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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기도할 수 있는 존재는 창조주밖에 없었다.
지성체의 신앙이 신의 신력을 높여준다면 정신체의 신앙은 창조주의 권능을 강화한다.
주신이 고위 정신체로 태어나서 처음일 정도로 간절한 기도는 순수한 정기가 되어서 시작에 전달되기 시작한다.
우우웅-! 우웅-!
창조주의 신력이 극히 미세하지만 오를 정도로 순수한 정기였다.
그런데 동전을 전부 쏜 주신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인 수많은 무인행성들의 무리에 은빛 동전들이 부딪친 것이다.
타타타탕-!
그러나, 약속대로 순은동전들은 무인행성에 귀속되지 않고서 궤도를 바꾸면서 어지럽게 여기저기 튕긴다.
“으으으으-!”
일반 청혈일족을 죽이면 주는 청동 동전은 그대로 무인행성에 귀속되기에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
덕분에 다행히 몇 개의 순은 동전이 무인행성 무리를 돌파하자 비명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흐아아아!”
“우아아아아-!”
무인행성에 맞은 순은 동전이 불규칙한 궤도로 이동하면서 여기저기 튕긴다.
퉁-! 투우우우-!
저러다가 운 좋으면 지성체가 있는 유인행성이지만, 잘못하면 생명체만 있는 행성에 닿아서 귀속되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그는 중앙행성을 향해 가는 이제 몇 개 안 남은 순은 동전에 기도한다.
“제발! 제발! 시작님! 가호를!”
“가라!”
“기적이 되어라!”
위이이이이이-!
순은 동전들의 움직임에 보내는 신들의 환호와 기도가 시작의 힘이 된다.
그것은 창조주가 된 그녀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급격하게 오르고 있었다.
‘뭐 이런 황당한 권능 강화방식이 있을까?
그런데 너무나 기막힐 정도로 효율적이고 순수해.’
시작의 권능 강화를 내놓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특단의 대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배자급 청혈일족을 죽이면 중앙행성을 주지만, 생포를 유도하기 위해서 상위의 동전을 만들어서 건네주었다.
“지배자급 청혈일족을 생포하느라 수고했다.
이미 개발된 개조행성이 있는 너희에게 미개발 중앙행성은 짐에 불과하지.
그래서 준비했다.
살려 데려왔으니 황금 동전이 아닌 무지개 동전을 주겠다.”
“오오-!”
중앙행성을 얻을 수 있는 황금 동전이 아닌 무지개 동전을 주는데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들은 반색하면서 받아들었다.
탁-! 탁-!
“무지개 동전은 내가 특별히 준비한 창조 상자를 열 수 있다.
창조 상자를 개봉하면 창조신계가 개발을 대신해주는 중앙행성 선택권이나 내가 만든 신기가 하나만 나온다.
물론 유인행성이 나올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이것은 도박이 아닌 지극히 창조적인 경제행위다.
우리는 모두 분배가 아닌 대박을 원하지.”
“우아아아아-!”
시작이 창조주가 되는 순간 지배자급 청혈일족이 몇 명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수에 맞추어 만들어진 손바닥만 한 작은 무지갯빛 상자가 작은 산처럼 시작의 뒤에 쌓였다.
창조주인 그녀에게 창조상자의 소유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느긋하게 설명한다.
“정확하게 확률공개를 하면 유인행성은 팔 할이고, 창조신계가 개발 완료해주는 중앙행성이 일 할에 내 신기가 일 할이다.
물론 원하는 중앙행성을 창조신계가 개발해준다.
신기는 대부분 하나의 제약으로 특정권능을 열 배로 올려주는 기능을 가졌다.
현재 완성된 형태가 아니니 불법으로 조사해보았자 아무것도 없다.
운이 좋다면 나의 설계와 창조신계의 지원, 개봉자의 권능과 결합하여 원하는 형태로 구현될 것이다.”
“오오오-!”
차원창세신 코아가 만들어낸 초월신기가 중앙신계를 만들 수 있는 중앙 행성의 가치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개조 금고아 덕분으로 손쉽게 창조신이 된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들은 바로 무지개 동전을 꺼내서 달려들었다.
“저는 창조 상자 두 개 주십시오.”
“저도 하나!”
“상자를 주십시오.”
“흠! 저는 중앙 혹성을 선택하겠습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작위 중앙행성을 선택하는 신중한 환인신왕과 같은 신계주신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도 다음 말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살 수밖에 없었다.
“상자를 따로따로 하나씩 까면 개발 완료 유인행성이 나올 비율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한 장소에서 열 개를 동시에 까면 이 비율대로 반드시 나온다.
연속 개방이야말로 대박의 진리이지.
서로 잘 상의해서 선택하도록 해라.”
하나씩 까다가 잘못하면 유인행성만 나온다는 설명에 죽일 듯이 노려보는 동료들의 눈길에는 이길 수가 없었다.
찌리리리리리-!
이번 전투로 잡아들인 지배자급 청혈일족은 정확히 열 명이다.
만약 열 개를 한꺼번에 못 사서 유인행성만 나오는 날이면 당장 집단 구타라도 벌어질 험악한 분위기였다.
“저…저도 주십시오.”
잘 되면 전용 초월신기와 창조신계가 개발해주는 중앙행성이 나온다.
그렇지만 팔 할이라는 대부분 경우에 유인행성만 나온다는 끔찍한 도박은 처음 해보는 환인신왕은 떨리는 손으로 무지개 동전을 창조상자로 바꾸었다.
잘못되어 유인행성이 나오는 날이면 벌어질 사태에 저절로 손이 떨리면서 창조주를 찾게 된다.
‘우우! 창조주님이시여.
부디 저를 가호하소서.’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들이 열 개의 중앙 혹성을 포기하고서 여덟 개의 유인행성, 하나의 개발완료 중앙행성과 초월신기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엄청난 도박을 선택한다.
그들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내 운이 이것들보다 약할 리가 없다.’
도박인 것 같지만, 이것은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들이 자신의 운을 걸고 하는 승부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질 리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보험을 들자.’
한꺼번에 열 개를 사들인 그들은 모두 시작 앞으로 걸어가서 연신 절하며 외친다.
“오오! 시작님! 제발 저에게 신기의 축복을 주십시오!”
“개발된 중앙행성도 좋습니다!”
“행성 개발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개조행성의 신계주신은 현재 신족의 최고 지배층이었다.
과거 고위 신족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기원을 보이는 그들에게 시작의 창조주로서 완벽한 감정이 흔들릴 정도였다.
“가…가호를 기원만큼 내렸으니 잘 해보세요.”
“감사합니다!”
뽑기나 도박은 운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리 여기서 가장 높은 신격을 가진 창조주의 가호가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알기에 필사적으로 기도하면서 조심스럽게 상자를 개봉한다.
“모두 한꺼번에 열어!”
“하나! 둘! 셋!”
열 개의 창조상자가 일제히 개봉되면서 무지갯빛이 하늘을 향해서 뿌려진다.
번쩍-! 번쩍!
모두의 얼굴에서 환희와 절망이 교차한다.
“우가가가가! 내가 신기 떴다-!
그것도 깃발 달린 여의봉이다!”
상대하는 적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이미 여러 번 여의봉을 날려 먹은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이 무지갯빛이 영롱한 여의봉에 미친 듯이 기뻐한다.
이런 도박을 하기는 죽어도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환인신왕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허어어어어! 이것은 제가 바라던 개발완료 중앙행성!
감사합니다!
시작님!”
창조신의 징조를 보이는 후계인 대별에게 맡길 중앙행성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유인행성에 당첨되어버린 신계주신들은 부들부들 떨다가 긴 탄식을 내뱉었다.
“아아아아아! 기도가 부족했어.”
개발완료 유인행성들이 당첨된 다른 신계주신들이 자신의 운과 기도가 부족했다고 한탄한다.
실패한 그들은 감히 시작에게 원망을 하지 못한다.
앞으로 개봉해야 할 창조상자가 산처럼 많았기 때문이다.
“크카카카카카! 이것이 진짜 여의봉이다!
다음에는 근두운을 교체해야지.
충성! 충성!”
“대별아! 아비다.
너 줄 중앙행성을 구했다.
그래! 그래! 이제 수련만 열심히 해라!”
“으윽! 제길! 그 고생을 하고서 겨우 유인행성 하나라니?”
“다음에는 목욕재계하고서 천일기도를 한 이후에 개봉하자.”
모처럼 감정을 드러내서 난장판이 되어가는 주신전 광경을 보는 생포된 지배자급 청혈일족들의 심정은 너무나 착잡했다.
그들이 생각했던 광경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도박에 미친 신족들에게 졌단 말인가?’
그런 의문은 긴 담뱃대를 물고서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들을 보면서 중얼거리는 음성을 듣는 순간 사라졌다.
“후우우우-! 저 철없는 약자들이 언제 자라서 제 몫을 할까?”
“!?”
철없는 약자라는 말은 고위 창조신에게 하기는 지극히 모욕적인 단어였다.
자신들이 아는 과거 신족이라면 결투를 신청해도 부족하지 않았으나, 모두가 들었으면서 애써 무시하는 광경에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그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인가?’
‘존재감은 이상하게 약하나, 저 여유와 주도권을 보면 분명하다.’
철컹-! 철컹-!
곤충인간의 형태에서 권능을 억제하는 쇠사슬의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배자급 청혈일족들이 일제히 일어나면서 묻는다.
“당신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이시오?”
엄청난 액수를 건 도박의 충격에 감정적이 되었던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들이 일제히 자신의 신기를 꺼내어서 그들을 겨눈다.
척-! 척-!
과거 창조신의 권능까지 튕겨냈기에 무적이라 생각했던 생체장갑을 파괴하는 힘을 가진 창조신의 위협에 멈칫했으나 더 큰 목소리로 외친다.
“신황이라면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나의! 아니 우리의 질문을 받으시오.”
개조행성 신계주신들의 신기가 급소를 파고들 기세였지만, 결심을 단단히 한 모습이었다.
그러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긴 황금 연기를 내뿜으면서 대답한다.
“외계 신황의 직위는 창조주님에게 얼마 전 반납했네.
이제 차원창세신 코아라고 부르게.
뭐가 그렇게 궁금하신가?
후우우우우-!”
황금 연기가 주신전 바닥에 깔린다.
뭉개! 뭉개!
자욱하게 깔린 황금 연기를 힐끔 쳐다본 지배자급 청혈일족이 묻는다.
“왜 외계 부흥에 승자인 우리가 아니고, 패배자인 신족을 선택했소?
우리를 선택해서 이성만 회복을 시켜주었다면 신족들보다 더한 보상을 해드렸을 것이오.
창조주님의 부활이나 앞으로의 부흥도 너무나 손쉬웠을 것이오.
그런데 왜 하필 다 망한 신족이오?”
전혀 뜻밖의 물음에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들도 당황해서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보았다.
지배자급 청혈일족의 말대로 이미 세계를 제패한 청혈일족의 이성을 회복시키고, 창조주를 모셨다면 너무나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늘게 웃기 시작했다.
“후후후! 대응이 너무 빠르다고 했더니 역시 세계의 흐름을 보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고위 현자계열이 청혈일족에게 남아있었군.
파괴신 직전에 고위 현자계열의 권능을 사용하다니 아주 희귀한 사례군.
내가 신족인데 당연히 신족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헛소리! 절대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의 신족에게 어떤 가치도 두지 않소.
고작 창조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수고와 전쟁을 일으키다니 이해할 수 없소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족을 부흥시켜서 새로운 창조주님을 모시게 하여 청혈일족과 전쟁을 벌이게 했는지 대답하시오!”
“후후! 이것 참!
외계 청혈일족과 논쟁을 하게 될지는 몰랐군.”
실소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가장 앞으로 나선 지배자급 청혈일족 하나가 외친다.
“내가 그대를 대신해서 대답하리다.
청혈일족과 신족의 내란을 통해서 외계의 멸망을 바라시는 것이 아니오?
영원한 전쟁이 절대계의 본심이 아니오?
부정해보시오.
절대계에서 온 차원창세신 코아여!”
그 말을 들은 시작의 눈빛이 변했다.
그녀도 청혈일족의 이성을 회복시켜서 외계를 부흥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모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웃음을 흘리면서 답했다.
“후후! 초월자가 근본인 그대들은 신족의 충성과 창조를 몰라.
신족보다 힘은 강하지만 반역을 잘하고, 창조보다 파괴를 강해.
외계를 점령한 이후에 무엇인가를 만든 적이 있던가?
전부 파괴했지.
이렇게 그대들이 지배한 외계가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손을 잡으란 말인가?
같이 말라죽기 딱 좋지.”
“….”
파괴만 할 줄 알았기에 외계를 정신체가 살 수 없는 정기가 없는 세계로 만들어버린 청혈일족과 손을 잡지 않는다.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에 잠시 할 말을 잃은 지배자급 청혈일족에게 결정타를 가한다.
“무엇보다 극한의 기능성만 추구하다 벌레 모습이 되어버린 청혈일족과 손을 잡기는 망설여지더군.
아무리 정기절약에 효율적이라도 그 꼴로 다른 세계에 가면 왕따를 당한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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