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삭월의 시즈지와 크롬과 프롬 여왕은 자체진화의 권능을 부여받고서 거의 초월자가 되어서 육체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래서, 이미 지성체의 육체가 가진 혈연에 대해서 인식이 희미해진 지 오래였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내 육체는 신체의 재료로 되어서 사라진다.
어색할 것이니 경험이 많은 내가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면 된다.’
그녀는 여차하면 아이언을 에메랄드 여왕과 같이 모실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서로 바라는 일이니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겠지.’
이미 그녀는 크롬 여왕이 여왕의 열쇠로 십중심 책탑에 접속하고 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만, 그 대가로 주어지는 소마 책탑이 주는 힘에 완전히 매료된 상태였다.
‘십중심 책탑의 가치에 비하면 어차피 사라질 지성체의 육체가 가진 정조나 도덕 따위는 무의미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영원한 정신체로서 미래를 위해서는 더욱 재능을 강화해서 높은 층에 올라야 한다.
아이언님도 그러기 위해서 재능을 보충하기 위한 여왕의 추가와 접속을 허락하신다.’
더 높은 경지를 위해서 이미 삭월의 시즈지와 크롬 여왕까지 같이 안길 각오를 굳혔으니 에메랄드 여왕이 추가로 포함된다고 해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이 바뀐 이유는 지성체의 육체는 초월자가 되면 의미가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었다.
‘어차피 완전한 초월자가 되면 새로운 신체를 생기게 된다.
그것이 진짜 우리의 신체이니 그때부터 조심하면 되겠지.
그리고, 이 정도의 반발로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다.
십중심 책탑을 오르기 위해서는 우리 전부가 필요해.’
자신들을 물러나게 했지만, 정기 사탕은 거부하지 않는 모습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생겨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 내색을 직접 보이시다니 아직은 순진하시지.’
장성한 딸을 둘이나 길러낸 그녀의 눈에는 은하유성 아이언은 아직 아이였다.
그래서, 은밀하게 크롬 여왕에게 의지를 보낸다.
‘아이언님의 의도가 막혀서 화가 난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약간 무리한 부탁이라도 들어주면 된다.
그것은 아마도 워터 문과 에메랄드의 정식 유모로서의 추가일 것이다.
지금이라면 쉬운 일이다.
우리가 잘 준비해서 모시면 해결될 일이다.’
정치적인 감각과 필요를 고려하여 은하유성 아이언과 화해를 할 방안을 만들어낸다.
‘확실히 그렇기는 해요.’
크롬 여왕도 아이언의 분노를 풀 방법은 그동안 골치 아프게 했던 에메랄드 여왕과 공석이었던 녹발독후 수월(綠髮毒后 水月)의 공석을 빨리 채워서 같이 높은 경지로 가는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런데 보이지 않아요.’
그녀의 차원권능이 은하유성 아이언의 분노 탓인지 정보행성 코아와 접속이 약해져서 미래가 안 보이니 혼란스러워졌다.
‘은하유성 아이언님과 얽힌 여왕들의 미래를 읽지 못하고 있어.
불안해.’
일단 여왕의 준비를 완벽하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화해 방안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했다.
‘그렇게 해요.
준비를 해보죠.’
나름대로 이렇게 여왕들이 화가 난 아이언을 걱정과 대책을 만들고 있을 때 대모 마하를 찾은 그는 새로운 정기 사탕을 물고서 가장 내밀한 침실의 문을 열고서 들어갔다.
끼이이이-!
이미 방문 통보를 했기에 커다란 침대 위에서 대모 마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침실에 들어온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이면서 반긴다.
“어서 오십시오.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님.”
“아아. 왔어요.”
처음에는 서로 도움이 되는 비밀계약이라고 생각하며 아이언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대모 마하였다.
그러나, 창조신장의 직계인 친아들을 훨씬 능가하는 영웅신이 된 아이언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미 창조신장 이상의 존재감이야.
이대로만 성장하면 세계의 지배자도 꿈이 아니야.’
그렇게만 된다면 아수라 일족의 부흥을 위해서 창조신장의 후궁까지 감수하려던 그녀에게 더 없는 상대였다.
‘원래의 흐름보다 더욱 야해졌네.’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는 그녀의 치태에 아이언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침대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유모들이 특별히 바친 정기사탕으로 충분한 정기를 얻어서 그다지 급하지 않은 그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보다 상의할 것이 있는데요.”
“흐으음? 상의요?”
대모 마하는 아이언의 반응이 미지근하자 그녀는 살짝 이마를 찌푸린다.
‘설마 이제 내 몸에 흥미가 떨어졌나?’
장엄한 젖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삭월의 시즈지가 떠오르자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여창조신이 된 내가 겨우 초월자 출신의 유모에게 질까?
그렇지만, 확실히 그녀의 모유는 나보다 강력하겠지.
많기도 하니 이대로는 안 되나?’
삭월의 시즈지가 기적이라고 할 정도의 엄청난 창조력을 가진 존재라는 점과 강력한 유모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언의 이런 반응도 납득갔다.
“상의할 일이 있는데요.”
“무…무엇인가요?”
‘무…무슨 일이시지?
아이언님을 방해할만한 강자는 이제 없을 것인데?’
비밀 유모에 여창조신이기에 아이언이 지금 어느 정도 강한지 잘 아는 그녀는 내심 긴장한다.
‘설마 창조신장과 신계가 적대하기로 한 것은 아니겠지.
창조주님의 인정과 흑염군단이 있는데 그럴 리가 없어.’
아이언의 강함을 경계한 창조신장이 무리를 하면 대립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오히려 신족이 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아이언을 알기에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뜻밖의 말이 들려온다.
“유모들이 제 말을 안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지요?”
“….”
여창조신인 자신을 이렇게 마음대로 하면서 아직 여주신은 고사하고, 초월자도 완벽하게 되지 못한 지성체 유모들로 고민한다는 말이었다.
의외의 말에 놀라서 자신의 입장을 망각한 그녀는 웃고 말았다.
“풋!”
“….”
아이언은 대모 마하의 그런 반응에 울컥했으나 왜 그런지 알고 있으니 할 말이 없었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계주신에 대한 반발은 반려나 직계가 아니라면 최하가 신계 추방이다.
그것도 정말 운이 좋은 경우지.
반발하면 처분된다.
오로지 허신이 되는 결말뿐이다.’
대모 마하는 신계주신이 아이언처럼 강력하다면 고위신족들도 벌벌 떠는데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판정한 아이언이 겨우 지성체 유모들이 대항한다고 고민을 하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리고, 유모들의 무모함에도 놀랐다.
‘유모들이 자신들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너무 자만하는구나.
적합자 지성체 유모가 귀중하다고 하지만, 전 우주를 뒤지면 얼마든지 나온다.
창조주님께 미래를 약속받은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의 부탁 하나면 창조신계는 몇백 명이라도 발견해서 데려올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잘 알면서 고민하다니 아무리 강해도 역시 어린 유아신이며, 그만큼 유모들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생각에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호호! 훗!”
“쳇-! 한심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요.”
“지성체 유모들의 반항기를 한 번에 고칠 방법이 있어요.”
“그렇죠.
그렇게 대답하셔야지 웃으시면 안 되지요.
역시 아수라 일족의 대모 마하답게 현명하군요.
그 방법이 뭐지요.”
대모 마하는 바로 결론부터 말한다.
“임…임신을 시키세요.”
“!?”
워낙 충격적인 방법에 아이언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임신이요?
진심이세요?”
“진심으로 드린 방안이에요.”
“하아?
진심이라니?
다짜고짜 임신을 시키라니 무슨 말인가요?
왜 임신을 시켜야 하지요?”
“지성체 첩을 둔 고위 정신체의 반려들의 경험이에요.
지성체의 아름다움은 짧아요.
아이를 임신하고, 낳으면서 급격하게 무너지니 흥미를 잃게 되지요.
그리고, 자신감도 상실해서 겸손해지니 그렇게 장려를 하지요.”
“흐음! 이번 일의 정답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녀들은 이미 지성체만으로 볼 수 없어요.”
유모들에게 자체진화의 권능까지 내려주어서 초월자가 되기 직전이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대모 마하가 실수할 리가 없었다.
“진짜 그래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임신을 시켜야 하는 내밀한 사유를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혼내줄 거예요.”
“초…초월자 직전인 지성체 여성들은 신체에 대한 기대감에 재료가 되는 자신의 육체를 경시하는 경향이 커져요.
그리고, 정신체 진화를 앞두고 있으니 근거가 없는 자신감이 넘치지요.
아마도 이번 일은 그래서 겁 없이 벌린 일로 보여요.
초월자 후궁을 들이면 거의 일어나는 사례지요.”
“….”
과거의 사례와 현재 상황을 고려한 정확한 진단이었다.
아이언도 부정할 수 없어서 잠시 말을 하지 않다고 묻는다.
“그래서 왜 임신을 꼭 시켜야 하지요?
불안정한 반신이 태어나면 문제가 커지잖아요?
지성체 후궁의 버릇을 임신으로 고치려고 했다가 문제가 커질 것 같은데요?”
“그…그건.”
그것은 일족을 책임지는 고위 여주신들에게 은밀하게 내려오는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비전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이언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는 그녀는 백기를 들고서 천천히 설명했다.
“초월자가 되기 직전의 지성체 여성이 고위 정신체에 의해서 임신을 하게 되면 급격히 강해져요.
임신한 반신과 초월자 두 명 분량의 힘을 일시적으로 가지게 되니까요.”
“지성체 후궁을 강하게 하면 반려의 입장으로서 오히려 불리하지 않나요?”
당연한 의문이다.
그런데 대모 마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음부에서 입을 뗀 아이언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진화를 앞두고서 한없이 올라간 자부심이 두 명분의 부담과 보호본능의 발동으로 꺾이지요.
모성본능이 발휘되면서 임신시킨 고위 정신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가서 아주 순종적으로 변합니다.
더구나, 반신인 태아로 생겨난 권능은 완벽하게 고위 정신체가 통제할 수 있지요.”
아이언은 확실히 이해했다.
‘반신의 태아로 인하여 갑자기 강해진 상태이니 불안정하다.
그 상태에 태아를 지키기 위해서 임신시킨 상대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게 된다는 말이군.’
고위 정신체의 주도하에 태어난 반신의 권능도 확실히 부친이라면 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비전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럼 하복부의 신력의 원의 통제와 다를 것이 없잖아요.
반신이 태어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요?”
진중해진 아이언의 말에 이제 완벽하게 여유를 찾은 대모 마하는 아이언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하복부의 신력원의 통제는 권능을 제어한다는 협박으로 이루어지지요.
그래서 악감정을 가지게 되니 필연적으로 함부로 사용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러운 모성본능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전혀 없어요.
자신이 제어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모를 거예요.”
그 말에 확실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아이언이었다.
자신도 하복부 신력원을 제압하면 간단히 제압해서 징계를 줄 수 있는데 관계가 나빠질까 봐서 고민하다가 대모 마하의 조언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신도 태어나게 하지 않아요.
태아의 뇌가 생겨서 영혼이 머물기 전에 초월자로 진화시켜서 임신 된 상태로 유지 시킵니다.
초월자로의 진화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영혼도 없는 반신 태아는 여초월자의 자력으로는 절대로 정상적으로 낳을 수 없어요.
무수한 시간과 노력, 거기에 임신시킨 고위 정신체의 큰 희생과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거의 불가능하지요.”
“!?”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으며 정상적으로 탄생하기도 어려운 아기를 담보로 후궁을 협박하는 가장 강력하면서 치사한 제어였다.
“임신한 상태이지만 낳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초월자 후궁은 아이를 정상적으로 낳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신계주신과 신계를 위해서 봉사하죠.
가장 강력한 모성본능으로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초월자 후궁을 만드는 은밀한 비전이에요.”
임신 비전의 정체에 굳어버린 아이언의 뺨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는 대모 마하였다.
그녀로서는 큰 각오로 공개한 것이다.
‘너무나 강하지만 아직은 순진하시다.
현세계를 위해서 부디 이대로 자라주면 좋겠어.’
아이언은 자신과 비밀 유모의 순종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여창조신이 되게 도와주었으며 그 이상의 혜택을 받은 그녀는 아이언에게 나쁜 감정은 없으며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다.
‘하찮은 도움 하나로 정조는 물론이고, 권능과 운명까지 희롱하는 쓰레기 같은 고위 남신들이 넘쳐나.
그런데 이렇게 겨우 지성체 유모까지 후하게 대우하는 남신은 없어.
창조신장조차 이렇게 대우해 주지 않았지.’
신족 최고의 권력을 가진 창조신장에게 영웅신까지 낳아주었는데 일족의 독립지원만 받고 여창조신이 되는데 조력은 주지 않았다.
그런데 순종적인 비밀 유모가 되어주는 대가로 아이언이 손쉽게 여창조신으로 만들어주었으니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착한 분에게 감히 무례를 범하다니?
더구나 아직 초월자도 되지 못하면서 벌써 권력을 추구하는가?
반드시 후회하게 하여 주리라.’
이런 비전을 알려준 것은 지성체 유모들이 감히 최고위 창조신의 의사를 어겼다고 하자 분노한 탓도 컸다.
“이건 제 친아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비전이랍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초월자 후궁의 문제를 많이 겪은 고위 신족의 여수장이나 반려자에게 전해져왔죠.
모성본능이 발휘되어서 신중해지고, 임신시킨 고위 정신체에 대한 복종심이 강화되는 이외에는 어떤 부작용도 없었어요.
그러니 너무 놀라거나 임신을 시키는데 망설이지 마세요.
어차피 후궁으로 받아들이실 생각이지요?”
“그렇기는 해요.
하지만….”
자신의 신체에서 여전히 입술을 떼지 않고서 곰곰이 생각에 빠진 아이언을 대모 마하가 달래듯이 말한다.
“벌써 권력을 추구하는 지성체 유모들을 가만두면 나중에는 아이언님을 통제하려 들 것입니다.
약자이면서 강자의 자비에 기대어서 도전하는 존재들은 어리석지요.
수장이 흔들리면 일족은 반드시 망하니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신계주신의 위엄은 지켜져야 합니다.
특히 권능을 공유하는 후궁들이라면 더한 수단도 사용해서 통제해야 합니다.”
“….”
역시 명문으로 이름난 아수라 일족의 수장다운 단호한 결단이었다.
“순종적인 유모로서 제가 알고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알려드렸습니다.
선택은 이제 아이언님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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