좋겠어.”

“당연하지. 괜히 다른 소리를 하는 놈들이 있다면 그냥 확….”

대부분의 여론들은 이 결혼 소식을 환영했다.

레이라 여왕의 말대로 지금 이 나라에서 밀턴과 레이라 여왕의 결정에 반대를 외친다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그리고 레이라 여왕이 살짝 여론을 흔들어서 밀턴의 명예를 살려 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결혼의 당사자인 밀턴은….

“주군, 여기에 앉으세요.”

“소피아. 이제 주군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잖아?”

밀턴의 말에 소피아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금 밀턴은 임시 왕궁의 정원에서 자신의 두 약혼녀와 함께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곧 전쟁터로 나가야 하지만 그 전에 짧은 시간만이라도 이 둘과 같이 시간을 보내려는 것이다.

“그래도 말은 빠르게 정리하는 게 좋아요. 필리노버 영애.”

“예. 알겠습니다. 전하.”

레이라 여왕은 밀턴의 오른편에 앉아서 소피아를 웃으며 대했다.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받아들이고 나서 텃세를 부리는 것은 그녀의 성격상 맞지 않았다.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도 말을 좀 바꿔야겠군. 으음…. 앞으로 소피아라고 부르겠어요.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전하.”

“공석에서는 몰라도 사석에서는 나를 언니처럼 대해 주었으면 해요. 나도 자매가 생긴 것 같아서 나쁘지 않으니….”

“감사합니다.”

두 여자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하아…. 진짜 전쟁터 가기 엄청 싫어지네.’

자신의 두 약혼녀가 다정하게 있는 것을 보며 밀턴은 갑자기 전쟁터에 가기가 엄청 싫어졌다.

이미 원정군의 구성 준비가 다 끝나가는 마당에 그럴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 밀턴의 마음을 귀신같이 눈치 챈 요물 여왕이 말했다.

“포레스트 후작. 그대가 친정을 나가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소?”

그 말에 밀턴은 자신도 모르게 그러겠다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그래도 가야겠죠. 이미 병력 구성도 다 끝났는데 이제 와서 총사령관이 안 간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밀턴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레이라 여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둘이나 내버려 두고 전쟁터로 향한다는 건가? 너무 매정한 남자군. 안 그런가요? 소피아.”

동의를 구하는 레이라 여왕의 말에 소피아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잘…. 그래도 주군께서는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이니 저는 그저 믿고 따르겠어요.”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자라난 소피아는 밀턴을 대놓고 붙잡을 수는 없었다.

다만….

“그래도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뭘 말이지?”

“꼭…. 돌아와 주셔야 해요.”

소피아 딴에는 최대한 용기를 내서 말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밀턴은 그 한마디에 가슴이 찡해졌다.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밀턴은 소피아를 자기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진짜 전쟁터만 아니면 주머니에 들어가기만 하면 캥거루처럼 넣고 다니고 싶었다.

“이런, 나는 그냥 덤인가?”

레이라 여왕이 옆에서 한마디 하자 소피아는 순간 밀턴의 품에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밀턴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대신 밀턴은 다른 한쪽 팔을 벌렸다.

“이리 오세요.”

“이제 와서?”

“싫은가요?”

그러자 레이라 여왕은 배시시 웃으며 밀턴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자신의 여자가 된 두 여인을 두 팔에 꼭 끌어안고 밀턴이 말했다.

“약속하지. 꼭 돌아올게.”

그 어느 때보다 전쟁터에서 돌아오겠다는 결심이 강해진 밀턴이었다.

***

스트라부스 왕국으로 출발하기 위한 원정군의 준비가 끝났다.

총 병력 8만.

기사 병력 300.

총사령관 밀턴 포레스트 후작.

작전 참모 란돌 세비안 자작.

이 정도면 레스터 왕국으로서는 정말 크게 마음을 먹은 것이다.

원래 예정된 병력 규모는 5만이었지만 밀턴이 고집을 부려서 병력 규모를 8만까지 늘렸다.

‘이번 전쟁, 결코 허투루 보면 안 돼.’

전쟁을 시작하면서부터 밀턴은 마음을 단단하게 먹었다.

공화주의와 왕정주의라는 사상의 대립.

거기에 더해서 군사 강국인 스트라부스 왕국의 흔들림.

이런 상황 속에서 전 대륙의 국가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이번 전쟁은 사실상 세계대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런 거대한 전쟁은 결과에 따라서 세계의 판도가 바뀐다.

어떤 나라는 승자로서 패권을 쥘 것이고, 또 어떤 나라는 패자로서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전쟁이 이번 전쟁인 것이다.

그러니 밀턴은 최고의 정예들로 이뤄진 8만의 군세를 이끌고 스트라부스 왕국으로 향했다.

대군을 이끌고 밀턴은 스트라부스 왕국의 수도 템플리체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스트라부스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디에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스트라부스 왕국의 관리가 원정군을 이끌고 온 밀턴을 맞이했다.

“레스터 왕국에서 온 밀턴 포레스트 후작이오. 동맹국으로서 원군을 이끌고 전쟁에 가세하기 위해 왔소.”

밀턴은 그렇게 말하면서 왕실의 인장이 찍혀 있는 서류를 내밀었다.

관리는 공손하게 서류를 받아서 내용을 확인하더니 깜짝 놀랐다.

“총 병력 구성원이 8만, 기사단이 300. 이게 정말 맞습니까?”

“그렇소.”

밀턴의 말에 관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단하시군요. 이제까지 동맹군 중에서 포레스트 후작님이 가장 많은 병력을 이끌고 오셨습니다.”

“내가 가장 많이? …다른 나라에서는 군사를 얼마나 파병한 것이오?”

“그건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가 좀… 그래도 후작님이 가장 많은 원군을 이끌고 오셨습니다. 왕국을 대신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관리의 인사를 받으면서 밀턴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자신이 원군을 많이 끌고 온 것은 맞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데리고 올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데리고 왔다.

그러나, 레스터 왕국은 그렇게 강대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8만 병력이 무리가 간 것이지 다른 나라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도 더 많은 병력을 이끌고 내려올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내가 가장 많다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밀턴이었지만 지금 당장 궁금증을 풀 수는 없었다.

원군을 많이 데리고 와서인지 스트라부스 왕국의 관리는 밀턴을 몹시 정중하게 대했다.

수도의 외곽에 병사들이 막사를 치게 하고 그들의 편의를 최대한 제공 받았다.

그리고 밀턴은 세비안 자작과 제롬을 포함해서 간부진을 거느리고 왕도 안으로 입성했다.

그리고 왕성으로 안내 받은 밀턴은 바로 스트라부스 왕국의 국왕을 알현해야 했다.

화려한 대전으로 안내된 밀턴은 붉은 카펫 위에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레스터 왕국의 밀턴 포레스트 후작이 스트라부스 왕국의 유일한 군주를 뵙습니다.”

밀턴이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자 왕좌에 앉은 국왕이 말했다.

“환영한다. 포레스트 후작.”

스트라부스 왕국의 국왕은 밀턴을 바라보며 말했다.

“짐이 바우첸 프라이베르크 스트라부스다.”

‘이름 참 길기도 길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겉과 속이 다르게 예의를 지킨 밀턴은 바우첸 국왕의 상태창을 슬쩍 살폈다.

[바우첸 프라이베르크 스트라부스]

국왕 LV.7

무력 - 65 통솔 - 95

지력 - 77 정치 - 89

충성 - 00

특성 - 안목, 설득, 등용, 외교, 카리스마, 전략.

안목 LV.7 : 사람을 보는 눈이 뛰어나다. 인간의 선악 유무를 능숙하게 파악한다.

설득 LV.5 : 뜻이 맞지 않는 상대의 의도를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돌려놓을 수 있다.

등용 LV.5 : 자신의 목적에 맞는 인재를 등용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외교 LV.8 : 타국과의 교섭에서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서 협상한다.

카리스마 LV.8 :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서 신하들의 충성심을 올릴 수 있다.

전략 LV.6 : 전쟁의 전체적인 판도를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상당한걸? 이 정도면 충분히 유능한 왕이잖아?’

바우첸 국왕의 상태창을 보고 밀턴은 깜짝 놀랐다.

과연 중부의 강국 스트라부스 왕국의 지존이라고 해야 할까?

일국의 왕으로서 필요한 덕목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바우첸 국왕에 비하면 과거 레스터 왕국의 국왕이었던 오거스트 국왕은 자기 권력의 보신밖에 관심 없는 쓰레기라고 봐도 좋았다.

그리고 밀턴은 이 남자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총 병력을 8만이 데리고 왔더군. 우리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야.”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레스터 왕국으로서는 너무 무리한 것 아닌가?”

바우첸 국왕이 넌지시 하는 말에 밀턴은 정중하지만 사무적인 어조로 응대했다.

“우리나라 역시 스트라부스 왕국과 같이 공화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건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밀턴의 말에 바우첸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 그렇겠지.”

그리고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우리처럼 공화국과 실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와 우리 덕분에 후방에서 안전하게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나라는 달라.”

바우첸 국왕은 씁쓸한 어조에 밀턴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뭔가 문제가 있구나.’

바우첸 국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 전쟁은 공화국의 연합을 상대로 전 대륙의 왕국들이 맞서 싸워야 할 대전쟁이다. 그런데… 혹시 다른 나라에서 원군을 얼마나 보냈는지 알고 있는가?”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보다 조금 적다고 알고 있습니다.”

밀턴의 말에 바우첸 국왕은 피식 웃었다.

“조금이라….”

그리고 바우첸 국왕은 시종을 통해 한 장의 보고서를 밀턴에게 주었다.

“직접 보아라.”

밀턴이 서류를 확인해보니 거기에는 각국에서 보낸 원군의 파병 규모가 적혀 있었다.

레스터 왕국 - 8만.

사령관 - 밀턴 포레스트 후작.

발랑스 왕국 - 2만.

사령관 - 게일 디오스 백작.

글로스터 왕국 - 2만.

사령관 - 조쉬 카본 백작.

스트라빈 왕국 - 1만 5천.

사령관 - 엘리엇 타우로스 백작.

헤리퍼드 왕국 - 2만 5천.

사령관 - 시온 유하네스 후작.

플로렌스 공국 - 1만.

사령관 - 바이올렛 론 플로렌스 3공주

“미친….”

밀턴은 순간 이 자리가 타국의 대전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욕을 할 뻔했다.

“크흠…. 죄송합니다. 전하.”

서둘러 사과하는 밀턴에게 바우첸 국왕이 말했다.

“아니, 후작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같은 심정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가 차지 않는가?”

“예. …정말 그렇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것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밀턴은 다른 나라에서 보낸 원군 병력의 규모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군의 규모도 작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군의 총사령관으로 백작을 보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일까?

리스트에 있는 나라들 중에 플로렌스 공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모두 레스터 왕국보다 국력이 더 강한 나라들이다.

못해도 5만 정도는 여유 있게 파병할 수 있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보낸 병력은 전부 3만 미만의 병력이었다.

거기다 지휘관으로 보낸 자들도 대부분이 백작위 정도였고 말이다.

어째서 이러는 것일까?

만약 스트라부스 왕국이 공화국에 뚫리게 되면 그때는 대륙의 중부를 넘어서 남부까지 공화국의 칼날이 닿는 거리가 된다.

그런데 주변 왕국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