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기계신체인 차원창세신 코아가 손안에 쥐고서 휘두르던 십중심의 서명을 다시 공간 이동시킨다.
슉-!
은하유성 아이언이 무슨 수를 썼어도 끄덕하지 않던 자신의 근육만이 아니라 뼈까지 관통한 신기가 사라지자 흑염 데이터 나이트의 눈빛이 살기로 물들었다.
사아아-!
이번에 그어지는 무지갯빛의 선은 그의 심장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목숨을 위협하면서 생글거리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면상을 당장 박살을 내주고 싶었지만, 원격조종하는 기계신체를 상대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침착하게 말한다.
“원형인 십중심은 죽었다.
그럼 가장 강력한 화신체가 원형이 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뭐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냐?”
차원창세신 코아가 십중심 책탑의 총관리자이기도 하지만, 현자로서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점을 잘 알기에 하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잘라버렸다.
“안 되죠.
십중심 사장님들은 신체만이지만 영원체가 되셨습니다.
신격도 창조주까지 되신 분들이라 언제인가는 부활합니다.
나중에 그분들하고 원형의 자리를 놓고 싸우실 작정이십니까?”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영원체의 부활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죽음으로 발전이 정지된 그들을 계속 수련해서 강해진 우리가 못 이기리라 보느냐?”
“그 와중에 박살이 나는 세계는 어떻게 하고요?
십중심 이십 명이 싸우면 어떤 세계가 멀쩡하리라 보십니까?”
“…”
지금처럼 십중심급들이 진심으로 싸우면 은하계 하나둘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 이상의 존재들인 십중심이라면 세계멸망은 너무나 쉬웠다.
‘진리님과의 결투에서도 십중심들이 진짜로 독한 마음을 먹고, 사투를 결심했으면 절대계조차 멸망이었다.
그렇지만 설마 은하계조차 재료로 만들어 기계행성의 재료로 사용하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런 주장을 할 줄 몰랐던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멍해지는 순간이었다.
“저는 신족의 창조신으로서 세계의 멸망을 막을 의무가 있습니다.”
“너 방금 나를 상대하겠다고 은하계 하나를 갈아버렸잖아?
저건 멸망 아니냐?
아니면 요즘 창조신의 의미가 마신왕으로 바뀌었냐?”
어이가 없어서 별이 절반 이상 텅 비어 버린 은하계 주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흑염 데이터 나이트에게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계신체는 정색해서 대답한다.
“지성체가 있는 유인행성은 남겨두었습니다.
제가 무슨 마신황제처럼 다 부수겠습니까?
세계의 운영과 발전을 담당하는 창조신의 의미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세계 전체로 보면 은하계 하나둘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위이이이잉!
그때 창조신급 기계신 안타레스를 전부 수용한 항성계 차원 문이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하려는지 굉음을 내면서 진동한다.
“음! 이동 준비가 다 되었군요.”
그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모처럼의 세계 구경을 하시고, 얌전히 돌아가 주십시오.
이 시대에서 원형이 되시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끅! 안된다는 말이지?”
양손을 모으고서 가볍게 인사를 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회색의 눈빛을 빛내면서 제안한다.
“황금후계가 한계인 황금 꼬맹이는 십중심 책탑으로 데려가 보았자 의미가 없습니다.
황금 사장님이 풀려나신다고 해도 지금 시간대에서는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게 주십시오.
그럼 이번 일을 마무리하면 서로 만족할만한 방안을 찾아드리겠습니다.”
“….”
꾸우우!
흑염 데이터 나이트의 구멍이 난 손목의 상처가 점점 메워진다.
그런 손으로 축 늘어져 있는 은하유성 아이언의 목을 잡고서 묻는다.
“이 녀석이 너에게 꼭 필요한가?”
“이미 직감으로 왜 그런지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수호신입니다.”
“그렇기는 하지.”
상대가 누구인지는 몰라서 잘 알 수 없지만, 무시무시한 마력을 가진 존재에게 둘이 힘을 합쳐서 덤비는 광경을 본 흑염 데이터 나이트의 입맛은 썼다.
“너는 겁이 많은 것 같은데, 참으로 무모하기 짝이 없어.”
“대가만 확실하면 목숨을 거는 것이 용병신의 본분이니까요.
이번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용병신이라?
대가만 맞으면 무슨 위험한 짓이라도 한다고?”
자신에게 입력된 흑염의 절대자의 용병신 시절의 기억을 잠시 떠올린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고개를 가로젓고서 은하유성 아이언을 던져주었다.
“나도 용병신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하기 싫으면 어떤 대가를 받아도 안 해서 나는 잘 모르겠군.
용병신도 여러 종류가 있는 모양이야.”
휘이이이-!
반사적으로 허공을 나르는 은하유성 아이언의 신체를 양손으로 받아들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계신체였다.
그런데 그 순간 흑염 데이터 나이트의 신체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꽈아아아앙-!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계신체의 상체에 거대한 주먹 자국이 새겨진다.
그리고, 환영처럼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흑염 데이터 나이트였다.
울컥!
그는 검은 기계의 기름을 토해낸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계신체의 목을 왼손으로 잡아서 들어 올린다.
오른손은 방금 미끼처럼 내던졌던 은하유성 아이언을 다시 꽉 잡고 있었다.
“진짜 기계신체였나?
그래도 신령의 일부는 담겨있겠지?
그런데 이 기계신체는 내 전력공격을 맞고도 박살이 안 나다니 정말 튼튼하구나.”
“하하! 이번에 여유가 생겨서 새로 만든 자신작입니다.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이익이 있다고 저를 이렇게 몰아붙이십니까?
제가 손해를 끼친 적은 없으며 이익만을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회색 사장님의 통제보다 저의 통제가 훨씬 좋지 않습니까?”
“그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나는 하고 싶으니 할 뿐이다.
무엇보다 너는 너무 위험해.
네가 한 짓을 봐라.
은하계 하나가 엉망진창이다.”
원래 은하유성 아이언보다 쉬운 상대인 차원창세신 코아가 은하계 하나를 희생시키더니 엄청난 위험이 되었다.
그런데 그 말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역린을 건드렸다.
“겨우 은하계 하나의 처분으로 절대계 간능신인 제가 위험하니 처단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영원체이자 창조주였던 십중심 사장님들은 반드시 부활합니다.
그러니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싸움이 될 십중심 원형의 자리를 원하시는 분들이 하실 말씀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의 존재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이제부터 저도 독하게 나가겠습니다.”
“뭐?”
“누군가 그러더군요.
상대가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싫어한다면 반드시 이유를 만들어주라고요.
그래야 서로 공평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드리지요.”
삐! 삐! 삐삐삐삐!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계신체가 심상치 않은 신호를 내면서 점멸을 시작하자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황당해졌다.
“일단 자폭부터 가볍게 시작하지요.”
“자폭!?
이 기계신체에 담긴 신령을 포기할 생각이냐?”
“여기 담아놓았던 신령은 이미 회수했으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십중심급의 존재감을 가진 기계신체가 자폭할 경우의 파괴력을 떠올린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일단 말렸다.
“여기 네가 필요하다는 황금 꼬맹이도 있다!”
“그 녀석은 잘 버틸 것입니다.
단단하기는 여기 있는 누구보다 상위입니다.
그럼 남은 소환시간 동안 잘 버텨보십시오.”“!!!”
번쩍! 꽈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신력과 마력, 투기의 융합이 일어나면서 이제까지 일어났던 어떤 폭발보다 거대한 규모가 일어났다.
유모들과 수백 대의 창조신급 기계신 안타레스까지 동원해서 만들어낸 기계신체를 잃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경질적으로 지시했다.
“떠나기 전에 저것들도 쏴버려라.
어차피 여기 오기 직전에 전부 백업해놓았으니 상관없다.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 정도라면 알아서 버티겠지.”
그가 가리키는 쪽은 실체화되어있는 십중심 책탑이었다.
다른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이 흑염 데이터 나이트를 직접 지원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력과 조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그는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쯧! 흑염 데이터 나이트와 단독의 대화라면 곱게 끝났다.
그런데 뒤에서 방해를 놓았어.
하여간 쑥덕거리는 여론이 문제야.”
오오오오오오오옹!
이제 오백십이 대가 된 창조신급 기계신 안타레스가 일제히 가동하면서 포신을 십중심 책탑과 아직도 자폭에 휘말려있는 흑염 데이터 나이트를 겨눈다.
이 정도 신력포가 동시에 쏘아지면 여파가 엄청나겠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멈추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아주 좋은 기회로군.
나를 위험해서 처단하려 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준다고 모두에게 알려준다.”
십중십급의 강자들이 벌이는 존재승부라서 모든 영원체와 창조주들이 보고 있었다.
거기에 모든 세계의 강자들도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가혹하게 명령을 내린다.
“이 은하계를 지워버려.”
기계신에게 인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웅!
항성계 차원 문에서 쏘아진 신력포들은 막 달려들려던 흑염 데이터 나이트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이…이런!”
그의 시선에는 항성계 규모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거대하기 짝이 없는 신력포만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특수금속 폭탄들이 그물처럼 얽혀서 달려든다.
더구나 최종목표가 십중심 책탑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피할 수도 없었다.
퍼어어어어어어-! 푸하하하하하!
소환술로 만들어진 십중심 책탑이 사라지면 바로 소환취소였기에 흑염성을 최대한 펼쳐지면서 신력포를 가로막는다.
투가가가가가가가! 푸하하하-!
이동하면서 발동하느라 방어력이 약해진 흑염성을 뚫고서 특수금속폭탄의 파편들이 흑염 데이터 나이트와 근육에 박혀든다.
“코아-!”
투하하하하!
분노한 흑염 데이터 나이트의 고함보다 빠르게 추가포격이 발사된다.
과우우우우우우웅! 우웅!
항성계 차원 문이 서서히 닫혀지면서 뿜어낸 신력포가 작은 차원 문을 타고서 그대로 십중심 책탑을 노린다.
우웅! 투하하하학-!
십중심 책탑을 지워버릴 기세로 쏘아지는 수백 발의 위성 신력포를 쳐다본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을 쓴웃음들을 지었다.
“후후!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당사자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전부 쓸어버리려고 하다니?”
“역시 성질이 참 고약하군요.”
“하하! 이러니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그들은 차원창세신 코아를 잡으려 하다가 실패하면 이렇게 나올 줄 알아서 준비해놓았기에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만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이대로 두면 이 은하계가 붕괴가 될 정도의 위력이었기에 더욱 방어막위 위력을 높인다.
우웅! 위잉!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다른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이 만들어낸 방어막을 종합하면서 중얼거렸다.
“나조차 예측이 불가능한 마도신이다.
하지만, 당하면 갚아준다.
이것만은 예측할 수 있어서 다행이군.”
우르르르르르르르르릉-!
방어막과 신력포가 격돌하면서 여파로 은하계 일부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이 은하계 전부에 차원 마도진이 펼쳐졌기에 상태를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혀를 찼다.
“쳇! 신력포의 명중률이 겨우 백 분의 일인가?
특수금속 포탄은 전부 빗나가거나 튕겨냈다.”
본래 신력포의 집중포격의 위력이면 십중심 책탑과 함께 이 은하계를 지우고도 남을 위력이다.
그런데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의 권능과 마도, 오의가 최대한 경감시켜버린 것이다.
“역시 기계신으로는 동급 이상의 정신체들을 확실히 명중시킬 수가 없어.”
구구구구궁! 구구궁!
타격은 받았는지 흐릿해졌지만, 멀쩡하게 존재하는 십중심 책탑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살짝 열이 받아서 중얼거렸다.
“하하! 그래!
백발에 하나의 명중이면 뭐 어때?
많이 쏘다 보면 사라지겠지.”
항성계 차원 문이 이동하는데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이 남아있는 그는 다시 신력포의 발사를 준비한다.
그런데 뾰족한 여성의 음성이 옆에서 들렸다.
“쓸데없는 포격은 그만 하세요!
아무리 보아도 에너지와 포탄 낭비입니다.
왜 그렇게 사격을 못 하지요?”
황금권능을 익히고 있고, 여왕의 열쇠의 확장과 혀로 변한 동전 착유기의 애무에 익숙해져 제정신을 차린 함대의 여왕 에메랄드였다.
물론 그녀의 자세는 여전히 허공에 들려서 허벅지가 벌려져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정면에서 보이는 형태였지만 기가 죽지는 않았다.
“제가 신력포들을 조준해서 쏘겠어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흩어본 그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것참 좋은 생각이다.”
탁! 빙그르르!
그러자 마치 리볼버 총의 실린더를 돌리는 것처럼 정면에 있던 삭월의 시즈지가 옆으로 이동하면서 함대의 여왕 에메랄드가 정면에 배치된다.
거기에다가 바짝 앞으로 끌어당겨 졌다.
화아아아!
바로 자신의 앞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이 있어서 전신이 새빨개진 함대의 여왕이었으나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지 알기에 참는다.
‘어마어마한 마력이다.
황금권능이 없는 다른 유모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언을 구해야 한다.’
더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무슨 이유인지 자신들의 몸에 손가락조차 대지 않았기에 부끄러움을 꽉 참고서 다리 너머의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말한다.
“오…오 할 이상은 명중시킬 테니 아이언님을 구해주세요.”
허락은 쉽게 내려졌다.
“그렇게 하지.
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일단 사격통제권을 넘겨줄 테니 저것부터 저지해봐라.”
그렇게나 포격을 퍼부었는데도 여전히 다가오는 흑염 데이터 나이트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순간 함대의 여왕의 눈빛이 에메랄드빛으로 변한다.
그리고, 양손을 허공으로 서서히 들어 올렸다.
“전 함대 통제권 장악 개시.
전 함대 포대 재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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