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2075화 (1,984/2,000)

34권 35권

이대 회색의 절대자에게 선전포고와 같은 통첩을 날리고, 직통회선을 끊어버린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미 흑염일족은 모두 집결을 완료하고서 명령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내가 미친 회색에게 좋게 이야기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했지!

대화보다 기습을 걸었어야 했어!”

다른 십중심들에게 영원급 절대기가 모두 생겼는데 흑염의 절대자만 없는 이 사태는 확실히 그냥은 넘어갈 수 없는 비상상황이었다.

강제 집결 당한 그들의 귀를 쩌렁쩌렁하게 호통이 울린다.

“이게 무슨 수치냐?

당장 전쟁이다!”

화르르르르르-! 퍼어어억!

얼마나 분노했는지 신체에서 치솟은 흑염의 투기가 천장을 관통하고, 흑염 바람성의 하늘을 뚫고서 우주 공간까지 꿰뚫는다.

어지간한 고위 정신체들은 기세만으로도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이었으나, 주변의 고위 흑염일족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반론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해도 미친 회색과 함부로 싸울 수 없습니다.”“그는 단지 태도가 불손하다는 이유로 자기 영역을 송두리째 뒤집었습니다.”

그들도 절대계가 배출한 강자들이었다.

그리고, 영원급 절대기 파호톤을 회수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것이 될 수 없기에 냉정했다.

“다시 협상해야 합니다.”

용맹만으로 따지면 따를 수 있는 존재가 없는 흑염일족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무력만으로 진리에게 완전 사면권을 인정받은 십중심에게 덤비는 일이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대 회색의 절대자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와 정면으로 승부를 겨뤄서 무승부를 할 정도이니 자신들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 보였다.

“그가 얼마나 강력하며 그 이상으로 미쳐있는지 잘 알지 않습니까?”

“요즘은 우리에게 항상 붙어있던 미쳤다는 표현이 밀려서 사라질 정도입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흑염 두목님.”

흑염일족 내부에서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통칭 두목으로 불렸다.

당연히 과거 현자였던 그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흑염 두목이 아니잖아!

내 호칭은 두목이 아니야!

이대 흑염의 절대자이며 흑염권능의 오리진!

흑염일족의 지배자라고 부르란 말이다!

“너무 길지 않습니까?

그냥 흑염족장님으로 하지요.”

흑염권능의 영향인지 왜 긴 호칭이 필요한지 고민은 전혀 없는 주제에 직감으로 교묘하게 허용 한계 내에서 성질을 긁는 고위 혹염일족들이었다.

더구나, 전투까지 회피하는 그들을 쳐다보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입에서는 욕설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오 시바! 네놈들은 모두 머리가 돌이다!

싸움만 잘하는 주제에 전투하지 말자고?

모두 어떻게 된 거냐?

미친 회색에게 정기라도 받아 처먹었어?”

노골적인 추궁에 고위 흑염일족들은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가 하나둘 말문을 열었다.

“흑염 족장님! 저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이번 전투에 저희의 직감이 더럽게 안 좋아요.”

“싸우면 여기 있는 전원이 무조건 죽는다고 나옵니다.”

“저희만 아니라 하위 일족도 몰살입니다.”

“저 미친 회색이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이 몰살시켰습니다.”

“흑염의 바람성이 세계폭탄 코아의 융단폭격에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자다가 가위를 눌린다는 경험을 처음 해보았습니다.”

고위 흑염일족들이 자신의 직감이 보여준 최악의 장면을 계속 이야기하자 이대 흑염의 절대자도 치를 떨었다.

“제길! 역시 너희부터 노리냐?

나도 안다.

내가 흑염의 바람성을 비우는 순간 여기를 공격하는군.”

“겨우 그거요?

족장님은 그것 외에 아무것도 못 보셨습니까?”

절대직감은 흑염권능의 오리진인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가장 정확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전쟁을 위해서 속일 생각도 없었다.

“내 앞에 미친 회색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미친 회색답게 문제가 발생하는 즉시 흑염의 바람성과 영역부터 노렸다.”

“허어!”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영원급 절대기 파호톤과 흑염군단의 회수라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을 앞에 두고서 흑염의 바람성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였다.

“내가 본 마지막 장면은 흑염의 영원성만이 아니라 흑염 영역까지 통째로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흑염일족은 나를 제외하고는 전멸이다.”

“전멸!?”

흑염일족이 흑염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흑염의 절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위 일족이 아니라면 흑염권능의 유지시간도 짧고, 숙련도도 낮으니 미친 회색이 독한 마음을 먹으면 일방적으로 사냥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하위 흑염일족이 하나둘 손을 들면서 말한다.

“제 직감에 적은 이대 회색의 절대자만이 아닙니다.”

“이상한 황금권능을 쓰는 꼬맹이한테 하위 일족들이 하나씩 쥐어 터져 죽어 나가는데 성질이 나서 미치겠습니다.”

“외부로 정기 수금을 나가는 하위 흑염일족이 모두 그 꼬맹이에게 당합니다.”

황금권능을 쓰는 꼬맹이가 하위 흑염일족을 하나둘 사냥한다면 예상되는 존재는 단 하나였다.

‘은하유성 아이언이로군.’

이대 흑염의 절대자도 차원창세신 코아와 은하유성 아이언의 벌인 존재승부의 내용을 전달받았기에 바로 알 수 있었다.

“황금권능을 쓰는 꼬맹이라면 아마도 은하유성 아이언일 것이다.

비록 작지만, 그의 존재감과 신격은 이계 모든 정신체의 정점이다.

본신신력과 한계도 완전히 풀린 모양이니 하위 일족은 직접 상대하지 마라.”

은하유성 아이언이 보인 황금의 절대자에 한없이 가까운 황금권능과 놀라운 방어력, 불가사의한 기계신의 골격을 가진 황금후계의 존재는 절대계의 황금일족에게도 충격을 주는 중이었다.

‘잘 성장했다면 아무리 십중심 일족이라도 하위는 당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하위일족라도 절대권능을 가진 십중심의 일족인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존재승부에서 보인 무력으로는 하위 십중심일족을 압도할 수 없다.

주우주의 창조신장이라고 절대계로 오면 겨우 하급 전사에 지나지 않는다.

주우주에서 십삼 써클이라고 해도 절대계에는 십일 써클 정도이기 때문이다.

주우주 창조신은 하위라고 해도 절대권능을 익힌 십중심일족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절대계와 주우주의 수준은 기본적으로 이 써클, 즉 일백 배의 차이가 난다.

주우주 상급 창조신인 차원창세신 코아와 비슷한 무력을 가진 은하유성 아이언이 아무리 강해도 이 써클의 수준 차이가 되는 십중심 일족의 상대가 될 수 없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예외가 적용되는 세계가 단 하나 있었다.

‘역시 사백구십구 주우주 출신이라서 문제인가?

겨우 열 배의 수준 차이!

이 좁혀진 차이는 정말 골치가 아프군.’

진리와 비슷하게 발전에 전념하는 영원체를 창조주를 모신 사백구십구 주우주는 절대계를 열 배의 차이까지 좁혀오고 있어서 커다란 문제가 되는 중이었다.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십삼 써클은 절대계에서는 십이 써클 수준이다.

더구나, 은하유성 아이언이 익힌 것이 황금권능이니 조금 더 발전한다면 하위 일족은 힘겨울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시공의 구멍을 통해서 현재로 복귀를 준비하는 도중이라고 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지?’

정보가 없으니 하위 십중심 일족을 압도할 정도로 급작스럽게 은하유성 아이언이 강해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대신 할 수 있는 일부터 선택한다.

“일단 어떻게든 미친 회색을 압박해야 한다.

내가 흑염의 바람성을 떠날 수가 없으니 이 녀석들을 보내야 한다.

한꺼번에 몰려가면 최소한 당하지는 않는다.’

고위 흑염일족이 총출동하면 이대 회색의 절대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아낸 그는 바로 추진을 시작한다.

“앞으로 수금은 최소 중위 일족들을 무리를 지어서 보내.

전투는 피하라.”

“예.”

중하위 일족에게 다시 주의를 시킨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본격적으로 고위 흑염일족을 닦달하기 시작한다.

비록 자신이 흑염권능의 오리진이지만, 이들은 장로 비슷한 존재들이라서 마구 부려먹기는 힘들었다.

“흑염일족이 죽음을 무서워해서 전쟁을 피하다니 개가 웃을 일이다.

출격해서 당장 우리의 것을 회수해야 한다.”

“미친개는 안 웃고 짖지요.

그리고, 우리의 것이 아니라 족장의 것이 아닙니까?”

“회수하면 분배부터 이야기하시지요.”

다시 강조하는데 영원급 절대기 파호톤은 하나다.

흑염군단의 영웅신들은 고위 흑염일족들의 부하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겨도 오로지 이대 흑염의 절대자만 좋다는 사실을 잘 아는 고의 흑염일족들은 팽팽하게 기세 싸움을 하려 했다.

‘권력분배를 할 좋은 기회다.’

그런데 상대가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고위 흑염일족의 생각을 파악한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폭발하는 듯이 타오르는 눈빛에서 차가운 이성의 투기를 보이면서 묻는다.

“하-! 내가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되면서 유일하게 마음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에?”

우둑! 우두두둑!

어떤 흑염일족보다 근육질의 커다란 팔이 그대로 땅을 향해서 휘둘러졌다.

“바로 이거다!”

꽈아아아앙-! 구구구구구구구궁!

간단한 팔 동작으로 일으킨 충격파에 흑염의 바람성이 송두리째 뒤흔들린다.

자신들은 도저히 따라 하지 못할 무력시위에 고위 흑염일족들의 안색은 창백해진다.

“흑염은 말로 하지 않고, 주먹으로 대화해도 정론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우리 계속 대화를 해볼까?

어차피 미친 회색과 전면전을 벌이면 너희는 전멸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줄까?

지금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혼자 싸울까?”

“….”

이대 흑염의 절대자에게서 더는 반론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흘러넘쳤다.

그리고, 고위 정신체들에게 미친 회색에게 당하는 죽음보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맞아 죽는 죽음이 먼저 보인다.

‘제길! 지금 말을 안 들으면 정말 죽일 생각이다.’

각자의 절대직감이 저 무식한 주먹에 머리가 박살인 나는 광경을 일제히 보여준다.

‘진짜 급하기는 급했구나.’

‘영원급 절대기를 소유한 다른 십중심에게 밀려서 하위서열로 떨어지기 직전이라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이번 기회에 권력을 거래하려 했다가는 모두 끝장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고위 흑염일족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흑염 친위대로서 바로 출격하겠습니다!

미친 회색이 영원급 절대기 파호톤을 흑염일족에게 돌려줄 때까지 회색영역을 전부 불태우겠습니다!”

차라리 적과 싸우다 죽으면 부활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흑염의 절대자에게 반항하다 죽으면 그대로 소멸이 되거나 칭호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아는 흑염일족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그렇게 회색영역으로 압박용으로 정예 고위일족을 전부 출진시킨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턱을 손가락으로 긁으면서 말한다.

“미친 회색에게 경고는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는 아니야.

잘하면 우리 구역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전부 태우지 말고서 적당히 해.

우선 적자 행성들부터 골라서 불태워버려.

이 기회에 체질 개선을 강제로 시킨다.”

“예-! 맡겨주십시오!

잘 부수겠습니다.”

“내 말 이해는 정말 했냐?”

통제에 막대한 연산력이 들어가는 흑염권능의 특성으로 단순무식한 흑염일족들이다.

그러니 얼마나 자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이 돌머리들이 과연 제거할 적자 행성과 남겨야 할 흑자 행성을 잘 고를 수 있을까?

절대계가 적자가 나면 진리에게 호출당한다!

참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네!’

최고의 연산력과 예측력을 가진 회색의 절대자를 상대로 절대직감을 불신할 수 없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그렇게 본진을 철저히 지킨다.

‘그렇다고 내가 본진인 흑염의 바람성을 비우는 순간 미친 회색이 바로 털러 오는 사실을 아니 어쩔 방법이 없다.’

이렇게 흑염영역과 회색영역이 본격적으로 전쟁이 벌어지는 순간 이대 회색의 절대자는 긴 담뱃대를 꺼내어서 시공의 구멍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것들이 아무도 안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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