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제 거리낌 없이 서로에게 욕설을 퍼붓는 여초월자 후궁과 반려의 모습에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안절부절못하다가 역시 유리한 쪽을 응원하는 쪽을 선택했다.
“좌측이 비었소.”
“발목! 발목을 노리시오!”
점점 치솟는 여성들의 전투력과 응원을 받지 못해서 흉포해지는 투기와 표정이 슬슬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 싸움도 일족의 흥망이 걸려있기에 망설이지 않는다.
그렇게 안팎으로 출세를 위한 결투를 벌여놓고서 십중심 책탑으로 신령을 이동시킨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재빨리 고개부터 숙였다.
바람 데이터 나이트가 책탑 밖에서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과 술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어르신.”
“아아! 평은 아주 좋았다.
덕분에 나도 오래간만에 중재자의 면목이 섰구나.
후후!”
무한히 생산하는 음식과 술이 품질도 감탄이 나올 정도이니 다른 십중심들에게도 돌려서 모처럼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던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만족한 상태였다.
그리고, 묻는다.
“아직도 황금후계를 쓰러트릴 방안을 찾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너의 사정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듣고 싶지만, 차원권능의 소유자이니 밝힐 수는 없겠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가 보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재능 부족으로 십중심은 절대로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엄청난 용량과 연산력을 가지며 다양한 권능과 마도에 오의까지 익히고 있기에 최대한 저장을 해서 정당한 계승자에게 교육할 수 있는 귀중한 전달자가 될 수 있었다.
‘십중심이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존재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대련으로 강제로 끌어올리는 우리보다 오히려 대상자의 폭이 넓다.’
‘우리는 일단 자격이 있는 존재가 직접 찾아와서 소유자의 허락까지 받아야 하니 기회 자체가 드물지.’
외부에서 직접 계승자를 가르치거나 데려올 수 있는 귀중한 존재가 무모한 싸움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파멸을 맞이하려 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차라리 우리 모두의 권능을 전수하여 저장하게 해서 현실에서 계승자를 찾게 하자.’
‘우수한 재능을 가진 존재는 기준이나 성향 여부와 관계없이 십중심 책탑에 보내게 하자.’
‘그들에게 자리를 인계하면 우리는 자유를 얻는다.’
황금의 절대자조차 동의해서 대표로 나선 바람 데이터 나이트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한다.
“황금의 절대자를 이길 수 있는 정석은 세계를 파괴해서 정기를 고갈시켜 황금권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는 모양이니 차선책을 써야 하겠지.
정면대결로 이기는 방법을 혹시 알고 있느냐?”
“십중심 상위서열인 바람, 대신, 흑염에 검편이나 소마를 추가한 네 명 이상의 협공입니다.
그렇게 되어도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필패이니 한순간에 화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바로 나오는 대답에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다.
그 정도 공격력이 아니면 황금권능을 무너트릴 수가 없지.
아마 너의 세계에 십중심이 있다면 이미 네가 어떻게든 협조를 받았을 것인데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보니 없는 모양이구나.”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계산을 해봤는데 황금의 절대자가 아닌 황금후계라면 우리의 도움을 받으면 어떻게 처리할 수가 있겠다.
이런 방식을 고안해보았다.”
소마책탑에서 갑자기 인영 두 개가 뛰어내린다.
타탁! 타탁!
그것은 소마의 웃는 가면을 쓴 기계투신체였다.
그런데 다른 하나는 박쥐의 검을 들고 있었다.
빙의했는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거대한 존재감을 풍기는 기계투신체들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네가 소마 데이터 나이트에게 제공한 기계투신체는 창조력의 정점인 대수(大手)조차 복제할 수 없다고 인정할 정도로 놀라운 완성도였다.
아마도 마력과 투기까지 창조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너만의 고유권능이겠지.
이렇게 우리가 빙의해서 조정하면 후계급으로 떨어지지만, 그 정도로도 실로 놀라운 성능이다.
이걸 추가로 여덟 채를 제공하면 우리가 빙의해서 황금후계를 처리해주마.”
“가능하군요.”
십중심급 기계투신체를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가 조종해서 은하유성 아이언과 전투를 벌였을 경우의 가상 전투의 결과를 확인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순순히 인정했다.
“확실히 쉽게 이기실 수 있으시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입니까?
기계투신체 여덟 대의 제공이 끝은 아니겠지요.”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시큰둥한 반응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상대가 가장 이득을 보는 거래였기에 바로 조건을 말한다.
“너는 십중심 책탑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서 현실에서 십중심의 재능이 있는 존재를 최우선으로 찾아서 절대권능의 기초를 교육하라.
그리고, 통과할 능력이 되는 순간 책탑에 도전시켜라.
그럼 우리는 그들을 가르쳐 십중심 책탑에서 풀려나고, 너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로 계속 존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너로서는 승산이 없는 황금후계와 전투 없이 승리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생각하기에도 손해는 전혀 없었다.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이 기계투신체에 빙의해서 황금후계가 된 은하유성 아이언을 나 대신 토벌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매력적인 방법이었다.
‘나는 기계투신체의 제공 외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고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그렇지만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의 최상층 자리를 이어받을 존재를 최대한 빨리 찾아서 교체를 시켜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약간의 제약이 있지만, 은하유성 아이언과의 피할 수 없는 존재를 건 승부에서 가장 안전하면서도 완벽한 승리의 방법을 제안받게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다만 애써서 가르쳐서 십중심 책탑을 오르게 한 존재가 다음 계승자를 찾을 때까지 최상층에 대신 갇힌다는 문제가 있었으나 곧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십중심의 절대권능을 얻을 수 있다면 최상층에 갇혀서 다음 계승자를 배출할 때까지 얼마든지 대기하겠다는 존재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나쁘지 않군요.
제 삶에서 가장 조건이 좋은 거래입니다.”
차원권능을 가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후임을 약속한다면 바로 허락할 것이 당연했다.
“그렇겠지.”
그렇게 유일하게 꺼림칙한 부분을 깔끔하게 해소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기계투신체를 만들어간다.
“다음 전승자까지 기다려야 하는 최상층에서 하는 대기도 절대적인 힘을 얻을 수 있고, 교체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감수할 만합니다.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창조력에 절묘하게 마력과 투기가 융합되어야만 만들 수 있는 기계투신체가 빠르게 늘어난다.
이걸로 협상이 끝났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어서 말한다.
“그렇겠지.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 하는 너라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표정이 확 굳어진다.
그리고, 흑염책탑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보아하니 황금 데이터 나이트 회장님도 찬성하신 것 같은데 흑염 데이터 나이트 사장님은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건 왜 묻느냐?
일단은 황금후계를 쓰러트리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대답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계투신체를 추가로 네 대만 만들고 멈춘다.
“혹시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감이라서 설명할 수 없지만 이건 안 하는 것이 좋다.”
“….”
온화한 분위기였던 바람 데이터 나이트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흑염 책탑을 쳐다보면서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다.
그리고, 현재에서 최고의 선택이 미래에서도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요.
그럴 것 같았습니다.
편한 길만 골라 가는 존재에게는 마지막에는 넘을 수 없는 철벽이 가로막는 법이지요.”
흑염의 직감을 익힌 존재들만이 알 수 있는 불길함이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의 조력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찌이이이이잉-!
깊게 파고들려는 순간 머리에 커다란 충격이 가해진다.
잡음이 잔뜩 긴 화면이었지만, 시공의 구멍을 가득 채우면서 거대한 파란 행성이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의 기계투신체와 은하유성 아이언을 분해해서 흡수하고 있었다.
그 정체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정보행성 이데아.
그렇구나!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십중심 책탑을 회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가 없어.’
복제할 수 없고 이동만 시킬 수 있는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가 바로 십중심 책탑의 핵심이었다.
‘정보행성 코아로 철저히 보호되어있는 지금은 손을 댈 수 없다.
하지만, 기계투신체에 신령이 빙의해서 온전하게 대부분 정보가 옮겨진 상태라면 가능하지.’
신체 정보는 정보행성 코아에 남겠지만, 그 정도는 정보행성 이데아가 시간과 정기를 투자하면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다.
‘안 되겠군.
무슨 일이 있어도 십중심 책탑을 잃을 수는 없다.’
여기에 더 치명적인 문제도 있었다.
‘발전과 진화는 신체와 비교하면 제한 되지만, 정기가 거의 필요 없는 기계투신체다.
그 위력에 매료된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은 정보행성 이데아에 남아있는 신체 정보를 버렸다.’
영원한 젊음과 삶이라는 허상에 빠져서 기계의 몸을 선택한 인간처럼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가 기계투신체를 선택하다니 충격이었다.
‘기계 십중심?
내 기계투신체가 너무 뛰어나니 이런 일도 생기나?
마치 기계인간을 선택한 인간 같잖아?’
완전한 기계 십중심이 된 그들은 황금후계가 된 은하유성 아이언을 순식간에 소멸시킨다.
그리고, 회수를 위해 시공의 구멍에까지 직접 정보행성 이데아를 몰고 온 회색의 절대자조차 절대권능의 연속 발동으로 격퇴해 버렸다.
‘신령과 기계화신체의 완전한 융합을 선택한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는 또 다른 괴물이다.
정기 소모 없이 절대권능을 펑펑 써대는군.’
권능의 위력은 십중심 원형보다 떨어지지만, 정기의 소모가 거의 없어서 연사 되는 십중심의 절대권능의 위력은 무섭기 짝이 없었다.
가상세계로 뒤덮여서 어지간한 피해는 무시하는 정보행성 코아가 순식간에 반파되어서 물러날 정도였다.
“이 망할 자식!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이제 나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통제하지 못한다.
네놈이 벌인 짓은 어떻게든 네가 책임져라!
그렇지 못한다면 어떤 세계, 차원에서도 기필코 잡아내서 책임을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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