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렇게 나름대로 오랜 인연과 이별을 하는 동안 마침내 시공의 구멍의 끝에 도달한다.
스르르르르릉!
세계의 흐름에서 세계로 나가는 출구가 칼에 종이가 베어지듯이 구멍이 명확하게 뚫린다.
그 순간 은하유성 아이언은 모았던 모든 황금권능을 영창까지 동원한 최대출력으로 황금권갑을 통해서 쏘았다.
“에반펀치!”
투우우우웅! 푸하하!
기둥 크기로 거대해진 황금권갑이 세계의 흐름을 통째로 찢으면서 날았다.
그리고, 시공의 구멍을 관통해 나아간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것은 크기는 작았으나 이제까지 보았던 어떤 에반펀치보다 더욱 위력적이었다.
마력에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는 황금권능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대 회색의 절대자도 무시할 수 없는 위력임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크게 웃었다.
“크하하! 황금권능은 정말 멋지구나!
그 정도라면 어떤 마력 결계도 버티지를 못할 것이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시공의 구멍을 돌파한 에반펀치가 출구에 가까워지는 순간 전 마력과 신력, 투기를 동원해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적으로 상대할 때는 정말 골치 아픈데, 우리 편이니 참으로 든든하군.
그러나, 적은 이대 십중심!
이대 회색의 절대자!
서열이 꼴찌라고 해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이니 절대계 간능신의 지원도 간다!”
마력으로 만든 결계라면 어떤 수준이라도 부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였으나, 이대 회색의 절대자 상대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마력에 집중하여 이대 십중심이 된 나의 미래의 전투력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거기에 분명히 신력과 투기도 익히고 있을 것이니 어떤 대책을 들고나올지 아무도 몰라.
최선을 다해야한다.’
우우우우우웅! 투하하하하하-!
스물일곱 쌍의 권능의 날개가 에반펀치를 휘감고서 출구를 관통했다.
“나도 전력이다!”
십중심급 둘이 힘을 합쳤다고는 믿을 수 없는 강대한 위력이 시공의 구멍 출구를 뭉개듯이 확장하면서 통과한다.
투가가가강! 우지지지지직!
일천조가 넘는 절대마력으로 만든 마력결계가 있어도 절대로 막을 수 없는 위력이라고 확신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대로 잠시 몸이 경직된 은하유성 아이언을 뛰어넘어서 입구로 돌진했다.
“출구는 뚫었다!
이제 우리가 간다!”
어느새 꺼내 들은 십중심의 서명과 영원급 절대기 파호톤을 완결의 마수로 변화한 팔로 쌍창처럼 휘두르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리고, 그 뒤를 신령연옥에서 튀어나온 흑염군단의 영웅신들의 신령들이 따른다.
그들의 눈에는 흑염의 절대자가 아닌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이었지만, 다시 펄럭이기 시작한 흑염의 깃발이 보였다.
“흑염군단의 총공격이다!”
“오오오오오!”
흑염군단은 영웅신들은 차례차례 소환한 전투용 기계신체들과 융합해서 커다랗게 확장된 출구로 몰려들었다.
위이이! 위이이잉! 위이이이!
출구를 통과하자 바로 절대기로 투척공격을 하려던 그들의 귀로 신령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음성이 들려온다.
“아얏-!”
전투장면을 비치는 커다란 화면이 전면에 펼쳐져 있고, 뒷머리를 어루만지는 근육질의 거인이 보였다.
그의 주변에는 은하유성 아이언이 방출한 에반젤리 권갑이 하늘을 날다가 주인을 찾아서 재빨리 시공의 구멍으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슈아아아아아!
그런데 에반젤리 권갑에는 확실히 검붉은 피가 묻어있었다.
분명히 명중하기는 한 모양인데 맞은 상대가 너무나 팔팔했다.
“감히 나의 뒤통수를 쳐?
어떤 비겁한 겁 없는 자식이냐?”
화르르르르르-!
거인의 전신에서 일어나는 검은 불길의 투기를 본 십중심의 서명과 영원급 절대기 파호톤을 양팔에 쥔 차원창세신 코아가 낭패의 표정을 지었다.
“여기가 아닌가 보다.
잘 못 왔다.”
“어억!”
“으윽!”
괴성을 지르며 뒤통수를 오른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돌아보는 거인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공격할 상대라고 했던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아니었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였다.
“흑염의 절대자님!?”
“아니! 달라!
저건 이대 흑염의 절대자다!”
검은 불길과 같은 투기에 휩싸인 삼 미터가 넘는 무시무시한 근육질의 거구를 본 흑염군단의 전투용 기계신체들은 모두 급정거를 했다.
끼이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익! 쿠쿠우웅!
흑염군단이 절대계나 주우주로 복귀하면 가장 주의해야 할 대상이 이대 십중심들이다.
그래서, 그야말로 필사적인 급정거였지만 추하게 엎어지는 전투용 기계신체는 없었다.
이어서 훈련했던대로 진형을 이루기 시작한다.
구구구궁! 구궁!
“밀집대형!”
“뭉쳐라!”
시공의 구멍에서 모습을 나타내어 순식간에 정열을 완료한 구백오십 대의 흑염 기계신군단을 지휘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한탄을 하고 있었다.
“진실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떻게 흑염의 바람성이 가장 안전한 길입니까?”
그는 설마 시공 구멍의 출구가 원래 왔던 곳이 아닌 흑염의 바람성으로 변경되어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이다.
출구 변경이 기본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탓이었다.
“출구까지 변경하실 수 있으셨으면 사백구십구 주우주로 바로 뚫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호를 약속한 차호님의 가호를 받게 말이죠.
어라?
그건 아닌가?”
재미에 모든 것을 거는 바람가 차호의 장난기와 암울하기만 진정한 영웅신을 찾으라는 의뢰를 떠올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사백구십구 주우주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차호님이 전력으로 나를 보호하실 리가 없어.
그럼 이대 회색의 절대자라면 나 정도를 납치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삼대 회색의 절대자를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서 현재들을 모두 재료로 쓰려는 이대 회색의 절대자는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상대였다.
‘솔직히 현자계열인 차호님은 믿을만한 상대가 아니야.
오히려 재미있겠다고 방관할 가능성이 크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를 완벽하게 무시하는 존재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밖에 없다.’
단숨에 왜 이랬는지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끄떡인다.
“역시 진실님! 여기가 지금은 나에게 가장 안전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곱게 돌아왔으면 이런저런 인연이 있으니 무사할 수 있었는데 에반펀치로 공격을 해버린 이후다.’
한 대 맞으면 반죽음을 시키는 흑염의 절대자들의 더러운 성격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아오 시바! 또 기습으로 도발한 셈이잖아?
큰일 났다!’
은하유성 아이언과 차원창세신 코아가 전력을 합친 에반펀치가 하필이면 뒤통수에 맞았는지 오른손으로 뒷머리를 누르고 있던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십중심의 공격도 아닌데 나에게 피가 났다.
그런데 이것이 흑염의 절대자가 된 나의 피인가?
이건 연구감이군.”
그는 손바닥에 묻은 피를 보면서 아공간에서 확대경과 같은 안경을 눈에 끼고, 실험용 신기들을 꺼내어서 조사하기 시작한다.
스슥! 착착!
순식간에 실험실이 갖추어진다.
삼 미터가 넘는 근육질의 거인이 복잡한 실험용 신기를 능숙하게 다루어 자신의 피를 연구하는 모습은 참으로 기이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 고민하던 차원창세신 코아와 흑염군단이 잠시 생각을 잊을 정도였다.
“오오! 그렇군!
참으로 흥미로워!”
“….”
“….”
“….”
“….”
자신의 피를 분석 완료한 이대 회색의 절대자는 눈앞에 나타난 차원창세신 코아와 구백오십 대의 흑염 기계신군단을 한번 흩어보더니 자신의 상처와 상황의 분석에만 집중한다.
“분명히 십중심들이 아닌데 내가 기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 챘어?
뭐지?
이건 뭘까?
뭐가 내 절대직감을 속였지?
흑염의 절대직감이 감지를 못하려면 완전히 미지의 존재이던가 아니면 십중심들이 연합을 해야 한다.
과연 어떻게 내가 기습을 허용했을까?
이것도 연구감이야.”
눈에는 외눈 안경을 끼고서 팔짱을 끼면서 고민하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차원창세신 코아나 흑염군단 기계신군단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의자를 불러내다니 그대로 앉아서 혼잣말을 이어갔다.
“아아! 내가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있다니 세상은 여전히 미지로 가득 차 있구나.
더 깊은 생각과 연구를 해야 해.”
절대계에서 광전사의 정점인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의자에 앉아서 사색하는 모습은 뒤따라 나온 은하유성 아이언조차 몸이 굳을 정도로 기가 막혔다.
그런데, 그 순간 차원창세신 코아가 극히 신중하게 움직이면서 의지를 전달한다.
‘에반펀치에 충격을 받았는지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상태가 이상하다.
거기다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
이건 모두 몸 성하게 복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원 나의 차원 문으로 후퇴한다.’
이미 실패한 전적이 있기에 떨떠름한 표정이 된 흑염군단이었지만,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있는 여기가 위험하다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바로 수긍한다.
‘…알겠습니다.’
‘차원권능의 오리진이기도 한 나를 불신하는가?
이번에는 내가 직접 열 것이니 정확하다!
단번에 주우주로 간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절대로 안 어울리는 연구와 사색이라는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지금 이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극도의 경계심을 발동하고서 바로 도망치려는 중이었다.
‘흑염 바람성이 이대 회색의 절대자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진실님의 판단은 확실히 정확했다.
그러나, 진실의 침묵은 아니야!’
그가 보기에 이대 회색의 절대자는 지금 진실의 침묵 상태였다.
그리고, 차호와 미친 회색, 이대 흑염의 절대자 셋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상대를 고르라고 하면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저 없이 이제 생각하는 인간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저 거인을 고를 수 있었다.
‘저건 분명히 진실의 침묵인 상태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를 노리던 전지전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절대계 최고의 현자!
너무나 강하고 현명해서 회색을 넘어서 아무도 될 수 없었던 흑염의 절대자가 되어버린 존재!’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오른쪽 손을 오른쪽 무릎에 올리고 턱을 괸 흑염의 절대자의 모습을 본 순간 오싹해지는 느낌이 전해진다.
‘에반펀치에 머리를 맞고서 기억상실이라도 일으켰나?
흑염권능의 통제도 거의 사라졌다.
왜 저렇게 현자 상태야?’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일차 복수전 때 같이 간이 팔륜봉인에 말려 들어가서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진실의 침묵 상태를 본 경험과 기억이 있었기에 비교하니 확실히 이상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저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이상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모두를 이끌고서 차원도약으로 도주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역시 쉽지가 아니었다.
“흑염이 너에게 용무가 많다니 가면 안 돼.
좋은 말로 할 때 동작 그만해라.”
눈을 감고서 턱을 괴고서 생각하는 자세를 풀지 않은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경고를 날린다.
“내 말을 무시하고, 끝까지 도망을 치겠다면 너는 포기하고서 나머지를 노리겠다.
여기는 흑염의 바람성이다.
내 구역이자 개인신전이다.
너의 차원권능이 아무리 빨라도 진실의 침묵인 나라면 너를 제외하고는 모두 봉인할 수 있다.
지금 이들을 잃으면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손에서 절대로 못 벗어날 것이다.”
“….”
존재승부를 마치고 정보를 융합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차원권능의 도주력은 이제 십중심에 포위해도 도망칠 수 있었다.
‘혼자는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절대계 최강의 현자였던 진실의 침묵에게서 다른 존재까지 구할 수는 없다.
그는 차원권능조차 익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를 아는 모두에게 전지전능이라고 불리던 진실의 침묵이라면 모든 권능을 익히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제야 사색을 멈춘 그는 고개를 천천히 들면서 말한다.
“복귀한 너와 주변 존재들을 보니 이제야 겨우 사정을 알겠다.
나도 네게 질문이 많으니 도망은 치지 마라.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일단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유상전생의 보완을 축하한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로는 불가능한 능숙한 설득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인사를 올린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팔륜봉인에 갇힌 이후로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진실의 침묵님.”
“은하유성 아이언이라고 합니다.”
순순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와 은하유성 아이언을 번갈아 본 그는 긴 한숨을 쉰다.
“하아. 그 기간이 나에게는 순간이었지만 너희는 아니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영원을 반복하며 유상전생을 보완했고, 은하유성 아이언은 한순간에 전부를 걸었다.
둘이 힘을 합쳐서 이룬 실로 기적과 같은 성공이자 생환이다.
처음 계획대로 내가 직접 나서서 시도했었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나라도 어렵지!
힘들어!”
혼잣말을 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자신의 턱밑을 쓰다듬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심각하게 인상이 변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듯이 잠시 멍해져 있더니 갑자기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런 망할! 대신(大神)조차 부러워하던 내 멋진 수염이 없어졌다!
이 야만 흑염이 나의 가장 큰 자랑이던 수염까지 깎아버렸어!”
말투와 태도는 영락없는 고위현자였지만, 일단 무지막지한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낸 삼 미터의 거인이다.
그런 존재가 격한 감정을 드러내자 마치 본성이 드러나는 듯한 모습에 모두가 긴장한다.
거기에 이제 혼잣말이 아니라 누군가와 문답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뭐야?
전투에 방해가 되어서 깎았다고?
인제 보니 내 로브는 어떻게 했냐?
거추장스럽다고 팔아?
모든 절대계의 현자들이 존경의 증거로 만들어 바친 영광의 로브를 팔다니 네놈이 지금 제정신이냐?
그리고, 왜 절반이 알몸이야?
어차피 찢어져서 거의 안 입고 다녀?
수염이 없고 헐벗고 다니면 그게 무슨 현자냐?
거지 아니면 야만 전사지!
이젠 현자가 아니라고?
흑염일족의 지배자?
그게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어!”
여기서부터 자신의 머리를 커다란 주먹으로 두들기기 시작한다.
꽝! 꽝!
“이 돌머리야! 억지로 맡았으면 대충 해야 한다.
그런데 진짜 흑염일족을 만들고서 결혼을 해 후계까지 두었어?
머리보다 주먹으로 해결하며 사는 삶이 편하다고 만족해 버리면 어떻게 해?
진짜 흑염으로 영원히 살 것이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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