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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꽉 막힌 마음속이 뚫리는 답변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느긋하게 빈 담뱃대를 물면서 말을 이어갔다.
“창조주님을 대신하여 외계를 관리하는 신족에게 임관조차 포기하고 저항만 하다가 혁명을 일으켰던 저들과 너는 다르다.
능력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대우를 참으면서 최대한 세상을 위해서 살려고 했다.
그런데도 신족의 태도가 변하지 않고서 자그마한 잘못을 트집을 잡아서 죽이려 드니 그제야 반기를 들었다.
부하를 마구 천대하다가 반역을 당했는데 그걸 원망하면 참으로 옹졸하지.”
그제야 고개를 든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의 눈은 젖어있었으나 무엇인가 해방된 표정이었다.
이제 일이 끝났기에 시작의 도움을 받아서 절대계로 가는 차원문을 여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담담한 음성은 선언한다.
“너의 반역은 모두 살기 남기 위한 저항이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내 기준에서는 너는 정당하다.
오히려 세상 전부를 적으로 돌리면서 여기까지 도달했으니 칭찬하고 싶구나.
잘 살아남았다.”
누구나 비판하는 자신의 신생에 대해서 변호해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공손하게 양손을 모아서 이별 인사를 올리는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이었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제게 베풀어주신 은혜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감사를 말하는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의 뺨에는 굵은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서서히 절대계로 돌아가는 차원문이 커졌다.
우우우웅-!
떠날 시기가 가까이 오자 개조행성의 신왕들이 하나둘 양손을 모아서 인사를 한다.
다른 신족들은 몰라도 차원창세신 코아의 부흥운동에서 최대의 수혜자들이었기에 올리는 예의는 극진했다.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환인신왕이 덕담을 한다.
“이렇게 돌아가시니 참으로 섭섭합니다.
부디 앞을 조심하십시오.”
절대계의 새로운 창조주가 된 십중심에게 추방된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환인신왕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한다.
그러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환인신왕이 보기에도 그렇게 위험한가?
이렇게 서운해하면서 잡아주는 존재가 있으니 그럼 안 가겠네.
여기서 신황으로 영원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농담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간담이 서늘해진 환인신왕은 말을 수정했다.
“그…그건 좀 곤란합니다.
외계는 이제 자력으로 부흥해야 합니다.”
“후후후-! 그렇겠지.
다들 이제 스스로 날아오를 시기이니 외부의 손님은 나가야 하겠지.”
“허허! 절대계처럼 용무가 끝났다고 쫓아내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저희는 그렇게 은혜를 모르지 않습니다.”
환인신왕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회색 로브에 가려진 얼굴을 쳐다보면서 깊숙이 고개를 숙인다.
“신족을 부활시켜주시고, 새로운 창조주님의 신뢰를 되찾아주셨습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언제인가 돌아오시면 외계는 정리되어있을 것이고, 거기에는 반드시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영역이 있습니다.”
절대계 창조주가 된 십중심이 추방했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사면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한번 배신한 부하는 또 배신하는 것처럼 한번 부하를 쫓아낸 상급자는 또 쫓아낸다.’
그러니 아무리 유용해도 오랜 시간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한 환인신왕은 나중에 지배영역의 배분을 약속했다.
‘시작님도 자신을 창조주로 등극시킨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포함된 신족을 더욱 신뢰하시겠지.
지금은 약하지만, 나중에는 대등한 입장이 될 수 있어.’
외계 신족이 감당할 수 없는 힘과 성향으로 독재자가 된 차원창세신 코아였지만, 자신들이 더욱 강해지고 번성한다면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환인신왕의 약속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 지배영역의 배분이라?
그런 것보다 다음에 나를 외계에서 보면 눈을 감아서 못 본 척해주기를 바라네.”
“예?”
갑자기 눈을 감아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환인신왕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련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아.”
그의 눈동자는 차원권능의 황금빛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차원권능의 흐름 읽기라는 사실을 파악한 환인신왕은 조심스럽게 묻는다.
“차원권능으로 정해진 예지입니까?”
차원창세신 코아는 창조주인 시작이 해준 조언으로 바뀐 먼 미래의 자신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답게 확정되지는 않은 것 같고, 정말 나인지도 불명확하군.
하지만 외계에 언제인가는 다시 오네.
다행히 부흥은 아니라 단순한 통과를 위한 것 같군.”
흐름의 제약을 받아서 정확하게 말을 해줄 수는 없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아주 흐릿하지만, 아이 하나를 업고서 차원도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 내 뒤를 쫓아오는 것은 절대계 이대 십중심?
허억! 십중심 추격대에 내 미래인 미친 회색까지 포함되어 있군.’
등에 업고 있는 아이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대 십중심이 세계의 멸망까지 각오까지 하고서 외계까지 추격해오는 사고를 쳤는지도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벌인 것이지?’
이대 십중심들은 단 한 명만으로도 다른 세계를 영원히 제압할 수 있는 강자였기에 함부로 이동할 수 없었다.
그런 제약을 자신의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가 차원결계를 쳐서 무효로 하면서 전력으로 쫓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태였다.
‘이대 회색이 차원결계를 가동해서 다른 십중심들과 같이 외계까지 추격해올 만한 사건을 내가 일으킬 수 있나?’
힘의 차이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정점에 도달한 차원권능이 보여준 올 수 있는 미래였기에 추가로 말했다.
“안 되겠군.
외계를 관통하려는 나를 못 본 척해주는 대가로 외계 신족은 존망의 기로를 맞을 수도 있어.
못 들은 것으로 하고 상부의 명령대로 하게.”
“코아님….”
그렇게 다른 존재들과 작별의 인사와 대화를 하는 동안 절대계로 열리는 차원문이 마침내 커다랗게 완성되기 시작한다.
사람 하나가 통과할 정도로 열리자 시작의 음성이 커다랗게 울렸다.
“십중심 창조주들이 당신의 복귀를 허가했습니다.
나와 그들의 힘으로 잠시 차원문이 양방향으로 열립니다.
다시 말하는데 이 앞은 현자의 일반적인 이해득실이 통하지 않습니다.
부디 이성이 아닌 감정대로 선택하며 살아가세요.”
그 말에 이미 안정화된 차원문이 크게 뒤틀린다.
구구구구구구궁-!
이번에는 창조주로서도 상당히 위태로운 조언인 모양이었다.
유성전생의 흐름까지 요동치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시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귀하신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기회가 온다면 다시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
“당신과 나는 이것이 마지막….”
시작이 뭐라고 대답하는 순간 절대계로 가는 차원문이 마침내 완전히 열리면서 웅장한 소리를 내었다.
위이이이이잉-!
외계에서 보면 끔찍할 정도로 강력한 절대계의 정기의 파동이 폭탄의 후폭풍처럼 밀려 나왔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
외계 창조신계가 한순간 받아들이기 힘든 강력한 정기의 파동이었다.
그리고, 차원문 반대편에 열 명의 모습이 환영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창조주가 된 일대 십중심들이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
투기나 살기의 방출은 없었다.
그렇지만, 차원문 너머에 있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시작을 제외한 창조신계의 모든 존재가 압도된다.
절대계의 정기가 외계로 폭포처럼 쏟아져나오는 와중에 기괴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린다.
그것은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탁탁탁탁탁!
십중심 창조주들의 강렬한 존재감에 지배자급 청혈일족과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만이 아니라 기계 코아들조차 자신도 모르게 이를 계속 부딪친다.
‘이것이 진짜 십중심!
창조주가 된 직후의 전성기의 존재감인가?
‘하나하나가 외계 전부의 존재감보다 강하다.’
‘이런 존재들을 어떻게 진리님이 이기신 것인가?
기계 코아들은 한 번 싸워서 재봉인에 성공했던 황금 데이터 나이트와 원형인 일대 십중심을 예측하면서 낙관했었다.
‘아주 먼 미래의 나중이라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바보 같았다.’
‘이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 원형! 원형은 어떤가?’
필사적인 노력으로 겨우 굳어진 몸을 푼 기계 코아들이 다급하게 차원창세신 코아의 상태를 파악했다.
그리고, 충격에 빠졌다.
‘웃고 있다!’
자신들보다 분명 전투력이 약할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데 바라보고만 있어도 소멸할 것 같은 창조주가 된 십중심의 강대한 존재감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듯하니 충격을 받았다.
‘우리의 원형은 도대체 뭔가?’
‘정신체의 정점의 강함이나 창조주의 존재감을 왜 두려워하지 않지?’
‘설마 인식체계에도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아예 배제되어있던가?’
기계 코아들이 왜 차원창세신 코아만 멀쩡한지 많은 경우의 수를 예상한다.
그런데 차원문 저 너머에 황금의 절대자와 십중심 전원이 포진해 있는 사실과 상태를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가에 더욱 비틀린 미소가 떠올랐다.
‘십중심 사장님들이 철저한 전투준비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거기에 부하들까지 포위하고 있다.
그럼 단순한 복귀 환영식은 아닌 것 같다.
여차하면 포획인가?’
창조주가 되어서 강화된 십중심의 존재감도 차원창세신 코아를 기죽이지 못했다.
오히려 더한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창조주가 되셔도 여전히 제멋대로시군.
생각해보니 멋대로 추방하더니 이제 필요하니 돌아오라니?
진리님도 아니면서 제멋대로 도구 취급을 하니 열 받네.’
그의 눈빛에서 섬뜩한 살기가 감돈다.
‘상황을 보아하니 곱게 돌아가기는 틀렸다.
또 이렇게 되나?’
창조주에 대한 두려움이나 절대적인 강자에 대한 공포는 과거에 바람가 마도신의 오리진에게 수없이 맞으면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히려 더한 투지가 달아오른다.
‘확실히 나로 인하여 절대계는 별다른 피해 없이 십중심으로 창조주를 교체했다.
그런데 역시 흐름을 벗어날 수 없나 보군.’
강력한 살기와 투기가 감도는 그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파호톤의 외날 도끼가 쥐어진다.
‘그럼 먼 미래에서 파견 온 구박받는 임시 직원답게 최대한 발버둥을 치면서 과거 정식 직원들의 골치를 썩이는 것이 예의겠지.’
화르르르르르-!
그는 아직 과거의 면죄부를 받은 감동과 십중심의 존재감이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에게 나직하게 말한다.
“외계 정신체의 정점이 되고 싶으면 인제 그만 떨어라.
그런데 너 혹시 지금 당장 신황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
조금 위험하지만, 아주 좋은 기회가 왔는데 말이다.
시작님이 방금 해주신 조언의 대가를 치러야 해서 배려해 주는 기회다”
“예? 바로 신황이 될 수 있다면 당연히 하겠습니다.”
창조주가 된 십중심의 존재감을 겨우 이겨낸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이 바로 신황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반쯤 회색 로브에 가린 얼굴로 환하게 웃자 불안감이 밀려왔다.
“좋아!
너라면 그렇게 대답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럼 잠시 같이 가자!”
“예? 어딜?”
으헉!”
모두가 보는 세계가 횡으로 두 동강이 난다.
두가가가가-!
그것은 너무나 익숙했지만, 지금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파호톤의 도끼질이었다.
뎅강!
초고속으로 휘둘러진 외날 도끼가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의 목을 자르고, 머리를 위로 날렸다.
투학! 쿵-! 바둥! 바둥!
머리를 잃은 그의 몸이 바닥에 쓰러져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가진 가능성과 힘을 생각하면 너무나 쉽게 잘린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의 머리를 왼손으로 움켜잡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원문 너머를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절대계의 창조주가 되신 십중심 사장님들이 나의 존재를 위협하는구나.
그렇다면 살아남기 위한 최대한의 저항을 해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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