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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가 싫어할 보고를 하면서 허락까지 받아오라는 황당한 의뢰를 하는 진실의 침묵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유상전생의 보완 공적은 참으로 크지.
이 정도의 심기를 거슬리는 보고로 금붕어 먹이가 되지는 않네.
겨우 바람성의 맨틀에 생매장만 하는 정도로 끝내겠지.
그럼 천천히 기어 나오면 되네.”
이계 진리대리 시절에 임무 방기의 죄목으로 살짝 묻혔다가 진짜 죽을 뻔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간다.
“하아! 십중심의 충돌에도 견디는 바람성에서 당한 생매장을 벗어나기가 그렇게 쉬웠군요.”
“쉽지 않나?
여러번 싸워야 하는 금붕어 먹이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귀찮지.”
진리가 지시를 거부하는 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고,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 잘 아는 진실의 침묵의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목소리가 바닥에 깔리기 시작한다.
“진리에게 처벌을 당하신 경험이 아주 많으신 것 같습니다.”
“아아!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되기 전에 무모하게 세력확대를 하려는 이대 십중심들과 의견충돌이 약간 많았지.
말이 안 통해서 제자들을 데리고, 전쟁을 벌이다가 몇 번 끌려갔다네.
거기서 많이 겪었지.
진리는 항상 회복할 기회를 주니 겨우 돌아왔네.”
“!?”
진실의 침묵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이대 십중심들과 대놓고 정면충돌했다는 말이었다.
‘진실의 침묵 시절에 이대 십중심들과 직접 싸웠다고?
그런데도 패배하지 않으며 제압도 안 되다가 진리에게 직접 처벌을 반복해서 받고서 멀쩡하게 살아있는가?
역시 괴물은 괴물이야.’
자신은 꿈도 못 꾸는 업적에 기가 막힌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진실의 침묵은 천천히 과거를 회상하면서 말한다.
“알다시피 진리는 누가 정의인지 악인지 관심이 전혀 없어.
누가 강한지 약한지만 따지지.
결론적으로 오직 영원한 발전의 의무를 맡은 이대 십중심들의 편만 들으니 약자의 처지를 대변하던 존경받는 현자의 대표인 내가 참으로 고생했지.
뭐 지금은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된 덕분에 참으로 편하게 되었지만 말이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진실의 침묵은 오른손의 약지 손가락을 하나 펴면서 말한다.
“유상전생을 성공시킨 지금 자네는 십중심조차 넘어서는 한 번의 완전사면권을 가지고 있네.
내가 보장하는데 그 정도 보고로 진리에게 절대로 처벌을 안 받아.
내 이야기를 해도 진리가 화를 내겠지만, 무사히 허락을 받고서 돌아올 것일세.
허락을 받아오는 대가로 지금 이대 회색의 절대자를 처리해주지.
당연히 그동안 보호도 해주겠네.
참으로 후한 의뢰가 아닌가?”
“유상전생의 공적치를 전부 소모하라는 말씀이군요.”
“주우주의 창조신이면 어차피 쓸 일도 없을 것이니 서로 좋은 일이네.”
진실의 침묵의 말대로 유상전생의 보완을 성공시킨 공적이라면 무슨 부탁을 해도 통과될 수 있었다.
그런데 옆의 은하유성 아이언은 그때 이렇게 생각했다.
‘진리의 허락을 받아오는 대가로 이대 회색의 절대자를 처리할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강자라고 판단되는 이대 회색의 절대자와 전쟁은 지극히 위험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영원급 절대기 파호톤을 진실의 침묵의 눈앞에 보인다.
“이게 어떻게 보이십니까?”
“으응?
그건 뭔가?”
그 순간 평온해 보이던 진실의 침묵의 기세가 요동친다.
우르르! 화르륵!
“으윽! 윽!”
완전히 제압당했는지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던 흑염의 투기가 몸 전체에서 일렁인다.
그리고, 눈동자에서 검은 불길이 타오르자 진실의 침묵은 신음을 지르면서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내민다.
목소리도 거칠게 변했다.
“으윽! 영원급 절대기 파호톤이다!
그건 이대 흑염의 절대자인 내 것이다!
당장 내놔라!”
입에서 고위현자로서 정중한 말투가 사라지고, 흑염의 절대자다운 강대한 패기가 어린 목소리가 울린다.
팍! 곽!
그런데 왼손이 그대로 오른손을 잡아서 제압한다.
이어서 단숨에 흑염의 투기까지 억누른 진실의 침묵이 은은한 노기를 숨기지 않고서 중얼거린다.
“다시 들어가.
같은 십중심이 상대인 지금 사태는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내가 신기와 영역을 전부 회수해줄 테니 가만히 있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흑염의 투기가 다시 사라진다.
그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탁자에 올려놓았던 영원급 절대기 파호톤을 어깨에 걸치면서 말한다.
“신체에 대한 이대 흑염의 절대자님의 지분율이 오십이고, 진실의 침묵님이 오십이시군요.
본능과 의식이 정확히 절반씩 점령하고 계십니다.
지금은 이대 흑염의 절대자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이고, 머리에 상처를 입어 전권을 넘긴 상태인가요?
그렇다면 진실의 침묵님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나는 그런 계약을 모른다고 하면 끝이 아닙니까?”
“이것 참! 거기까지 읽었나?
참으로 당돌하기 짝이 없군.
그런데 나를 시험하다니 진리 이후로 처음이야.
대가를 치러주어야 하겠지.”
삼 미터 거인에게서 심장의 소리가 폭발음처럼 커다랗게 울린다.
꽝!꽝!꽝! 꽈르르르르릉!
처음에 폭탄이 터지는듯한 굉음이 번개가 치는 소리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폭혈(爆血)! 진실의 침묵의 상태에서도 사용 가능하군.
그런데 바로 투기사용으로 나오나?
현자가 아니었나?’
그 의문은 바로 풀려간다.
우르르르르르릉!
절대계 최강의 파괴력을 가진 흑염의 신체강화권능의 발동이었다.
그런데 강화되어야 할 근육은 멀쩡하고 대신 머리에 핏대가 솟으면서 커지는 기이한 광경을 보게 된다.
“어?”
“폭혈의 권능을 온전히 나의 머리에 적용했다.
그럼 절대계 최고의 현자였던 나의 연산력은 수십 배가 된다.
이 상태의 나는 이대 십중심들도 이기지 못했다.”
심장에 울리던 천둥소리도 사라지면서, 조용해진다.
구구구구구구궁!
정말 근육 대신에 뇌에 혈액이 몰리는지 붉게 변한 진실의 침묵의 머리가 더욱 커진다.
그런데 머리만 터무니없이 커져갔다.
‘두뇌를 열 배 이상 크게 하는 것인가?
이게 진실의 침묵의 전투태세!?’
엄청나게 커진 머리가 솔직히 무척 웃겼다.
기본이 삼 미터의 근육질 거인이니 열 배 정도 커진 머리를 감당하고는 있지만, 참으로 기묘한 모습이었다.
‘저 꼴로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되겠다는 것인가?
모두 비웃겠다!
저러니 진리님이 흑염의 절대자를 시켰지.’
도구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보기가 싫으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권능이나 능력이 좋아도 전투를 벌일 때마다 머리가 열 배 이상 커지면 각 계열의 정점인 십중심의 명성에 먹칠하는 꼴인 것이다.
‘이건 성능 이전에 기본적인 위엄 문제야.
저런 꼴을 용케도 남에게 보이네.’
진실의 침묵이 전투태세를 완료하니 이제는 머리만 큰 인형 같아 보였다.
고위현자가 하기에는 너무 창피한 모습인데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보기 흉하니 머리를 너무 키우지 말라고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하긴 저런 괴물 같은 존재에게 누가 충고하겠나?’
커진 머리가 웃긴다는 사실을 언급하면 진실의 침묵은 바로 주먹을 휘두를 것 같은데 그럼 즉사이니 아무도 충고할 리가 없는 것이다.
역시 진실의 침묵은 전혀 그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지 당당하게 외친다.
“두뇌 능력을 최대화한 지금의 나는 현자의 완전체.
네가 어떤 권능과 마도, 투기를 사용해도 그 전에 발동해서 막을 수 있다.
순순히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위이이이잉! 우우웅! 파파파파!
장담대로 엄청난 수준의 권능과 마도, 오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동 준비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너무나 빨라서 아무리 집중해서 보아도 차원창세신 코아의 인식수준으로는 영창이나 준비하는 방식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가상세계 제로 원을 기반으로 하는 무영창에 버금가는 순간영창이다.
영창 자체를 못 없앴지만, 폭혈(爆血)로 강화한 두뇌의 압도적인 연산력과 처리속도로 밀어붙여 순간적으로 만들고 있군.’
흑염의 절대자이니 투기를 사용하는 오의는 그렇다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십중심급에서 최고 수준의 마도신인 차원창세신 코아가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권능과 마도의 발동이 빠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진실의 침묵이 이대 십중심들도 어쩔 수 없는 괴물이 맞기는 하다.
그런데 저런 몰골이면 진짜 괴물인데?’
열 배로 커진 진실의 침묵의 머리가 적응이 안 되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잠시 막아라.”
탁!
그와 동시에 뒤에서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던 흑염 기계신 군단이 진실의 침묵 앞으로 이동되어서 가로막았다.
파파파파파파-!
흑염 기계신군단은 갑자기 전면으로 나서자 의아했으나, 이미 방어태세를 최대한 굳혔기에 무수한 권능과 마도, 오의의 앞에 당당하게 선다.
흑염 기계신 군단의 전투 기계신들이 앞을 막자 진실의 침묵은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 겨우 그건가?
기계신 군단따위로 나의 전투태세를 막아….”
그런데 이변이 일어난다.
화르르르!
몸에서 다시 흑염의 투기가 타오르면서 진실의 침묵이 발동시킨 권능과 마도, 오의를 전부 삭제시킨다.
그리고, 머리도 작아지기 시작한다.
“뭐…뭐하는 거냐?
왜 나를 막는 것이냐?
멈춰라!
흑염!”
정말 당황한 표정이 된 진실의 침묵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
“상황은 잘 몰라도 직감으로 가장 이익이 되는 올바른 길을 택한다.
역시 이대 흑염의 절대자님답습니다.
정보가 부족한 고위현자보다 훨씬 낫군요.”
“이익!”
진실의 침묵의 전투태세가 완전히 풀리면서 원래 크기의 머리로 돌아온다.
그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제 여유롭게 긴 담뱃대를 꺼내어서 입에 물었다.
“이들은 제가 오백억 년 전에 진리에게 유상전생의 보완을 성공한 보수 일부분으로 받은 흑염군단입니다.
일단 기계신체를 주어서 운영하고 있지요.
아무리 현자로서 능력이 높아도 오래간만에 깨어나신 것은 치명적입니다.
최신 정보가 없으시니 파악하기가 힘드셨을 겁니다.”
“끅!”
과거 겨우 일천 명으로 흑염영역을 훌륭하게 운영했던 흑염군단의 영웅신들이 지금 이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진실의 침묵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서히 전면에 나서려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를 설득하려 한다.
‘과거 흑염영역을 다스렸던 흑염군단의 영웅신을 거두면 다른 종족에게 보호세나 걷으면서 연명하는 야만 깡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흑염영역의 영웅신인 저들이 존재하는 변한 이 흐름이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는가?’
‘내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그것이 맞는다고 한다.’
‘어리석은 흑염이여! 이만 오천분의 일의 오류가 확실하다!
고위현자들만 있으면 영역관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입만 살은 현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꼼수의 제안 정도다.
영역 개발과 운영은 전혀 아니야!’
신체를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서 통제하는 둘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기세가 심상치 않게 폭증한다.
그리고, 서로를 노리기 시작한다.
‘내가 회색의 절대자가 되면 바로 지원해줄 것이니 가만히 있어.’
‘그것이 나를 용병신으로 쓰려는 다른 십중심의 제안과 뭐가 다른가?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대로다.
오래간만에 깨어나 현실인식이 부족한 너는 도저히 안 되겠으니 당장 물러서라!’
‘그럴 수는 없다!’
머리에서 무수한 권능과 마도, 오의가 발동되어 몸을 노리고, 몸의 양팔이 언제든지 머리를 공격하려 한다.
후우우우우우! 구르르르릉!
머리의 주도권을 잡은 진실의 침묵과 몸의 주도권을 잡은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서로 적대시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귀로 차원창세신 코아의 한가한 목소리가 울린다.
“아아! 빨리 누가 협상하실지 결정하시죠.
참고로 저는 무척 비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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