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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터-112화 (112/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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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터는 모페이브의 처우를 두고 고민했다.

그는 젊고 실력 있는(그의 생각으로는) 주술사를 자신의 휘하에 들이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를 둘러싼 신비롭고 의문스러운 일들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수가 풀릴 테니까.

그리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술사를 휘하에 둘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거부하지 않을 만큼 여러모로 매력적인 일이었다. 인간은 미지를 동경하기 마련이고, 대다수 인간에게 미지인 영역에 발을 들인 술사들은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군터 역시 그런 마음을 일부는 갖고 있었다.

군터는 그런 마음을 살라스에게만 털어놓았다. 살라스는 군터의 말에 수긍하는 듯했지만 모페이브의 회유에는 부정적이었다.

“목숨을 아끼는 자이니 회유를 하시면 아마 어렵지 않게 수락할 겁니다. 하지만 그를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의 스승을 죽였고, 지인들을 죽였고, 그가 몸담고 있던 곳을 와해시켰습니다. 그가 아무리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 말을 해도, 사람인 이상 원한을 가지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

군터는 침음을 흘렸다.

확실히 살라스의 말이 옳았다. 모페이브를 휘하로 들이고 싶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마음이고, 모페이브의 속내는 또 다를 것이다. 아마도 그는 살라스의 말처럼 원한을 품고 있을 터. 그렇다면 휘하로 둔다고 한들 어찌 그를 믿고 쓸 수 있을 것인가.

‘처리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적당히 이용해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이용해먹고 죽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다. 하지만 가슴은 자꾸만 미련을 뒀다. 술사가 그만큼 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만큼 그가 ‘신비’에 대해 목말라 있던 탓이 컸다. 군터는 태생부터 무녀의 외손이었고, 본인 스스로도 기이한 일들을 여러 번 겪은 차였다. 게다가 당장 상대하는 적들 중에는 인간인지 짐승인지 헷갈리는 희한한 놈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 손 안에 술사가 들어왔으니 버리기가 아쉬울 밖에.

‘꺼려진다고 해서 그냥 버리기에는 역시 너무 아깝다.’

군터는 다음날 저녁 다시 모페이브가 갇혀있는 지하실을 찾았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수하들을 물리고 모페이브와 마주했다.

“평소와는 분위기가 다르시군요.”

“그런가?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군터는 여유로웠다. 반면 모페이브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인지 살짝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의 이 짧은 대화 후에 자신의 명운이 결정된다는 것을 직감이라도 한 것일까.

“난 말을 돌리는 걸 싫어한다. 잘 못하기도 하고. 그러니 그냥 터놓고 말하지. 날 따르겠나?”

“따르지 않으면 죽이실 생각이군요.”

“당연히.”

“그렇다면 따르겠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즉답이 나온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투다. 그렇게나 목숨이 아까운가? 모페이브의 세상없이 진지한 얼굴에 군터는 피식 웃었다.

“내가 원망스럽지 않나?”

“예?”

“난 네 스승을 죽였다. 아마 네 지인들도 죽였을 것이고. 너의 종교도 무너뜨렸지. 그러니까, 이런 내가 원망스럽지 않느냐는 거다.”

생각지 못한 질문은 아닌 것 같았다. 질문을 듣고도 모페이브는 전혀 난처해하거나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다만 그는 이전과는 달리 즉답하지 않았다. 시선이 한 곳에 멈춰 있는 것을 보니 제법 깊이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군터는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모페이브를 기다려주었다. 모페이브는 장고 끝에 어렵게 입을 떼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제법 조심스러웠다.

“…원망스럽습니다.”

“그런가.”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기대했었다. 하지만 역시였다. 군터는 씁쓸한 마음을 가슴에 묻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했다.

“하지만 원한은 갖지 않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당신께서 우리를 치지 않았다면 우리가 당신을 비롯한 시오도크의 성주 일파를 쳤을 겁니다. 그랬다면 우리의 상황이 정반대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말하자면, 패배가 분하긴 하나 결과에는 순응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게 사적인 원한은 없다?”

“그렇습니다. 믿기 어려우실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제 진실한 속내입니다.”

“…….”

군터는 일어나려던 몸에 힘을 풀고 앉은 채를 유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가 고민에 접어들었다.

모페이브의 말은 조금 이상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믿기도 힘들었다. 그렇지만 군터는 그의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분위기에서 진심을 느꼈다. 그것이 지금 그가 고민에 빠진 이유였다.

살라스를 앞에 두고 모페이브에 대한 처우를 논할 때도 그랬는데, 그는 지금 또 다시 머리와 가슴의 사이에서 양 선택지를 두고 선택의 순간에 빠져들었다.

‘살라스라면…죽이라 했겠지.’

그의 수하이자 조언자는 살라스였다. 그가 옆에 있었다면 아마 죽이라 했을 것이다. 불안의 씨앗을 남겨둘 수는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조언은 조종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조언일 뿐. 선택은 스스로 한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할 것이다. 그런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단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싫을 뿐.

“내게 충성하겠나?”

“물론입니다.”

시원스런 답변이다. 군터는 또 한 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목숨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겠지?”

“그 또한 물론입니다.”

모페이브도 씩 웃었다.

*

군터가 모페이브를 받아들이자 살라스를 비롯한 부하들이 우려를 표했다. 군터는 그들의 불만을 이해하면서도 이미 결정을 내렸노라 단호하게 못 박았다. 그에 부하들도 더 이상 군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연중 던지는 날선 시선까지는 군터도 어찌할 수 없었다.

다행히 모페이브는 그런 반응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당연하게 여기는 듯했다. 그는 마주치는 군터의 휘하들(주로 십인장)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고, 가끔씩 보는 말단 병사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스스로 몸을 낮추고 군터 백인대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겉으로 드러났다. 때문인지 처음에는 다소 쌀쌀맞게 대하던 이들도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를 마뜩찮게 보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한 번은 군터가 모페이브를 따로 불러 천덕꾸러기 신세인 그를 격려해주었다. 그러자 모페이브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허나 이는 제가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 힘들지 않으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아무래도 이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젊은 술사는 군터의 생각보다 강한 것 같았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모페이브에게 군터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한편, 모페이브가 처한 상황과는 상관없이 그는 그에게 주어진 일. 그러니까 군터의 선생 역할을 착실하게 했다.

“술법은 술사의 술력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 술력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기운입니다. 대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무인들이 투기라는 말을 많이 쓰지요. 싸우고자 마음먹었을 때 생기는 기운 말입니다.”

물론 잘 알았다.

투기란 말 그대로 싸우고자 하는 마음, 의지 같은 것이 기운이 되어 일어나는 것이다. 강한 무인일수록 더 강한 투기를 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무인들끼리 적으로 마주했을 때는 서로의 투기로 상대의 기량을 가늠하기도 한다.

“투기라는 것은 몸의 힘. 그러니까 체력(體力)을 기반으로 합니다. 젊었을 적 이름을 날렸던 강한 무인도 나이를 먹고 몸이 쇠하면 투기도 줄어드는 것만 보아도 투기라는 것은 결국 몸이 내는 힘임을 알 수 있지요. 반면에 이 술력이라는 것은 정신력을 기반으로 합니다. 마음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혹자들은 혼에서 비롯된다고도 하더군요. 그러나 기반이 뭐가 되었든 술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정신적인 수양이 필요하므로 정신력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술사로서의 재능이라는 것은 정신력이 강한지 약한지에 따라 갈리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지금 말씀드린 정신력에 관한 부분은 술사로서의 자질을 충족시킨 이후에 따지는 단계입니다. 음…비유를 하자면 이런 겁니다. 독수리와 사자가 있다고 치지요. 힘이 좋은 독수리는 더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독수리의 이야기입니다. 사자가 힘이 좋다고 해서 날갯짓을 잘 할 수는 없지요. 왜냐하면 사자는 날개가 없기 때문입니다.”

“술사로서의 자질을 날개에 비유한 건가?”

“그렇습니다. 말씀드렸듯, 술사의 정신력이라는 것은 자질이 있은 후에 논하는 이야기입니다. 자질이 없고서야 정신력이 얼마나 강한가 하는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결국은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신력이라는 부분에 있어 나름대로는 자신이 있던 군터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술법을 사용하면 몸에서 무언가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사용한 술법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무력감과 허탈함이 들지요. 머리에는 안개가 낀 듯합니다. 처음 술사가 되어 술법을 사용하고 나면 열이면 아홉이 토악질을 합니다.”

“그런 것 치고, 넌 아무렇지 않게 술법을 쓰는 것 같았다만.”

“그간 수양한 것이 있는데다, 단련도 되었으니까요. 뭐든지 하다 보면 느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모페이브가 말하는 정신력이란 술사가 술법을 사용할 수 있게끔 받쳐주는 지지대라고 할 수 있었다. 술법은 술자에게 부담이 되고, 그 부담을 이겨낼 수 있도록, 혹은 버텨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정신력이라는 것이다.

“완전히 같지는 않겠습니다만…커다란 돌덩이를 머리 위로 높이 던진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던져 올릴 때의 힘, 그것이 바로 술력입니다. 그리고 던져 올렸던 돌덩이가 올라갔던 그대로 떨어질 때 그것을 받아드는 힘, 그것이 바로 정신력입니다. 물론 실제로 돌을 던지고 받을 때는 비슷하게 몸의 힘을 쓰겠지만, 비유하자면 그렇습니다. 요는, 둘의 역할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충분히 이해했다.”

군터는 모페이브로부터 이러한 기초적인 술법지식을 배웠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자신에게 술사의 자질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모페이브가 그 과정은 꽤 길고 필요한 것들이 많다 하여 나중으로 미뤘다. 지금은 전시였고, 하루마다 급보가 수십 개씩 당도하는 상황이었다. 마음 놓고 무언가를 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급보입니다!”

어느 날 오후 무렵. 전령이 신발에 묻은 흙도 털지 않고 성주 관저에 들어섰다. 그는 다급히 무릎을 꿇고 군례를 취했다.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티레토가 적에게 함락 당했습니다!”

“뭐라!”

전시에 쏟아지는 여러 급보들에도 항시 침착함을 잃는 법이 없던 성주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 옆으로 도열해 있던 무관들도 저마다 경악하여 큰소리를 냈다.

“무슨!”

“적이라니? 반군은 호르빈켈에 주둔하고 있지 않은가! 대체 어떤 놈들이…….”

전령이 말을 이었다.

“티레토를 공격한 것은 사교의 무리입니다. 그들의 깃발에 새겨진 것은 사신 하가록의 문양이었습니다.”

“사교! 놈들이 무슨 힘이 있어 티레토를 함락시켰단 말인가?”

의문은 한 가득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티레토가 함락 당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반군을 상대로 한 대치 전선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고, 또한.

“티레토가 함락 당했다면, 이제 말레이드는 고립되고 만다!”

아란딜 페레모어가 주력군을 이끌고 떠난 말레이드가 고립이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 작품 후기 ==========

우선은 기적의 날이 하루 더 이어졌음에 성원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전편에 독자분께서 중요한 지적을 해주셔서 그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어떻게 보면 대리만족형 장르소설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파워밸런스에 관한 내용입니다.

전편에서 포라칸의 능력이 너무 사기적이다. 포라칸이 바르바피(괴인병) 몇 백 데리고 게릴라전 벌이면서 지휘관을 치면 손쉬운 싸움이 되지 않겠나. 병사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아마 댓글로는 적지 않으셨지만 많은 독자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실 줄로 압니다. 해서 이에 대해 제 나름대로 변을 좀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저는 이 글의 파워밸런스를 짤 때 실제 역사 수준에서 조금 더 레벨을 높이고 거기에 판타지를 덧씌웠습니다.

실 역사에서도 보면 항우라든가, 리처드1세라든가, 한세충이라든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찾자면 척준경이라든가 하는 믿기 힘들 정도의 용력을 뽐낸 인물들이 있습니다. 당나라 장수 왕군곽은 달랑 13명을 이끌고 1만 적군을 패퇴시킨 적도 있지요. 사서를 좀 더 뒤져보면

비슷한 케이스들이 더 나올 겁니다.

현실에서도 이렇듯 판타지 같은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인물들은 극히 드물고, 그렇기에 역사서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인물의 등장빈도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들이 판타지답게 이 글에서는 꽤 후한 편입니다. 앞서 나열한 그러한 인물들이 약간의 자체 버프 + 판타지 버프를 받은 것이 이 소설에서의 소위 말하는 'S급' 용장들이라 보시면 됩니다.

전편에 등장했던 포라칸은 약간의 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의 세계관을 통틀어도 A~S급에 속하는 용장형 인물입니다. 일단 평범한 인간부터가 아니지요.

그리고 그가 전편에서 맹활약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1. 등을 보이고 도주하는 적을 추격하는 추격전이었으며

2. 뒤를 걱정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싸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벽위에서 노포를 쐈지만, 그를 사용한 것은 살마드군이었습니다.

작중에서도 몇 차례 언급이 되었지만 살마드군은 약졸입니다. 살마드군 뿐만이 아니라 바크렌군 자체가 그렇습니다. 중앙군인 말레이드군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전쟁이나 전투라는 것을 겪어본 적 없는 이들이 대다수지요. 만약 노포를 사용한 병사들이 정교하게 노리고,

시간차 공격 같은 것을 더했다면 포라칸도 곤란함을 겪었을 겁니다. 그리고 노포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친 것이 아닙니다. 전투중에는 살짝 이성이 소실되어 반쯤은 광전사처럼 날뛰었지만, 내상이 쌓였다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바르바피에 관해서는, 바르바피들은 일단 변신을 하면 신체능력이 월등히 강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두 손이 짐승의 그것처럼 변해서 무기를 잡고 싸우지 못합니다. 발톱으로 싸워야 하지요. 이는 초근접전 밖에 수행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신체능력의 향상과 날카로운 발톱을 얻지만 거리싸움의 이점을 모두 잃어버린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성이(개개인마다 정도 차는 있지만) 상실됩니다. 따라서 바르바피들은 간단한 명령(가서 싸우라거나, 쫓아서 죽이라거나)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실시간으로 지휘가 필요한 전투에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제 나름대로 밸런스를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오류나 허점이 있을 겁니다. 밸런스 자체를 위태롭게 왔다갔다 하는, 소위 말하는 먼치킨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는 최대한 그런 것들이 글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고 녹아들 수 있도록 나름의 고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저는 파워밸런스라는 것을 고려하면서 너무 현실적인 수준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러 그런 틀을 깨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다만 너무 터무니없는 수준은 원치 않습니다.

포라칸을 예로 들자면, 그를 창 한 자루 던져주고 정예병 천 명 정도의 한가운데에 혼자 떨궈놓으면 그는 죽을 겁니다. 백 명을 해치울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수백을 해치울 수도 있지만 결국은 죽을 겁니다.

아무리 용력이 뛰어나도 결국 눈은 정면으로 향하는 두 개 뿐이고,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는 두 짝 씩이기 때문입니다. 정면의 적을 시원하게 해치워도 등에 화살 몇 대 맞고, 다리에 몇 대 맞으면 비틀거리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몸이 느려지면 한 칼, 두 칼 맞다가 결국 죽겠지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밸런스입니다. 상황과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만인적도 가능하지만, 결국 혼자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식입니다. 앞으로 이 글에 등장하게 될 수많은 강한 캐릭터들이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할 것입니다.

소설에서는 현실성도 좋지만, 판타지 소설에는 역시 판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위에 말씀드린 이 정도가 제가 생각하는 파워밸런스 측면에서의 판타지 입니다.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답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변이 길었습니다. 사실 글로써 독자를 납득시켜야 좋은 글쟁이일 것인데 저는 아직 그 정도는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라도 조금이나마 설명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천을 눌러주신 분들, 쿠폰을 주신 분들. 또 일부러 사비를 쓰셔서 후원쿠폰을 쏴 주신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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