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2002화 (1,911/2,000)

34권 35권

자기가 회색 창조주의 강의에 왜 졸게 되었는지 알게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긴장을 하면서 대답한다.

“예! 제가 보기에는 이것도 노화가 원인입니다.

그 상인이 젊은 시절이었다면 당연히 뭔가를 던져서 독수리를 쫓아버리고 병아리를 지켰겠지요.

그런데 반응조차 못 하고서 멍하게 보다가 빼앗겼습니다.

그는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고 느낀 것이지요.

자신이 세상의 돌발적인 위협을 감지하고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고 약해졌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이대로는 늙었으면서 위험한 길을 가다가 실족하여 절벽에서 떨어져 자연사한 멍청한 노인 꼴이 되는 모습이 보인 것입니다.”

“으응.”

지성체의 노인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이해가 힘든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진실에게 계속 설명을 해간다.

“그 상인은 돌연변이 반신처럼 갑자기 튀어나온 특출한 존재라서 후계자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그대로 가다가는 실패를 반복하면서 모처럼 쌓아 올린 재산과 자신의 목숨조차 위험하다고 깨달았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우웅. 후계문제?”

“후후! 그렇게 이해가 되나요?

모든 것은 진실 도련님이 선택하실 문제입니다.

저는 오로지 제가 겪었던 현실에 대한 직언을 드릴 뿐입니다.”

회색 창조주의 믿음의 왕도에 대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원래 충성과 반역은 정해져 있다고 반론한다.

그리고, 지배자가 조직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자신의 주장을 마친 그는 점점 내려오는 눈꺼풀을 감당하지 못하는지 껌벅거린다.

“그런데 이것 참 상당히 힘들군요.

평화로워서 그런가?

왜 이렇게 졸리죠?”

절대계 간능신(肝能神)의 신위(神位)가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거부보다 받아들이기를 선택했다.

억지로 버티다가 잘못하면 완벽하게 잠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이제 제가 할 말이 없을 것이니 잠시 쉬겠습니다.”

“….”

“….”

그렇게 말하자마자 다시 졸기 시작한 차원창세신 코아를 본 회색 창조주는 진실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간능신(奸能神)의 신위(神位)를 만드는데 도대체 얼마의 용량을 낭비한 것이냐?”

십중심급에 도달한 고위 정신체가 신위(神位)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분명 자는 것이 확실하다.’

쉽게 처단할 좋은 기회였으나, 진실이 또 막을 것이니 참고서 정밀분석하다가 깜짝 놀란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머리에 쓴 왕관과 같은 신위(神位)의 규모와 무게에 허덕이고 있다.

‘신위(神位)의 존재감에 신령이 짓눌리고 있다!

어떤 신위(神位)이기에 악명만큼은 십중심에 도달한 저 망할 녀석이 저렇게 꿀 먹은 병아리 꼴이 되나?’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부여된 신격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회색 창조주에게 진실은 오른손의 약지 손가락 하나를 펼쳐 보였다.

“우웅! 약 일 할 정도요?”

그러자 충격을 받은 회색 창조주는 크게 외쳤다.

“너의 일할!?

저런 미친 현자의 신위(神位)를 만드는데 그렇게나 사용했어?”

이상적이면서 완벽한 영원체로 탄생한 진실의 용량 일 할이면 보통의 신위(神位)가 아니었다.

“당장 회수하거라!

쓰레기장에 보물고를 만든 격이다.”

회색 창조주로서는 간담이 써늘한 사건이었다.

‘십중심을 만드는데 전 창조주는 용량 대부분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강력하며 광대한 용량을 가진 영원체인 진실이 일 할을 사용했다면 큰일이다.

용량과 가능성만큼은 십중심 이상일 수 있다!

그건 안돼!’

십중심처럼 영원체에게 반역을 할 수 있는 절대 강자가 정신체에서 더 나오기를 바라지 않는 회색 창조주의 주장은 다음 진실의 말에 다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해준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

“….”

순간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을 받은 회색 창조주는 앉은 자세로 사당 벽에 등을 기대어서 졸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보았다.

그가 십중심을 위해서 해온 일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공적은 십중심 책탑과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와 맞바꾸어도 될 정도로 거대한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중얼거린다.

“정당한 보수라?

언제부터 나는 그걸 잊었는가?”

세상의 진실을 알고 있기에 포기하고 있던 창조주의 자리와 정식 영원체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것은 완벽한 정권 이양이었다.

‘비록 멸망이 예정되어 있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흐름이다.

문제가 생겨도 보수할 여력까지 있어.’

말을 듣지 않던 혈족과 주변 세력과의 문제로 언제나 날이 서 있던 십중심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일이 없어도 모여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바람가의 대를 끊어놓으려고 했던 일로 경계를 받고 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다.

이런 순간이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정보행성 이데아 속에서 계속 기록과 유지만 하는 역할이 전부라고 생각했지.’

차원창세신 코아가 모든 악업을 떠맡아준 덕분에 절대계 십중심 창조주의 삶의 어디에도 어둠은 없었다.

오히려 점점 칭송이 늘어나서 방관하고 기록만 하던 자신조차 잘해보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만족스러운 삶이란 이런 것이겠지.’

마음의 저울에 처음 느끼는 만족스러운 삶의 가치와 십중심 책탑을 저울질한다.

‘우습지만 지금 내 삶이 우선이다.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줄 수 있다.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도 원형보다 결손이 있겠지만 한번 만들었으니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 언제인가는 복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회색 창조주인 내 삶은 아니다.

차원권능으로 어떻게 수정한다고 해도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아.’

개성이 강한 다른 십중심을 설득하여 집결시키고, 전대 창조주와 협상을 해야 했다.

‘각자의 명분과 이익이 다른 존재들을 통합시키려면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어떻게 가능해도 많은 시간과 노력, 희생이 필요하겠지.’

원래의 흐름에서는 법칙에서 벗어나 있는 시작을 앞세운 황금의 절대자가 수많은 난관과 역경을 극복하고 나서야 겨우 한자리에 십중심을 모을 수 있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서 전 창조주와 영원체들과의 전투, 참전한 신족과 마신족을 상대로 무수한 피를 뿌리고 나서야 강제로 창조주 인정을 받게 된다.

‘우리만이라면 절대계의 절반을 희생시켜야 창조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 덕분에 너무나 쉽게 넘겨받았어.’

절대계의 절반을 희생시키는 사태만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부지런히 협상한 덕분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회색 창조주였다.

‘여기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불안정에서 느껴지는 불쾌감과 능력의 유용성을 저울에 올린다.’

오래간만에 가동한 현자의 저울은 정확하게 아주 쓸만하다고 인정하고 있었다.

‘이런 결과인가?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 배제하려고 난리를 쳤지?’

전 창조주조차 절대적인 무력을 두려워하던 십중심에게 감히 사장님이라고 부르면서 직언을 하면서 휘하 세력까지 무차별로 문제 해결을 하던 차원창세신 코아를 좋게 생각해줄 수는 없었다.

‘그렇구나!

나도 어느새 모든 정신체와 권능의 정점이라는 십중심이라는 이름에 몰입하고 있었어.

이미 정점에 위치하는 강자로서 자신을 위협하는 도전자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이었구나.’

그제야 정확한 심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의 폭력과 선악과 주변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는 무자비한 책략.

나는 도저히 쓸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해서 성과를 올렸기에 했던 질투였던가?

참으로 나도 천박했었군.’

그렇게 스스로 심리 상태를 파악한 회색 창조주의 눈빛이 더욱 심유해졌다.

위이이이이-!

회색 창조주의 존재감이 늘어나는 모습을 본 진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웅?

영원체가 성장?”

영원체는 영원불멸이기에 변화가 없다.

그렇기에 거의 불가능한 성장을 보이는 모습에 진실은 자신에게 전수된 지식의 진실을 하나 인정했다.

“역시 십중심.

정점의 권능.”

진실의 눈동자도 회색빛으로 물들어서 변화를 지켜본다.

십중심의 권능을 전부 이어받은 자로서 회색 창조주의 성장을 보는 것은 큰 도움이었기 때문이다.

우우웅! 우우웅!

그렇게 서로 공명하듯이 회색권능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먼저 올라간 능력을 수습한 회색 창조주는 긴 한숨을 쉬었다.

“후우우! 현자의 저울을 얻었다.

이제 이 몸은 본신과 대등하다.

그리고, 이 신체는 자유로우니 나는 버릴 수는 없겠구나.”

그렇게 말한 회색 창조주는 회색빛 눈동자로 변한 진실을 보면서 웃었다.

“하하! 회색권능을 익혔는가?

자기감정조차 주체하지 못하고, 입만 살았던 늙은이의 권능이 마음에 들었느냐?”

“응!”

회색 창조주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서 절대계의 전체적인 구조도를 만들어 보이면서 설명한다.

“회색권능은 제로 원이라고도 한다.

가상세계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제약이 없어지는 현자의 권능이다.

비록 가상이지만 익숙해지면 현실에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다.

내 무영창은 여기서 비롯되지.

일단 간단한 가상세계부터 만들어보자꾸나.”

그런데 진실의 대답은 회색 창조주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웅! 가상세계의 구축?

아니던데?

그것이 아니라 세계의 복사와 전송.

절대계 복원본?”

“어억!?

거기까지 파악했느냐?”

회색권능을 익힌 진실의 대답과 물음에 신음을 지르면서 심각한 표정이 된 회색 창조주는 일단 잠든 차원창세신 코아부터 확인했다.

‘이 미친 현자 자식이 들었으면 큰일이다.

제로 원의 진정한 효과는 누구도 알아서는 안 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절대계의 복원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몰라야 했다.

언제든지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면 난리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는 진실이라면 모를까 다른 십중심들이 알면 당장 척살령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십중심은 아직 복사하지 못했지만, 휘하 세력이나 다른 정신체들은 전부 가능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의 복사본이 허락도 없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당장 공격해올 것이다.

복원본은 원형의 허락을 받아서 은하계 단위로 복사해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덮어쓰는 것이니 말이야.’

차원창세신 코아를 지우려고 하면 진실이 개입할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졸고 있는 상태를 조사하고서 안심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자고 있다.

살기가 없고, 위기도 없으니 듣지 못했군.

이제 확실해졌다.

간능신(奸能神)은 평화로운 시기라면 확실히 위협은 아니야.’

진실의 창조주로서 용량이 일 할이나 투입된 간능신(奸能神)의 신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단 안심한 회색 창조주를 똑바로 보면서 진실이 계속 묻는다.

“제로 원으로 어딘가로 정보를 보내고 있었어?

절대계 복원본은 얼마나 만들었어?”

“….”

갑자기 더욱 뚜렷해진 말투로 날카롭게 변한 진실의 질문은 더욱 곤란한 부분을 파고든다.

덕분에 화신체와 본체가 동시에 식은땀이 흐르는 진귀한 경험을 하는 회색 창조주였다.

주르르르르르-!

‘이건 발전이 너무 빠르다.’

진실은 바람가 혈연유전으로 강화된 재능을 가졌고, 임신부터 탄생까지 절대계의 모든 여유정기를 순수정기로 바꾸어서 투입해서 성장시켰다.

거기에 십중심들이 모든 권능과 지식까지 전수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복사된 절대계의 문제를 어떻게 넘어갈지 고민이었다.

물론, 강압적인 방법은 모두 배제되었다.

‘무력 사용은 절대로 안 된다.

다음 창조주가 되어야 할 진실의 신분이 문제가 아니야.

잘못하면 내가 거꾸로 당할 수 있다.’

현자계열의 전투력이 약한 것은 회색 창조주조차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십중심의 모든 비전을 가지고, 스스로 익히고 있는 진실을 잘못 억압했다가 폭주하는 날이면 본체와 비등하게 소중해진 화신체를 잃을 수도 있었다.

‘저울의 현자가 된 이 화신체는 특별해졌어.

잃을 수는 없다.

이 사태를 어떻게 넘긴다.’

그렇게 긴장한 회색 창조주에게 진실이 묻는다.

“절대계 복원본도 나 줄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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