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초월자들의 혁명에 패배해서 지배영역을 빼앗긴 신족과 마신족의 운명은 말라비틀어지거나 파괴신이 되는 운명밖에 없었다.
‘마신족의 하위존재인 우리의 운명은 더욱 처참하다.’
강대한 창조력으로 부유했던 신족과 마신족의 지배는 정기가 넘쳤기에 충분히 천족과 마족에게도 혜택이 왔다.
그러나, 전투력 외에는 전혀 뛰어나지 않은 가난한 초월자들의 지배는 가혹한 착취와 배신자라는 멍에뿐이었다.
‘어차피 말라비틀어진 미이라가 되거나 다시 지성체가 되는 길밖에 없다.
그럴 바에는 도박을 걸겠다.’
행성 제압은 일족의 어린아이들은 모두 숨겨놓고서 걸었던 총력전이었다.
하나의 유인행성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완전점령하고서 지성체들을 인질로 삼으려고 했는데 세계의 항상성에 무너지게 되었으니 이제 계약만이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신족이 몰락하면 어차피 마족도 끝장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렇게 되는 것이 낫다.
부디 이 존재가 소문대로 일말의 자비가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신의 신체와 함께 행성이 부서지면서 아주 작은 구멍이 세계에 뚫린다.
그와 함께 마지막 단말마와 함께 그는 소멸하기 시작했다.
“부…부디 지금 세계를 멸망시키는 대가로 다음 세대에는 이상향을 보여주시겠다는 당신의 약속을 이루어주소서.
멸망 속에서 저희 일족에게 최후의 자비를 바라나이다!
절대계 간능신(奸能神) 차원창세신 코아이시여.”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모든 일족까지 흡수한 고위 마족의 자폭은 별을 파괴하고, 세계에 구멍을 뚫어버린다.
“으아아아아! 정말 했다!”
“이런 미친!
모두 죽을 생각이냐?”
소멸 직전의 외침을 들은 초월자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구멍을 메꾸어서 계약을 끊으려고 한다.
그러나, 창조력이 약한 초월자이면서 분신인 그들은 세계의 구멍을 빠르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비상이다!
별의 파괴로 세계에 구멍이 생기고, 절대계 간능신(奸能神) 차원창세신 코아와의 계약이 성립되고 있다.”
“외계에서 미친 파괴신(破壞神)이 온다.
신족을 어떻게든 불러와라.”
“좌표가 파악되면 우리 세계는 다른 세계처럼 끝난다!”
“적이든 뭐든 상관없어!”
고향별의 파괴로 망연자실이 된 지성체 용자들의 모습은 미친 듯이 구멍을 다시 수복하려는 초월자들의 분신들의 활동에 묻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연신 언급되는 자신의 이름에 황당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엥? 누구라고?
미친 파괴신?
절대계 간능신(奸能神)이면 바로 나잖아?”
하급 마신이 된 고위 마족이 자폭하여 별을 날려 먹으면서 세계에 구멍을 뚫은 이후에 계속 언급되는 이름은 바로 진실이 부여한 절대계 간능신(奸能神)이었다.
‘존재를 건 승부 이후로는 절대계 간능신(奸能神)으로 활동하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지?’
일단은 끝까지 살아남은 모양인데 누가 이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저기에 도달한 과정의 변화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승패는 몰라.’
고위 마족이 일족까지 포함하여 세계에 구멍을 뚫어버리고서 했던 계약의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투우우우우우웅-!
별의 파괴로 생긴 구멍을 뚫고서 거대한 손가락 하나가 관통되면서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다.
구멍을 어떻게든 막으려던 초월자의 분신들은 그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아-! 나타났다!”
“벌어졌다!”
구멍을 복구하려다가 거대 손가락의 일격에 날아가 버린 초월자 분신들이 절망적인 외침을 토해냈다.
“본신에 연락을 해!”
“우리로는 감당할 수 없다.”
다음에는 다급하게 손가락을 공격했지만, 신격의 차이인지 접근조차 못 하고 있었다.
“크기만이 아니다!”
“존재감의 차이가 너무 커!”
“무슨 신위의 신격이 저렇게 높아!”
초월자 분신들이 공황을 일으키는 와중에 거대한 손가락이 그대로 아래로 내리그어지면서 세계의 구멍을 균열로 만들었다.
지이이이이이이익-!
소름이 끼치는 소리와 함께 터무니없이 거대한 검붉은 눈동자가 구멍 너머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주시한다.
“이동완료.
이제 확인에 들어간다.”
좌자자자자자자자자자-!
양손으로 세계의 균열을 강제로 벌리고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풍기는 검은 불길에 휩싸인 투신이 세계의 벽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분신에 희생을 각오하고서 본신을 강림시킨 초월자들은 도저히 인식하기 힘든 크기의 거대한 투신의 등장에 넋을 잃었다.
“일…일반행성의 일만 배의 검은 불의 거신!
“흑염 창조대신 성멸(黑炎 創造代神 星滅)!”
먼 우주에서 보고 있는데도 정확한 크기가 짐작이 안 갔다.
그리고, 행성과 태양들이 모래알처럼 보일 정도의 크기와 존재감을 가지면서 검은 불길에 휩싸인 거신은 아무리 세계가 많아도 하나였다.
“진짜 절대계 간능신 차원창세신 코아다!”
“수많은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미친 파괴신의 화신체 중 하나다!”
“모든 정신체들은 집결하라!”
“어떻게든 다시 그를 추방해야 한다.”
파파파파파파-!
수많은 초월자가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하면서 이동해온다.
세계를 파괴한다는 거신의 등장은 이미 유인행성 하나의 폭발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비상사태였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수백이 수천이 되고, 수만이 된다.
초월자 혁명 중이었기에 군대의 집결은 순식간이었다.
지휘관의 역할을 자처하는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목청이 터질 듯이 크게 외쳤다.
“여기서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세계에 침입을 허용하면 우리 세계는 다른 세계들처럼 붕괴한다.”
갑자기 지금 세계의 멸망을 대가로 다음 세대의 부흥을 약속하는 절대계 간능신 차원창세신 코아의 등장은 많은 세계의 지배자들에게 공포의 존재가 된 지 오래였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공갈로 우습게 여겼던 많은 세계가 계약을 허용한 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계약 이후 연락이 끊기면서 세계의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이것은 세계의 위기다!
“우리 전부가 여기서 희생하는 한이 있어도 막는다.”
결사적인 초월자 군대와 비교하면 흑염 창조대신 성멸(黑炎 創造代神 星滅)은 너무나 여유로웠다.
포위망이 완성되어가는데도 팔짱을 끼면서 초월자 군대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턱-! 쿵-!
단순한 동작인데도 약한 초월자는 튕겨 나갈 정도의 여파가 밀려왔다.
“우우우우!”
“제길! 이거 너무 크잖아!”
“덩치만 큰 것이 아니라 이건가?
그렇게 세계의 균열 앞에 선 흑염 창조대신 성멸(黑炎 創造代神 星滅)은 선포한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약속대로 현재 세계를 멸망시킨 다음에 다음 세대에 절대적인 힘의 이상향을 가져다주마.”
태양보다 커다란 그의 눈동자가 자폭하여 사라진 계약자인 고위 마족이 있던 장소를 쳐다보면서 묻는다.
“계약자여. 따로 원하는 것이 있는가?”
차원권능이 소멸하여 사라졌던 고위 마족을 잠시 되돌린다.
위이이이이잉-!
신령이 돌아온 고위 마족은 나타난 거대한 검은 불길을 두른 투신의 모습에 경악하면서도 다급하게 외쳤다.
“우…우리 마족이 다음 세계의 지배자가 되게 해주소서.”
마신의 부하에 불과한 마족이 세계의 지배세력이 되게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이 물음은 필수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커다란 희생을 감수하고서 자신과 계약을 한 존재에 관한 호의에 불과했기에 바로 차갑게 대꾸한다.
“약자는 강자 위에 설 수 없다.”
“아-!”
역시 미친 파괴신이라는 생각에 절망한 그는 절망의 탄식을 내뱉었다.
그런데 검은 불길의 투신의 이마 앞에 소환된 일족 어린이들의 모습에 눈이 커졌다.
“어떻게!?”
시간 축까지 뒤흔드는 행성의 완전제압은 정기 부족으로 말라비틀어지기 전에 일족의 모든 것을 걸고서 했던 도박이었다.
‘성공률이 절반도 안 되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어.’
멸족만은 피해야 했기에 따로 피신시켜놓았던 일족의 아이들이 잠든 모습으로 흑염의 창조대신 성멸의 이마 앞에 공간 이동된 것이다.
그들을 하나하나 주시한 그는 이마의 신령연옥에 받아들이면서 약속했다.
“이들은 인식했다.
계약대로 다음 세대의 지배층이 될 기회를 주겠다.
그리고, 너희 후계는 나의 가호가 내려질 것이다.”
“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세대의 영광을 약속받은 고위 마족이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 사라진다.
만약 그의 후계와 마족이 세계의 지배층이 되기 위해서 겪어야 할 시련과 수련의 나날을 생각했다면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했으나 일단은 만족한 것이다.
그렇게 사라진 계약자에게 카르마의 부정을 깔끔하게 떠넘긴 흑염 창조대신 성멸(黑炎 創造代神 星滅)은 세계 내부를 확인하면서 실망했다.
“여기가 아니군.
또 실패다.
복원본의 제대로 된 좌표 획득에 실패하여 비슷한 세계에 여기저기 명함과 미끼만 뿌린 셈이니 잘 될 리가 없지.
회색 로브를 걸친 행성보다 수만 배 거대한 검은 불의 거인이 투덜거리면서 아쉬워한다.
“도대체 몇 개의 미끼를 뿌려놓았기에 전부 가짜냐?
도대체 이게 몇 번째 실패냐?
어떻게 내 차원권능마저 속아 넘어가지?
역시 현자의 정점은 아직 도달하기 힘든가?”
그렇게 고민하는 모습에 모두가 얼어붙어 간다.
‘능력을 계측할 수가 없다.’
‘지독할 정도의 존재감과 끝도 없는 신격이다.’
‘저건 막을 수 없다.’
저런 존재가 세계 안에서 날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보는 순간 깨달은 것이다.
‘세계는 끝장이다.’
그런데 아주 약간의 희망이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여기가 아니니 괜히 왔구나.
돌아가면 또 한소리 듣겠네.”
원래 목적지가 아니라는 말에 혹시 그냥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다음 행동에 산산이 깨어졌다.
거대한 양팔이 세계의 벽을 뚫고서 세계 내부를 겨눈다.
“귀찮지만 계약은 준수한다.
약자들에게 세계의 멸망까지 감수하게 한 너희를 숙청한다.
다음 세대의 힘의 영광을 위한 기반이 되기 위해서 사라져라.
다중 차원권능 발동!
검은 불길만이 일렁이던 눈빛이 순간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난다.
파아아아-! 스스스스스스스스-!
여기에 영창이 이어진다.
“절대마도 세계폭탄 코아!”
“절대오의 은하유성 강철!”
스아아아아아아아아앙-!
별만이 아니라 세계 자체를 폭발시키는 세계폭탄 코아가 모래처럼 발생하면서 전신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만들어진 세계폭탄 코아들은 투기 회오리의 인도에 의해서 앞으로 뻗은 양팔에 집중된다.
우우우우우웅-!
절대로 발동되어서는 무엇인가가 준비되고 있는데도 초월자 군대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절대계 간능신(奸能神)의 드높은 신위와 흑염 창조대신 성멸(黑炎 創造代神 星滅)이 가진 절대적인 완력 앞에서는 자신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몸…몸이 안 움직여!’
‘압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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