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게임-63화 (63/257)

제63화

[란돌 세비안]

책사 LV.5

무력 - 11 통솔 - 72

지력 - 91 정치 - 80

충성 - 00

특성 - 전략, 전술, 육감, 냉철, 언변.

전략 LV.6 : 전쟁의 전체적인 판도를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전술 LV.8 : 전투에서 발휘하는 모든 책략의 완성도가 높아지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육감 LV.4 : 자신이 지휘하는 군에게 위급한 상황이 닥치는 것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다.

냉철 LV.6 : 유혹이나 매수 등에 저항력이 높으며 죽음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도 초연할 수 있다.

언변 LV.5 : 대화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 혹은 굴복시킬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한 상대에게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전쟁의 책사로는 A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책사의 부재를 아까워하고 있는 밀턴에게 있어서 눈앞에 있는 란돌 세비안 자작은 굉장히 탐나는 인재였다.

꾸우우욱.

“윽….”

밀턴이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꽉 쥐자 세비안 자작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미안하오. 자작. 내가 실수를 한 모양이오.”

밀턴은 서둘러서 사과했다.

그런 밀턴을 보고 세비안 자작은 쓰게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꽤 수상한 놈으로 보이시나 보군요.”

세비안 자작은 밀턴이 자신을 경계해서 약간의 위협과 경고를 위해서 손에 힘을 줬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니 그건 아닌데… 미안하게 되었소.”

밀턴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지만 세비안 자작은 곧이듣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일단 경계부터 하는 건가? 도저히 벼락출세한 시골 귀족으로는 보이지 않아.’

그는 밀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만만치 않아. 내 생각보다 속이 깊은 인물일지도 몰라.’

세비안 자작은 밀턴 포레스트가 굉장히 용의주도하고 경계심이 강한 인간이라고 판단했다.

‘뭔가 이상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밀턴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그래요. 세비안 자작, 듣기로는 이번 전쟁에 도움이 될 만한 책략을 가지고 오신 듯한데… 원래 그쪽에 공부를 하신 분입니까?”

“예. 아카데미에서 전략과 전술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그리 자랑스런 경력은 아니지만 최근에 1왕자님이 이끌던 토벌군에 작전 참모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폭망했던… 아! 미안하오.”

“아닙니다. 어쨌든 사실이니까요.”

세비안 자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차피 나중에 밝혀질지도 모르니까 자기 입으로 미리 말해 두기는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랑스러운 경력은 아니었다.

1왕자군의 토벌군은 최악의 형태로 망했으니 말이다.

세비안 자작은 그 전쟁에서 자신의 의견이 하나도 채택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변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봤자 더 못난 인간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거지.’

속으로 한숨을 내쉰 후에 세비안 자작이 밀턴에게 말했다.

“백작님이라면 로비언스 성을 정면으로 공격해도 7할 이상의 확률로 함락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봐 주니 고맙군.”

“단, 정공법으로 공격하면 아무리 적어도 3,000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겠죠.”

“으음….”

“2왕자군을 물리친다고 해도 지금 북부에 파고 들어가 있는 공화국군을 생각하면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합니다.”

세비안 자작은 밀턴의 고민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밀턴은 한숨을 내쉬며 세비안 자작에게 말했다.

“자네 말이 맞아.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나?”

밀턴의 말에 세비안 자작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제 말을 믿어 주시는 겁니까?”

“맞는 말을 하는데 안 믿을 이유가 뭔가?”

“하지만 저는….”

“1왕자군에 책사로 있으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지.”

“그런데 저를 믿어 주시는 겁니까?”

오히려 세비안 자작이 계속 의문을 제기하자 밀턴은 잠시 생각해 봤다.

밀턴이 세비안 자작의 말을 순순히 새겨듣고 있는 것은 그의 능력치가 몹시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세비안 자작의 경우 밀턴이 자기 말을 너무 순순히 믿어주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하니 알 수 있는 일이군.’

상황을 파악한 밀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을 평가할 때 뜬소문이나 지난 과거보다는 현재 눈앞에 있는 인간 그 자체를 평가하는 게 나의 방식이네.”

“그러다 사람을 잘못 보면 어떻게 합니까?”

“사람 보는 안목에는 그럭저럭 자신이 있는 편일세.”

‘군주의 권능이라는 편리한 능력이 있으니까 말이야.’

밀턴이 그렇게 말한 순간 세비안 자작은 은은한 감탄을 하며 밀턴 포레스트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다.

‘그냥 일개 백작 정도로 끝날 인물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세비안 자작은 속으로 밀턴은 운 좋은 인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토벌군에서 빠졌다가 딱 좋을 때 군을 움직여서 왕도를 구했고 왕족인 레이라 공주라는 명분도 가지고 있다.

너무나 딱딱 맞아떨어진 상황을 보고 운이 좋다고밖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밀턴과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니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밀턴 포레스트는 지금까지 세비안 자작이 만나본 인물들 중에 가장 그릇이 큰 인물이었다.

이전에 스승을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참전했던 토벌군에서 봤던 스카이트 1왕자는 핏줄만 고귀할 뿐.

인간의 그릇으로 평가하면 감히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밀턴은 이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세비안 자작의 상태창에서 00이었던 충성 수치가 10으로 오르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좋아. 잘만 하면….’

세비안 자작의 마음이 자신에게 기운다는 것을 알아챈 밀턴은 좀 더 강하게 나갔다.

“자네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네. 그러니 나에게 그 능력을 보여주게. 받아들이고 말고는 그 후에 내가 선택할 일이지.”

밀턴의 말에 세비안 자작은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결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게 말한 세비안 자작은 자신의 품 안에서 이 일대의 지도를 꺼내서 펼쳤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로비언스 성의 공성 작전을 설명했다.

그리고 모든 설명이 끝난 후….

“아주 좋군. 무엇보다 실패한다고 해도 아군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어.”

밀턴은 크게 감탄하며 세비안 자작을 칭찬했다.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세비안 자작.”

“말씀하십시오.”

“이 작전의 지휘권을 그대에게 주겠네. 부디 최선을 다해서 로비언스 성을 함락시켜 주게.”

“정말입니까? 지휘권을 저에게 주신다고요?”

“자네가 입안한 작전이야. 가장 잘 지휘할 수 있는 것도 자네가 아닌가?”

“하지만….”

세비안 자작은 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과 포레스트 백작은 오늘 처음 만났다.

누구에게 소개를 받고 온 것도 아니고 자신의 경력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봐야 했다.

그런 자신의 작전을 순순히 채택해 준 것만 해도 놀라운데 지휘권까지 맡기다니?

호쾌한 것을 넘어서 파격적이기까지 했다.

‘도대체 나의 무엇을 믿고?’

어리둥절한 세비안 자작에게 밀턴이 말했다.

“자신이 없는가?”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밀턴의 짧은 한마디에 세비안 자작은 정신을 바싹 차렸다.

“할 수 있습니다. 맡겨 주시면 반드시 기대에 부응해 보이겠습니다.”

“좋아.”

밀턴은 웃으면서 세비안 자작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때 세비안 자작은 마음속으로….

‘반드시 나의 능력을 펼쳐 보이겠다. 그리고 포레스트 백작. 당신이 나를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밀턴이 한 생각은….

‘찜.’

이게 다였다.

로비언스 성에 틀어박힌 2왕자의 군은 철저한 농성 준비에 들어갔다.

물자를 최대한 끌어모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수성 장비도 성벽 위에 가득 배치했다.

그야말로 만전의 준비를 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는 2왕자군의 앞에 마침내 밀턴이 이끄는 남부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왔나?”

2왕자는 성벽 위에서 직접 적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승부다.

북부에서 공화국의 지원군이 올 때 까지 수성에 성공하면 자신의 승리이고, 그 전에 성벽이 무너지면 패배다.

‘어디 해보자.’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식의 마음가짐이었지만 2왕자는 나름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로비언스 성벽의 밖에 대기한 남부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공격하라!!”

“우와아아아아!!”

“반란군을 무찌르자!!”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성벽을 공격했다.

“화살을 쏴라! 적이 성벽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

2왕자군도 거기에 대응해서 전투에 임했다.

어느새 양쪽에서는 화살이 오가며 전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상하군.”

수성을 지휘하고 있던 북부군의 지휘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성벽에 위기가 찾아왔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 쉽게 적을 막아내고 있다.

적은 화살을 날리고 캐터필터를 이용해서 성벽을 공격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다.

성벽에 갈고리나 사다리를 걸어서 병력을 직접 올리는 방식의 전투를 취하지 않고 오직 안전한 거리에서 원거리 투사 공격만 하고 있었다.

방패로 궁수와 공성 병기를 보호하며 응사만 하고 있으니 수성하는 쪽에서는 위기감이 들 리가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왜 이러는 거지?”

적이 어째서 이렇게 엉성한 공성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로비언스 성은 예전의 바이칼 요새처럼 성벽이 높은 곳은 아니었다.

마음먹으면 갈고리와 사다리를 통해서 얼마든지 성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왜?

오직 투사 공격만 하는 적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지휘관은 혹시 몰라서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다른 성벽의 지휘관들 역시 같은 보고를 올렸다.

자연스럽게 2왕자는 고민에 빠졌다.

“무슨 속셈인 거지?”

사실 농성에 들어가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는 2왕자군의 입장에서 이건 바라는 방향으로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수상했다.

보통 이럴 때 2왕자는 자신의 숙부인 마리우스 후작에게 지혜를 청했지만 지금 그는 북부의 공화국에 원군을 청하기 위해서 전령으로 갔다.

그러니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참모들에게 상황을 물었다.

“적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겠는가?”

2왕자의 물음에 참모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아무래도 적은 이 다음의 전투를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다음의 전투?”

“그렇습니다. 적들의 입장에서 우리의 배후에 있는 공화국의 병력이 거슬릴 것입니다. 적극적인 공성으로 병력의 손실이 크면 그 후에 밀고 들어올 공화국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최소한의 피해로 공성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참모의 보고를 들은 2왕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2왕자는 내심 불쾌했지만 그때 다른 참모가 말했다.

“전하, 차라리 잘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인가?”

“적이 뒷일을 생각해서 전력을 다 기울이지 않는다면 수성은 쉬워집니다.”

“음…. 그건 그렇지.”

“우리는 어디까지나 마리우스 후작이 북부에서 지원군을 데리고 올 때 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입니다. 굳이 이 전투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지.”

자존심이 좀 상하기는 했지만 듣고 보니 상황 자체는 자신에게 오히려 더 유리한 것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방심하지 않도록.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일단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에 마음이 한결 놓이는 2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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