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흑염의 데이터 나이트가 가볍게 주먹을 만지면서 힘을 주자 소름 끼치는 굉음이 터져 나온다.
우두두둑! 우두두두둑!
힘의 상징인 것처럼 압도적인 근육을 가진 삼미터 거인의 접근에 은하유성 아이언의 눈빛이 순금의 빛으로 변했다.
그도 자신의 차원권능으로는 적의를 보이는 흑염 데이터 나이트에게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싸우기로 한 것이다.
구구구구구궁!
황금성의 갑옷을 입은 은하유성 아이언의 신체에 추가로 황금의 성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공간 전부를 메꾸기 시작한 반투명한 황금권능의 성벽의 출현에 흑염 데이터나 나이트도 살짝 놀랐다.
“어라?
정점에 도달하기 직전의 황금권능?
황금책탑의 계승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럼 너도 죽일 수 없지.”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이번에 십중심 책탑에서 소환술로 풀려나 현실로 구현된 것은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회색의 절대자가 우리에게 걸어논 봉인은 아직 유효해.
지금 실체화는 강력한 차원권능을 통한 임시적인 상태다.
정식으로 계승자를 얻어야만 영구적인 해방이 가능하다.’
그가 보기에 은하유성 아이언은 황금책탑의 계승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만만치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
“황금의 절대자가 되기 직전의 황금후계가 있다니?
이 녀석도 제압해서 끌고 가려면 고생 좀 하겠다.”
흑염 데이터 나이트의 눈빛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도주 방향을 쫓았다.
“그런데 이걸 어쩐다?
처리가 아닌 제압이라면 순서가 네가 아니라는데 말이야?”
절대직감이 황금후계를 지금 상대하지 말고 여자들을 끌고서 도망친 차원창세신 코아를 추적하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뒤쫓기는 너무나 늦었다.
“추적은 글렀나?
멀리도 갔군.
하여간 저 녀석은 이상해.
저런 도주력을 기를 노력을 전투력이나 창조력, 한 분야에 쏟아부었으면 저런 불안한 상태가 안될 것 같은데 말이야.
이 녀석처럼 말이야.”
우우우웅!
황금권능을 전력 전개한 은하유성 아이언을 쳐다본 그는 감탄하면서 묻는다.
“화! 황금후계가 진짜 나와 근접전투를 해볼 생각이냐?
네가 황금의 절대자나 바람의 절대자도 아니라면 무리란 것 모르나?”
“….”
십중심이 생기고 나서 흑염의 절대자는 완력만으로도 상위 서열에서 내려온 적은 없었다.
그 절대적인 힘을 은하유성 아이언도 잘 알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처럼 도주할 수 없는 이상 하나의 길만이 남아있었다.
‘버티기만 한다.
흑염 데이터 나이트와 같은 존재를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은 짧다.
아무리 차호님이 도왔어도 상위 존재의 장시간 유지는 무리다.’
좌아아아!
은하유성 아이언의 양손이 손날을 만들면서 양쪽으로 활짝 펼친다.
그리고, 서서히 커다란 원을 그린다.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럼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유권(柔拳)의 정점 대유권(大柔拳)뿐이다.
나에게 이것이 있으니 승산이 있다.’
스스스스스스스스ㅡ!
그 모습에 주먹을 나눌 수 있는 거리까지 황금성을 몸으로 부수면서 가까이 접근한 흑염 데이터 나이트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응? 유권(柔拳)?
황금후계가 왜 유권(柔拳)을 쓰지?
더구나 밑바탕이 바람의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인 것 같은데?
너도 저녀석처럼 잡탕이냐?”
그가 아는 황금의 절대자는 바람의 절대자를 능가하는 창술과 함께 강권(强拳)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황금후계가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의 투기 흐름이 황금권능을 흐르게 하고, 유권(柔拳)의 투기 흐름으로 오의를 발동하자 놀리기는 했지만 무시하지는 않는다.
놀랍게도 이질적인 권능과 오의들이 저 작은 신체에서 하나로 융합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놀랍도록 단련한 신체다.
오의들의 주도권을 확실히 통제하고 있으니 단순한 잡탕은 아니군.
그나저나 황금권능의 강권(强拳)에 기반으로 한 유권(柔拳) 사용자라?
처음 보는 높은 수준의 유권(柔拳)이니 이거 저 녀석을 잡는 것보다 더 힘들겠는데?’
그렇다고 황금의 계승자가 바로 될 수 있는 존재를 눈앞에서 놓칠 수는 없었기에 바로 은하유성 아이언을 향해서 다시 전진한다.
우지지지직! 우지지지직!
자료 부족으로 불완전한 절대직감은 먹통이 되어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에 눈앞의 먹이부터 노리기로 한다.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이제는 모르겠다.
시간이 없으니 일단 너부터 잡고 보자.”
신체의 힘만으로 차원창세신 코아를 엄청나게 고생시키던 황금의 불변(不變)의 정화인 황금성까지 무너트리면서 전진하는 흑염 데이터 나이트였다.
구궁! 구궁! 우직! 우직!
그렇게 무서운 위용을 보면서도 투지를 잃지 않은 은하유성 아이언은 기세를 올린다.
“차아아아-!”
우우우웅!
그 모습을 본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기쁜 미소를 지었다.
“비록 흑염의 절대자 원형은 아니나 화신체의 수준을 넘어선 나를 상대로 진심으로 투기를 드러내는 거냐?
참으로 기특하구나.”
“타아아아!”
슈가가가가! 슈가가가가가!
부드럽게 원을 그리던 은하유성 아이언의 손이 칼날이 되어서 흑염 데이터 나이트를 공격해 들어간다.
그렇게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의 모습을 아주 멀리 떨어져서 차원화면으로 지켜보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호에게 감사의 인사부터 올렸다.
‘크하하하하하! 역시 차호님! 재미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시는군요.
게다가 십중심의 서명의 정체가 초소형 정보행성이었다니?
정보행성을 이렇게 축소할 수 있는 위대한 차원권능과 무심한 척하면서 항상 감시하시는 완벽한 부하관리 감독능력!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차원의 오리진이자 독립신계주신으로서 진심으로 감탄!
또 감탄했습니다!
여기에 이런 보물을 빌려주시고, 이런 핵심적인 도움까지 주시다니 제가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카하하하하하! 주우주에서 최악최흉(最惡最凶)의 마도신으로 악명 높은 차원창세신 코아 주제에 그런 쪽으로 너무 칭찬하지 말아요.
너무 부끄럽잖아요.’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이제는 진짜 상승불패(常勝不敗)의 전투의 신이지요.
주우주에서 저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셋만 남습니다.’
진리에게 직접 교육을 받은 존재들로서 절대계에서도 상급전사로 인정받는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창조신장 가람(伽藍)의 승가람마와 마신황제 진마(眞魔)의 아란야(阿蘭若), 진멸(殄滅)의 비하라(畏訶羅)를 제외하고는 적은 없다는 선언이었다.
그런데 차호는 부정하지 않는다.
‘푸하하하! 그렇기는 해요.’
유상전생과 환생폭탄으로 강화된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미 창조신장의 수준을 넘어섰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게 벌써 몇 번째 위기에 도주예요?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내가 어이가 없던데요?’
‘푸하! 처음부터 전부 보고 계셨습니까?
제가 도주하는 것은 과정입니다.
아무리 지면서 도주해도 마지막 순간에 이기기만 하면 이긴 겁니다.’
어느새 회수한 십중심의 서명을 통해서 굉장히 사이가 좋아 보이는 대화를 나누던 차호는 곧 심각한 어조로 말한다.
‘무모한 도전으로 예측불허의 사고만 일으키는 당신이 없으니 이 시대의 세계들이 너무 조용해져서 재미가 없어졌어요.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복수에만 집착하는 미친 회색만으로는 영원체들의 흥미를 오래 끌지 못해요.
이대로는 안 되니 빨리 복귀하세요.’
‘예? 아!’
의문형의 반문이었으나, 곧 어떤 사태가 미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한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영원체님들조차 재미있어할 사실과 사건으로 복귀하여 보여드리겠습니다.
존재 승부을 저의 뜻대로 승리하면 많이 강해질 것이니 이제 주우주만이 아니라 절대계까지 뒤집어 놓을 수 있습니다.
그걸 보시면서 오랜 권태를 푸시기를 바랍니다.’
영원히 사는 정신체나 영원체에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권태였다.
무한히 반복되는 삶에 아무런 의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정신체가 자멸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신체의 죽음이기도 했다.
‘정신체가 자멸해도 정기는 회수되니 상관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신체다.
세계 그 자체인 영원체가 권태를 느끼게 되면 세계도 같이 파멸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세계의 창조주는 초월자 혁명으로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망해가자 흥미를 잃고서 잠이 들어버렸고, 그 결과로 이계 수준으로까지 추락해버린다.
다른 영원체들과는 격이 다른 시간과 세계를 겪은 차원권능의 오리진인 차호는 재미를 가장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수한 시련을 겪으면서 영원체들의 속성을 어느 정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도 같은 심정이었다.
‘차호님의 말대로 유머가 세상을 구할 것입니다!
쓸데없이 심각한 녀석들이 세상을 망하게 하지요.
이 차원창세신 코아는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차원의 오리진으로서 전력으로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이신 차호님을 돕겠습니다.’
‘후후! 아주 좋군요.
당신은 미친 회색보다 말이 잘 통해서 좋아요.’
차원창세신 코아는 분위기가 아주 좋아지자 재빨리 가장 곤란한 부분을 건의한다.
‘그런데 맡기신 진정한 영웅신을 찾는 의뢰가 아무리 보아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외계와 현세계, 이계까지 전부 조사했는데 제 기준에도 없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재미이지 영웅신이 아니지 않습니까?
너무 어려워서 그러니 진정한 영웅신 대신에 유형별 영웅신 도감으로 변경을 좀 부탁을 드립….’
물론 통하지 않았다.
당장 살기 어린 음성이 전해져온다.
‘쓰으읍! 최악의 유머는 자기 입으로 불러들이는 자살이라는 사실을 몰라요?
당장 머리가 박살 나기 직전인 원위치로 돌아가고 싶어요?’
위이이잉!
단순한 경고만이 아니라 쥐고 있던 십중심의 서명에서 차호의 차원권능이 발동되면 시간을 되돌리려 하자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아닙니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외계에 없으면 그 너머까지 찾아가겠습니다!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바치겠습니다!’
‘그 불굴의 의지로 잘하세요.
지금 미친 회색이 마무리가 자기 예측이 완전히 벗어났다고 이를 갈고 있으니 다음의 준비도 잘하고요.’
거기까지 말한 차호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이! 정말 대단하네요.
아무리 봐도 당신의 미래는 제정신이 아닌데 확실히 뛰어나기는 해요.
내가 파악하기 힘든 차원권능을 발동하다니 역시 이대 십중심이자 회색의 절대자답다고 할까요?
조금만 정상이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미친 회색이 무슨 짓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거기 시대로 열고 있는 차원통로를 엄청나게 확장하고 있군요.
뒤가 없는 듯이 정보행성 이데아의 자원까지 전부 끌어다 쓰고 있어요.
자신이 직접 내려갈 기세예요.’
‘!!!’
설마 그럴 리가 없지만 미친 회색이 여기로 직접 강림하는 순간을 떠올린 차원창세신 코아의 귀로 또 다른 중요한 정보가 전해진다.
“참! 이 시간대에 남겨놓고 간 당신 신체를 기억하지요?
당신 둘을 모두 잡아넣을 수 있게 강제로 진화 및 개조시키고 있어요.
엄청난 정기를 투자하는군요.
당신의 미래도 이번에 모든 일을 끝낼 생각인 거죠.
절대계 차원권능의 오리진답게 유상전생과 완결과 환생폭탄으로 만들어버린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과거의 개조까지 전부 말이지요.”
“으윽!”
미친 회색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러니 완벽하게 준비해서 돌아와야 해요.
도착하자마자 절대로 싸울 생각은 하지 말고서 그대로 바로 사백구십구 주우주로 도주하세요.
여기는 내가 파견으로 나와 있으니 지켜줄 수 있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십중심의 서명을 통해서 얻은 정보와 지원을 확인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암울한 표정이 되어서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차원통로의 확장과 나의 원래 신체의 강제 진화를 동시에 추진하다니?
아무리 십중심이라고 해도 굉장한 무리일 것인데 역시 폭주 중이군.
쉽게 넘어가는 것이 없구나.’
미래에서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있는 차호가 미친 회색의 손에 있는 신체를 포기하고서 그대로 사백구십구 주우주로 복귀하라고 권할 정도로 안 좋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럴 수가 없었다.
“과거와 미래를 외면하고 무슨 수로 현재를 살 수 있을까?
모두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유상전생의 보완자로서 얻은 모든 성과가 집결된 결과이지 열쇠인 원래 신체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신체만이 은하유성 아이언을 완전하게 흡수할 수 있다.
이 신체로는 영원히 불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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