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진실의 침묵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박는데 아무도 개입하지 못했다.
퍼! 퍼퍽!
자기 머리를 쥐어박는 간단한 주먹질인데 그 위력에 전신이 떨려온 탓이다.
‘무…무슨 주먹의 힘이 저래?’
‘정말 흑염의 절대자와 동등한 신체 능력을 갖췄는가?’
‘우리는 스치기만 해도 즉사다!’
자기 머리를 때리는 장난 같은 저 커다란 주먹에 맞으면 여기 있는 누구라도 절대로 무사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그렇게 잠시 자학하던 진실의 침묵이 하늘을 쳐다보면서 외친다.
“진리여! 이건 아니잖소?
절대계에 이바지한 내 공적을 생각하면 내게 이럴 수는 없소!
내가 회색의 절대자가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왜 야만족 깡패 같은 흑염이 되어야 하오?
이 헐벗고 다니는 야만스러운 모습을 보시오?
이게 나에게 진짜 어울린다고 보시오?”
진실의 침묵의 기본 바탕이 삼 미터의 근육질 거인이니 헐벗은 모습에 상체 근육을 드러낸 모습이 남자답게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를 잘 아는 흑염군단은 내심 감탄하던 중이었다.
‘저 근육과 투기는 완벽해!’
‘흑염의 절대자로서 이 이상의 존재는 없다!’
그런데 자신의 머리를 패다가 진리를 찾으며 절규하는 거인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정상이 아니니 모두가 입을 다문다.
“아무리 나만이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될 수 있다고 해도 정말 하기 싫단 말이오!
오죽하면 내가 본능에 일부지만 신체 통제권을 나누어주겠소?
제발 결정을 물러주시오!”
차원창세신 코아가 들어보니 진실의 침묵은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하기 싫어서 스스로 의식을 잠재우고, 본능에 몸을 맡긴 것 같았다.
‘본능에 주도권을 맡기고, 자신은 잠들어서 흑염권능의 통제와 개인연구에만 집중했군.
그럼 전력이 아니었는데도 이대 십중심 중 서열 사 위야?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나?’
무엇보다 고위현자 중에서 정상적인 존재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린 차원창세신 코아와 은하유성 아이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다급하게 의지를 교환한다.
‘진실의 침묵도 제정신이 아니야.’
‘위험한 것은 아니야?
당장 주우주로 이동하자.’
시공의 구멍의 출구가 완전히 달라져서 일단은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러니 당장 주우주로 가서 원래 신체를 탈환할 기회를 노리자는 은하유성 아이언의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거부한다.
‘그렇지는 않아.
힘과 직감만 믿고서 설치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보다는 진실의 침묵이 말이 잘 통한다.
처음에 우리에게 볼일이 있다고 말하니 안전할 것이다.
뭔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손님 취급이다.’
‘으음!’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대 회색의 절대자에 의해서 같이 팔륜봉인에 갇혔던 경험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한다.
‘진실의 침묵은 십중심처럼 완벽하게 정점에 도달한 존재가 아니라서 오히려 안전하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는 존재는 상대방에도 허용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이다.
그런 의견에 동조하면서 여전히 진리를 찾으면서 한탄하는 진실의 침묵을 본 은하유성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위 현자이지 않은가?확실히 흑염의 절대자보다는 안전할 것 같기는 하다.’
‘분명히 그렇다.
그런데 뭔가 상당히 머리가 아파질 것 같아.
고위현자는 상대하기가 편하지 않아.’
전혀 다른 둘이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토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감정을 수습했는지 진실의 침묵이 아공간에서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로브를 꺼내어서 입으면서 안심한다.
“휴-! 옷을 입어야 문명인이지.
이 로브를 입으니 이제야 원래의 나로 돌아온 것 같군.”
“….”
“….”
절대계에서 최고 수준인 압도적인 근육질의 몸매가 겨우 천 조각인 로브에 가려질 리가 없다.
오히려 울퉁불퉁한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로브의 천을 들어 올리며 하늘로 부양시켜버리는 모습에 모두가 한가지 생각을 한다.
‘전혀 안 어울려!’
로브가 근육의 움직임을 못 이겨 튕기는 바람에 둥둥 뜨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어른에게 아기들이 입는 원피스 옷을 입혀버린 꼴이다.
더구나 화려한 무지갯빛이니 상당히 눈의 건강에 안 좋았다.
‘진리가 흑염을 시킨 이유가 있었구나.’
그렇다고 고위현자들이 얼마나 뒤끝이 길고, 저 주먹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아는 모두는 입을 다물고서 진실의 침묵이 무슨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진실의 침묵이 마침내 정중하게 말을 이었다.
“내 소개를 다시 하지.
절대계 모든 현자의 스승이자 대표인 진실의 침묵일세.
스스로 오랜 잠에 빠졌다가 자네들의 공격을 머리에 맞아서 완전히 깨어났지.
이대 흑염의 절대자도 나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내가 주도권을 가졌으니 협상 상대로 충분하네.”
진실의 침묵의 간략한 소개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절대계 현자의 스승이자 대표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아아! 지금 절대계에 있는 모든 현자 계파의 창시자들을 가르친 것은 바로 나지.
깨어나자마자 정보행성 이데아에 바로 확인해보니 내 제자들이 대부분 아직 수장으로 존재하고 있더군.
제자인 그들은 스승인 나의 말을 거부할 수 없네.
그러니 대표이지.”
에반펀치의 기습에 수백억 년 만에 완전히 깨어난 진실의 침묵이 아직 자신의 현자에 대한 통제력이 완전하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꽉 쥐고 있는 커다란 주먹에서 드러났다.
“혹시 거부한다면 꼬마 시절처럼 버릇을 다시 가르쳐주면 되네.”
“….”
불끈!
진실의 침묵이 단지 주먹을 쥐는 것만으로 흑염군단의 영웅신들은 숨이 막힐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어떻게 가르쳤는지 보인다!
보여!’
‘수 없는 죽음의 위기를 느꼈겠구나.’
절대계의 고위현자들이 전부의 스승을 맡을 정도의 지적능력과 흑염의 신체를 동시에 가진 스승에게 어떤 식으로 교육을 받았을지 예측을 떠올린 모두는 제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렇게 잠시 절대계의 제자를 훈육한 시절을 떠올리던 진실의 침묵은 조용한 음성으로 말한다.
“물론 현자의 정점은 분명히 회색의 절대자가 맞네.
정보행성 이데아에 기록된 지금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능력과 업적을 보니 확실하더군.
황금세력에 물들어 반발할 수밖에 없는 회색영역의 지배층을 싹 배제하다니 놀라운 결단력이야.
정권 이양에는 과거 지배층의 숙청이 필수인데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그대로 진행하다니 대단해.”
자신의 미친 미래가 왜 그랬는지 진실을 알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내심 혀를 찼다.
‘쯧! 그건 아닙니다.
저의 미래는 이대 흑염의 실패자에 대한 복수가 실패할 것 같자 열이 받아서 날뛴 것뿐입니다.
열이 받은 상태에서 부하들이 덤비자 불손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를 달아서 싹 쓸어버리며 화풀이를 한 거죠.’
회색영역의 상급 전사를 직접 숙청한 것은 단순한 화풀이였고, 그 결과로 미친 회색이라는 악명을 달게 되었다.
‘그런데 고위현자들이 보기에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구나.’
진실의 침묵은 이대 회색의 절대자를 연신 칭찬하는 중이었다.
“지배층의 완전 숙청은 현자들의 지지나 지지세력이 없는 지금 이대 회색의 절대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
그 이후로 비슷하게 배경이 좋지 않아서 자신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는 대신족(代神族)이라는 외부세력을 불러들여 충성경쟁을 시키다니?
실로 효과적인 통제방안이야.
참으로 대단해.”
역시 그것도 반박할 말이 많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건 그냥 말 안 듣는 부하들이 편히 사는 것이 꼴 보기 싫어서 힘들라고 그런 것입니다.
할 일 없으면 놀지말고, 야산의 잡초나 뽑으라고 시키는 그런 못 된 심보죠.
아무리 똑똑하고 경지가 높아도 자살 희망자 주제에 무슨 먼 미래를 보면서 그랬겠습니까?’
자신을 삼대 회색의 절대자의 부품으로 보는 미친 미래에 좋은 감정이 전혀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데, 진실의 침묵이 무의식적으로 이제 없는 수염을 품위 있게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려 하다가 손을 부르르 떨면서 중얼거렸다.
“내 수염이 없으니 도저히 안정이 안 되는군.
이 망할 야만족 깡패는 품위를 몰라.”
다시 자기의 머리를 치려던 진실의 침묵은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자 태도를 바꾸고서 말을 이었다.
“역시 진리더군!
완벽한 이대 회색의 절대자를 만들어냈어.
십중심 중 마지막까지 공석이던 회색의 절대자가 채워진 모습을 보니 참으로 기쁘네.
그러나, 그것도 내가 깨어났으니 마지막이야.”
“예?”
“무슨 말씀이신지?”
갑자기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마지막을 알리는 선언에 차원창세신 코아와 은하유성 아이언은 놀랐다.
“현자로서 혼자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광역파괴능력에 광기라고 칭해도 될 정도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결단력.
그 과정에서 생긴 피해를 단독으로 복구할 수 있는 창조력이 현재 이대 회색의 절대자더군.
이러니 누구도 할 수가 없었지.
그런데 나는 진리가 바라던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조건을 이제 확실히 알았네.
지금의 나에게는 약간만 성향을 조정하면 되는 참으로 쉬운 일이야.
그렇게 되면 내가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나?
나에게는 모든 현자의 지지와 배경, 조직까지 있어.
회색영역도 그냥 넘겨받으면 되네.”
“….”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원래 회색의 절대자의 자리를 원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흑염의 절대자는 어쩌시고요?”
“그게 무슨 문제인가?
아까 내 피를 연구해보았더니 흑염의 권능도 안정이 되어서 여력이 충분하더군.
내가 둘 다 맡으면 되네.”
십중심을 두 개나 혼자서 가지겠다는 진실의 침묵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그는 오른쪽 눈에 쓴 외눈 안경을 손가락으로 위치를 조정하면서 차근차근 말한다.
“내게 지금 이대 회색의 절대자와 동등 이상의 광역파괴능력과 비등한 창조력의 습득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네.
진리가 과거에 이대 회색의 절대자에게 이런 조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으면 바로 차지했었겠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가망성이 없다고 강조해서 억지로 흑염의 절대자가 되어서 고생을 했으나, 이제는 익숙해졌지.
여력이 충분하니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겸임도 해야겠네.
이건 원래 내 자리를 찾는 것 뿐이지.”
“….”
“….”
실로 할 말이 없는 광오한 선언에 모두가 침묵한다.
그렇게 모두의 입을 다물게 한 진실의 침묵은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여기서 의뢰를 하겠네.”
“말씀하십시오.
적당한 대가만 주신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왜 진실의 침묵이 흑염의 절대자가 강제로 되었는지 점점 깨닫게 된 차원창세신 코아였지만,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십중심의 의뢰를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같이 미친 미래를 토벌하자고 하면 참으로 기뻐할 일이다.’
그러자 진실의 침묵이 기분 좋은 얼굴로 아주 가볍게 말한다.
“요즘 젊은이치고는 태도가 아주 좋군.
내 제자들도 이랬으면 좀 더 높은 경지에 도달했을 텐데 말이야.”
“무엇입니까?”
“진리에게 가서 내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서 이대 회색의 절대자를 겸임하겠다고 보고하고서 허락을 좀 받아오게.”
“뭐라고요?”
“그대의 지금 상황에서 별것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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