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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게임-13화 (13/257)

제13화

밉상 3인방에게 위험한 임무를 맡기면서 밀턴 본인은 보급 부대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전쟁 중에 합법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보직이라니?

“이거야 말로 내가 바라는 꿀 보직이지. 평생 이것만 하라고 하면 말뚝 박는 것도 고려는 해볼 수 있는데 말이야.”

밀턴은 보급 부대를 이끌고 프라티노스로 이동하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보급 부대를 이끌고 도시에 도착하자 성문의 경비대가 절도 있게 맞이해 주었다.

“프라티노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속과 방문 목적을 말해 주십시오.”

“까마귀 요새 소속의 밀턴 포레스트 삼백인장이다. 보급품 구매와 이송을 목적으로 왔다.”

“알겠습니다.”

군의 인물은 통행료가 면제였기 때문에 간단한 신원 확인만으로 가볍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통과하는 도중에 경비대원이 말했다.

“저기… 혹시 이번에 바람의 계곡의 전투를 지휘하신 포레스트 자작님이십니까?”

“그렇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

밀턴이 인정을 하자 경비대원이 자세를 똑바로 하고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이번 전투에서 자작님의 지휘하에 싸운 고든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작님.”

“저… 저는 숀입니다. 자작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밀턴에게 인사를 건네는 경비대원들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존경심이 드러나 있었다.

밀턴은 그들의 선망 어린 눈동자를 받으면서 말했다.

“그래. 나도 함께 싸워줘서 고마웠네. 자네들 덕분에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어.”

밀턴의 말에 두 사람은 감동이 극에 달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잘하면 감격의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았다.

“가… 감사합니다. 자작님.”

“과분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경비대원들은 밀턴을 극진하게 배웅하면서 말했다.

“도시에 머무는 동안 뭔가 불편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경비대에 연락해 주십시오.”

“만사 제치고 달려가겠습니다. 자작님.”

“고맙네.”

밀턴은 경비대원들의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인사를 받으면서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얼떨떨해하고 있는 밀턴의 곁으로 제롬이 웃으면서 다가와서 말했다.

“경비대원들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으십니까?”

“좀 그렇군. 왜 저러는 거지?”

밀턴의 말에 제롬은 웃으면서 말했다.

“참모부에서는 자작님의 공적을 최대한 축소시키려고 했지만 프라티노스시에 사는 시민들은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구해준 영웅이 누군지 말이죠.”

“영웅이라니 무슨….”

밀턴은 너무 과대평가라고 생각했다.

지금 밀턴의 신분은 회색 산맥을 지키는 군인의 신분이고, 그 군인이 민간인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감사를 받을 일이긴 하지만 저렇게 숭배에 가까운 존경심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밀턴의 생각이었고 스트라부스 왕국 출신인 제롬은 다르게 생각했다.

“북부의 공화국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 나라에는 많은 전쟁 영웅이 탄생했죠.”

“그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그런 영웅 취급을 받을 정도의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적어도 이 도시를 구한 건 사실이죠.”

“그거야 뭐….”

“거기다 이 나라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전쟁 영웅의 얘기를 들으며 자라고, 그들을 동경합니다. 자작님이 이번에 보여주신 활약에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겁니다.”

“그냥 경비대가 조금 특출 난 거겠지.”

바람의 계곡에서 함께 싸우면서 생긴 전우애 때문이라고 밀턴은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밀턴의 생각은 틀렸다는 것이 바로 밝혀졌다.

“오! 포레스트 자작님. 그 바람의 계곡에서 열 배가 넘는 적을 물리친 포레스트 자작님이시란 말입니까?”

“어… 그렇긴 한데….”

‘열 배는 아니었지만 말이야.’

숙소를 잡는 과정에서부터 밀턴의 이름은 효력을 발휘했다.

여관 주인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밀턴에게 가장 좋은 방을 내주었다.

심지어….

“숙박비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숙박비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자네도 이걸로 장사를 하는데 돈을 안 받으면 어떻게 하나?”

“자작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도시가 공화주의자 놈들에게 어떤 끔찍한 짓을 당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깟 숙박비가 대수입니까?”

“아니 하지만….”

“제가 뻔뻔하게 자작님에게 숙박비를 받으면 이웃 사람들이 수전노라고 욕할 것입니다.”

여관 주인은 한사코 사양하면서 밀턴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밀턴을 향해서 쏟아지는 호의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정말 이 가격에 넘길 건가?”

“물론입죠. 이거면 충분합니다.”

보급 물자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밀턴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저가에 보급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너무 싼 것 아닌가? 이거 이문이 남기는 남나?”

“손해는 안 봅니다.”

“아니 상인이 이익을 남겨야지?”

“어차피 포레스트 자작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장사를 접었어야 할 겁니다.”

“맞습니다. 바람의 계곡에서 20배가 넘는 적을 맞서 싸워서 물리쳤기에 저희들이 오늘도 살아 있는 거죠.”

‘20배?’

또 늘었다.

“자작님이 일검을 휘두르자 공화주의자 수백 명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감명 받았는지 모릅니다.”

‘내가 무슨 소드 마스터냐?’

이상한 살까지 잔뜩 붙은 듯했다.

“자작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새로 태어난 제 아들놈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제 가문의 영광으로 남기겠습니다.”

‘이름을 확 개똥이라고 지어 버릴까 보다.’

밀턴을 향한 프라티노스 시민들의 호의는 그 끝을 몰랐다.

그들의 안에서 밀턴 포레스트는 단신으로 30배-또 늘었다-가 넘는 적을 물리치고, 자신들을 구해준 전설의 영웅 같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밀턴이 있다는 말만 들리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도시의 처녀들은 밀턴을 향해서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전성기 찍은 연예인이 이런 기분일까?’

밀턴은 어이없는 한편 기분이 좋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인기는 밀턴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보통 보급 부대의 지휘관으로 막 취임한 지휘관이라면 상인들 사이에서는 제1종 호갱으로 취급되는 대상이었다.

물건의 시세도 잘 모르고 거래도 어설프기 때문에 적당하게 속여 먹기 딱 좋았다.

밀턴도 상거래에 미숙하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지만 상인들은 감히 밀턴을 속이지 못했다.

밀턴에게 은혜를 느끼고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상인들은 물건을 거의 원가에 넘겨줬고, 설령 그런 감정이 없는 상인이라고 해도 감히 밀턴에게 사기를 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밀턴 포레스트를 등쳐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이 프라티노스에서는 장사 다 했다고 봐야 한다.

아니, 지금 분위기 같아서는 장사를 떠나서 시민들한테 돌 맞아서 죽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밀턴은 거래를 하면서 엄청난 차세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까마귀 요새를 출발하며 보급품 구매를 위해서 지급 받은 돈은 3만 골드였다.

그런데 밀턴은 물건을 다 사고 나서도 아직 1만 2,000골드의 돈이 남았다.

“이 중에서 10퍼센트가 내 몫이니까… 1,200골드?”

밀턴의 입이 귀에 걸렸다.

돈을 벌 수 있는 꿀보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보통 보급 부대를 한 달에 한 번 운영하니까… 앞으로 1년만 더 하면 빚 갚고도 남겠다.”

밀턴의 머릿속에는 꽃밭에서 나비가 날아다니고 무지개에 앉은 아기 천사들이 하프를 튕기는 듯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랄랄랄라 라라라라~.”

살짝 제정신이 아닐 만큼 행복하다는 말이다.

이대로 가면 빚을 다 갚는 건 물론이고 한몫 제대로 챙겨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프라티노스 시민들의 환영과 감사를 받은 밀턴은 피곤하지만 뿌듯한 느낌을 받으며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밀턴은 자신을 따라온 기사와 병사들에게 상여금을 풀면서 말했다.

“내일 복귀에 지장이 없는 한도 안에서는 마음껏 먹고 마셔라.”

“옛!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군!”

일행은 입이 귀에 걸려서 술판을 벌였고 밀턴은 적당히 자리를 지켜 주다가 빠져 주었다.

살짝 피곤하기도 했고, 원래 이럴 때 상급자는 눈치 봐가면서 빠져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으아아… 피곤하다. 이제 한숨 잘까?”

밀턴은 그렇게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그런데….

“…련님, 그러니 제발….”

창문 밖에서 누군가가 언쟁을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이 늦은 시간에 누가?”

밀턴은 창문을 열고 밖에서 싸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여관의 뒤뜰에서 두 명의 남자가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명은 말쑥한 차림의 중년 신사였고, 다른 한 명은 밀턴도 알고 있는 인물인 제롬이었다.

‘제롬이? 무슨 일이지?’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술자리에서 밀턴보다 먼저 일어났던 것이 제롬이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호기심이 동한 밀턴은 인기척을 죽이고 둘의 대화에 집중했다.

“마음을 돌려주실 수는 없는 겁니까?”

“제 결심은 확고합니다.”

“하지만 도련님, 이런다고 일리아나 아가씨가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지만… 최소한 복수라도 하지 않으면 그 불쌍한 아이가 눈을 감지 못할 겁니다.”

“도련님… 하지만 도련님이 이렇게 용병으로 있으면 가문은 누가 일으킵니까?”

“이미 테이커가는 무너졌습니다. 저는 그냥 용병 제롬일 뿐입니다.”

“도련님, 어찌 그럼 말씀을….”

중년의 신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제롬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현실인 겁니다. 인정합시다.”

“아아….”

“그동안 우리 가문에 보여준 그대의 충정에는 테이커 가문의 마지막 후예로서 감사를 표하오. 하지만, 이제는 당신 스스로의 인생을 살도록 하시오.”

제롬은 그렇게 말하며 남자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똑똑.

밀턴의 방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작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게.”

밀턴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안에 들어오자 제롬은 밀턴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못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아니, 아닐세.”

‘역시 알고 있었구나.’

밀턴이 기척을 죽인다고 죽였지만 그래도 제롬이 읽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용건은 뭔가?”

“먼저 사과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자작님에게 제 정체를 숨긴 것 같아서….”

제롬의 말에 밀턴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숨기다니? 자네가 귀족 가문 출신이라는 것 말인가?”

“예. 바로 그 점을 사과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롬의 정중한 사과에 밀턴은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자네 설마 이제까지 그걸 감쪽같이 숨겼다고 생각했나?”

“설마 눈치 채셨다는 말입니까?!”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지.”

“그런… 도대체 어디서 티가 났다는 겁니까?”

“전부 다.”

밀턴의 태연한 대답에 제롬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제롬에게 밀턴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행동을 딱 보면 알지. 자네처럼 예의 바르고 절도가 잡힌 용병이 어디 있나? 누가 봐도 정통 기사 출신인데.”

“그럼 다른 사람들도 제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어디 가문인지는 몰라도 귀족 출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겠지.”

“…….”

아무래도 제롬은 이제까지 완벽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겨 왔다,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둔하기는.’

밀턴으로서는 어이없을 뿐이다.

“크흠… 어쨌든 거짓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사과는 드리겠습니다.”

“나는 괜찮네. 그리고 사과보다는… 자네의 지난 얘기를 듣고 싶군.”

“제 지난 얘기 말입니까?”

“그래. 뭐, 하기 싫다면 안 해도 되네.”

밀턴의 말에 제롬은 조금 생각하다가 결심을 굳히고 말문을 열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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