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993화 (1,902/2,000)

34권 35권

그 말대로 창조주에게 후계는 없다.

오로지 대리자인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사실 자체가 영원체의 속성임을 파악한 바람 창조주는 파멸유혼검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꽈아아아아-!

자신조차 가문과 후손을 잇기 위해서 창조주에 대한 반역조차 서슴지 않던 각오와 결의가 점점 흐릿해졌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과연 그러한가?

나도 영원체이며 창조주이다.

그리고, 영원불멸인 내가 점점 후손이 필요할지 의문이 생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바람가는 나와 진실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겠군.’

영원체가 된 이상 생각이 거기에 맞추어서 변경되는 것은 당연했다.

대를 이어가는 가문과 혈연은 영원히 존재하는 영원체에게 의미가 없다.

‘태극천검에서 난리를 치고 있는 조상님들의 영혼의 외침이 아니었으면 이미 좋게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바람 창조주도 손자를 본 생각이 사라짐을 파악한 회색 창조주의 노림수였다.

그런데 진실의 탄생으로 가장 가문과 혈연에 대한 애착심이 높은 시기에 터져서 이런 꼴이 난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회색 창조주는 열이 받아서 소리쳤다.

“이 미친 자식! 그러고도 네가 현자냐?

지금 갓난애를 패라고 하는 거냐?

그게 너희 세계에서는 정상이냐?”

“당연히 정상이 맞지….”

절대계나 주우주는 오로지 강자만을 우대하는 진리의 지침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강한 후손을 만들 수 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강해질 가능성만 있으면 유아신이고 뭐고 가리지 않지.

전투의 공포를 없앤다고 일부러 죽음까지 경험하게 한다는데 조금 두들겨 패는 것이 뭐가 어때서?’

그런데 미래는 모르지만, 아직 그런 풍조가 없는 절대계였다.

질린 표정이 된 십중심과 영원체들을 보면서 실수했다는 생각이 든 외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젠장! 저도 그러기 싫은데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영원체에 갓난애가 어디 있습니까?

지금도 아차 하면 죽겠는데요!”

“뭐어? 으윽!

이건 뭐야?”

회색 창조주가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쏘아붙이려다가 뒤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기세에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발원지는 진실이었다.

구구구구구구구궁-!

십중심조차 위협하는 강대한 기세와 존재감이 폭발하듯이 주변을 제압해간다.

자신을 패서 평등의 생각을 강제로 수정시키라는 사실을 파악한 진실이 분노한 것이다.

아기의 몸이 아니었다면 당장 덤벼들 기세를 확인한 외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득한 기분이었다.

‘아아! 이럴 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다가 망하는 것이 아니야?’

진실과 진리로 갈라진 미래의 흐름 중에서 하나를 고민하다가 나온 악수라는 사실을 파악한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빨리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그전에 정보가 부족해.

일단 물러나서 상황파악부터 하자.’

순수정기를 만든다고 오랜 시간 숙소에 처박혀있었더니 중대한 결심을 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나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탈출로를 막고 있는 흑염 창조주에게 요청했다.

“저기 흑염 사장님. 바람 어르신의 바라시는 답변이 끝난 것 같은데 저 좀 보내주시겠습니까?”

“이런 상황인데 아직도 사장에 어르신 타령이냐?

너도 참 대단하구나.

뭐 이제 나와는 상관없다니 가거라.”

긁적! 긁적!

절대직감이 뭐라고 했는지 투지가 싹 사라진 흑염 창조주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그런데 정말 이대로 도망갈 생각이냐?

나중에 아주 안 좋을 텐데?”

절대계의 여유정기를 전부 투자하여 탄생시키고, 십중심의 모든 힘을 전수한 진실의 힘은 유아신인데도 흑염 창조주조차 긴장시킬 정도였다.

지금 이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보복당할 수 있다는 조언에 재빠르게 겉을 지나면서 대답한다.

“상황이 안 좋을 때는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감정이 가라앉으시면 부르시겠지요.”

“흠! 너라면 그렇기는 하지.”

어차피 자신 이상의 정신체는 절대계에 없으니 반드시 찾게 된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분노한 진실이 갑자기 성장해서 자신을 소멸시킬 수도 있으니 재빨리 피하려는 외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흑염 창조주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한다.

“약자의 판단이군.

내 직감이 다시 흐름을 보라고 한다.

상황이 또 변했단다.”

“예?”

반사적으로 미래의 흐름을 다시 읽는다.

그러자, 거의 확정되었던 미래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가 펼쳐지고 있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

‘어어어어어? 설마 또 분화되고 있나?’

최초로 본 흐름에서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업고서 달아나던 아이가 사라졌다.

그리고, 단독으로 도주하는데 추적자인 이대 십중심들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강화되어 있었다.’

살기 등등한 이대 십중심들과 그들을 따르는 십중심 일족의 모습에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오 시바! 이제는 혼자 도망치냐?

그런데 도대체 무슨 짓을 벌였기에 이대 십중심들이 일족까지 이끌고서 추격을 해와?

절대계를 멸망이라도 시켰나?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그렇게 해?’

어떻게 하면 이대 십중심과 십중심 일족을 전부 움직일 수 있는지 알고 싶을 지경이었다.

‘저건 도망 못 쳐.

이대 십중심이 상대면 나의 도주 능력이라도 벅찬데 일족까지 끌고 추격하니 당해낼 도리가 없다.’

이런 절망적인 변화가 지금 진실을 패서 평등주의를 수정시키라는 조언의 대가라는 사실을 파악한 외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영원체와 연관되니 내 미래의 흐름이 미쳐 날뛰는구나.

수습은 해야 살겠다.’

긁적! 긁적!

결론을 내린 외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뒷머리를 손가락으로 긁으면서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에헤헤헤! 진실 도련님.

너무 오해하지 마십시오.

맞으면서 생각을 수정하기 싫으시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건드리면 터질 것만 같은 진실의 존재감을 헤치고 재빨리 진실 앞으로 이동한 외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회색 로브를 다시 입었다.

그리고, 양손을 모으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다.

“영원체는 변화하지 않는다는 법칙 따위는 완벽하시며 이상적인 영원체인 진실 도련님 앞에서는 무의미하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파멸유혼검이 가장 빠르면서 간편한 방법인데 마음에 안 드신 모양이니 다른 편한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진실은 십중심조차 쉽게 받을 수 없는 자신의 존재감에도 무서운 기색이 전혀 없는 외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투명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진실은 한마디로 평가했다.

“너 간신(奸臣)!

크면 혼내줄 거야.”

“아하하하하하! 저를 간신이라니요?

진실 도련님은 그렇게 보셨군요.

창조주가 되셔서 저를 혼내시면 굉장히 곤란하겠군요.”

진리에게 두들겨 맞고 생매장당하면서도 끝까지 버티며 입으로 살아나온 경험과 오기가 진실의 위협에 대응한다.

‘이제 절대계의 창조주가 될 진실님에게 완전히 찍힌 셈이다.

그러나, 오히려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뚜렷해진 셈이다.’

오히려 기세를 더욱 일으키면서 앞으로 모은 양손을 머리 위로 높이 올리면서 대답한다.

“분명히 저는 진실 도련님의 충신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말씀대로 지금처럼 평화로운 시기에는 간신(奸臣) 정도가 아니라 역신(逆臣)이라고 매도되겠지요.

하지만, 난세에서는 능신(能臣)이라고 자부합니다.

저 스스로 평가하자면 치세의 역신(治世의 逆臣)이며 난세의 능신(亂世의 能臣)입니다.”

이세계의 오랜 고사에 나온 역사적인 간웅의 평가를 뒤집어서 자신을 정의한다.

그리고, 영원체들과 십중심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면서 말한다.

“제가 종족전쟁을 넘어서는 전쟁을 앞둔 절대계를 평화롭게 이양하게 하였습니다.

진실님이 다음 창조주가 되는 흐름에서 저 이상의 강함과 공적을 가진 정신체는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정신체로서 유일하게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합니다.”

“….”

“….”

반박은 아무도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전대 창조주에 의해서 서로 대립하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지럽던 십중심과 휘하 세력을 빠르게 정리하여 결집을 시킨 공은 컸다.

거기에 전대 창조주와 직접 협상을 주도하고, 가장 큰 문제였던 신족과 마신족까지 설득한 공적에 진실을 탄생시키는데 순수정기를 공급한 업적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이 거대한 것이었다.

추가로 영원체도 정기감소를 우려하여 전쟁을 피하려 했다는 점을 이용하여 평화적인 이양을 성공시킨 공적을 언급하면서 크게 요구했다.

“감히 요청하건대 다가올 진실님의 시대에 저를 진실임시대리(眞實臨時代理) 차원창세신 코아로 임명해주십시오.

그렇다면 저는 진실님만을 위해서 지금의 절대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를 해드리며 열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판정한 문제에 대한 전혀 다른 해답을 들려드리겠습니다.”

“!?”

십중심들이 절대계의 관리권을 넘겨주겠다는 말에도 거부했던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데 다짜고짜 진실 창조주의 대리자리를 달라는 제언에 모두가 놀랄 때 진실은 투명한 눈빛으로 묻는다.

“아픈 것 빼고?”

“당연하죠!

그건 회색 사장님이 같이 죽자고 하시니 혼자 죽으라고 했던 소리입니다.”

“뭐라?

저놈의 간사한 주둥이를 확 뭉개버리겠다!”

“대책이 없으시면 가만히 계십시오.

회색.”

열이 받은 회색 창조주가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죽음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바람 창조주의 시선과 경고에 고개를 확 돌려버렸다.

팽-!

영원체의 갓난아기일 때 죽도록 두들겨 패서 확립된 평등사고를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할 수 없는 그로서는 못마땅한 어조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에잉! 급하면 개똥도 약이 된다더니 미친 현자도 쓸모가 있나?

끝나고 보자.”

“….”

자신에게 들으라고 한 소리가 분명하지만, 더욱 진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면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말한다.

“잠시지만 제가 모시려는 분에게 어찌 그런 무례를 범하겠습니까?

죽으라고 명령하시면 꼭 살아서 할 일이 있으니 죽은 척하면서 사라져드리겠습니다.

직책을 맡기기 싫으시면 안전 보장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최대한의 조언을 하겠습니다.”

“충성보다 자기 생존을 최우선.

그리고, 창조신이니 그럼 차원창세신 코아는 역시 간신(奸臣)들의 신?”

이제는 간신(奸臣)들의 신으로 지칭한다.

“어라? 간신신(奸臣神)이요?

그런 신도 있었나요?”

“내가 만들면 있어.

너 간신신(奸臣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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