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방금 정기술을 먹고 소멸하였던 후계의 교훈은 모친의 위급 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만약 태어난 초월자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후견을 받아서 급성장한다면 자신들의 위치도 위험했기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가장 먼저 여초월자를 제압한 반려자에게 주어진다는 보상도 너무나 마음을 끌렸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가호를 받으면 나도 신왕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계속 조언을 쏟아낸다.
그렇지 않아도 반려와 여초월자 후궁이 싸우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신왕들로서는 후계들의 돌발행동에 분노가 폭발했다.
“이 멍청이들이 겁이 없어!”
“주신급은 닥치지 못해!”
성질 급한 신왕은 후계의 목을 잡고서 탈탈 털거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좋은 말로는 안되는구나!”
퍼어억!
그래도 직계이며 후계라고 두들겨 패지 않고서 곱게 기른 사실을 절실하게 후회한 신왕들은 아낌없이 폭력을 베풀었다.
“켁! 켁!”
“으억!”
고위 주신이 마음먹고 휘두른 일격에 후계들이 전부 침묵했다.
기절해서 조용해진 후계들을 쳐다본 신왕들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젠장! 말보다 주먹이 빠르구나!
진작 이럴 것을 잘못했다!”
“괜히 고민하고 있었어!”
말 안 듣는 자식은 매가 약이라는 진실을 파악한 신왕들은 빠르게 조언을 쏟아내었다.
그런데 대상이 반려가 아니라 여초월자 후궁이었다.
“근접전!
불리한 권능의 대결은 하지 마시오.”
“여신들은 곱게 자라서 직접 전투는 아예 경험이 없소.”
여초월자 후궁들이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여신들이 쏟아지는 권능을 돌파해서 달려든다.
후계들의 조언대로 권능의 연속공격으로 우세를 점유했던 여신들은 대번에 수세로 몰렸다.
신왕의 말대로 접근전으로는 신체 능력이 우월한 여초월자에게 승산이 없기에 연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당신! 이게 무슨 짓이죠?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요?”
어느새 무대의 끝에 밀려서 남편에게 배신당한 반려의 원독이 어린 시선이 쏟아졌지만, 신왕들은 당당하게 받아쳤다.
“후계가 가호를 받은 것보다 태아의 후견이 훨씬 낫소!
그리고, 전투력이 약한 당신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강한 여초월자를 조언하는 것이 더 빠르게 승부를 볼 수 있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왕의 말에 분노를 터트리려는 반려에게 신왕은 냉정한 목소리로 외쳤다.
“탄생부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후견을 받은 영웅신이 존재한다면 개조행성의 신계주신도 쉬운 일이오!”
“일족에게서 개조행성의 신계주신을 배출하는 것보다 무엇이 중하오?
당신도 일족의 여신왕이라면 바른 선택을 하시오.”
“!?”
마침내 창조신까지 만들어낸 개조행성의 신계주신이 어떤 가치가 있는 줄 알기에 순간 말이 막히는 반려들이었다.
그렇게 신왕의 배신에 잠시 멈칫한 반려와 고위여신들에게 여초월자 후궁들의 용서 없는 공격이 명중한다.
퍼어어어억-!
직접 전투에 나선 경험이 없어서 신기를 휘둘러 피를 보는 것이 꺼림칙한 대부분의 여초월자 후궁들은 주먹이나 발로 급소를 가격하는 것을 선택했다.
“악-!”
“헉-!”
전신갑옷을 입었지만, 아무런 근육이 없는 복부나 목을 강타당한 반려와 고위여신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접근전에 들어가자 바라던 대로 여초월자 후궁들이 우세해졌는데 신왕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런! 저런 실수를 하면 안 되지!”
“차라리 신기로 목을 칠 것이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황금연기가 깔리면 불사불멸의 권능이 강화가 되어서 주신급의 고위 정신체조차 소멸에서 순식간에 복귀된다.
그런 전장 상황에서 급소의 일격은 아무런 타격이 될 수 없었으니 오히려 분노에 불을 끼얹는 셈이 되었다.
“감…감히! 초월자 주제에 여신왕인 내 몸에 손을 대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신왕의 반려의 자리는 단지 아름답다고 해서 아무나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기준이었다면 미의 여신이 대부분 신계 반려가 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신왕에게도 쉽게 지지 않을 전투력, 혹은 잠재력을 가진 존재만이 반려로 선택되는 것이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여초월자에게 한 방을 먹은 반려들의 기세가 급상승한다.
그리고, 언제나 고상한 표정만 짓던 아름다운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지면서 투기와 살기가 치솟자 신왕들은 얼굴을 손으로 감싼다.
‘드디어 저 독한 본성이 터졌다!’
‘젠장! 빨리 가장 먼저 패배해야 영웅신을 만들 수 있는데 끝났어.’
턱-!
여신과 비교하면 우월한 여초월자의 신체 능력으로 추가 공격을 날리려는데 너무나 손쉽게 반려의 방어에 막히거나 손아귀에 잡힌다.
오래 기간의 강제적인 평화로운 가정생활로 잠들어있던 본래의 전투력이 남김없이 드러난 반려들은 실로 여신의 왕이라고 불릴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구우우우우웅! 우드드드드드!
손아귀에 잡힌 여초월자의 주먹이 반려의 무서운 손아귀 힘에 압박이 가해져 꺾이고, 복부를 차려던 발은 발목이 잡혀서 높게 들어 올려진다.
처음 발동한 투기와 살기에 약간 취한듯이 몽롱한 반려들의 음성이 흐른다.
“이렇게 던지던 거였나?”
“그 작자가 투기로 신체를 강화하던 방식이 이랬었지.”
신왕들의 가장 가까이서 생활하던 반려들의 뛰어난 재능이 순식간에 신왕의 투기운용과 강함을 복제한다.
그 위력은 여초월자들을 일순간 압도할 정도였다.
꽝-! 꽈꽝-!
여초월자들이 손목과 발목을 잡혀서 무대에 휘두르듯이 내던져진다.
“!?”
분명히 처음 접근전을 치르는 반려들이 갑자기 강해져서 대응하자 놀란 그녀들이었으나 바로 잡고 있던 반려의 팔을 차서 벗어났다.
퍼퍼퍼퍼! 두두두두두!
약점이던 접근전을 재능과 보았던 경험, 신왕과의 연동으로 단숨에 채워버린 반려들이 여초월자들에게 달려든다.
“어딜 벗어나!”
“반드시 버릇을 가르쳐주겠다!”
서로 난전을 벌이면서 어지러워지는 전황에 신왕들은 이제 쑤셔오는 머리를 양손으로 누른다.
‘역시 내 반려다운 재능과 전투력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저러면 안 되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약속은 가장 먼저 이긴 여초월자 후궁의 태아에게 후견인이 되어주고, 반려가 이긴다면 후계의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가장 쉬운 길은 누가 져주는 것이다
그런데 보아하니 서로가 감정에 못 이겨서 져줄 생각이 전혀 없어.’
‘어떻게든 빨리 이기든가 져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해.
이제는 결과를 모르겠다.’
자신들의 말을 안 들을 것을 뻔히 아는 신왕들은 긴 한숨을 쉬다가 결국 선택한다.
“여초월자는 권능의 단련이 부족해서 권능공격에 약하오!
투기에 권능을 실어서 동시에 공격하시오.”“투기 운용으로 잠시 힘은 강해졌지만, 내구력과 방어력은 아직 형편없소.
맞공격을 해서 반격을 노리시오.”
여초월자와 여신을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강해서 빨리 결판을 낼 수 있는 상대의 훈수였다.
당연히 응원을 받지 않은 여성들의 난리가 났다.
“당신도 가만두지 않겠어요!”
“나중에 두고봐요!”
점점 살기와 투기가 높아지면서 협박이 이어졌지만, 실제로 상대의 목을 자르거나 심장을 박살을 내는 일을 수없이 실행했던 신왕들에게는 우스운 수준이었다.
오히려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면서 말했다.
“당신은 이길 수 없소.
제발 그냥 빨리 지시오.”
반려들이 순간적인 잠재력의 발휘로 익힌 투기운용이니 매끄럽게 이어질 리가 없었다.
폭발적인 힘으로 잠시 여초월자를 몰아붙였으나 단련되지 못한 신체는 점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순순히 져줄 수 없는 반려들은 소리를 쳤다.
“뭐예요!
그럼 여신왕인 나의 체면은 어떻게 돼요!”
여초월자 후궁에게 패배하고 나서 반려의 자리를 유지할 리가 없었다.
일족에서 영웅신을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로 여신들의 왕이라는 직위를 잃고서 얼굴마담이 될 것이 당연한데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이러다가 명분도 실익도 전부 잃소.
당신이 한 번만 져주면 영웅신을 배출하여 일족의 영광은 무궁할 것이오.
그러니 제발 내 말을 들어주시오.
그럼 내가 앞으로 잘하리다.”
이제 애원하기 시작한 신왕의 목소리도 반려에게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흔들리는 감정에 불을 질러서 잠재력을 더욱 끌어올릴 뿐이었다.
“닥쳐요!
감정이 불안정한 초월자 영웅신이 일족을 위해 헌신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러니 내가 이겨서 후계가 지원을 받는 방식이 더욱 안전해요.
그러니까 조언을 멈춰요.
안 그러면 남신들은 다시는 여신들에게 접근하지 못할 줄 알아요.
결혼이고 미혼이고 용서하지 않아요.”
“으윽! 제발 이러지 맙시다.”
남신들의 집단 반란이 우려되는 가장 아픈 부위를 찌르는 반려의 말에 신왕들은 조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층 강화된 반려와 여초월자의 격전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쳐다본다.
‘빨리 아무나 이기거나 져라.’
‘이러다가 모처럼의 지원 약속이 다른 일족에게 빼앗긴다.’
개조행성의 개발이 끝나서 대전쟁도 마무리가 되었지만, 전쟁터에서 치고받은 원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다른 일족의 급작스러운 발전이 부담스러운 신왕들의 애타는 심정을 모르고, 반려와 여초월자의 전투는 치열해진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와 환인신왕은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후우우우! 쉽게 결판이 나지 않겠군.”
“여초월자가 여신보다 일반적으로 강하지만, 반려로 선택될 정도의 여신이라면 경우가 다릅니다.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지요.”
그 말대로 익숙하지 않은 접근전에 처음에 밀렸던 반려 중 일부는 점점 강해져서 여초월자에게 우세를 보이기까지 한다.
수많은 여신 중 왕으로서 선출된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후후!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열세였던 전투력을 순간적으로 따라잡을 정도의 잠재력을 가진 반려에게 태어난 후계라면 제대로 지원만 해주면 쑥쑥 크겠지.”
화려한 무대에서 필사적으로 싸우는 여초월자와 후궁들을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한다.
“솔직히 영웅신의 추가가 없는 이번 제 일 개조행성의 발전은 실망이었다.
이번 조치로 앞으로 창조신계를 위해서 쓸만한 영웅신을 하나라도 건지면 좋겠군.
안 그러면 전부 정리하고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몰라.”
“그렇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최대한 관리하겠습니다.”
갈수록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과격함과 순수한 강자에 대한 집착에 동화되는 자기 자신에게 놀란 환인신왕의 눈동자가 커졌다.
‘음? 갑자기 무엇인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의 존재감이 갑자기 약해진 것이다.
스르르르르-!
신체만 남기고, 신령이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한 환인신왕은 황급히 불렀다.
지금처럼 혼란한 상황에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빠져버리면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어…어디로 가십니까?”
“개인 수련이다.
주신급들의 한가한 싸움을 보니 약해지는 느낌이라서 도저히 안 되겠군.
끝날 때쯤 돌아올 테니 뒤를 부탁하네.”
“예? 예?”
신체에서 신령이 떠나면 거의 무방비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여기 있는 모든 존재가 반란했다가 용서를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빈틈을 보이다니 충격을 받은 환인신왕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다시 배신을 안 할 것이라고 믿으시는 것인가?
그래도 이 무슨 엄청난 배포인가?’
여초월자들과 반려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전투의 기미를 보이다가 승자에게 엄청난 보상을 약속하자 벌어진 결투 중이었다.
그러니 그녀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지금 상황에서 다시 뭉쳐서 반란하기 어렵지만, 돌발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실제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존재감이 약해지자 상황을 눈치챈 도전자들의 기세가 변했는데 환인신왕이 조용히 하나하나 노려보면서 고개를 저으며 의지를 보낸다.
‘자중들 하시게.
이제 명확해졌네.
진정한 실전을 겪지 못한 우리만으로는 중앙신계의 제압은 고사하고, 시작님의 행성조차 장악이 힘드네.’
‘….’
일차 도전자들은 개조행성의 대전쟁을 거치면서 주신의 한계까지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목숨을 걸만한 강자와의 전투는 거의 없었다.
덕분에 신력만 늘어난 풍선처럼 부푼 상태라는 아픈 지적이었다.
그리고, 환인신왕은 마치 잠들듯이 눈을 감고 있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강자만을 우대하시며 약자들에게 기회만 주겠다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 분이 사라지시면 지금의 부흥도 없어지겠지.
이분에게 강자로 인정받은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드려야만 하네.”
“명심하겠습니다.”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강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받았다.
그러니 순순히 인정하는 일차 도전자들을 흐뭇한 시선으로 쳐다본 환인신왕의 귀에 심상치 않은 진동이 느껴진다.
구궁! 구구궁! 구구구구궁! 우우웅!
무엇인가 거대한 물체들이 충돌하는 굉음과 폭발의 진동이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잠시 자리를 비운 이상 자신이 총책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환인신왕이 급히 신계자아를 호출했다.
“이게 무엇이냐?
왜 중앙신계가 진동하고 있지?”
일반적인 중앙신계도 아닌 과거 창조신계를 능가하는 크기에 갖춘 신계가 지진을 만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다.
일반행성조차 이렇게 통째로 진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나온 물음인데 황당한 답변이 돌아온다.
‘이차 도전자들이 각 신족의 정예 투신들을 모두 이끌고, 합체해서 초사자왕님에게 도전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중앙신계가 흡수할 수 있는 충격을 넘어서서 발생한 현상이니 곧 안정화됩니다.’
일차 도전에도 초사자왕의 시험은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탄생부터 갖추고 있었던 황금권능을 깨운 제천왕 손오공 덕분에 어느 정도로 격화되었는지 모르는 환인신왕은 어이가 없었다.
“뭐야?
왜 이차 도전자들이 중앙신계에 피해가 갈 정도로 싸우고 있어?
당장 도전현장을 비춰라!”
우우우우웅-!
일단 사태를 파악하기 위한 지시에 바로 중앙신계의 현관을 영상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거대 황금원숭이로 변해서 여의봉을 마구 휘두르는 제천왕 손오공이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제발 좀 합격시켜주십시오.
주신이 이 정도면 할 만큼 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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