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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게임-91화 (91/257)

제91화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자세한 상황은 안에 들어가서 보고 받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주군.”

밀턴은 안에 들어가서 옷을 편하게 갈아입은 다음 가신들의 보고를 받았다.

맥스를 비롯한 여러 가신들이 밀턴 앞에서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그럼 보고하겠습니다.”

“시작해.”

“우선 영주님이 안 계신 동안 명령하셨던 항구 개발과 광산 개발을 완료하였습니다.”

“그렇군.”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확인해 알고는 있었지만 모르는 척 보고를 받는 밀턴이었다.

“별문제는 없었나?”

“예. 광산의 경우 인부를 구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영지의 인구가 늘어나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군. 항구는?”

“항구는 이제 막 신설이 되어서 아직 큰 성과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지의 인구가 늘면서 여러 상단들이 개입하려고 하고 있으니 활성화만 되면 영지에 큰 이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수고가 많았군.”

“예. 특히 항구 개발에 관해서는 여기 계신 소피아 양의 공이 컸습니다.”

맥스가 한쪽에 있는 소피아에게 공을 돌리자 밀턴은 웃으면서 말했다.

“큰 공을 세웠군.”

“감사합니다. 모두 영주님이 저를 믿고 써주신 덕분입니다.”

소피아는 우아하게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어여쁜 귀족 영애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였지만 밀턴은 소피아 역시 능력치가 상당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밀턴을 향해서 보고를 이어 갔다.

“항구의 건축과 도시의 개보수 공사에 관한 보고를 하겠습니다.”

그녀는 준비한 서류를 밀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도시의 형태는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도로망을 만들고 거주구와 상업 지구를 확실하게 나눴습니다. 그리고 상하수도의 시설도 도로망을 따라서 완성했습니다.”

소피아의 보고에 밀턴은 은은하게 감탄했다.

‘진짜 대박이군. 어디서 이렇게 예쁘고 똑똑한 대박이가 나왔을까?’

뭔가 이중적인 의미로 소피아가 예뻐 보이는 밀턴이었다.

“다만 앞으로의 인구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 상수원의 확보가 시급합니다.”

“상수원의 확보라? 구체안은 있는 건가?”

“댐을 만들어서 수자원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후보지와 공사 계획까지 모두 세웠지만 실행은 제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영주님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소피아가 댐의 건설 공사 허가서를 내밀었다.

“시행하도록.”

밀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시원하게 거기에 사인을 해 주었다.

그러자 소피아는 생일 선물을 받은 어린애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댐 짓는 게 저렇게 좋을까?’

보통의 아가씨들 같은 경우 드레스나 보석을 더 좋아할 텐데 참 특이한 아가씨였다.

그밖에도 몇 가지 보고가 이어졌지만 대부분은 같았다.

인구가 늘고 영지의 규모가 커짐으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발전된 상황이었다.

그 보고를 모두 받은 다음 밀턴은 가신들에게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 내가 없는 동안 모두들 수고가 많았다.”

밀턴의 칭찬 한마디에 가신들은 모두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신들을 스윽 둘러봤지만 충성심이 80 이하인 인간은 한두 명밖에 없었다.

밀턴은 자신이 가신들을 완벽하게 휘어잡았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이미 알고들 있겠지만 공화국이 수도를 불태웠다.”

“짐승만도 못한 놈들….”

“점령을 못 했다고 모두 파괴하다니?”

“절대 용서 못 할 놈들입니다.”

가신들은 모두 분노했고 특히 소피아가 가장 크게 분노했다.

“그 도시 자체가 얼마나 커다란 문화와 역사의 증거물인데…. 그걸 불태우다니….”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진심으로 분해했다.

‘이런…. 달래주면 안 되지?’

밀턴은 자신도 모르게 소피아를 달래 주려고 하다가 여기가 공석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위엄 있게 말했다.

“모두 진정해라. 어쨌든 수도를 재건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나 나라가 제 구실을 하려면 역시 중심이 있어야 하는 법. 그래서 레이라 공주 전하께서는 우리 포레스트 영지를 임시 수도로 결정하셨다.”

밀턴의 말에 가신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입니까? 저희 영지가 수도로?”

“어디까지나 임시다.”

“그…. 그렇다고 해도 우리 영지가 수도라니…. 그렇다면 당분간은 우리 영지가 국가의 중심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되겠지.”

가신들은 크게 들떴다.

원래 레스터 왕국에서 남부라고 하면 촌동네의 대명사 같은 곳이었다.

예전에 릭과 토미가 옷 가게에서 수도의 귀족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던 것만 생각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포레스트 영지가 이제 국가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비록 임시라고 해도 언제까지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짧으면 3~5년 정도일 수도 있고, 길면 더 갈 수도 있고, 어쩌면 그냥 쭉 이대로 갈 수도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는 새삼 말할 것도 없었다.

‘역시 어디를 가도 국가 정책이 부동산에 엮이면 대박이지.’

들뜬 가신들의 표정을 보며 밀턴이 속으로 생각했다.

“자, 좋은 건 좋은 거지만 할 일이 산더미로 늘어났다는 것도 명심하기를 바란다.”

가신들의 표정이 진지해지자 밀턴이 말을 이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제부터 내려오는 피난민들을 수용하는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그들이 살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의식주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영주님. 수도에서 내려오는 피난민은 몇이나 되는 겁니까?”

“추정치로는 30만이 약간 넘을 것이다.”

“30만….”

순간 맥스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지금 포레스트 영지의 인구는 13만 정도 된다.

그런데 순식간에 세 배가 넘는 인구가 더해진다고 하니 부담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이것도 많이 준 것이다.

원래 공화국이 쳐들어왔을 때 레이라 공주를 따라서 피난길에 오른 시민이 100만이었다.

노인과 어린애들까지 모두 합쳐서 말이다.

하지만 가혹한 피난길에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것이 대략 10만 정도 되었다.

그 후에 전쟁이 끝나고 절반가량은 피난민은 수도 재건을 위해서 남았다.

그리고 또 남은 일부 중에 건장한 남자들을 중심으로 인해서 북부의 병사로 지원했다.

이번 전쟁으로 국가에 힘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를 깨달은 이들 중에 상당수가 군인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줄고 줄어서 포레스트 영지에서 감당해야 할 숫자가 30만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많기는 많았다.

“정부에서의 지원금은 따로 있습니까?”

“레이라 공주님이 당분간 개인적인 사재를 털어서 우리를 지원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향후 3년 동안의 세금 면제도 약속하셨다.”

“그렇군요.”

맥스는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피난민들은 늦어도 열흘 후부터는 순차적으로 도착할 것이다. 한동안은 그들은 천막을 치고 피난민처럼 생활할 테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소피아.”

“예. 부르셨습니까? 영주님.”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 환경이다. 임시로라도 좋으니 영지민이 살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어라.”

밀턴의 말에 소피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한 가구 한 가구씩 짓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좀 불편하더라도 한꺼번에 100명 이상이 주거할 수 있는 공동 주거 시설을 짓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 부분은 맡기겠다.”

건축가로서의 소피아의 능력치를 알고 있는 밀턴이었기에 그녀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그리고 맥스.”

“부르셨습니까? 주군.”

“너를 행정관에서 해임한다.”

순간 맥스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밀턴의 다음 말이 이어지자 표정이 환해졌다.

“영지의 규모가 늘어난 만큼 행정처를 따로 만들어야겠다. 너에게는 수석 행정관이라는 자리를 내리고 행정처의 인사에 관한 전권을 위임한다.”

이건 사실상 영지의 내정을 맥스에게 일임하겠다는 말과 같았다.

예전에는 지닌 능력에 비해서 충성심이 낮아 중임을 맡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맥스의 충성심이 95에 도달할 정도였으니 밀턴도 망설임 없이 중책을 맡기는 것이다.

“맡겨 주신다면 절대 기대를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음, 믿고 맡기겠다.”

밀턴의 말에 맥스의 충성 수치는 순간 98까지 올라갔다.

‘왜 이렇게 잘 오르…. 아! 내 특성에 그런 능력이 있었지?’

군주의 위엄 LV.2 :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군에게 강한 믿음을 주며 적에게는 두려움을 준다. 상벌을 내림에 따라 신하의 충성심을 크게 올릴 수 있다.

이 특성 덕분에 상벌을 내리는 것에 따라서 부하들의 충성심이 크게 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을 무작정 내리면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적절한 인물에게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상벌을 내려야 효과가 있는 능력이었다.

맥스에게는 이 상황이 정말 딱 떨어진 모양이다.

노는 물이 들어왔을 때 저어야 하고 쇠뿔은 단 김에 뽑아야 한다.

포레스트 영지에 피난민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오면서 영지의 행정관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시민권을 등록하려는 분은 여기에 등록을 해 주십시오.”

“가족끼리 함께 오신 분들은 번거롭지 않게 같이 등록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식량과 모포가 모자랍니다.”

“B-2거주구는 꽉 찼습니다.”

맥스는 대량으로 사람을 뽑아서 행정처를 만들고 피난민들을 수용했다.

들어오는 사람을 하나하나의 시민권을 등록하고, 거주구를 나눠서 효율적으로 배급 관리를 했다.

밀턴에게 명령을 받은 소피아는 이미 공동 주거 시설의 건축에 들어갔다.

30만이라는 인구가 한꺼번에 과도 유입되는 과정에서도 포레스트 영지는 점점 발전해 가고 있었다.

어째서 이럴 수 있을까?

맥스가 유능하고 그 밑에 행정관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행정관이 유능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순탄하게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돈이었다.

인간은 살아 있는 것만 해도 돈이 든다.

30만이라는 거대 인구가 잡아먹는 돈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거뜬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레이라 공주가 엄청난 스폰서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진짜 레이라 공주의 자금력은 밀턴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과거 샤를롯트 상단의 상단주로서 가지고 있던 자금력은 그녀에게 있어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돈이 샘솟듯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1년 정도 버티겠네요.”

세상에 마르지 않는 재원은 없는 법이다.

레이라 공주의 말에 밀턴은 깜짝 놀랐다.

“앞으로 1년밖에 못 버틴다고요?”

“말은 바로 하죠? 나니까 1년씩이나 버티는 거예요. 지금 후작이 내 돈을 얼마나 잡아먹고 있는지 알아요?”

레이라 공주의 말에 밀턴은 쓰게 웃었다.

사실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많이 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밀턴도 할 말은 있다.

“허투로 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필요한 곳을 최우선으로 해서 알뜰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건 알아요. 내 말은 잘잘못을 따지자고 하는 게 아니에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거죠.”

레이라 공주는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금 같은 지출 상황으로는 1년밖에 버티지 못해요. 그러니 그 전에 상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거죠.”

“어려운 문제군요.”

“나라를 안정시킨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

전쟁에서 적을 물리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밀턴에게도 바로 생각나는 것은 하나 있었다.

“일단 쉬운 것부터 풀어가자면, 공주님의 왕위 등극이 우선 아닙니까? 꽤 많은 사람들이 보채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밀턴의 말에 레이라 공주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후작까지 나를 보채는 건가요?”

최근 들어서 여러 사람들이 레이라 공주에게 왕위에 오를 것을 권했다.

현재도 레이라 공주의 권한은 국왕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나라의 형태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역시 왕위를 공석으로 비워두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라 공주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망설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 아버지라는 사람의 생사만 확실하면 나도 확실하게 결정할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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