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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의지를 나눈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잠시 침묵했다.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처럼 한번 배신자나 반역자로 낙인찍힌 존재가 다시 인정받기는 너무나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항상 나쁘게 보는 주변의 평가도 문제지만, 올바른 업무지시나 처벌도 부당한 억압이라고 판단하고서 반발하는 버릇이 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자네가 온전한 충성을 바칠 것이라고 믿기는 힘드네.
하지만 동등한 개조행성의 신계주신으로서 응원은 하겠네.’
‘…예.’
그렇게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을 다시 데려가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원문 바로 앞에서 멈칫했다.
청혈일족을 정리한 열 개의 은하계 외곽에 깔아놓은 탐지기에 이상이 감지된 것이다.
대규모의 군세가 밀집하고 있었다.
‘흠! 인제 보니 꽤 많이 모였군.
벌써 대응을 해오다니 꽤 유망한 영웅신이 청혈일족에 있는 모양이야.’
차원권능으로 그가 보는 시야는 몇 개의 은하계를 넘어서 집결하고 있는 강력한 지배자급 청혈일족들에게 향한다.
열 개의 은하계가 점령당하는 비상사태에 이성을 되찾은 지배자급 청혈일족이 토벌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선발대가 이미 은하계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살기 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겨우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았다.
그런데 해충들이 다시 기어들어 오면 안 되지.”
주변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파 때문에 피해는 없겠군.
여기까지 왔으니 좋은 구경을 시켜주마.
파호톤!”
화르르르르르르-!
전신에서 검은 불길의 투기가 일어나면서 커다란 외날의 도끼로 변하여 오른손에 쥐어진다.
우우웅-!
머리 위에 차원권능이 발동되면서 십삼 써클을 뜻하는 열세 겹의 신력의 원이 떠오른다.
쩌어어어어억-!
세계에 커다란 차원의 균열을 만들어서 접근해오는 청혈일족의 선발대를 보였다.
위성 크기의 벌레들이 군집하여 몰려드는 모습을 본 영웅신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외쳤다.
“청혈일족!”
거대한 차원문 너머로 창조신계를 멸망시킨 파괴신의 무리가 가까이 보이자 놀란 영웅신들의 귀로 낭랑한 영창이 울린다.
“권능은 차원권능.
오의는 태극세계참.
투기는 흑염.”
양팔로 잡은 외날 도끼를 하늘로 치켜세운 자세였다.
거기에 마도신의 권능으로 이질적인 힘을 동시에 불러서 집중시킨다.
파파파파-! 철컥! 철컥!
영창에 따라서 신력과 투기가 톱니바퀴처럼 정밀하게 연동하여 가동하여 절대급에 도달한 오의를 만들어낸다.
“차원세계참!”
그것은 단순한 상단에서 하단에서 내려찍는 도끼질이었다.
그런데 세계가 그대로 찢겨나갔다.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가-!
파호톤의 일격이 차원문을 너머서 청혈일족을 쓸어버렸다.
이미 영상으로 몇 번이나 보았던 토벌 모습이지만, 직접 보게 된 영웅신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귀로 지금은 감당하지 못할 강적들의 비명이 끝없이 울렸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
주신조차 무력하게 만들었던 고위 청혈일족이 수도 없이 파로혼의 도끼질에 갈려 나간다.
투가가가가가가가각! 꽈르르르르르르릉-!
권능에 저항력이 대단하여 창조신의 권능조차 튕겨냈다는 고위 청혈일족의 표피가 순수한 물리력에 과자처럼 으깨지는 광경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
파호톤이 찢어놓은 세계의 파열이 끝도 없이 이어지면서 저 멀리 보이는 본대까지 괴멸시키는 모습을 본 순간 간담이 써늘해졌다.
단순한 투기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이 오의는 권능이나 투기만이 아니다!’
‘어마어마한 완력도 가지셨구나.’
도대체 얼마만큼의 신력과 완력이 있어야지 흉내라도 낼 수 있을지 계산하는 영웅신들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순간 최대출력이 최소한 일조 이상!
거기에 완력은 추측 불가다.’
‘창조신장도 이러지는 못한다.’
영웅신이나 창조신으로도 도달하기 아득한 위치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리 잡고 있었다.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조차 흑염투기로 발동된 차원 세계참의 위력에 넋이 나갈 지경이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천공(天公)이 나타나면서 의지를 보낸다.
‘저걸 보니 천만다행일세.
아우님의 인내가 목숨을 건지게 했군.’
순은시대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권능과 마도, 신기가 봉쇄되었다고 해도 주신이 감히 대적할 상대가 아니었으니 겨우 살아남았다는 조롱이었다.
잠시 눈을 크게 뜬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은 나직한 어조로 의지를 보내었다.
‘그렇군.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이번에 도전자가 되신 천공(天公)의 무운을 빌겠소.
제 삼 개조생성의 신계주신이 되기를 바라오.’
‘응?’
평소대로 모두의 앞에서 성질을 부리게 하려고 했던 도발이었는데 뜻밖에 정중한 대꾸에 천공(天公)은 살짝 놀랐다.
그리고, 이마를 자기 손으로 치면서 감탄했다.
‘이것 참!
끝까지 예상 밖이군.
이것이 성장인가?
아니면 변화?
정말 귀한 경험을 해주는군.’
그렇게 말하면서 은밀한 의지를 보낸다.
‘권능과 신기를 정지시키는 순은시대는 솔직히 멋졌네.
중화신족에 다시 돌아와서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일세.
우리도 강자에게는 항상 문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겉은 강자를 우대하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와 같았지만, 속은 시커먼 음모가 넘실거린다는 사실을 잘 아는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은 짧게 대꾸했다.
‘알겠소.
참고하리다.’
‘으음?
바로 거절할 줄 알았는데 정말 변한 것인가?’
그 이후로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위력을 보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뒤를 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직접 쳐다보지 못하고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에게 그는 어깨를 잡으면서 낙담한 어조로 말한다.
“실로 한심하구나.
쓸데없이 위력만 커지고, 세부조절이 아직 어설프다.
역시 신령 상태의 수련만으로는 안 돼!
실전에서 신체로 직접 써봐야 감각이 조절되겠어.
주신 이상이 되면 강자와의 대련만큼 수련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지.
돌아가서 대련이나 하자.”
“!!!”
이런 위력을 가진 존재와 대련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힘들고 위험하기 마련이었다.
이제까지 가장 놀란 표정이 된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은 당장 도주할까 생각했는데 어깨를 잡은 손의 무시무시한 완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무슨 힘이 이래?’
우지지직! 우지지직!
단지 어깨를 잡힌 것뿐인데 전신의 털 한가락까지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완력이었다.
“컥-!”
목을 손으로 휘어잡더니 그대로 끌고 간다.
“걱정은 마라.
황금권능을 익힌 너라면 목숨은 건질 수 있다.
신체와 정신이 멀쩡하다고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
살려는 주겠지만, 신체나 신령의 안전은 보장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거부권이 전혀 없었다.
질질-!
엄청난 완력에 목이 잡혀서 차원문 너머로 끌려가는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을 바라보던 영웅신들은 자신이 저렇게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렇게 중앙신계로 돌아온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은 주변의 평가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졌다.
초사자왕의 자격시험을 이겨낸 두 번째 도전자들을 기다리는 육도윤회 투기장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와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의 대련장소가 되었다.
그가 처음 본 것은 공간을 난자하는 열 개의 마력의 손톱이었다.
“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마력 손톱은 창조주에게서 타락한 신족과 배신한 정신체를 전문적으로 소멸시키는 마신족의 기본기술이었다.
과드드드드득!
그 위력 앞에서 중앙신계의 지원으로 다시 만들어진 여의봉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위기를 황금 방어막으로 겨우 막고서 도주하는 그의 얼굴에는 죽음의 공포가 짙게 깔렸다.
‘저건 분명히 단순한 마력을 사용한 기본기다.
하지만, 정면상대하면 죽는다!’
자체적인 살신(殺神)의 마력도 문제지만, 출력의 단위 자체가 틀렸다.
아무런 미련 없이 도주를 선택한 그의 뒤로 커다랗게 웃음을 흘리면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뒤따른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황금권능!
주신이면서 정말 잘 견디는구나.
그는 스물일곱 쌍의 보석 뿔을 드러낸 마신황제의 모습이었다.
“이것도 받아봐라.”
슈하-!
마신황제가 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순간적으로 차원도약을 하면서 사라지자 기겁한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이 순은시대를 발동시킨다.
후우우우우우-!
차원권능을 이용한 차원도약에 이어지는 마력 손톱의 공격은 이미 그에게 수 없는 사경을 맛보게 해준 탓에 이것저것 가릴 여유는 없었다.
팟-! 과드드드드드드드드-!
순은시대의 발동과 거의 동시에 전신이 수십 조각으로 잘려나가는 느낌에 커다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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