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게임-30화 (30/257)

제30화

하먼 자작에게 볼일을 마친 밀턴은 웃으면서 방을 나왔다.

기분 좋게 일을 마친 밀턴은 일단 상태창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기대감을 가득 가지고 밀턴은 상태창을 열었다.

[밀턴 포레스트 자작]

군주 LV.3

무력 - 72 통솔 - 79

지력 - 74 정치 - 52

충성 - 100

특성 - 카리스마, 각성, 인덕, 교섭

카리스마 LV.3 :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서 신하들의 충성심을 올릴 수 있다.

각성 LV.3 : 신하를 각성시켜서 정신적으로 능력을 끌어올리며, 충성심을 상승시킨다.

인덕 LV.2 : 대중들에게 포상을 내리거나 연설을 함으로써 민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

교섭 LV.1 : 거래나 협상 시에 자신의 조건을 관철시키기 유리해진다.

교섭이라는 새로운 특성이 추가된 것은 물론이고 각성과 인덕의 스킬이 한 단계 올라가 있었다.

‘정치 스텟이 2 올랐군. 좋아. 나쁘지 않아.’

초반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능력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해졌다.

밀턴은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며 다음으로 영지의 상태창을 살폈다.

영지 - 포레스트 영지.

인구 - 15,470명.

자금 - 15,480골드.

주요 생산품 - 밀, 보리, 귀리, 목재, 모피.

개발 가능 - 구리 광산.

군사력 - 기사 4인, 수습 기사 20인, 기병 20인, 보병 400인. 궁병 150인.

‘개발 가능? 이게 새롭게 생긴 능력인가?’

밀턴은 영지의 상태창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인구가 두 배로 늘었고, 주요 생산품에 목재와 모피가 추가되었다.

이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원래 하먼 자작령은 숲이 넓었고 거기서 나오는 목재와 그 숲에서 사는 동물의 모피를 팔아왔으니 말이다.

수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담비나 여우의 모피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꽤 짭짤한 수익이 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흥미로운 것은 새로 생긴 개발 가능이라는 능력이었다.

밀턴이 알기로 하먼 자작령에 광산은 없었다.

없었는데 개발 가능 항목에 광산이 생겼다.

즉!

‘이런 기능이라는 건가?’

밀턴은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금광이나 은광이 아니라고 해도 광산이 가져오는 이익은 상당했다.

개발에 성공만 하면 자금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것이 광산업이었다.

‘하먼 자작은 아마 평생 동안 자신의 영지에 광산이 있는지 몰랐겠지. 그럼 누가 건드리지 않았을 테니 매장량도 상당할 테고….’

밀턴은 하늘에서 돈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진정하자. 아직 영지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야.’

밀턴은 구름 위로 올라가려는 기분을 진정시키며 냉정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즉시 제롬을 불러서 명령을 내렸다.

“제롬, 새롭게 들어온 병사들을 우리 군에 적응시키기 위한 훈련을 시작하게.”

“훈련을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한데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괜찮아. 이제 겨울도 슬슬 다가오고 있고, 적어도 올해 안에는 전쟁이 더 없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로스케이즈 백작가와 로스와이 자작가가 남았습니다.”

“백작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로스와이 자작에 관해서는 내 나름의 생각이 있어.”

밀턴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전쟁을 꼭 피 흘려서 할 필요는 없지. 하먼 자작이 성급하다면 로스와이 자작은 소심한 인간이야. 앞으로 나서기를 겁내니 신중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겁쟁이지.”

“뭔가 묘안이 있으신 겁니까?”

“있지. 잘만 하면 로스와이 자작의 영지를 날로 먹을 수 있을 테고, 실패해도 우리가 손해 볼 일은 없을 거야.”

“그렇군요. 그렇다면 주군의 말씀을 믿고 군사의 조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빡세게 굴려.”

“빡세게?”

“아? 그러니까… 그냥 열심히 하라고.”

“예. 알겠습니다.”

잠시 전생의 말버릇이 나온 밀턴이었다.

제롬에게 명령을 내린 후에 밀턴은 맥스를 불렀다.

그리고 하먼 자작의 인장이 찍힌 두 개의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겠지?”

밀턴이 건네준 서류의 첫 장은 평범한 항복 문서였다.

패배를 인정하고 영지를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두 번째 서류였다.

“이건…. 과연, 그렇군요.”

맥스는 서류를 받고 감탄했다.

맥스가 보기에도 이건 확실하게 묘수였다.

“활용해야 될 시기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알고 있겠지?”

“예. 시기를 잘 맞춰서 사용하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자금의 여유가 좀 생겼으니 하먼 자작이 고용했던 용병들에게 고용 제의를 해봐.”

“바로 어제까지 적이었는데 괜찮겠습니까?”

“괜찮을 거다. 보수를 지불하면 그만큼은 싸우겠지. 그게 용병들이니까.”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밀턴의 지시를 받은 맥스의 태도는 이전보다 확실하게 고분고분해졌다.

단 한 번의 승리였지만 밀턴이 영지전을 순조롭게 승리로 이끄는 것을 보고 밀턴의 능력을 인정한 것 같았다.

그 증거로 밀턴의 눈에 보이는 맥스의 충성 수치가 77로 올라가 있었다.

밀턴은 그런 맥스의 상태창을 보면서 생각했다.

‘80까지만 올리면 배신 걱정은 접어도 되는 거겠지?’

밀턴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맥스를 바라봤다.

‘영주님… 설마 남색 취향은 아니시겠지?’

맥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포레스트 영지의 승리와 하먼 자작령의 합병.

이 소식은 순식간에 인근으로 퍼져 나갔다.

레스터 왕국의 중앙에서 보기에는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지방의 시골 귀족 두 명이 싸우고 그중에 한 명이 이겼다.

딱 그 정도로만 받아들였기에 밀턴이 제출한 영지 합병 서류를 빠르게 처리해 주었다.

승자와 패자의 인장이 모두 찍혀 있는 서류였기 때문에 괜히 트집 잡을 필요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중앙과 달리 포레스트 영지와 이웃한 영주들의 반응은 달랐다.

워낙 평화로운 지방이었기에 영지전이 발생한 것도 큰 화젯거리였지만 아예 한쪽이 다른 영지를 통째로 합병해 버릴 줄은 몰랐다.

“밀턴 포레스트 자작이라….”

“아직 젊다고 들었는데 혈기가 넘치는군.”

“내가 듣기로는 실제 전쟁에 참가해 봤을 정도로 호전적인 성향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흐음… 우리 영지는 포레스트 영지와 거리가 좀 떨어져 있지만 인근에 붙어 있는 분들은 조금 걱정이 되시겠습니다.”

“그건 그렇죠.”

인근의 영주들은 상황을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그들의 평판 속에서 밀턴 포레스트는 상당히 젊고 호전적인 신흥 귀족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만, 이제 막 영지전이 끝났으니 당분간은 자중을 하며 몸을 추스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가을의 거의 끝자락, 이제 초겨울이라고 할 만한 계절이 되었을 때 밀턴이 움직였다.

미리 준비해둔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동시에 로스와이 자작에게 영지전을 신청한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영지전을 신청 받은 로스와이 자작은 입술을 깨물며 초조함에 시달렸다.

원래는 그도 영지전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먼 자작과 로스와이 자작, 그리고 로스케이즈 백작까지.

이 세 명이서 힘을 모아서 포레스트 영지를 밀어 버리고 3등분해서 이득을 취할 예정이었다.

다만, 이런 계획은 중간에 하먼 자작이 돌발 행동을 벌이면서 변경되었다.

하먼 자작이 먼저 군사를 일으켜서 포레스트 영지에 쳐들어간 것이다.

계획에 없던 일이 발생해서 당황했지만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영지전의 결과였다.

밀턴 포레스트가 하먼 자작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단 한 번의 전투에서 하먼 자작의 병력을 격파하고 하먼 자작 본인은 사로잡혀 버렸다.

실력 차이를 유감없이 보여준 포레스트 영지의 전투력에 로스와이 자작은 깜짝 놀랐다.

사실 포레스트 영지는 딱히 동맹을 맺지 않아도 자신의 영지 병력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포레스트 영지의 강함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

당황한 로스와이 자작은 즉시 로스케이즈 백작을 찾아갔다.

로스케이즈 백작 역시 이 뜻밖의 사태에 당황하고 있었다.

“백작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정대로 영지전을 벌이기에는 좀….”

뒤에 ‘부담되지 않습니까?’라는 말은 삼키는 로스와이 자작이었다.

하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로스케이즈 백작은 그렇게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우리가 예상하던 것보다 그 애송이의 병력이 강한 모양이오.”

“전쟁터에 참전했다가 돌아오면서 강인한 용병들을 수습 기사로 들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게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으으음….”

밀턴은 전쟁이 끝나고 용병 출신의 수습 기사들에게 큰 상을 내렸다.

그건 전공을 치하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주변에 보이는 연막의 의미가 더 컸다.

자신이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것과 제롬 테이커라는 와일드카드는 가능하면 숨겨두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하들의 입단속을 단단히 하고 승전의 요인이 새롭게 받아들인 수습 기사들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후한 상을 내린 것이다.

로스와이 자작은 그런 밀턴의 함정에 제대로 낚인 상태였다.

“음… 영지전은 일단 좀 미루도록 하세.”

그리고 로스케이즈 백작 역시 지금 영지전을 벌이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했기에 선택했던 영지전이었다.

그런데 불안 요소가 보이는 상황에서 계속 밀어붙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백작님. 그럼 그렇게 알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포레스트 영지를 집어삼키는 계획은 조금 미루세.”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로스와이 자작은 대강 눈치를 채고 있었다.

로스케이즈 백작은 말로는 미루자고 했지만 사실상 이건 계획을 백지화시키자는 말과 같았다.

‘어떻게 보면 하먼 자작이 멋대로 일을 치러준 것이 다행이군. 젠장, 그런데 올겨울은 진짜 어떻게 나지? 식량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데….’

로스와이 자작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자신의 영지로 돌아왔다.

그게 약 보름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로스와이 자작은 별문제 없이 지내왔다.

영지전이 백지화된 이상 이제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즉, 그는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밀턴은 기다렸다는 듯이 로스와이 자작에게 영지전을 신청했다.

무엇보다 로스와이 자작을 곤란하게 하는 것은 밀턴이 제시한 명분이었다.

이전에 하먼 자작은 선전 포고도 하지 않고 불시에 병력을 이끌고 공격을 했지만 원래는 그러면 안 된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승리하지 않으면 영지전에서 이긴다고 해도 승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영지전을 신청하는 쪽에서는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한 법인데….

밀턴은 그 명분으로 하먼 자작의 증언을 제시했다.

하먼 자작이 포레스트 영지를 공격한 것은 뒤에서 로스와이 자작이 사주했다는 증언을 확보해서 중앙에 올린 것이다.

중앙에서는 이를 수리했고 정당하게 영지전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로스와이 자작으로서는 억울해 미칠 일이었다.

분명 자신과 하먼 자작, 그리고 로스케이즈 백작은 포레스트 영지를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날짜를 맞춰서 동시에 공격하려고 한 것이지 절대 하먼 자작을 부추긴 적은 없었다.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하면 ‘그게 그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일이었지만 당사자인 로스와이 자작은 억울해 미칠 것 같았다.

일을 꾸민 것은 셋인데 하먼 자작은 이미 몰락했고, 로스케이즈 백작은 슬쩍 빠져 있다.

이대로 가면 자신이 다 뒤집어써야 될 것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시도했다.

중앙에 급하게 사람을 보내서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이미 수락된 영지전의 서류는 철회되지 않았다.

그리고 영지전이 시작되기 전에 로스케이즈 백작에게 도움을 청해 보기도 했지만 매정하게 거절당했다.

오히려 로스케이즈 백작은 이번 일에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표명하며 로스와이 자작이 보낸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고 보내 버렸다.

포레스트 영지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위험을 무릅쓰면서 로스와이 자작을 도와야 할 이유는 없었다.

고립무원.

밀턴은 로스와이 자작을 완벽하게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이제 로스와이 자작에게 남은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영지전에서 싸워서 어떻게든 이기든가?

두 번째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목숨을 구하는 대신 영지를 넘기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길 수 있을까? 포레스트 영지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우리 영지 역시….’

로스와이 자작은 잠시 생각했다.

영지전에서 승리하면 모두 다 해결된다.

로스와이 자작은 그쪽으로 마음이 점점 기울었다.

하지만….

“아니 무리야. 우리 영지의 전력이나 하먼 자작의 전력이나 큰 차이가 없어. 승산이 확실한 것도 아닌데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건 절대 안 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밀턴의 평가대로 로스와이 자작은 좋게 말하면 절대 안전주의였고, 나쁘게 말하면 소심한 겁쟁이다.

애당초 도박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전에 영지전을 결심한 것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려서 결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하먼 자작과의 영지전으로 인해서 포레스트 영지의 전력은 재평가를 받고 있었다.

현 포레스트가의 가주가 직접 전쟁에 참가할 정도로 호전적인 성향이고 그 밑에는 강력한 기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무가 지향의 군벌 귀족, 이라는 것이 현재 포레스트 자작가의 평가였다.

로스와이 자작은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포레스트 영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항복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로스와이 자작은 결국 푸념을 하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목숨을 걸고 싸워서 영지를 지키기에는 로스와이 자작은 너무 유약했다.

그 역시 이 평화로운 나라에서 한평생을 보낸 온실 속 화초 같은 귀족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는 결국 펜을 들고 항복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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