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터-69화 (69/1,064)

<-- 쿠엘단의 법보 -->

다음날. 성주의 부름을 받고 다시 성으로 들어간 그라메인과 군터는 법보의 반출을 허가한다는 성주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말을 접한 것은 전날과 같은 알현실에서였는데, 총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리 사람을 보내놓았다. 술사들도 곧 당도할 것이니 도착하는 즉시 떠나도록. 그리고 그것은 무알 카빌라이드에게 전하는 서신이다.”

시종이 고급스러운 주머니에 싸인 서신을 전달했다. 그라메인은 공손히 그것을 받아 품에 갈무리했다.

“쿠엘단님의 법보는 이 땅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다. 여정 중에, 그 이후라도 절대 법보에 이상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

“목숨으로 지키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성을 나선 그라메인과 군터는 즉각 부하들을 불러 모았다.

“어렵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풀렸군요.”

군터가 말했다. 그러자 그라메인이 모르는 소리 말라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우리가 보기에만 쉽게 간 것처럼 보이는 게지. 높으신 분들끼리는 아마 창칼을 휘두르는 이상으로 치열하게 다퉜을 거네. 필시 무슨 거래가 오갔겠지.”

거래라? 군터는 그의 말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것이 필요합니까? 당장 오테론에 큰 일이 생겼는데, 그걸 해결하는 데에 어찌 이견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순진한 소리군. 오테론의 문제는 성주에게나 문제지, 총독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네.”

“총독도 결국 제국의 관리가 아닙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제국을 위해서……”

“모두가 제국을 생각하네. 각자의 제국을 생각하지. 이런 이야기는 이쯤 해두는 게 좋겠군. 너무 말이 길어지면 불안하단 말이지.”

그라메인이 씩 웃었다. 그리고 나머지 이야기는 오테론에 돌아가 하자며 주먹으로 군터의 가슴을 툭 쳤다. 함께 이번 임무를 맡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친근함의 표현이었다.

“왔군.”

성주가 말한 술사들은 그의 말처럼 금방 도착했다. 그들은 일단의 병사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당도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대표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섰다.

“페트리온이오. 대충 설명은 들어 알고 있소.”

“이번 임무를 책임지고 있는 오테론의 기병대장, 그라메인라 하오. 헌데 법보는……?”

페트리온이라 밝힌 자가 뒤편의 술사들에게 눈짓하자 두 사람이 제법 묵직해 보이는 궤를 들어 보였다.

“법보의 보관 및 운반은 우리가 하도록 하겠소. 그대들은 여정 동안 우리를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시오.”“당연히 그리하겠소. 다만, 이번 일의 책임자는 어디까지나 이 몸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길. 되도록 삼가겠으나, 일단 지시를 내리면 따라주기 바라오.”

“물론 그럴 것이오.”

페트리온을 비롯한 술사들은 상당히 뻣뻣했다. 대장인 그라메인에게도 말을 높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여 십인장 이하의 병사들을 무슨 제 집 종 부리듯 했다. 덕분에 살마드를 나선지 하루도 되지 않아 병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더럽고 치사해도 참아라.”

그라메인도 술사들의 태도가 아니꼬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최대한 술사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장인 그가 이리 나오니 그 밑의 부하들은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술사가 되면 기본적으로 백인장 급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군요.”

프레드릭이 작게 투덜거렸다. 그의 불만스런 목소리는 모든 병사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참는 수밖에 없다. 병사들을 잘 달래도록.”

“지금은 별 문제 없습니다. 다만 오테론으로 들어가게 되면 힘들 겁니다. 그때부터는 다들 자기 몸뚱이 챙기기 바쁠 테니.”

“음.”

사실 군터도 그것이 걱정이었다. 전역을 뒤덮은 살인적인 추위가 여전하다면 오테론에 들어선 이후부터는 병사들의 피로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는 술사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힘들어질 터.

“그나저나, 괜찮을지 모르겠군.”

군터의 시선은 술사들의 비교적 얇은 옷차림을 향했다. 프레드릭이 어깨를 으쓱했다.

“말을 해줘도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면서요? 그럼 더 신경 쓸 이유가 없지요.”

그들은 살마드에 도착하자마자 껴입을 수 있는 옷가지들을 몇 개씩 더 샀다. 반면에 술사들은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인지 여유만만이었다. 심지어는 옷가지를 목숨처럼 챙기는 그들을 비웃기까지 했다.

“내가 신경 쓰는 건, 저들이 일도 제대로 못해보고 얼어 죽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건 좀 문제겠군요.”

문제라고는 하나 군터도, 프레드릭도 걱정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만큼 술사라는 작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 쌓은 원성은 ‘과연 신이하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

오테론에 몰아치는 칼바람은 여전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그 사이 눈이 내리지는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눈이 더 쌓이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젠장. 이제 또 시작이군.”

여전히 살벌한 추위에 그라메인과 군터, 그 휘하의 병사들은 모두 준비한 옷가지들을 둘둘 싸맸다. 반면 술사들은 갑작스레 변한 기후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불과 반나절 거리인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군요.”

“어찌 이럴 수가 있지?”

두터운 로브를 눌러 쓴 그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는 것인지는 관심 없었지만, 로브를 빼면 그다지 걸친 것도 없어 뵈는 그들이 이 추위에도 태연한 것은 상당히 신기했다.

“술법적인 무언가가 작용하는 것이겠지요. 법구(法具)라던가…아니면 다른 술법이라던가.”

살라스가 잔뜩 몸을 움츠린 채 말했다. 두꺼운 옷을 잔뜩 껴입어도 이 추위는 여전히 괴로운 모양이었다.

군터는 살라스의 말 중에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어 물었다.

“법구라. 법구는 법보와 뭐가 다른 거지?”

“급의 차이지요. 음…법구가 잘 깎은 목검 정도라면 법보는 명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명검이라 보시면 됩니다.”

“대단하군.”

저들이 이 추위에서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 법구 때문이라면 그 법구는 여기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는 세상 그 어떤 보물보다도 값진 귀물이었다. 군터는 새삼 술사라는 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대단하지요. 윗분들의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저 법보에 이 혹한을 해결할 방도가 있다 여긴 것 아니겠습니까? 바꿔 말하면, 법보의 힘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뜻으로 대단하다 한 것은 아니었지만 살라스의 말을 듣고 보니 궤에 담겨 있을 법보가 굉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보시오.”

“음?”

그때 술사들 중 한 명이 그를 불렀다.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술사는 확실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묻고 싶은 것이 있소. 괜찮다면 시간 좀 내어주시겠소?”

술사라는 이들이 최소 백인장급으로 대우를 받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군터 역시 백인장인데다, 보통의 백인장도 아닌 기병대의 백인장이었다. 게다가 이번 임무에서는 그라메인을 보좌하는 부대장의 자리까지 맡고 있는 만큼, 그들의 대표 격인 페트리온도 가볍게 대할 수 없었다. 그들도 그것을 알고 있는 만큼, 자연히 군터에 대한 말투도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어려울 건 없지만, 이쪽의 불이 더 크군.”

말뜻을 짐작한 술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군터가 있는 곳으로 왔다. 제법 털털하게 바닥에 앉은 그는 즉시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통성명을 한 적이 없었군. 내 이름은 팔라미우스요. 그대는 군터 백인장이지? 알고 있소.”

팔라미우스는 제법 붙임성이 좋았다. 오만하기만 한 술사들이라는 인식이 조금은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것은?”

“아아. 실은 이 기현상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말이오. 그대는 오테론에서 줄곧 복무했을 테니 이 기현상의 시작부터 봤을 것이고, 난 그것들에 대해 전부 알고 싶소.”

신기한 것을 본 아이처럼 반짝이는 그의 눈을 보고, 군터는 팔라미우스가 호기심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만 봐도, 다른 술사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혼자만 여기까지 와 있지 않은가?

“어려울 것 없지. 다만, 나 역시 궁금한 것이 있으니 서로 묻기로 합시다.”

“음. 그럴 것이라 짐작했소. 보통 사람들은 술사들에게 궁금한 게 많거든. 좋소. 쉬운 것이라면 내 모두 답해드리지.”

서로 조건이 맞으니 대화는 순조로웠다.

먼저 군터가 기억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폭설. 그리고 시작된 혹한 등.

사실 최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참 별 거 없다 싶었다. 그런데 팔라미우스는 그렇지 않았는지 시종일관 진중한 얼굴을 한 채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가 대체 무엇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군터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가 끝났다.

“흠. 흥미롭군. 흥미로워. 알겠소. 그럼 이제 그대 차례군. 묻고 싶은 것을 물으시오. 말했듯, 어려운 것이 아니라면 답해드리리다.”

군터는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물었다. 그들이 어찌 이 추위에도 그리 멀쩡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물음을 받은 팔라미우스는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품속에서 조그마한 구슬을 꺼내들었다.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구슬은 투명했으며, 안에는 옅은 붉은색의 기류 같은 것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 녀석 덕분이지. 이래 봬도 법보라오. 이것을 지니고 있으면 추위든, 더위든 걱정할 필요가 없소.”

“…대단하군.”

군터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저 조그마한 구슬에 그런 대단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요긴한 녀석이지. 물론 영구적인 것은 아니오. 길어야 5년 정도지. 그 후에는 능력을 상실하고 평범한 구슬이 되어버리오. 이 안에 자그마한 불길 같은 것이 보이시오? 이게 바로 ‘투리아의 불’이라고 불리는 것이오. 아! 투리아에 대해서는 알고 있소? 대표적인 불의 정령이지.”

물론 군터가 정령 같은 것을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사실 투리아의 불이라고는 하지만 별 의미는 없소. 가장 유명한 불의 정령이 투리아니까 그냥 가져다 붙인 거지. 있어 보이니까. 본래 술사들이 그런 것에 환장한다오. 어떻게든 좀 더 있어 보이려고 별 되도 않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지. 물론 그러다가 걸리면 웃음거리가 되지만, 안 걸리면 된다고 보거든. 설령 걸린다고 해도 아니라고 빡빡 우기면 증명하기도 쉽지 않으니까.”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군.”

“아이고. 미안하오. 그러니까…질문이 뭐였지? 아아, 어떻게 추위에도 멀쩡한지 궁금하다 했던가? 그럼 그에 대한 답은 됐고, 그 다음 질문은 뭐요?”

군터는 팔라미우스가 호기심이 많다는 것 외에 상당한 수다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상 외였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군터는 술사나 술법 관련하여 궁금한 것이 많았으므로, 까칠하지 않은 수다쟁이는 좋은 선생이었다.

“내가 모시는 사령관께서는 저 궤 안에 든 법보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오. 성주께서도 같은 생각이신 듯했고.”

“음…그렇지. 분명히 가능성은 충분하오. 우리 식으로 얘기해서 충분하다 하는 게지, 실은 확실한 해결책이지.”

“어째서 그렇소?”

“음. 그것은…….”

팔라미우스가 살짝 머뭇거렸다. 이것을 말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고민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곧 혀를 차며 입을 떼었다.

“뭐, 상관없겠지. 비사(祕史)라고는 하지만 영웅담 같은 것으로 다 퍼진 이야기이니.”

그러면서 그는 슬쩍 몸을 낮췄다. 그리고 훔쳐 듣는 사람도 없는데 목소리까지 작게 죽였다.

“저 궤 안에 있는 법보의 이름이 뭔지 아시오?”

“모르오.”

“카락시아라고 하오. 지금은 사장되다시피 한 신어(神語)이지. 그 뜻은 큰 승리를 의미하오. 그 이름을 붙인 것은 쿠엘단이시지. 아, 혹시 제국이 바크렌을 점령할 때의 이야기를 알고 있소?”

“대충은.”

“수십 년…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백 년은 다 된 이야기지. 당시 군주께서 법보에 카락시아라는 이름을 붙이셨을 때, 그 의미를 전해들은 이들은 그 승리라는 것이 몰락한 왕국에 대한 것이라 여겼지. 하지만 아는 이들은 그 승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들 알고 있었다오.”

“바칼에 대한 이야기군.”

“그렇소. 바칼. 몰락한 왕국에 수호를 내렸던 흉신. 위대한 제국의 군주께서는 그 흉신을 물리치고 이 땅을 정복했소.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이가 없으나, 그 승리 후의 이야기는 비교적 상세히 전해졌지.”

거기까지 말한 팔라미우스가 목이 탔는지 물주머니를 꺼냈다.

“군주께서 흉신을 쓰러뜨린 후, 이 땅은 급속도로 피폐해졌다 하오. 밤낮없이 시린 바람이 몰아쳤고, 하늘에서는 불길한 소리가 연일 울려 퍼졌다 하지. 그것은 모두 다 이 땅을 지탱하던 축이 사라졌기 때문이었소.”

“축?”

“바칼 말이오. 신이란 존재는 본디 세계를 지탱하는 축이오.”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군.”“단어 그대로 이해하면 되오. 책상에 다리가 없다면 어찌 되겠소?”

“기울거나 무너지겠지.”

“바로 그거요. 바크렌은 본디 풍요로운 땅이었소. 백 년 전까지 바칼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 풍요와 평화, 번영의 수호자였지. 그랬던 바칼이 사라지면서 이 땅도 생기를 잃어버린 거요.”

제국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팔라미우스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이미 스스로의 이야기에 심취한 것처럼 보였다.

“쿠엘단께서도 그것을 아셨소. 하여 흩어진 바칼의 혼을 한데 모으셨지. 그리고 그것을 봉인하여 법보로 만드셨소.”

“바칼의 혼이라고?”

“그렇소. 축을 잃어버린 이 땅에 새로운 축을 세운 거지. 다만 온전한 축에는 비할 수 없었기에 바크렌의 전역을 감당치는 못했어. 남부 일대와 망국의 왕도가 있던 중부 지역 일부에 잃어버렸던 따스함이 돌아왔지.”

바로 그때,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잠깐. 혹시.”

“짐작하는 바가 맞소. 일부 지역에는 법보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했지. 그것이 바로 오테론을 비롯한 북부 지방이오.”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카락시아의 빛을 발한다면 오테론을 뒤덮은 혹한은 가실 것이오. 다만 문제는 이 현상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는 거지.”

“그게 무슨 뜻이오?”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이 일어났다면, 필시 그것을 일으킨 이유가 있기 마련. 한 번 걷어내어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카락시아가 다시 살마드로 돌아갔을 때 다시금 이 현상이 반복되겠지. 그때는 일이 골치 아파지는 거요.”

“어째서? 카락시아를 오테론에 두면 될 것 아닌가.”

“그럼 살마드와 남부는?”“응?”“법보의 권능이 바크렌 전역을 덮지 못한다 하지 않았소. 잠깐은 상관없지만, 장시간 법보가 자리를 비우면 남부는 급격히 메말라갈 거요.”

“아…….”

탁자의 세 발 중에 하나가 빠졌다. 자연히 탁자는 발이 빠진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그 상황에서 다른 쪽의 발을 빼 단다고 하면, 그쪽으로 탁자가 기울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재앙이지. 이건 내 예상이지만, 만에 하나 카락시아가 이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성주님께서는 오테론을 포기하실 지도 모르오. 물론 그렇게 되면 전선이 넓어지겠지만, 비옥한 남부를 잃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싸게 먹힐 테니까 말이오.”

“…….”

군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순히 호기심을 풀기 위해 시작했던 대화는 그렇게 그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고 끝이 났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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