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확실히 정기술과 신기 음식을 먹으니 정체되었던 능력이 오르고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생명의 위험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퍼마시기는 지독한 부담이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직도 신기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있는 개조행성의 신왕들을 노려보면서 말한다.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더 열심히 수련하라.
개조행성에서 부활한 너희는 아직 재능한계가 한참 남았다.
그리고, 여기 있는 정기술과 신기 음식이면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벌써 편법을 사용하면 한계가 낮아져서 창조신에 도달할 수 없으니 정진하라.”
자신들의 재능한계가 창조신으로 늘었다는 소리에 기쁜 표정을 지은 신왕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표시한다.
“참으로 감사드리옵니다.”
“그럼 건배다.
마셔라.”
“….”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건배 제의에 정기술을 한 잔만 먹고 몇 번이나 죽을 뻔했던 신왕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가득 채운 술잔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자신들도 이제 아기를 기르는 것보다 직위를 가지면서 권력을 휘두르고 싶다고 나서는 반려와 후궁들을 떠올렸다.
‘그들이라면 바로 죽겠군.’
‘부당한 대우라고 덤비다가 처분당하겠지.’
누구보다 후계와 반려, 후궁들의 수준과 성향을 잘 알기에 이렇게 극한의 압박과 시련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주우우우우!
아직도 끄덕하지 않는 금속신기와 섞여서 입속을 태울 듯이 화끈한 정기술을 마시는 신왕들은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내가 감당할 수밖에 없구나.’
다시 입과 위를 정기술이 녹이기 시작했지만 이제 더는 바닥에 나뒹구는 신왕들은 없었다.
치이이이이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위와 신체를 제어하면서 묵묵히 정기술과 신기 음식을 흡수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신기 음식을 먹는 진짜 요령도 깨달았다.
신기음식이 정기술과 만나자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녹아내린다.
스가가가가가가가! 푸하하하!
신체도 같이 녹아내렸지만, 불사불멸의 권능으로 회복되고 있어서 흡수반응을 입속에서 확인한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허탈하기까지 했다.
‘무슨 정기술이 금속신기를 녹여?
극독도 이러지는 못한다.
이거 진짜 정체가 뭐야?’
‘이런 제길! 그러면서 신력은 높아지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군.’
그렇게 대부분의 개조행성의 신왕이 금속신기의 복용까지 성공하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딱-! 파파파파파파-!
차원권능이 발동되면서 수천 명의 고위신이 강제소환된다.
그들이 누군지 확인한 환인신왕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묵묵히 금속 신기를 씹었다.
까드드드드득!
개조행성의 신왕들 옆에 나타난 존재들은 그들의 후계와 반려, 후궁들이었다.
‘역시 바로 조치하시는군.
파장이 크겠어.’
갑자기 끌려와서 어리둥절한 후계와 반려, 후궁들을 보는 신왕들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이제 대충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알기에 더욱 그러했다.
‘강자의 반란은 넘어가시지만, 약자의 집단행동은 용서하지 않으신다.’
자신에게 직접 반역한 환인신왕과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회식에 비교적 정중하게 초대를 했다.
하지만, 직접 상관이 없는 후계와 반려, 후궁들은 강제소환을 해버린 차이는 컸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중앙신계를 은은하게 울리는 투기의 파동이 지금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분노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잘못하면 여기서 내 전력의 절반이 사라진다.’
‘저들이 부디 성질을 죽이고, 눈치를 채서 잘 행동해야 할 것인데 가능할까?’
‘그럴 리가 없지.’
이미 반려와 전면적으로 대판 싸웠기에 직접적인 조언은 역효과였다.
답답함에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낀 개조행성의 신왕 일부가 자동으로 채워진 술잔을 들이켰다.
“으으윽! 이건!”
“커어어! 내가 무슨 짓을!”
당연히 신체가 녹는 고통을 다시 느낀 개조행성의 신왕들이 신음을 지르는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늘어난 인원의 숫자만큼 식탁을 만들지는 않았다.
식탁 밑에 작은 탁자를 만들어주면서 권능으로 억눌러서 강제로 주저앉힌다.
“자고로 가장과 보호를 받는 식구는 같은 식탁을 쓰는 법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경지에 따른 대우 구분은 필요하지.”
후계와 반려, 후궁은 주신급 정도였으니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작정하고 일으킨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구구구구구궁! 털썩! 퍼억!
“아악!”
“헉!”
가공할만한 압력에 그대로 탁자에 앉은 그들에게 추상과 같은 엄명이 내려진다.
“주신 미만은 중앙신계에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
차별이 억울하면 주신이 되어라.”
철저하게 경지와 힘에 따라서 대우를 다르게 하겠다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선언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모두였다.
그러나, 식탁에 편히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자신의 부친과 반려에게 원망의 시선을 보낸다.
‘아바마마! 차라리 직접 처단하시옵소서.’
‘이게 무슨 일이지요?
설마 우리를 전부 죽일 생각인가요?’
‘….’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역효과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묵묵히 신체를 녹이는 정기술에 신기 음식을 섞어서 먹기만 할 뿐이다.
서서히 분위기를 파악한 그들의 심정은 조급하기만 했다.
‘어서 이 회식을 끝내야 해.’
‘주신이 되지 못한 이들은 잘못하면 처분된다.’
꽈드드드드드! 우지지지지직! 후아아아아아아아!
이제 무표정한 얼굴로 정기술과 신기음식을 먹으면서 입으로 연기를 내뿜는 개조행성의 신왕들에게서 오싹함을 느낀 후계와 반려들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자신들의 운명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느낀 것이다.
‘위험하다!’
‘여긴 처형장이 될 수 있어.’
비록 주신은 되지 못했으나 고위신의 직감이 요란한 경고를 보낸다.
그리고, 그 모든 위기의 근원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도, 감은 아주 좋구나.
개조행성의 신왕들을 생각해서 특별히 대접하지.”
고오오오오오!
연회장의 허공의 천장이 열리면서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내려온다.
일반행성 일만 배 크기로 성장한 중앙신계 전부를 휘감을 정도로 키워낸 우주수의 가지였다.
슈아아아아아!
마치 생물처럼 움직인 뿌리들이 후계와 반려, 후궁들 앞에 놓인 작은 탁자에 놓인 술잔에 수액을 조금씩 떨어트린다.
우우우우우우웅! 톡!
엄청난 농도의 정기가 담긴 우주수의 수액이 술잔에 채워졌다.
그리고, 개조행성의 신왕들의 식탁에 있던 신기음식 중 하나가 하늘로 치솟더니 분쇄를 시작한다.
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금속신기들이 금가루처럼 변해서 술잔에 담긴 우주수의 수액에 섞인다.
그 모습을 본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겨우 안심했다.
‘저렇게 먹기 좋게 주시는가?’
‘바로 처분하실 생각이 없으셔서 다행이군.’
‘주신급도 귀중하기는 하지.’
언제 주신이 될지 모르나 가능성이 있는 주신급도 귀중한 존재였다.
정기술과 신기음식을 못 먹는다고 처분할 의도는 없다고 파악한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다소 안심했는데 돌발상황이 터졌다.
“저도 식탁에 앉아서 정식으로 먹기를 바랍니다.”
작은 식탁만 주어지고, 바닥에 주저앉는 차별대우를 받은 것만으로 억울한데 아기들이 먹는 음식이 나왔으니 성질이 괄괄한 후계가 발언한 것이다.
“!!!”
“!!!”
방금까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위험한 정기술과 신기음식을 겨우 먹고 마시고 있던 개조행성의 신왕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진다.
‘저런 미친놈!
이 자리가 보기만 좋지 무능하면 바로 죽는 장소라는 사실을 몰라.’
‘주신 이상이 아니라면 즉사다!
알고는 있는 것이냐?’
그런데 그 말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위압감에 꼼짝하지 못하던 후계와 반려, 후궁들이 웅성거린다.
그리고, 서서히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번지자 잘못하면 대숙청이 일어날 것을 예감한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각자 자신이 마시고 있던 정기술의 한 방울을 옆에 주저앉아있던 후계의 몸에 떨어트린 것이다.
툭! 슈하하하하하-!
정기술이 가진 정기농도를 견디지 못한 후계가 입고 있던 전신갑옷과 옷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
신력이 담긴 권능공격이 아니면 파손할 수 없는 전신갑옷이 녹아내리자 다급하게 벗어버린 후계들은 그제야 개조행성의 신왕들이 마시고 있던 술의 정체를 파악했다.
‘전신갑옷조차 녹여버리는 맹독?
그걸 마시고 계셨어?’
부글부글! 부글부글!
단 한 방울에 담긴 정기가 얼마나 강한지 전신갑옷을 완전히 분해하면서 연기를 내뿜는다.
신왕들은 그런 지독한 정기술을 후계가 잘 보도록 한입에 삼키고, 신기음식을 젓가락으로 들어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금속신기가 정기술에 약간 녹자마자 바로 씹어버린다.
치이이이이이이이-! 꽈지지지지지지!
금속음이 요란하자 이제까지 무슨 효과라고만 생각했던 연기의 정체를 파악한 후계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신…신기를 씹어먹고 계셨다니?’
‘이건 우리는 불가능해.’
특히 처음 같이 식탁에 앉겠다고 발언했던 후계의 표정은 더없이 창백해졌다.
부친인 개조행성의 신왕이 정기술 한 방울과 신기음식의 아주 작은 조각 하나를 작은 식탁에 놓인 술잔에 넣은 것이다.
치이이이이이이-! 치이이이이이-!
마치 용광로에 들어간 얼음조각처럼 격렬하게 반응하는 신기음식과 정기술이 섞인 자신의 술잔을 보면서 떨리는 음성으로 용서를 구한다.
“아…아바마마. 소자가 잘못했사옵니다.
다시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겠나이다.
용서하옵소서.”
전신갑옷까지 녹이는 정기술이니 아무리 희석을 해도 주신급의 신에게는 사약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개조행성의 신왕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 연회장에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불사불멸의 권능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니 그걸 먹어도 너라면 죽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안 먹으면 약자로 낙인을 찍혀서 처분당한다.
선택은 너의 몫이다.”
스스로 후계를 위기에 몰아넣어서 착잡한 표정이 된 개조행성의 신왕은 자신의 술잔에 놓인 정기술을 들이키고, 같이 신기음식을 녹여서 씹는다.
아직 적응하지 못한 입은 다시 녹아내리면서 치료를 반복했다.
슈하하하하-! 꽈지지지직-!
개조행성의 신왕의 혀와 이빨이 녹으면서 재생되는 모습을 똑똑히 본 후계는 이 자리의 본질을 깨달았다.
‘중앙신계의 지배층이 되기 위한 시…시련이었구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지배층이라면 필요하면 독이라도 웃으면서 먹고, 강해질 수 있다면 어떤 고난도 감수해야 한다고 항상 말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청혈일족을 피해서 스스로 봉인하거나 허신이 된 자신들을 수집하여 개조행성이란 거대한 전장에 부활시킨 강자의 지침이니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충실히 따를 능력이 있는 존재들을 걸러내기 위한 자리라는 점을 깨달은 후계는 부글거리면서 끓어오르는 술잔을 들어 올린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와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이상 벗어날 구석이 없던 것이다.
‘주신 미만은 마실 수 없는 술과 음식을 내준다.
이…이건 창조신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심한 처분이 아닌가?’
이걸 마시면 어떤 꼴이 될지 예상한 후계가 울컥하면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보았는데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저건 뭐야!?
갑자기 왜 자살을 하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마치 자결을 하듯이 목에다가 날카로운 신기를 찔러넣고 있는데 목의 근육이 움직이면서 칼날을 그대로 으깨서 흡수하고 있었다.
우지지지지직! 지지지지지!
요란한 굉음과 함께 신검을 찔러넣은 목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이 작은 금속조각이 신체에 흡수된 흔적만이 남는다.
“….”
“….”
“….”
더는 놀랄 기력도 없는 환인신왕과 도전자들이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신검 하나를 목의 근육으로만 씹어서 먹어버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신기를 근육과 신체 능력으로 통째로 먹는다.
창조신이라면 이 정도는 간단한 일이다.”
그 말에 창조신이 된 환인신왕에게 모두의 시선이 갔다.
당연히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 된 환인신왕은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는데 싸늘한 음성이 울린다.
“내가 관대해서 정말 많이 봐준 거다.
이제 망설이지 말고 마셔라.
함부로 입을 놀릴 정도면 그 정도 힘은 가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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