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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창조주와 바람 창조주가 대화하는 어조가 점점 차가워진다.
더욱 험악해지는 사태를 파악한 십중심들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절대계의 정기 질이 떨어지면 바람가의 반려가 될만한 존재는 나타나지 못한다.’
‘비축 정기의 질이 이 이상 떨어지면 아무리 정제해도 부족해요.’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대로 진실 이후의 바람가의 혈족은 태어날 수 없겠군.’
‘모두가 좋은 계약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로 치명적인 제약이 숨어 있었어.’
‘그냥 넘어가지 않겠지.’
바람 절대자는 이제 죽음의 기운으로 창백해진 얼굴로 회색 창조주를 노려보면서 말한다.
“그렇습니다.
절대계의 여유 정기라고 해도 어차피 모두 사용하고서 남게 된 비축분입니다.
중핵이 된 절대계 다음 세계의 창조는 필요 없으니 외계 너머의 진출에 사용된다면 오히려 환영입니다.
지금보다 더한 정기의 양과 질이 필요할 리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자식인 진실만을 보아서 손자의 탄생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완벽한 영원체인 진실을 탄생시키는데 다음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모아둔 절대계의 여유정기를 순수정기로 바꾸어서 모두 사용했다.
이 이상의 정기가 필요한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바람 창조주와 모든 십중심이 인식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혈연유전으로 강해져서 탄생할 바람가의 혈족들을 고려하자 송두리째 뒤집힌 것이다.
‘여유정기의 농도가 약해서 진실에게 필요할 정도의 순수정기로 바꾸자 엄청난 손실이 일어났다.
지금의 절대계로도 바람가의 다음 후손을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평등의 왕도로 지배되는 절대계는 양은 많아지지만, 농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그럼 정기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해.
양이 아닌 질의 문제다.’
‘외계 너머의 세계를 수십 개를 점령해도 힘들겠군.’
‘이렇게 되면 바람가의 후손은 진실로 끝나는군요.’
진실을 이상적인 영원체로 탄생시킨 점에 흥분하여 바람가의 후손은 혈연유전의 권능으로 더욱 강해져서 태어난다는 전제를 망각한 결과였다.
그러니 결론이 너무나 쉽게 나온다.
‘진실도 겨우 탄생시킨 절대계의 정기 질이 더욱 떨어진다면 손자를 탄생시키는 것이 당연히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바람 창조주의 눈빛이 서서히 죽음의 기운으로 투명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바람가라?
차원창세신 코아의 충고를 미친 현자의 말이라고 매도하셨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맞는 소리입니다.
이 계약을 의논했던 고위 현자들에게 저와 진실만이 아니라 가문 전부를 고려하게 했다면 과연 이익이 된다고 했을까요?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니 모두가 질문의 답변 외에는 입을 다물더군요.
현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셨습니까?’
“….”
평등의 지배는 전투력이 가장 낮은 현자들에게 큰 이익이 되니 일부러 충고할 리가 없었다.
또한, 아무리 진실이라고 해도 나쁜 운명을 예언한 예언가는 비참한 죽임을 당한다.
‘저런 미친 녀석이 아니라면 후폭풍을 두려워해서라도 떠들지 못하지.’
현자의 정점 회색 창조주가 추진하니 알아서 조심한 것이다.
그러니 완벽하게 개입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도 없었다.
“아니라면 아니라고 말씀해보십시오.
정중하게 사과드리겠습니다.”
“….”
바람 절대자의 추궁에 회색 창조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평등의 왕도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미 파악했지만, 바람가의 후손은 대를 거듭할수록 강해지기에 끊어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무시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사(死)-!
침묵을 긍정으로 생각한 태극천검의 바람가의 조상들이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어서 죽여라!’
감히 바람가의 대를 끊으려고 하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으으! 영원체는 변하지 않는다!
완전한 영원체인 진실이 평등으로 확립한 사고는 이미 되돌릴 수 없어!’
‘역시 현자계열은 믿을 수 없다.
모두 죽여버려.’
바람의 절대자도 동의하는지 죽음의 투기를 투명하게 만들어서 전신에 두른다.
바람가의 혈족을 건든 존재에 대한 처벌은 오로지 멸족뿐이었다.
“바람가의 대를 끊은 대가를 치러주십시오.
그리고, 이 책임은 절대계의 모든 현자에게 묻겠습니다.
만약 해답을 알려주지 못한다면 모두 처단하겠습니다.”
“….”
단지 세계 안정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영웅신을 처단하고 다녀도 누구도 감히 대적하지 못한 파워 오브 엠블럼이다.
그런 강자가 창조주가 되어서 이제 영웅신 대신에 현자들에게 책임을 묻다니 심각한 위기 상황이었다.
‘평등을 기본사고로 정한 영원체를 설득해서 변화시킨다니?
그것이 가능할 리가 있나?
영원체들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면 현자들은 절대계에서 전부 소멸이 되겠군.
손과 발이 아니라 눈과 귀가 사라지는가?’
그렇게 되어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수월하게 흘러가던 흐름이 이렇게 막히면서 협박을 받으니 굉장히 기분이 나쁜 회색 창조주는 서서히 기세를 끌어올렸다.
사아아아아-!
투명한 죽음의 기운을 두른 바람 창조주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바람 창조주와 회색 창조주의 전투가 벌어지려고 한다.
‘이 정도면 누가 개입해야 하는데?’
다른 십중심들이 복잡한 얼굴을 하면서 끼어들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자 완벽하게 꼬였음을 파악한 회색 창조주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으드드득! 관망이군!
이 미친 자식! 하필 여기서 까발리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진실의 사고를 평등 우선으로 만든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진실 혼자면 십중심들이 힘을 합치면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수가 늘어나면 불가능하다.’
진실만이 아니라 그의 손자, 거기에 증손자와 고손자까지 태어나면서 수가 많이 늘어나는 날이면 십중심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일반 영원체도 아닌 혈연유전으로 대를 이을수록 강해지는 바람가의 영원체가 열 명이 넘으면 십중심도 감당할 수 없다.
그걸 주지시키면 다른 십중심의 다수결 합의를 끌어낼 수 있지.
그런데 이 장소에서는 안 통해.’
진실의 탄생을 축하하는 순간에 터진 최악의 폭로라서 수습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다른 시간대와 장소라면 웃고 넘어가면서 차분히 설득할 수 있다.
완벽한 영원체인 진실에게 후손은 의미가 없으니 말이야.
내 계획에서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위험했는데 저놈이 바로 찍어서 망쳐놓았다.’
분노한 바람 창조주와 한판 승부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 결과는 당연히 죽음이었다.
‘쯧! 거의 본신처럼 아끼는 화신체인데 잃게 생겼군.’
다시 이렇게 키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것이니 엄청난 손해를 입는 셈이었다.
그래서,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원흉인 차원창세신 코아부터 어떻게든 먼저 처리하려고 찾았다.
슬금슬금!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허리를 숙인 채로 뒷걸음으로 슬며시 물러나는 모습이 보인다.
폭로로 초대형 사고를 일으키고, 몰래 도주하려는 모습이었다.
빠지지지직-!
화신체이기는 하지만, 핏대가 솟는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은 회색 창조주가 은근한 어조로 말한다.
“어디 가냐? 미친 현자야.
일을 저질렀으면 수습도 해야지?”
“겨우 창조신에 임시직원인 제가 창조주에 사장님들의 의견충돌에 어찌 나서겠습니까?”
“그 말은 참 잘했다.
그런 주제 파악을 하고 있으면 감당하지 못할 일을 떠벌이지 말았어야지.
이제 잘못하면 네 덕분에 현자계열이 전멸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문과 혈연만 관련되면 흑염보다 더 미쳐 날뛰는 바람 창조주가 이번 일을 자신만으로는 끝낼 리가 없었다.
‘진실의 신격형성이 거의 끝난 이상 이미 되돌릴 방법이 거의 없다.
그러니 해결방법을 알 때까지 현자들에게 묻고서 소멸시키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군.’
영웅신만큼의 전투력이 없고 기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고위 현자들의 전멸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사당 문밖으로 뒷걸음으로 나간 차원창세신 코아가 정중하게 인사하면서 말한다.
“약하면 죽어야지요.
아! 현자이니 아니군요.
눈치가 없으면 죽어도 쌉니다.
그러니 앞으로 건투하시기를 바랍니다.”
“하-! 진짜로 나와 현자로서 붙어보겠다는 거냐?”
“이미 제가 이겼습니다.”
“….”
문답을 교환하여 상대의 정체를 밝히는 현자의 승부를 겨루다가 십중심 책탑이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넘어갔다.
빠지지지지지-!
자신의 기억에서 가장 큰 흑역사로 기억될 사건을 경쟁자인 십중심 앞에서 언급하자 이마의 혈관이 터질 정도로 분노가 폭발한 회색 창조주는 결정했다.
“좋아!
같이 죽어보자.”
“에?”
차원창세신 코아와 회색 창조주가 대화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격하지 않은 바람 창조주에게 간단하게 묻는다.
“아직 내게 현자로서의 신뢰는 남아있는가?”
“현자의 정점 회색의 절대자를 누가 의심하겠습니까?
다만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고, 소에 바람가를 놓았다면 각오하셔야 합니다.”
태극천검의 모습이 투명한 죽음의 기운에 휩싸여서 사라지고, 바람 창조주의 모습도 희미해진다.
완전히 모습을 감추는 순간 아끼는 화신체를 잃는다는 사실을 떠올린 회색 창조주는 말했다.
“좋아.
그럼 평등의 기준으로 모두가 행복한 절대계를 다스리는 진실이 후손을 얻는 방법을 알려주지.”
“있습니까?
이건 법칙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수준과 관련된 문제이니 시작님도 소용이 없습니다.”
회색 창조주는 창조주가 되어서도 시작에게 존칭을 하는 바람 창조주의 말에 눈빛을 반짝이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한다.
“알아!
그런데 저 녀석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예. 확실히 일반적인 창조신이 아니지요.”
둘의 대화가 자신을 지칭하자 불안해진 차원창세신 코아가 서둘러 피하려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어느새 흑염 창조주가 파호톤을 빼 들고, 도주할 수 있는 길목을 막고 있던 것이다.
턱-!
그대로 강행 돌파할 때 두 조각이 날 확률이 크다는 사실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부드럽게 권유했다.
“흑염 사장님은 역시 빠르시군요.
이 일과 전혀 관계가 없으실 것 같은데 잠시 눈을 감아주시겠습니까?
나중에 사례는 확실히 하겠습니다.”
스스스스스스-!
사당 안에서 무슨 대화가 벌어졌는지 차원결계를 친 탓에 모르지만, 이상함을 느낀 영원체들이 모여든다.
강대한 영원체들의 존재감에 공간과 시간만이 아니라 차원마저 불균형해진다.
‘언제든지 세계가 될 수 있는 영원체들의 밀집으로 차원권능의 성공확률이 급락하고 있다.
낭패다!
이대로면 포위당한다.’
우우우우우-!
서서히 조여드는 포위망에 초조해지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들어오면서 만들었던 탈출로를 막고 있는 흑염 창조주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하하! 너의 사례라면 눈을 감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내 직감이 왜인지 모르지만, 넌 지금 도망가면 안 된다고 한다.”
“흑염 사장님만을 위해서입니까?
그럼 다시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현재의 이익이 미래의 이익이라고 명확하게 정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창조주가 되신 지금은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시면 안 됩니다.”
완벽한 적중률을 자랑하는 흑염의 절대직감이 불신을 받는 이유는 바로 흑염의 절대자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주변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대다수였기에 비난까지 받는다.’
이 약점을 명확하게 지적하자 자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흠! 내게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충고하는 녀석은 절대계에서는 원래 회색 한 명이었다.
그런데 네가 두 명째가 되었네?
이거 안 좋아!
하나도 짜증이 나서 미치겠단 말이다.”
“그렇게 올바른 소리를 하면 바로 두 조각을 내시니 누가 옆에 있겠습니까?
창조주 역할을 제대로 하시려면 절대직감부터 개조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훗! 후하하하하-! 어떻게 해도 죽일 수 없을 것 같은 회색은 내버려 두었다.
너도 비슷했는데 지금은 달라.
창조주가 된 지금 다시 판단을 해보니 꽤 고생은 하겠지만 가능은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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