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찬란한 황금빛이 불사의 방패 발두르의 전신에서 빛나면서 우주 공간에 신력의 태양이 떠오른다.
파아아아아아-!
불사의 방패 발두르가 발현한 부활의 권능이 전장과 신족의 군대를 휩쓸자 죽었던 모든 신이 부활했다.
갈가리 찢겨서 삼켜졌던 신족이 몸속에서 멀쩡하게 부활하여 뚫고 나오자 청혈일족의 비명이 여기저기 울린다.
키에에에에-! 우지지지지-! 과드드득-!
이 부활의 빛 속에서 신족을 아무리 죽여도 소용이 없었다.
신족은 어떤 부상을 당해도 회복하고, 계속 부활하면서 청혈일족을 공격한다.
까라라라라-!
죽음이 배제된 신족의 투지 앞에 창조신계를 먹어치우고서 외계를 지배했던 청혈일족이 무참하게 무너진다.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들에게 생포된 지배자급 청혈일족들은 그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저럴 수가! 우리가 진다.”
“겨우 주신이 어떻게 저런 위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인가?”
선발대로 보내진 청혈일족은 신족의 숫자보다 열 배 이상 많았다.
동등한 숫자라고 해도 과거에는 당연히 전멸당해야 할 신족이 기계 코아들과 용자동맹의 보호나 조력 없이 이겨낸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확인해도 특별한 권능이나 강자가 없었다.
‘부활권능의 수준 차이가 심하지만, 효과는 거의 같다.’
‘이 창조신들과 같은 파괴신도 없다.’
‘단지 평범한 신왕과 주신들에 불과한데 왜 저렇게 잘 싸우지?
죽음으로 인한 신령의 타격이 두렵지 않은가?’
‘몇 번이나 죽어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과거 신족도 지금처럼 부활의 권능과 주신의 군세로 청혈일족과 대적했으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과거에는 한두 번의 죽음으로 도주를 선택했으나 지금 신족은 죽음과 부활의 고통을 극복하고 계속 싸우고 있던 것이다.
‘창조신계의 멸망 직전에도 저렇게 용맹한 투신과 전신들은 없었다.’
‘쓸만한 투신도 죽음의 고통을 한번 당하고, 신격이 하락하는 기세가 보이면 바로 도망갔지.’
‘그런데 뭐가 저렇게 필사적으로 싸우게 하는 거냐?’
폭주하는 광전사 같으면서도 철저하게 이성을 유지하며 냉정하게 전투를 계속하는 신족의 모습을 본 청혈일족들은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으윽! 어떻게 저렇게 싸울 수 있는 것인가?
“저들이 신족이 맞는가?”
과거 자신들이 보았던 신족과 전혀 다른 맹렬한 투지와 적극적인 전투에 감탄하면서도 두려워졌다.
“만약 이런 신족의 군대가 과거에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겠군.”
“그런데 저들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전투일 것인데 왜 포기하지 않는가?”
지배자급 청혈일족들은 처참하게 당했던 치명상은 이미 회복했다.
충분히 다시 싸울 수 있는데 가만히 제압되어있는 이유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살려서 데려오면 창조신계의 고위신을 주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지금 신족의 지배자는 다른 세계의 창조신답게 편견이 없나 보군.’
‘창조신계의 지배층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이런 추한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벌레인간의 신체는 지긋지긋해.’
‘굶주림을 못 이겨 이성이 거의 사라진 벌레 부하는 꼴도 보기 싫다.’
원래 초월자였던 자신들이 지성체를 삼키는 비참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신족에 전향 정도는 쉬운 일이었다.
더구나, 지금 신족 쪽에는 새로운 창조주까지 붙어있었다.
‘신족만을 편애하던 과거의 창조주와는 다르신 것 같군.’
‘새로운 창조주님에게 충성을 바치면 초월자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어차피 신족은 창조력 외에는 볼 것도 없다.’
‘기본적으로 초월자보다 약하니까 당연하지.’
‘그런데 이 신족들은 뭔가 다르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싸우지?’
왜 저렇게 신족 군대가 용맹한지 지배자급 청혈일족을 제압하고 있는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들은 모두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 전투는 창조신계 은하계 주위의 열 개 은하계의 행성들을 배분하는 자리였다.
‘일반 청혈일족 하나를 처치하면 무인 행성이 하나라고 했던가?’
‘열을 처치하면 유인행성이 포함된 항성계가 수여되니 저렇게 하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제외하고 불사권능의 정점이 된 발두르가 아무리 보조를 해준다고 해도 죽음과 부활의 고통과 타격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외부 공격이 잘 먹히지 않자 일부러 먹혀서 배 속에서 부활하여 끝장을 내는 주신들이 늘어날 정도로 치열해져 간다.
‘지독한 녀석들! 그렇다고 일부러 죽나?’
‘행성과 정기에 아주 눈이 돌아갔구나.’
‘육도윤회 투기장을 통하는 것보다는 전쟁이 훨씬 편하기는 하지.’
전과에 걸린 막대한 보상을 생각하면 자신들도 참석해서 날뛰고 싶지만, 생포한 지배자급 청혈일족을 제압하는 것이 먼저였다.
팔다리를 모두 날리면서 생포했는데 단순한 신체 능력만으로 재생하여 멀쩡한 모습을 보니 경각심이 되살아난다.
‘역시 지배자급 초월자들이다.
신체 능력은 우리를 앞선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에게 단련을 받기 전의 우리라면 결코 이기지 못했다.’
끝까지 발악하면 상당히 피곤해질 것 같은데 얌전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죽음을 감수하면서 미친 듯이 날뛰는 신족이 청혈일족에게 승리하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양팔을 벌리면서 말한다.
“보십시오.
욕망을 통한 발전이야말로 세계의 진리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통제가 아닌 집단의 승리와 패배야말로 창조주를 모시고 영원히 사는 신족이 추구해야 할 핵심가치입니다.
그러니 신족의 승리와 창조주님의 승리를 위해서 제가 쓰인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것이 당신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인가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상적인 결정은 아니군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몸을 담은 조직을 위해서라면 자신조차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시작은 참으로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후후! 그래서 가끔은 미쳤다고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가끔이 아니군요.
그걸 당당하게 말하다니 참으로 불안하군요.”
이런 불안정한 당당함이 가끔이 아니라 대부분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 시작은 마침내 등용을 포기했다.
‘도저히 안 되겠구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해주어야겠어.’
법칙에 적용받지 않고 한계가 없는 자신은 환생을 거듭하면서 수준을 높이다 보면 언제인가는 창조주가 될 수 있다고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빠르게 도달하게 해주면서 절대계 부럽지 않은 창조신계를 만들어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균형이 아슬아슬하지만, 이것으로 해야겠어.’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차원창세신 코아의 피부에 염동력으로 빠르게 문장을 적어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절대계에 돌아가면 결정적인 선택의 때가 옵니다.
그는 보상으로 가장 좋은 것을 보여줄 것인데 그때 절대로 심사숙고를 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 첫 번째의 제안을 거부하고,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제시하는 두 번째 보상을 선택하세요.’
의지조차 사용하지 않고서 찰나에 스쳐 가는 문장의 각인이었다.
그리고서 시작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좋아요. 차원창세신 코아.
첫 번째의 제안은 언제나 자신의 이익이 우선입니다.
상대가 그걸 파악하고서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지요.
두 번째의 거래를 제안하겠어요.”
“경청하겠습니다.”
시작을 대리하는 외계 신황이 되면 차원창세신 코아는 외계 한정이지만, 진정한 자유와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반대급부도 있었다.
‘외계에서의 자유를 얻는 대신 개인의 발전이 여기서 멈춘다.
결말을 알고 있기에 승낙할 리가 없었어.’
그런데 지금 시작의 발언이 간단한 의미를 담은 말이었지만, 손등에 희미하게 남은 문장의 내용과 합쳐지면 복잡하게 적용이 될 수 있었다.
많은 경우의 수와 미래를 읽어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시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두 번째로 상호이익이 되게 조율해서 말하지요.
나는 외계의 창조주로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내부의 세계에서 외계 신황의 이름의 사용을 허락하지요.
당신은 그 대가로 무엇을 바치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차원창세신 코아의 심장이 크게 뛴다.
두근! 두근!
시작이 피부에 적은 문장과 지금의 말이 조합해서 무엇을 해주었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결정적인 선택지가 생겨나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방금 세계의 흐름이 크게 뒤흔들렸다!
나의 운명이 변했다!’
인식을 못 하지만, 지금 조언이 커다란 은혜임을 어렴풋이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깊숙이 허리를 숙이면서 절을 한다.
그리고, 양손을 공손하게 모아서 손바닥이 보이게 들어 올리며 말한다.
“당연히 전력으로 치르겠습니다.
만약 신생 신족이 시작님을 실망하게 하거나, 청혈일족이 장악한 세계가 구제 불능이라고 판단되시면 언제든지 이것을 쓰십시오. ”
양 손바닥에 놓인 그것은 원통형 도장 모양인 여왕의 열쇠였다.
그렇지만, 기존의 황금빛이 아닌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그 열쇠는 참으로 두려운 것이었다.
“이것의 이름은 신황의 열쇠.
창조신계에서 육성 중인 외계흑염 창조대신 성멸(外界黑炎 創造代神 星滅)과 직결된 기동과 조종장치입니다.
이성도 감정도 없이 이 열쇠를 가진 창조주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또 다른 저는 언제든지 외계를 종언시키고, 창세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
창조신계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영광의 의자에 앉아서 용자동맹이 잡아 오는 야생 청혈일족을 포식하고 있는 무서운 거대신의 존재는 시작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력도 파악하고 있었다.
‘성멸(星滅)은 십중심과 비견되는 존재감을 가진 차세대 창조신이자 파괴신이다.
너무 강대하여 통제가 곤란한 십중심과 충성심이 강하나 약한 신족의 장점만을 모아서 만들어낸 대신족(代神族)의 서열 일위라고 했다.’
성멸(星滅)은 세계를 통해서 그녀가 알기에 일반 신족의 열 배 이상의 권능과 성능을 가진 대신족(代神族)의 정점에 있는 존재였다.
그 창조과정도 평범하지 않았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가 흑염의 영원한 심판 도중에 만들어낸 돌연변이 대신족(代神族)!
그 위력은 십중심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
잘만 키운다면 십중심과 접전을 벌일 수 있을 정도다.’
성멸(星滅)이 대신족(代神族)으로서도 엄청난 크기만이 아니라 창조력과 전투력 역시 거의 십중심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조심스럽게 신황의 열쇠를 받아들인다.
신황의 열쇠를 바치고서도 굽힌 허리를 펴지 않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신황의 열쇠와 외계흑염 창조대신 성멸(外界黑炎 創造代神 星滅)이 있는 한 창조주이신 시작님은 손을 더럽히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사용하십시오.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모든 악명은 제작자인 제가 가지겠습니다.”
“모든 찬양은 창조주에게 바치고, 악명은 자신이 전부 가져간다.
이것이 당신의 충성인가요?”
외계에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위협할만한 강자는 없었다.
막대한 정기와 시간이 필요한 성멸(星滅)까지 일부러 건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운명을 바꿀 비장의 수단으로 준비했을 것이다.
그런 귀중한 외계흑염 창조대신 성멸(外界黑炎 創造代神 星滅)을 내게 넘겨준다는 말인가?’
조언 몇 마디에 자신의 손에 넘겨진 신황의 열쇠의 무거움과 충성의 의미를 생각한 그녀는 똑똑하게 말한다.
“감사히 받겠어요.
첫 번째 하사가 아닌 두 번째 거래로 하지요.”
“명심하겠습니다.”
거래의 종료와 함께 세계가 진동한다.
우르르르르르-!
차원창세신 코아가 은하유성 아이언을 격퇴하거나 공멸할 최후의 수단으로 준비한 성멸(星滅)을 시작의 조언 대가로 넘겨준 순간 흐름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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