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렇게 덕담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자 로브에 반쯤 가려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표정을 보았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이건 반역자에 대한 살기가 있거나 증오가 섞인 표정이 아니다.
마치 흥미로운 연구자료를 본 학자의 표정이다!’
시험도 없이 바로 개조행성의 신왕으로 임명한 강자조차 그렇게 본다는 사실을 파악한 환인신왕은 충격을 받는다.
‘중앙신계조차 어쩌지 못한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을 자신의 상대로 보지 않으시는군.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시는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환인신왕이 어떤 생각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고서 가볍게 말을 이어간다.
“개조행성의 신왕이라면 나에 대한 반역도 용서하지.
그런데 근무지 무단이탈은 혼이 좀 나야지.
개에 화살까지 준비되었으니 원숭이 사냥준비는 끝이로군.”
아주 즐거운 표정이 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품에서 무지갯빛 동전 하나를 꺼내었다.
“후후! 목표는 이거라네.”
가볍게 손가락으로 동전을 하늘 높이 튕겨 오른다.
“외계(外界)의 황금이 과연 어느 정도 버티어줄지 기대가 되는군.
준비운동으로 충분하겠어.”
팅-! 빙그르르르르-!
회전하면서 하늘을 치솟는 동전을 쳐다보면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주 자그맣게 혼잣말을 했다.
“나는 안주하지 않는 폭주로서 영원한 정점을 넘어선다.”
“!!!”
신력과 마력과 투기가 순간적으로 융합되어서 어마어마한 신력의 파동을 내뿜는다.
빙그르르르-! 파아아아아아-!
모든 힘을 받아들여서 격렬하게 회전하던 동전이 갑자기 차원도약을 한다.
어딘가로 사라진 동전을 주시하던 그는 영광의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속으로 다짐한다.
‘외계의 어설픈 황금 따위는 내 적이 아니다.’
자신이 떠나왔던 시기에 서열전을 시작하여 지금도 격전을 벌이고 있을 절대적인 힘의 충돌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그의 눈빛은 아주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보다 위대했으며 지금도 위대한 절대계 십중심의 이름 앞에 진리대리(眞理代理)의 이름을 올릴 것이다.’
처어어어억-! 스르르르르릉-!
환인신왕은 자신의 투기 활을 꺼내어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건네준 화살을 걸었다.
화아아아아아아-!
단순한 활이라면 외계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한 환인신왕이 당긴 활의 시위가 최대한 당겨지고, 그의 투기가 다섯 개의 힘이 조합된 화살에 집중된다.
“준비되었나이다.”
그 외침에 절대계에서 벌어지는 십중심 서열전을 상기하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는 웃음을 지었다.
“후후후후! 나도 어른스럽지 않군.
사장님들에게 비하면 터무니없이 약한 약자를 진심으로 상대할 필요는 없겠지.”
오른손을 들어서 무지갯빛 동전이 사라진 작은 차원문 옆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한다.
“갑자기 미안하지만, 마음이 조금 변했네.
오른쪽으로 이만큼 이동해서 쏴주게.”
“예!”
차원도약으로 날려 보낸 무지갯빛 동전은 계속 회전하면서 초장거리 도약을 스스로 행하면서 이동한다.
빙그르르르-! 파아아아아-!
동전이 마침내 도착한 곳은 수많은 바위 행성들만 모여있는 미개척지였다.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바위 하나에 떨어졌다.
탁! 빙그르르-! 화르르르르-!
회전을 계속하던 동전에서 검은 불길이 타오르면서 바위를 달군다.
그러자 비명이 바위에서 울렸다.
“앗 뜨거워!”
드드드드득! 구구구구구구!
바위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이마의 불타는 동전을 쳐낸다.
“뭐야?
운석인가?”
바위인간의 손에 잡히자 동전의 검은 불길은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얼굴의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정체를 드러낸다.
그는 바로 중앙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이었다.
본신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분신들로 일으켜 놓고, 자신은 암석지대에 숨어서 훔친 정기를 흡수하면서 습득한 황금의 불변(不變)을 숙달하는 중이었다.
“동전이잖아?”
신체를 바위로 동화되어서 중앙신계의 탐색을 무효화시키던 그를 억지로 깨운 운석의 정체를 확인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무지갯빛 동전을 눈앞에서 확인하고서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강타했다.
“어어? 어라?
이거 어디선가 보았던….”
스각-!
갑자기 얼굴 옆이 갈라지면서 피가 튀었다.
“!?”
파가가-!
뺨에 가벼운 통증을 느끼고서야 알았다.
직감조차 뛰어넘는 초고속의 무엇인가가 자신의 머리 옆을 스치고서 지나갔다는 사실을 말이다.
번쩍-!
그가 바위로 위장하고 있던 누워 있던 암석행성이 황금빛과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창조력과 마력, 투기의 연속폭발이 암석지대를 송두리째 증발시킨다.
활 시위가 놓이는 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굉음, 폭음이 그 뒤를 이었다.
퉁-! 슈-!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 꽈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자신의 뒤에 있던 암석행성 지대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던 항성계 규모가 갑자기 일어난 폭발에 시간과 공간까지 뒤틀려서 사라지는 모습을 본 순간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아하하하하. 영문도 모르고 죽…죽을 뻔했다.”
초월자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인지하지 못한 공격을 받아서 혼이 빠질 정도로 놀란 그의 입에서는 연신 헛웃음이 나왔다.
“하하! 환인의 투명화살인가?
아니야.
위력이 너무 달라.
이건 도대체 뭐지?”
환인신왕의 투기 화살의 위력이 아무리 높아도 항성계를 통째로 소멸시키는 위력은 없었다.
그리고, 방금 무엇인가 날아온 아주 작게 열려 진 두 개의 차원 문을 본 순간 누가 공격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차원권능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
폐관수련에서 돌아오셨구나.”
번쩍! 번쩍!
동전보다 작은 차원 문들이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듯이 빛이 나지 않았으면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고 은밀했다.
‘이러면 만약 직접 온다고 해도 눈치를 챌 수가 없다.
드디어 직접 나서시는가?’
삐죽! 삐죽!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력과 마력, 투기가 융합된 위험천만한 존재감을 생각하는 순간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이건 황금 방어막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
왜 중화일족과 음모를 꾸며서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후회가 되었지만, 다급하게 움직이려 한다.
“피…피해야 해.
다음 공격도 감지할 수 없다.”
도대체 뭐가 자신을 공격했는지 파악할 수 없고, 위력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분신들만 보내서 중앙신계를 어지럽히면서 황금 방어막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도저히 상대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폐관수련의 성과인지 차원권능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불안감이 폭증해 있었다.
“더는 중화신족을 기다릴 수 없다.
신황님이 계시는 이 은하계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친다.”
혹시 몰라서 중앙신계에서 훔친 정기는 신계를 몇 개나 만들고도 남을 정도이기에 미련은 없었다.
우우우우우우!
다급하게 초차원도약을 하려는 손오공이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멍-! 꽈지직-!
그것은 개가 짖는 소리였다.
“!!!”
갑자기 들린 개 울음과 함께 자신의 종아리에 익숙하면서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다.내려보니 참으로 증오스런 송아지 크기의 개 신수(神獸)가 흑색의 전신 갑옷까지 입고서 종아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이 개새끼는 이랑진군의 천구(天狗)!”
“으르르르르르르릉-!”
개가 아주 반갑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면서도 이를 악문다.
우지지지지직-!
종아리를 파고드는 이빨의 느낌에 저절로 비명이 흘러나왔다.
“으아아아아! 이 개자식이 왜 나를 물고 있는 거야?
난 아군이다!
떨어져!”
이 개의 신수(神獸)는 중화신족과 격전을 벌이다가 군세의 열세로 수세에 몰리자 변신술로 도주한 자신을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끝까지 추적해왔다.
결국에는 이랑진군에게 잡히게 한 원수나 마찬가지이지만, 중화신족과 손을 잡았는데 벌어진 이 사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동맹인 나를 이랑진군의 개가 왜 물어?
서서히 애써 잊었던 가장 수치스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그에게 이렇게 개에게 물려서 이랑진군에게 죽도록 처맞고, 중화신족에 끌려가던 치욕의 순간은 아직도 악몽이었다.
우지지지지-! 퍼퍼퍼퍼-! 캉! 캉!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은 당황해서 여의봉까지 꺼내서 머리를 팼지만, 개 신수(神獸)의 전신갑옷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빛이 진해지면서 강도가 상승하는 모습을 본 순간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용자동맹의 특수장갑이다!
이건 내 힘으로는 못 깨!’
주신이 용자왕이 아니라 일반 용자조차 파괴할 수 없게 만들 정도의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특수장갑이었다.
장갑의 파괴는 포기하고서 어떻게든 입을 벌리려 한다.
‘이 개자식이 어디서 튀어나왔지?
차원 문이 열리는 기색은 없었다!
크아아아아!’
개 신수의 이빨에 검은 불길이 불타오르면서 근육을 파고드는 극통이 머리를 친다.
흑염권능이 깃든 공격용 신기가 이빨에 부착되어 있던 것이다.
화르르르르-! 꽈지지지직-!
절대계 최강의 파괴력을 가진 흑염권능은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했다.
황금권능을 가진 영웅신의 강대한 신체를 겨우 신수의 이빨이 상처를 입히려고 한다.
“으악! 용자동맹의 갑옷만이 아니라 이 개자식의 이빨에도 뭔가 붙어있다!”
“까르르르르르르-!”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은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그래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황금의 불변(不變)을 발동시킬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이익! 그만 좀 떨어져라!
난 같은 편이란 말이다.”
“아우우우웅! 아우우웅!”
개 신수는 주인인 이랑진군이 기계 코아가 쓰러트린 손오공의 분신에서 회수한 머리카락의 냄새를 맡게 하면서 얼마나 화를 냈는지 잘 알았다.
‘이 중화신족의 수치!
이런 망나니에 도적 따위가 왕이라니?
이번이야말로 반드시 목을 잘라서 죽여버리겠다.’
몇 번이나 자신에게 절대로 물고서 놓아주지 말라고 다짐을 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마음에 꼭 드는 전용 전신갑옷과 금속 이빨까지 받아서 충성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아르르르르르-!”
같은 편이라는 개소리는 하지 말라듯이 울부짖던 개 신수는 더욱 악문다.
그 순간 검은 불길이 이빨에서 타오른다.
화르르르르-!
“으아악! 이 검은 불은 또 뭐야?
잠깐?
겨우 불이 내 피부에 손상을 입혀?”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이 양손으로 개의 입을 억지로 벌리려고 했다가 화상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피해를 보자 눈이 뒤집혔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죽어라!
이 개자식아!”
전력으로 휘두른 여의봉이 개 신수(神獸)의 온몸에 쏟아진다.
캉-! 캉-!
전신 갑옷 덕에 타격은 거의 없지만, 몇 대 얻어맞자 성질을 드러내면서 이빨에 힘을 더한다.
“카아아아아앙-!”
드디어 전신에서 검은 불길과 같은 투기가 일어난다.
흑염투기에 감화되고, 공격용 신기의 공격력까지 얻은 개 신수(神獸)의 이빨은 황금권능이 머물기 시작한 피부는 뚫지 못했다.
하지만, 근육을 억눌러서 뼈를 악문다.
까드드드드-! 으지지직!
종아리에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생길 정도로 물리자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뼈 물렸다!
도대체 이 개자식의 이빨이 뭔데 내 방어막과 신체의 방어력을 뚫어!”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황금 방어막을 얻어서 이제 주신은 눈에도 차지 않는 제천왕(齊天王) 손오공이었다.
그런데 겨우 개 한 마리에게 이런 수치를 당하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일단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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