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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터-451화 (451/1,064)

451화

시커먼 검은 불길한 기운을 풀풀 풍겼다. 그 끝이 향하는 것만으로도 목 앞에 칼날이 닿아 있는 것 같은 섬뜩함이 느껴졌다.

검이 발하는 살의(殺意)는 거짓이 아니었다. 황자는 자신을 죽이고자 한다. 군터는 그것을 이해했지만, 동시에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인간이 아니다? 그 말에도 할 말은 많지만 그것까지는 어떻게든 납득한다고 해도, 어째서 그것이 자신이 죽어야 할 이유가 된단 말인가? 군주들과 같다고? 비틀어졌다고?

'웃기지도 않는군.'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군터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당장 무장이 해제 된 상태였기에 할 수 있는 것도 지극히 제한적이었지만 말이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황자가 계단을 내려가니, 호랑이들이 으르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신을 품었다는 것만으로 죽어야 한단 말입니까."

"이해한다. 납득하기 힘들겠지."

이해한다고 말은 하지만 살기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군터는 천천히 다가오는 황자를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가만히 목을 내줄 셈인가?"

"진정 이러셔야 하겠습니까."

"물론."

"허면 이제부터 일이 어찌 돌아가더라도 날 원망치 마시오."

황자가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시커먼 검이 거짓말처럼 쭉 늘어나 군터가 서 있던 자리를 찔렀다. 군터는 황급히 몸을 뒤로 날렸으나,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대호 두 마리가 동시에 양 옆에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허엉!

군터는 왼쪽에서 쩍 벌린 아가리를 들이미는 대호의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후려치고 잽싸게 땅을 굴렀다. 그가 피한 자리 위에 또 다른 대호의 앞발이 뚝 떨어졌다. 턱을 맞은 녀석은 캬앙! 하고 뾰족하게 울부짖더니 비틀거리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과연. 몸뚱이는 이미 한계를 벗어던졌군."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굴던 황자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두 마리 맹수와 군터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의 손에 들린 시커먼 검은 언제든지 뻗어나올 수 있을 것처럼 여전히 흉험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캬아아!

군터는 그런 황자의 동태를 살피면서 싸워나갔다. 맨손으로 커다란 호랑이를 두 마리 씩이나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보다도 언제 끼어들지 모르는 황자가 더 큰 부담이었다.

퍼억!

체구가 장대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가느다란 사내 한 명일 뿐이었다. 맹호의 앞발에 비하면 초라할 뿐인 주먹질 한 방에 성인 장정 서넛을 합쳐놓은 것 같은 호랑이가 비명을 지르고 바닥을 구르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크르르…….

몇 대씩 얻어맞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이제는 호랑이들도 처음처럼 거칠게 달려들지 않았다. 대신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채 주변을 빙빙 돌면서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

군터는 차분히 숨을 골랐다. 그의 눈은 정면 밖에 보지 못했으나, 그의 감각은 뒤쪽을 비롯해 멀찍이 떨어져 있는 황자의 움직임까지 느끼고 있었다.

'칼 한 자루만 있었더라면.'

맨주먹으로 맹수를, 그것도 커다란 호랑이를 두 마리씩이나 상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것보다도 거리가 문제다. 그의 몸은 쇠붙이가 아니기에 호랑이의 발톱에 긁히고서도 멀쩡할 수는 없다. 그러니 가까이 붙어서 싸우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가 아닌가. 게다가 언제 개입할지 모르는 7황자까지 고려한다면.

'저 자는 지금 방심하고 있다.'

기댈 수 있는 부분은 그 하나다. 황자는 지금 투기를 관람하는 것처럼 여유를 부리고 있다. 그러니 그가 마음을 놓고 있을 때 성가신 짐승들을 처리하고, 단번에 승부를 봐야 한다.

'한 번이다.'

단숨에 해치워야 한다. 또한 황자를 죽여서는 안 된다. 당장 궁 밖을 지키고 있는 근위병들만 수백이다. 어찌 그들을 뚫을 것이며, 어찌 이 도시를 빠져나갈 것인가.

황자는 살려서 인질로 써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어렵겠지만…그리 해야만 한다.

크앙!

'지금!'

뒤쪽으로 돌던 호랑이가 몸을 날렸을 때. 군터는 있는 힘껏 땅을 박찼다. 뒤쪽에서 달려들던 놈과 보조를 맞추려는 듯, 슬쩍 다리를 굽혔던 녀석이 움찔했다. 하지만 녀석이 반응했을 때는, 이미 군터가 붉은 안광을 뿌리며 코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후욱!

주먹을 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손을 핀 것도 아닌, 갈고리처럼 쥔 손이 호랑이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었다.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없이 날아드는 손에는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으리라.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서, 본질적인 위협과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전처럼 날렵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거칠게 이빨을 드러내지도 못했다. 아주 짧은, 그야말로 한 순간이지만 커다란 호랑이의 몸은 돌덩이가 된 것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뒤쪽의 녀석이 곧 등 뒤를 덮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사기를 머금은 손아귀가 눈앞에 있는 녀석의 목 줄기를 찢는다. 그리고 나면.

[그거였군.]

뻗던 손을 회수했다. 호랑이의 털과 손 끝 사이로 시커먼, 가느다란 선 같은 무언가가 지나갔다.

쩌억!

단단한 돌로 되었음에 분명한 대전의 바닥이 예리하게 갈라졌다. 손을 빼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손목이 잘려나갔을 터.

퍼억!

뒤쪽에서 덤벼들던 호랑이를 팔꿈치로 찍어 날려버리고, 군터는 참았던 숨을 토했다.

'검이…아니었군.'

검은 선의 정체는 7황자의 손목에서 흘러나온,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검의 형체를 하고 있던 '그것'이었다. 그것은 이제 검이 아닌 채찍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길게 흘러나온 검은 선 같은 것이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죽음의 기운이라니. 위험한 힘을 쓰는군."

늘어져 있던 검은 선이 허공에 떠올랐다. 수십 가닥의 선들이 춤을 추듯 서로 얽히고설키며 다시 칼 한 자루의 모습으로 변했다.

"죽었다 살아났다더니. 그것도 그 힘과 관련이 있는 건가?"

"……."

"뭐, 좋다. 몰랐다면 모를까, 안 이상 확실하게 처리해주지."

숨겨둔 수까지 다 들켰다. 이제는 더 이상 끌 필요가 없었다. 군터는 거리낌 없이 기운을 끌어냈다. 숨 막히는 죽음의 향기가 그의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쯧쯧."

황자가 혀를 찼다. 대호 두 마리가 바짝 엎드려서 누런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두려울 것 없는 맹수도 농밀한 죽음의 향을 맡고서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것이다. 그것을 보고 덩치 값을 못한다고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맹수고 뭐고 간에, 죽음 앞에 초라해지는 것은 모든 생명의 본성이었으니까 말이다.

"맨손으로 할 생각인가? 저것이라도 쓰지 그러나. 가지러 갈 시간은 주지."

황자가 바닥에 꽂힌 참마검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

"잔수작은 부리지 않아. 곧 죽을 놈에게 선심 한 번 쓰는 것뿐이다."

여유. 아니, 오만. 군터는 이제껏 자신 앞에서 이 정도로 오만하게 구는 이를 본 적이 없었다. 적선을 받는 거지가 된 기분이었지만, 군터는 그의 '선심'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 굴욕은 그의 팔 한 쪽 정도로 갚아주면 될 테니.

콱!

어지간히 힘 좀 써서는 드는 것조차 힘겨울 대검이었다. 그러나 군터는 그것을 가론드가 그랬듯, 여유 있게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

카앙!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이 휘두른 검이 부딪쳤고, 튕겼다. 검고 흰 선이 허공에서 수십 번 맞붙고 떨어졌다.

군터의 검은 묵직했고, 황자의 검은 빨랐다. 이따금씩 형태 자체가 출렁이듯 변하는 검은 칼날이 몇 번이나 군터의 목을 노렸으나 군터는 침착하게 그것들을 막아냈다. 거대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참마검의 검신이 큰 역할을 했다. 작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틈을 찔러오는 황자의 공격을 대부분 걷어낼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걷어내는 것도 완전치는 않아, 왼쪽 팔의 완갑과 견갑이 너덜너덜하게 변해버렸다. 피도 좀 흘렸지만, 황자의 '검'을 보는 대가치고는 싼 편이었다.

'성가시군.'

채찍처럼, 실타래처럼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을 보았다. 당연히 어느 정도 까다로울 것임은 짐작했다. 하지만 직접 부딪쳐보니 그 정도가 짐작한 것보다 한참 심했다. 황자가 휘두르는 검은 정말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였다. 과장이 아니라, 두 명과 싸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촤악!

검은 채찍이 날아들었다. 군터가 참마검을 휘둘러 응수했다. 단순히 받아치려고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칼날에는 진득한 사기가 엉켜붙어 있었고, 군터가 칼을 휘두른 순간 칼날에 붙어 있던 사기가 화살처럼 황자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흡!"이번만은 황자도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그는 뒤로 쓰러질 듯이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해냈다. 자연히 몸을 젖히는 그 순간, 그는 채찍처럼 변한 그의 검을 통제하지 못했고.

쿵!

군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달려들어 허공에 떠오른 채, 장작을 내리찍듯 거대한 검을 내리 찍었다. 황자가 몸을 튕기며 검을 회수했으나, 검이 다시금 형태를 바꿀 즈음에 참마검은 이미 황자의 바로 앞까지 내려와 있었다.

콰앙!

군터는 튕겨져 나갔고, 황자는 바닥을 굴렀다.

"아쉽게 됐군."

몸을 일으키는 황자의 손에 검은 없었다. 수십 가닥의 검은 선들만이 힘없이 늘어진 채 꿈틀댈 뿐.

방금 전의 일격으로 그의 검은 박살이 났다. 다급하게 회수하느라 완전히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참마검을 받아내야 했고, 그 대가를 치른 것이다.

"그 검이 조금만 더 단단했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정말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

황자가 몸을 일으킬 때, 군터도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검신이 반 토막이 난 검이.

"전하! 전하!"

근위병들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수십, 어쩌면 그 이상.

부러진 검을 쥔 군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 명이 있기 전까지 들어오지 말라 했다!"

황자가 외쳤으나, 이미 근위병들은 지척까지 오고 있었다. 방금 전의 일합이 낸 굉음이 궁 밖까지 퍼진 모양이었다.

"…안타깝게 됐군."

부러진 검의 파편이 얼굴이며 몸을 스치면서 황자도 말끔한 모습을 잃고 말았다. 콧잔등 옆으로는 제법 기다란 상처까지 입은 그였다.

"소란을 떨고 싶지는 않았다."

"……."

군터는 부러진 검을 들고 달려드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에 황자는 어느새 채찍처럼 변한 검을 휘둘렀다.

"전하!"

몇 합 채 나누기도 전에 근위병들이 당도했다. 근위병들은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칼을 빼들었다.

팽팽하던 균형은 근위병들이 합류하며 순식간에 기울었다. 군터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칼을 피하고 받아내며 연신 바쁘게 몸을 틀었다.

쾅!

반 토막이 난 검에 의지한 채, 군터는 혈인(血人)이 되었다.

근위병들은 잡졸이 아니었다. 그들 모두 노련한 무인이었다. 그들은 치고 나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았고, 서로 합을 맞추는 것도 익숙했다. 안 되겠다 싶으면 곧바로 몸을 뺐고, 그 빈틈을 다른 이가 절묘하게 채웠다.

푸욱!

쭉 뻗은 검이 옆구리를 찔렀다. 동시에 나간 군터의 왼 주먹이 검을 찌른 병사의 머리를 부쉈다. 투구가 찌그러지고, 면갑(面甲)의 구멍으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캉!

칼날이 흉갑을 때렸다. 힘이 모자라 베지는 못했으나, 충격은 남았기에 군터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서걱! 서걱!

두 개의 칼이 양쪽에서 베고 지나갔다. 부러진 참마검이 움직이자 칼의 주인들은 미련 없이 몸을 뺐다.

"쿨럭!"

악 다문 이빨 사이로 피가 새었다. 군터는 자꾸 굽어지려는 몸을 꼿꼿하게 세웠다.

어느새 족히 스무 구가 넘는 시신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수의 병사들이 여전히 멀쩡하게 서서 그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었다.

"실로……."

어느 순간부터 황자는 전투의 현장에서 떨어져 있었다. 그가 물러났다기보다, 병사들이 그를 뒤로 밀어낸 것이었다.

"처절하군."

그는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군터를 보았다.

피로 목욕을 하다시피 한 군터의 몰골은 그의 말처럼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한 눈에 띌 정도로 큰 상처가 일곱 개. 보통 사람이었다면 하나만 해도 사경을 헤맸을 법한 부상을 일곱 개나 입었다. 중상이라고 할 만한 상처는 그 배는 되었고, 자잘한 상처들은 셀 수조차 없었다.

"그런 몸으로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가?"

그러나 황자가 감탄한 부분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가 놀란 것은, 군터가 그렇게 엉망이 된 몸을 하고서도 여전히 한 수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말하자면,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판국에도 여전히 여력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인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황자가 걸어 나왔다. 근위병들이 그를 제지하려 했으나,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물러나라."

"전하."

"물러나라 했다."

가로막는 병사들을 물리고, 그는 앞으로 나섰다. 포위 속, 이글거리는 눈을 한 군터가 그를 응시했다.

"네가 바라던 기회다. 이제 전력을 보여라."

담담한 황자의 목소리에, 군터의 눈이 핏빛으로 변했다. 앞으로 굽어 있던 군터의 몸이, 늘어져 있던 검이 어느새 황자의 앞에 나타나 뚝 떨어졌다.

쾅! 콰쾅!

귀를 멀어버리게 할 것 같은 굉음이 연달아 터졌다. 부러진 검의 파편이 여기저기로 튀었다. 그 중 몇 개는 물러서지 않던 근위병들의 몸에 박히기도 했다.

"으음!"

"전하!"

황자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군터가 매섭게 그를 뒤쫓았고, 근위병들이 기함을 토하며 달려들었다.

"서라."

그들을 멈춰 세운 것은 황자의 나직한 한 마디가 아니었다.

푸욱!

그들의 발을 붙든 것은 터무니없이 긴, 한줄기 검은 선이었다. 달려들던 군터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은 그 검은 선이, 그들의 주인이 승리했음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오지 마라."

황자가 헐떡거리며 중얼거렸다. 길게 뻗었던 검은 선이 그의 팔목으로 돌아왔다.

털썩!

군터의 무릎이 꺾였다. 그의 가슴에서는 샘처럼 핏물이 새어나왔다.

서지도, 쓰러지지도 못했다. 붉게 변한 눈에서도 붉은 피가 흘렀다.

황자, 자콥 엘 트라소프가 느릿한 걸음으로 그의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다시 검이 들려 있었다.

"살고 싶은가?"

"……."

"왜지?"

"무의미한 희롱은 집어치워라."

"답해라. 그러면 네 식솔들은 살려주마."

"……."

숙였던 고개가 꿈틀거리며 올라왔다. 피 맺힌 붉은 눈이 공허를 비쳤다. 귀기가 감도는 섬뜩한 눈빛. 그러나 황자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응시했다.

서로의 시선을 마주한 둘은 완전한 진실만을 확인했다.

"살아있으니까."

군터가 입을 떼었고.

"…그래. 그렇지. 그게 당연하지."

황자는 시원스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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