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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핵심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창조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십중심인 자신들보다 강해 보였다.
그러니 어찌할 것인가가 항상 문제였다.
‘차원창세신 코아를 중용해서 동맹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단호하게 처단해서 전쟁을 선택할 것인가?’
이것이 논란이 되는 선택이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가정과 계획으로 다른 십중심들을 전쟁의 준비로 몰아가서 완벽하면서 이상적인 영원체인 진실까지 탄생시킨 회색 창조주는 결정이 다시 흔들리는 기색이 느끼자 탄식했다.
‘하아! 감만 좋은 망할 광전사 자식.
좋은 시기를 놓치지 않는군.
창조주가 되어도 여전하구나.’
절대계의 영원체들이 모두 모이고, 창조주인 십중심들이 있어도 차원창세신 코아를 굴복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진실 앞에서 흔들리는 그를 본 십중심은 오히려 전쟁이 아닌 화해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외계 너머의 창조주를 모시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진실에게 저렇게 위축된다면 아마도 동급이겠지.’
‘그렇다면 직접 전투는 필요 없다.’
‘영원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압도적인 강자가 배후라면 당연히 싸워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존중받을 강자라는 사실을 인정받아야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지.’
‘귀찮은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겠어.’
십중심의 힘을 뛰어넘을 수 있는 완전하면서도 이상적인 영원체인 진실을 탄생시키는 데 힘을 모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차원창세신 코아조차 굴복시키지 못하는 자신들이 영원체보다 상위로 짐작되는 외계 너머의 창조주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직과 전쟁의 승패는 수장이 좌우한다.’
‘누구보다 완벽한 창조주를 탄생시켜서 다른 세계에 도전한다.’
정신체에서 영원체, 그것도 창조주가 된 자신들을 다른 영원체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십중심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계 너머의 영원체들과의 경쟁을 위해서 더욱 강한 영원체인 진실을 만들어서 도전하자는 계획이 먹혀든 것이다.
‘우리보다 강한 창조주가 있다면 약한 창조주도 있다.
그들을 제압하여 절대계의 영역을 넓힌다.’
‘만약 아직 영원체들의 세력이 없는 세계라면 그대로 복속시킨다.’
진실의 탄생은 과거 지성체들이 대항해의 시작이라고 불렀던 개척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와 같았다.
그리고, 회색 창조주의 살의에 무의식으로 반응하면서 피하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엎드린 자세로 말문을 열었다.
“진실 도련님.
한 가지만 여쭈고 싶습니다.”
십중심에게 지독하게 끝까지 사장님이라고 부르더니 그들이 전력으로 탄생시킨 진실을 도련님이라고 부른다.
이 호칭의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잘 아는 회색 창조주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또 말장난이냐?
네놈은 끝까지 우리를 창조주로 인정하지 않는구나!”
창조주에게 사장이라는 호칭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진실에게는 도련님인가?’
당연히 분노한 회색 창조주와 다른 십중심의 행동을 막은 것은 뜻밖에 진실이었다.
아직 아기의 몸인 그였지만, 영원체답게 완벽한 어조로 말한다.
“당신이 대수 스승님과 같이 나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순수 정기를 정제했다는 차원창세신 코아이군요?
과연 대단해요.”
십중심과 영원체들 이외에는 자신을 보고서 이렇게 평온한 정신체는 없었기에 은은한 놀람을 표시하면서 약속한다.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진실로 대답하지요.
내게 궁금한 것이 무엇인가요?”
“감사합니다.
진실 도련님의 운명의 흐름은 분명 절대계의 다음 창조주이시겠지요?”
그러고서 십중심의 안색을 살폈으나, 십중심들이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한탄했다.
‘하아. 불변의 상변(不變의 常變)을 보고서 좋아할 때부터 이상했는데 십중심 사장님들이 절대계 창조주 이상의 목표를 발견했구나.
아마도 외계 너머의 세계들을 점령하려 하겠지.
절대계의 창조주의 권리조차 넘겨줄 각오를 했다면 이 흐름은 완전히 분화되었는가?’
자신이 순수정기의 정제하는데 매진하는 동안 흐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단숨에 파악한 그에게 마지막 기대가 남아있었다.
‘반영원체였던 진리님이 영원체인 진실님이 되었다.
더구나, 십중심을 쓰러트리지 않고서 정식으로 통합 후계자가 되었다.
십중심은 죽어서 신체가 봉인되지 않고서, 외계 너머의 세계와 전쟁을 하기 위해서 준비한다.
유상전생의 목적은 작게는 진리님의 후회를 보완하고, 크게는 외계 너머의 세계들과 전쟁을 위해서구나.’
외계 너머의 세계와 전쟁을 하기 위해서 진리는 탄생부터 완전한 영원체가 되어서 가장 이상적인 창조주가 된다.
진리가 무엇을 바라고 유상전생을 발동시켰는지 파악한 그는 자신의 임무가 완전히 성공했음을 파악했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존재 결투도 완전히 구분된 외계 너머의 세계를 하나 점령하여 진리님이나 진실님이 차지하면 상관없다.
그런데 그러면 그걸로 좋은가?
지금의 진실 도련님은 절대로 진리님처럼 절대계를 다스리지 않는다.’
진실의 눈에 담긴 순수한 눈망울과 의지는 누구에게는 좋을 수 있으나 자신과 같은 선악이 모호한 존재들에게는 극약과 같았다.
강함과 유용성에 가려진 악명과 비난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자 우선의 원칙이 완전히 바뀌어서 이대 십중심이 사라질 수 있다.
내가 과연 내 미래인 이대 회색의 절대자에 도달할 수 있는가?’
지금의 이대 십중심들은 진리가 재능과 능력만 보아서 직접 길러낸 존재들이다.
원래 성향이나 출신이 결격사유가 많았으나 진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십중심 일족까지 완성한 그들에게 과연 진실이 똑같이 대우할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대답이 나와 있었다.
‘순수한 영원체가 그럴 리가 없지!
다른 이대 십중심들은 모르지만, 과거에 흑마도사의 총수로서 절대악인 나는 분명히 처분당한다.
완전한 영원체 창조주이신 진실님이 다스리는 절대계에 나 같은 존재가 설 자리는 없다.’
마음속에서 들끓는 감정의 파도가 한가지 질문을 하게 만든다.
“진실 도련님이 절대계의 창조주가 되시면 강자와 약자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깊은 생각을 하려는지 진실의 눈빛이 더욱 영롱하게 빛난다.
보고만 있던 십중심들이 무엇인가를 말하려다가 회색 창조주의 제지를 받는다.
그는 자신감 있게 말한다.
“겨우 저런 문답에 진실은 발목이 잡히지 않는다.
이미 지식 전수는 끝났다.
남은 것은 신체의 완성뿐이다.
성장에 필요한 시간만 기다리면 진실은 이제 완벽한 영원체이자 창조주가 된다.”
옆에 있던 바람의 절대자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바람가의 모든 오의와 십중심의 권능 전수는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숙련도만 올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지식 또한 삶의 경험이 쌓여서 지혜가 되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자신의 혈족인 진실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말이었다.
과연 잠시 후 진실은 또박또박 어조로 대답한다.
“강자와 약자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일단 제가 다스리는 절대계는 영원한 행복을 목표로 할 거예요.”
“그…그렇습니까?”
진리와 진실이 같은 목표라는 사실에 화색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어지는 발에 안심이 되었다.
“영원한 행복을 위해서는 영원한 발전이 필요해요.
제한된 자원으로는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어요.”
“그렇지요!”
진리의 이름과 과정이 바뀌어도 지침은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맞장구를 쳤다.
‘좋아!
이름이 바뀌어도 방식이 같다면 상관없다.’
이렇게만 된다면 자신이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되는 운명 또한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진실님이 완전한 영원체 창조주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오히려 절호의 기회다.
회색의 이름을 이대 십중심의 가장 위에 올린다.’
진실을 탄생시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렇게 희망에 찬 그에게 진실의 대답 마지막 부분이 들려온다.
“영원한 발전을 위해서는 강자에게는 통제와 약자에게는 보호가 필요해요.
강자와 약자는 서로 힘을 합쳐서 영원한 발전을 이룩하게 할 것이에요.”
“!!!”
강자에게는 영광을 부여하고 약자에게는 도전 기회 이외에는 주지 않던 진리와는 거의 정반대의 지침이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약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서 보호만 하시면 편히 살기는 좋지.
그런데 나는 흑마도사로 끝난다!’
이러니 크게 웃으려던 차원창세신 코아의 턱뼈가 의지를 벗어나서 그대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덜컥-!
차원창세신 코아가 입을 딱 벌리면서 놀라자 회색 창조주가 크게 웃으면서 칭찬한다.
“하하! 멋진 대답이다.
힘이 강하다고 특별대우를 하면 안 된다.
창조주와 영원체 외에는 모두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공평한 창조주 밑에서 모두 평등하게 살아간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왕도(王道)이며 평화이고, 발전이다!”
“예. 회색 스승님.”
진실이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제 누가 차세대 절대계의 창조주가 될 진실에게 이런 교육을 했는지 자명해지는 순간이었다.
화르르르-!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동자에서 검은 불길이 확 타오른다.
‘이 망할 회색!
뭐가 왕도냐?
그리고, 회색 사장님!
역시 이 흐름은 당신의 소행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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