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환인신왕이 힘겹게 먹으니 같은 일차 도전자였던 자신들도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으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당연히 착각이었다.
여기저기서 이빨이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
“!!!”
창조신의 신체와 주신의 신체는 열 배 이상 강도의 차이가 있다.
그러니 아직은 주신을 벗어나지 못한 그들이 있는 힘껏 씹었으니 당연히 여기저기서 이빨과 잇몸이 부서질 수밖에 없었다.
으지지지지! 지지지지지!
다행히 신기에 금이 가게 할 수는 있었다.
고위 신기에는 재생력이 있으니 차마 뱉지는 못하고, 피가 흐르는 입을 손으로 막는다.
“윽!”
“악!”
그래도 억지로 부지런히 씹으려고 노력하는 일차 도전자들 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긴 한숨을 쉬었다.
“휴우! 약골들과는 회식도 하기 힘들군.”
음식 옆에 있는 과일을 하나 꺼내서 크게 베어 무는데 또 금속음이 울린다.
와드득! 와드드득!
과일도 금속신기였던 것이다.
“….”
“….”
가까스로 신기를 씹어서 조각내고 있는 환인신왕과 일차 도전자들은 식탁 가득히 있는 신기 음식과 신기 과일을 보는 순간 저절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전부 다 먹기 전에는 회식은 안 끝난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엄포에는 정신이 아득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누구도 뱉지는 않았다.
‘환인신왕의 존재감이 강해지고 있다.’
‘이 신기 음식은 분명히 효과가 있어!’
성장한계에 도달한 환인신왕이 실제로 강해지고 있으니 흡수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금속이 아니라 태양조차 삼킬 수 있는 도전자들이 억지로 씹기 시작한다.
아드드드드득! 아지지지지직!
환인신왕의 이빨이 부서지는 속도와 신기가 금이 가면서 부서지는 속도가 거의 같아지면서 마침내 잘게 부수어서 삼켜졌다.
꿀꺽! 후우웅!
오른손에 투기의 활이 나타나면서 찬란하게 빛난다.
단 하나의 신기를 삼켰을 뿐인데 신체의 강도만이 아니라 투기까지 오른 사실을 파악한 환인신왕은 우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반란을 일으킨 저에게 이런 은혜를 베푸시니 감사드립니다.”
깊게 고개를 숙인 환인신왕에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다.
“반란?
그것이 무슨 소리인가?
약자가 강자에게 도전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받아주는 것은 강자의 의무이지.
그리고, 이건 개조행성의 개발성과에 비하면 약소한 대가일세.
한잔 더 들게.”
“아?”
조르르르르-!
원탁에 놓인 빈 잔에 채워지는 정기술을 본 환인신왕은 눈꼬리가 저절로 떨려왔지만, 양손으로 술잔을 들어 올리면서 말한다.
“감…감사합니다.”
“창조신이 된 것은 축하를 하는데 어서 신황이 되시게.
그래야 내가 일을 제대로 할 것 아닌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무슨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가지면서 아직도 타는듯한 감각을 주는 정기술을 마시는 환인신왕의 얼굴은 다시 확 달아올랐다.
그리고,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겨우 정기술을 흡수할 수 있었다.
“큭! 크윽!”
“어어억!”
녹았다가 재생된 배와 입을 움켜쥐면서 바닥에서 일어난 그들은 원탁에 다급하게 앉았다.
일차 도전자들이 금속 신기를 씹으면서 죽을 것 같은 얼굴로 하면서 경고를 보냈기 때문이다.
‘더 추태를 보이면 우리도 위험하다.
어서 신기 음식을 먹어라.’
‘거부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일차 도전자들은 정기술은 어떻게 견디었지만, 금속 신기를 씹어먹는 것만은 쉽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환인신왕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초리가 자신들을 볼 때 하늘로 치솟으면서 투기가 강해지니 어쩔 수가 없었다.
‘제길! 똑같이 반역했는데 창조신이 된 환인신왕과 대우가 너무 차이가 나잖아!’
철저한 힘의 차이로 대하는 태도를 나누니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일차 도전자들과 신왕들 역시 역시 강자로서 자부하며 똑같은 태도로 십만 년 동안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창조신이 되고 만다’
이빨에 모든 신력을 집중해서 금속 신기를 물어뜯는다.
아드드드드득! 과지지지지직!
불사불멸의 권능지원과 겨우 소화한 정기술로 강화한 신체의 이빨이 금속 신기의 주변을 갉아먹기는 하는데 그들의 입에는 부상으로 붉은 피가 끊임없이 흘렀다.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는 이빨이 주는 고통에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겨우 하나의 신기를 삼킨 환인신왕이 강해지는 모습을 모두가 보았기에 멈추지 않았다.
‘환인신왕은 이미 수련으로는 능력이 오르지 않을 정도로 재능의 한계치에 도달했다.’
‘그런데 저 정도로 급증할 정도의 신기라면 금속이 아니라 독이라도 삼킨다.’
십만 년의 대전쟁에서 무수한 반역자들을 처단하면서 누구보다 힘의 소중함을 알기에 독기를 풍기면서 씹기를 계속한다.
까드드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드!
금속 신기의 견고함에 부서지기만 하던 이빨들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본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진저리를 쳤지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와 환인신왕이 쳐다보니 모두 하나씩 입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진짜 금속신기는 아니겠지?’
‘권능을 추가하기 위해서 신기를 갈아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진짜 씹어먹는다는 소리는 처음 본다.’
조심스럽게 작은 신기를 물은 순간 진짜 금속신기라는 사실을 파악하고서 절망에 물들었다.
‘이건 진짜다.’
‘이걸 음식이라고 주는 것인가?’
공포를 잊고서 화를 내려던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커다란 사과 모양의 금속신기를 크게 베어 무는 순간 사라졌다.
덥썩! 스가가가!
사과 모양의 금속 신기에 마치 예리한 보검으로 잘라버린 것처럼 지독하게 날카로운 단면이 생겨난다.
“!!!”
금속 사과에 한입을 삼킨 흔적을 신왕들에게 보여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살기를 풍기면서 경고한다.
“개조행성에서 강해진 너희도 불가능하지 않다.
어떻게든 먹어라.
그렇지 않으면 운만 좋았던 약자로 낙인찍고, 존재했다는 사실을 후회할 정도로 다시 굴려주마.
아직도 아홉 개의 개조행성의 개발이 남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하…핫! 잘 먹겠습니다!”
강력한 행성신과 경쟁 신족과의 전쟁으로 지독하게 고생했던 개조행성 개발이었다.
거기에 다시 던져넣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에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이빨에 모든 신력을 집중해서 신기를 물어뜯는다.
두가가가가가-! 가가가가가!
당연히 이빨부터 박살이 났지만, 역시 포기하는 존재는 없었다.
제 일 개조행성의 신계주신인 환인신왕이 자진해서 신기 음식을 다시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계주신으로서 하위의 신왕들에게 요령을 알려주고 있었다.
‘한 번만 성공하면 두 번째는 비교적 수월하니 죽을 각오로 씹게.’
‘….’
그것이 요령인지 정확한지 모르지만, 모두에게 걸린 불사불멸의 권능은 착실하게 작용하고 있으니 도전한다.
슈하하하하하하! 까드드드드드! 으지지지지직!
정기술의 농도에 신체가 녹으면서 재생되고, 금속신기의 음식에 이빨이 부서지고 치료된다.
신체가 녹는 소리와 이빨이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한 끔찍한 회식이지만, 급격하게 신체 능력과 권능이 오르는 모습은 보일 정도로 뚜렸했다.
지지지지지지직! 까까까까까까!
그렇게 개조행성의 신왕들이 정체를 벗어나서 급상승하기 시작한 신체 능력으로 정기술과 신기 음식을 자발적으로 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기술의 술병을 잡으면서 묻는다.
“후후후! 이래야 회식이지.
제 일 개조행성의 신족 내부 통제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던데 도움이 필요한가?”
도착하기 전에 일어났던 반려와 후궁이 이끄는 여신들의 반란에 관한 질문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환인신왕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제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일족의 통제는 신왕의 고유권한이기에 내버려 두었을 뿐입니다.”
“하긴 겨우 일족 내부 반란에 나서기에는 개조행성 신계주신의 가치가 떨어지지.”
뜻밖에 사정을 쉽게 이해해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기술의 술병을 그대로 잡고서 통째로 마셨다.
벌컥! 벌컥!
단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고 있는 환인신왕과 다른 존재들이 보기에 질릴만한 행동이었다.
단숨에 한 병을 비워버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후후! 이건 술이 아니라 음료와 같군.외계의 우수주로 만든 정기술은 농축을 해도 농도가 약해.
언제쯤이면 제대로 만들어질지 의문이야.
세력의 발전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시간이 너무 걸려서 기다려줄 수가 없군.”
“새로운 지침을 주시면 따르겠습니다.”
각 일족에게 잠재하고 있는 모든 분란요소가 자연적으로 해소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무력으로 없애라는 뜻으로 파악한 환인신왕은 다음 말을 기다린다.
역시 예상대로의 지침이 내려온다.
“강자존 약자멸(强者存 弱子滅).
지배층이라면 유능한 자를 올리고, 무능한 자는 떨어트린다.
그 외에 다른 지배의 지침이 있던가?
창조신계의 기반이 될 신황성의 신왕들이라면 더욱 그러해야 하지 않나?”
일족을 통제 못 하는 신왕들을 숙청하라는 말에 환인신왕은 잠시 생각하면서 대답한다.
“그렇게 하면 많은 피가 흐를 것입니다.”
십만 년 동안 무수한 피를 본 환인신왕으로서는 개발이 끝난 지금 다시 대숙청하기는 싫었다.
그러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기 싫다면 신왕이 아니라 피지배층으로 남아야지.
능력에 넘치는 자리를 탐을 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나?”
목소리는 평온했으나 피가 물씬 흐르는듯한 말에 환인신왕은 잠시 말을 하지 않다가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일족을 통제하지 못하는 신왕은 직접 직위해제를 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신왕들의 후계 문제에 직접 개입해서 약한 존재들은 배제하겠습니다.
반려와 후궁들의 간택과 반란도 저의 허락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게 억제하겠습니다.”
환인신왕이 보기에 정기술과 신기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숙청의 대상이 아니었다.
약한 주제에 무리를 지어서 권좌를 노리는 반란세력의 제거와 통제가 주목적이었다.
‘이렇게 한결같이 강자만 우대하시니 차라리 대하기가 편하군.
개조행성의 신왕보다 약하면서 집단의 힘으로 신왕의 권좌를 노리는 후계와 반려, 후궁들을 처분하실 생각이시겠지.’
강자만을 우대하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였기에 예측은 쉬웠다.
그렇다고, 휘하 신왕들의 신계를 운영하는 반려와 후궁들을 쉽게 처단할 수 없는 그로서는 강제적인 개입이 최선의 수단이었다.
“그렇게 하시게.
개조행성의 신계주신이면 할 일이 많은데 하위 신왕의 집안싸움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그러나, 집 안이 어지러운데 어떻게 바깥 일을 보겠나?
단호하게 조치하게.”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직접 통제하겠습니다.”
이제 신계주신인 환인신왕이 후계와 반려와 후궁들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말에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당장 반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외치자 입을 다물었다.
“하급자가 처리를 못 하니 상급자가 직접 나선다!
그리고, 신왕이 그것도 똑바로 못 먹냐?
주신 주제에 약하구나!
너희는 먹기 좋게 갈아서 개밥그릇으로 내줄까?”
신왕이 아니라 개 취급을 하겠다는 지독할 정도로 잔혹한 말에 다급하게 이빨에 힘을 주어서 씹기 시작하는 개조행성의 신왕들의 생각은 복잡하기만 했다.
‘신계주신이 일족의 후계와 반려의 문제에 직접 개입한다.
이게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일반적으로 보면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마음대로 후계나 반려를 못 늘린다는 뜻이야.’
‘큰일이군.’
자신들의 일족 일을 해결 못 해서 상급 신왕이 직접 개입한다고 하니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런 신왕들의 불만을 파악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금속 과일을 들어 올리면서 선언한다.
“신족의 지침은 자유를 우선한다.
그러니 내가 신황이라 해서 통제만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내 명령에 따라서 제어가 들어갔으니 하나의 부탁을 들어주마.
물론 후계와 반려, 후궁의 문제 해결에 국한한다.”
그 말에 신왕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아직도 권능의 끝을 보이지 않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성체 시절에 임신한 태아가 오랜 기간 태어나지 못해서 이제 반역까지 하는 초월자 후궁들로 골치가 아픈 신왕들은 반색하면서 기뻐했다.
‘이러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초월자 후궁들을 다시 나의 편으로 끌어올 수 있어.’
그런데 꼭 지침을 내려준 대로 움직이는 존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서는 신왕들이 있었다.
“저의 신력과 권능이 아무리 수련을 해도 늘지 않습니다.
부디 도움을 주십시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런 신왕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도움은 통제가 들어간 후계와 후궁, 반려의 문제만으로 국한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술과 음식을 먹으면 너의 고민은 해결될 것이다.
빨리 먹기나 해!”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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