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원권능으로 진실이 완전한 성인신이 되어서 창조주가 되는 순간 같은 성인신인 진리와 연결되는 것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때가 임무 완료를 인정받고 돌아가든지 실패로 처분당하든지 결정이 나는 순간이다.’
아직은 거기까지 알 수 없는 진실에게 더욱 고개를 숙이면서 하직 인사를 한다.
“창조주가 되실 성인신이 되시면 천천히 결정하십시오.
그럼 때가 오면 뵙겠습니다.”
“….”
영원체의 문제에 개입하면 자신의 미래가 미쳐 날뛰는 경험을 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래서, 이렇게 쉽게 물러나려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투명한 눈빛으로 쳐다본 진실이 묻는다.
“너의 세계에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신체 몇 위?”
“….”
갑작스러운 물음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딱딱하게 몸이 굳는 느낌을 받았다.
‘어라?
미래의 진실을 기반으로 했던 설득에 거의 넘어온 상황에서 나의 존재 가치를 묻는가?
그냥은 넘어가지 않으시네.’
이 질문은 지금까지 위험을 감수하고서 했던 모든 조언이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최종 확인과 같았다.
‘유아신으로서 직접 경험이 없는 지식만으로 이 정도라니?
과연 회색 사장님이 이 이상의 영원체가 없다고 자신하실 만 하군.’
겨우 원래 흐름에 비슷하게 맞추었는데 저절로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강자는 약자의 동정이나 조언을 받거나 듣지 않기 때문이다.
‘거지의 적선은 같은 거지조차 받지 않는다.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서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진실의 질문은 위험을 감수하고서 미래의 또 다른 흐름까지 일부 밝힌 차원창세신 코아의 급소를 찌르는 말이었다.
‘큰 문제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현세계에서 진대리리이며 외계에서 신황들의 황제라는 지고의 신분이나 원래 사백구십구 주우주로 돌아가면 겨우 상급 창조신이기 때문이다.
‘사백구십구 주우주에서 나의 직위는 많은 상급 창조신 중 하나였다.
서열조차 매겨지지 않았지.
억지로 정한다면 일천 위 밖이다.’
꽤 강해졌으니 돌아가면 최상급 창조신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으나 떠나올 때의 직위는 분명히 상급 창조신이었다.
‘그 정도로는 영원체에게 직언은 고사하고, 바로 바라보는 것도 중죄다.’
상급 창조신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면 다시 완전히 다른 흐름으로 갈 수 있는 위기였다.
그러나, 아직도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한 황금 창조주와 회색 창조주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오는 느낌이었다.
‘하-! 내가 뭘 고민하고 있지?
여기는 내가 떠나온 절대계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외계 너머의 세계에서 온 위협적인 존재로 의심받고 있지.’
여기 절대계의 상급 창조신의 발언이면 영원체가 고려할 가치도 없으나 자신은 틀렸다.
‘세계의 수준이 다르다.
그러면 간단하다!
자기 무덤을 다시 파는 느낌이지만 여기서는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군.’
굽혔던 허리를 펴고, 헛기침하면서 대답할 준비를 한다.
“흠흠! 제가 왔던 세계에서 저의 신격을 물으셨습니까?
숨길 필요는 없지요.
상급 창조신입니다.
진실 도련님.”
“에게?
상급?
겨우?”
절대계에 일천 명이나 되는 상급 창조신은 영원체들에게 기억할 가치조차 없었다.
그래서, 실망한 진실은 창백해진 십중심과 영원체들의 표정을 보면서 당황했다.
“으응?”
상황이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진실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어떤 세계도 신족의 편제는 하나입니다.
가장 성공한 형태로서 하나의 창조신장, 열의 최고위 창조신, 일백의 최상급 창조신, 일천의 상급 창조신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밑의 하위등급도 열 배의 숫자로 늘어나지요.”
“?”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진실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제가 온 세계에서는 약자는 강자 위에 서지 못합니다.
그러니 저보다 강한 창조신이 일천 명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에엑?”
십중심이 아니면 통제할 수 없다는 차원창세신 코아 이상의 강자가 일천 명이 넘는 세계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절대계에는 저를 능가하는 정신체는 단 하나도 없지요.
오직 십중심 사장님들만이 저를 압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분들의 강함을 인정하고 임시직원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아마 황금 회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겠지요.”“!!!”
만약 십중심이 자신보다 약했다면 지금의 절대계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에 쥐어졌다는 설명이었다.
그제야 십중심들이 왜 그렇게 차원창세신 코아를 경계했는지 파악한 진실은 처음으로 화를 냈다.
“너 역신(逆臣)! 바로 처분할 거야!”
“이래서 평화 시기에는 제가 역신(逆臣)입니다.
허나, 창조주가 되시려면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창조주로서는 소수의 강자가 다수의 약자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초식동물을 육식동물이 관리하는 것이 가장 부작용이 적으며 수고도 적게 들어갑니다.
강자가 약자들 위에 서는 것은 당연합니다.”
약육강식의 법칙을 담담하게 말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높은 자리일수록 더욱 많은 능력을 요구합니다.
약자가 욕심을 부려서 억지로 자리를 차지하고 유지하려 한다면 본인만이 아니라 조직에도 불행이 옵니다.
절대계에서 상대할 존재가 없어진 십중심 사장님들이 자연스럽게 창조주가 되신 이유도 그러합니다.
진실 도련님이 이렇게 태어나실 수 있던 원인이기도 합니다.
전 창조주님과 영원체님들이 이걸 부정하셨다면 탄생조차 어려웠습니다.”
“….”
유아신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복잡한 이야기에 멍한 표정이 된 진실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허리를 굽히며 절하면서 말한다.
“만약 십중심 사장님이 절대계에 없었다면 이곳은 저의 사업장이 되었을 겁니다.
물론 전 창조주님과 계약을 맺고서 세계의 발전을 추진할 테니 나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다면 진실님의 탄생 또한 없었습니다.
모두 십중심 사장님의 강함 덕분입니다.
그런데 만약 저만이 아니라 저의 상위 창조신들이 같이 왔다면….”
의도적으로 끝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차원창세신 코아 이상의 강자가 일천 명이나 절대계를 침략했으면 십중심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존재는 여기 없었다.
‘차원권능을 가지지 않으면 힘이 일백 분의 일로 줄어드니 별 의미는 없는 가정이다.
그러나, 충분한 위협은 되겠지.’
여기까지 나갔으니 진리 대신에 진실의 쪽에 선다는 선택지는 완전히 사라진 셈이었다.
그리고, 일대 십중심과 얽히면서 절대적인 강함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진 차원창세신 코아로서는 확실하게 선을 긋는 행위였다.
‘이걸로 되었다.
나는 은하유성 아이언을 이기고 흡수해서 원래의 내 신체로 돌아간다.’
본의 아니게 많은 세계를 보고 경험했다.
그 결과로 절대계의 이 써클 우위를 위협하는 사백구십구 주우주가 얼마나 강했으며 거기서 상급 창조신을 차지한 자신의 신체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확신이 생긴 것이다.
‘황금후계가 될 정도의 나라면 불완전하다는 나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드디어 일천 억의 본신 신력을 뛰어넘어서 진정한 십이 써클이 된다!’
황금후계가 된 은하유성 아이언을 흡수하여 신령과 신격을 보강하고서, 자신의 신체로 돌아갔을 경우를 예측하고서 희열에 빠진다.
‘완전한 창조신으로서 사백구십구 주우주 최고위 창조신들 바로 아래인 최상급 창조신이 되는 것이다!
어라라라라? 잠깐….’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급격히 힘과 의욕이 떨어졌다.
‘아오 시바! 그래도 겨우 일백 위네.
절대계로 가면 일만 위나 겨우 될까?
십중심 일족을 제외해도 겨우 중급 전사잖아!’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올라갈 곳이 한참 남은 것이다.
그것도 끝이 없어 보일 정도로 많았다.
‘그냥 다 포기하고 여기서 편히 살까?’
원래 처음의 계획이 진리가 죽을 때까지 자급자족형 생존마탑에 틀어박혀서 마도 연구나 하는 것이었다.
용병신으로 하다 고생을 많이 해서 이제 어느 정도 부정의 카르마의 견딜만해지자 고향별에 돌아와서 쉬려고 했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용병신으로 정기를 어느 정도 벌어서 바로 은퇴하려 했지.
그런데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되었지?
생각하지도 않은 이계에 외계까지 가고, 이제는 과거의 절대계에서 일대 십중심과 충돌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가 심각하게 꼬이지 않으면 이럴 리가 없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짓을 했기에 이렇게 고생을 하게 만드나?
아! 그렇구나.
세이브 앤드 로드의 계승자인 탓인가?’
암흑으로 타락했던 신관이 다시 빛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복귀할 수 없다는 법칙을 만든 행성 지성체를 전멸시킨 위업을 달성한 세이브 앤드 로드가 원형이라면 이런 운명도 감내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규모가 너무 크잖아?
겨우 행성 하나 가지고, 너무 심한 것 아니야?’
일은 끝났기에 이제 자신만의 생각에 빠진다.
경계의 눈빛이 가득한 진실과 십중심, 영원체들에게 꾸벅 절하고서 혼잣말을 하면서 물러 나오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무슨 팔자가 이렇게 험하지?
위험해서 못 살겠네.
역시 내 생존마탑 밖은 위험해.
이번에 살아남으면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아예 나오지 말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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