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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년은 신족의 관점으로는 유년신이 태어나서 성인이 되는 시간이고 그 이후에 긴 안정기를 거친다.
그런데 개조행성은 오로지 성장 기간을 전 신족이 휴식 없이 반복해왔다.
강제적인 부흥과 개발의 시대를 통제하면서 발생한 무수한 반란을 진압한 그들의 흉흉한 투기와 살기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와 시작에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직 상급 여신인 시작의 몸이 떨린다.
“으음!?”
아직 여주신이 되지 못한 시작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압박이기에 살짝 기세를 풀어서 흘려버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앞으로 나선다.
“훗! 뭐 이 정도면 그럭저럭 이군요.”
자신과 시작이 앞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투기와 살기를 흘린다는 것은 무례 이전에 도전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미 예측한 일이었다.
‘예상대로 개조행성에서 힘과 전력을 늘리면서 간이 부었군.
강해진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도전한다.
이건 어디를 가나 똑같아.’
저기 쳐다보고 있는 외계의 창조대신 성멸(創造代神 星滅)의 위용만으로도 이런 일은 없어야 했다.
‘일 초에 일백 년의 시간가속을 거대행성 전체에 십만 년 이상 걸어서 유지했다면 어떤 정신체라도 정기가 고갈되었다는 판단으로 저렇게 나오는 것이 환히 보이는군.’
실제로 도전자들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모습이 평온해 보이지만 정기고갈에 빠져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탈진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만 처리할 수만 있다면 용자동맹도 사라지니 중앙신계를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친 나만 없애면 십만 년의 긴 투쟁의 시간과 강해진 힘으로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고 오판을 하고 있군.’
그렇지만 실로 가소로운 일이었다.
‘근원의 칭호를 가진 내가 그 정도로 지칠 리가 있나?
더구나 차원결계를 유지한 시간은 실제로는 일천 초 정도다.
차원결계에 들어갔던 저들이 알 리가 없지.’
그런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원권능의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오리진이다.
행성에 차원결계를 치는 정도로는 정기고갈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오래간만에 쓸만한 적들을 만나서 투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일단 서열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기쁜 미소를 지으면서 시작의 앞으로 나아간다.
전방에 보이는 완벽한 창조신이 된 환인신왕과 주신의 수준을 초월한 아홉 명의 일차 도전자가 있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어구이기도 한 로브를 벗었다.
펄럭-!
상체 전부를 가리던 검은 로브를 벗자 지독하게 단련된 상체가 드러난다.외계의 어떤 투신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게 구분된 근육과 압축된 모습에서 도전의식을 불태우던 환인신왕과 도전자들의 투지가 흔들렸다.
‘저 몸은 권능을 주로 사용하는 원거리 투신의 신체가 아니다.’
‘최고수준의 근접전 투신의 근육이 아닌가?’
‘도대체 어떤 수련을 해야 저렇게 될 수 있지?’
십만 년의 세월을 개조행성의 끝없는 반란진압으로 살아온 그들의 눈은 단번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가 가진 힘을 파악했다.
차원권능과 창조력, 투기발산만을 사용해서 외계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서 원거리 전문으로 인식했는데 갑자기 근접전에 특화된 신체를 보이자 멈칫한다.
‘차원권능으로 신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도 투기가 있다.’
‘그럼 정기고갈이 되어도 승산이 적어!’
호리호리해 보이는 신체지만, 저 수준까지 단련되었으니 어떤 속도와 힘을 보일지 계산한 일차 도전자들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런 신체 단련 정도면 끝났군.’
‘정기고갈이 되었어도 약점이 아니야.’
수많은 전투경험으로 전투의 패배를 직감한 환인신왕과 일차 도전자들이 멈추자 그들을 따르던 개조행성의 신족들도 진군을 중단한다.
따르던 개조행성의 신왕들은 다급하게 의지를 보낸다.
‘왜 그러십니까?
빨리 시작하시죠.’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무리 강대하다고 해도 차원결계를 십만 년 동안 쳐서 정기고갈인 상태라면 큰 권능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습니다.’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단련된 신체를 보고서 바짝 굳은 환인신왕과 도전자들에게는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였다.
‘멍청한 놈들! 네놈들의 눈은 장식이냐?’
‘저 신체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모르느냐?’
실제로 신왕들의 눈에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힘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상체를 드러낸 채 천천히 접근해오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를 말이다.
신왕보다 더욱 강하기에 힘의 일면을 조금이라도 본 일차 도전자들은 이제 대답조차 못 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은 세계를 제패할만한 광역권능에 창조력을 가지셨다.’
‘그런데 이런 근접전 능력까지 보유하셨다면 반칙이다.’
한 분야에서 정점에 도달하면 다른 쪽은 약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차원권능이나 창조력보다 오히려 근접전 능력이 뛰어나 보이자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창조신이 된 환인신왕은 자신을 따르는 일차 도전자들과 모두에게 의지를 보낸다.
‘휴우! 이제 만족하나?
전멸되기 싫으면 운명을 받아들이게.’
창조신인 환인신왕만큼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위력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러나, 목표가 달성되면서 거대한 힘과 세력을 손에 넣은 일차 도전자들과 복종을 맹세한 신왕들의 도전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십만 년의 차원결계를 쳤다면 정기고갈 상태일 것이니 그때 도전해서 패권을 손에 넣자.’
환인신왕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주장이었다.
‘참으로 답답하군.
이 모든 것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권능으로 이루어졌는데 반란이 가능할 것 같은가?
저 강력한 기계투신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용자동맹이라는 불리는 기계투신체들의 무력이 일반기체는 주신을 능가하고, 용자왕이라는 불리는 지휘관 기체는 창조신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신왕들은 용자동맹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창조력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이니 구현자가 사라지면 같이 없어진다는 점을 들어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지시하신 개조행성의 목표 달성을 하면 어떤 상태라도 반드시 환영을 나올 것입니다.
그때 전력으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제압하면 기계투신체들은 사라집니다.’
‘독재에 시달린 신족과 지성체들을 해방한다는 명분으로 중앙신계를 장악하면 열한 개의 은하계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습니다.’
‘그럼 청혈일족도 문제가 안 됩니다.’
개조행성의 신족들도 필사적이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직접 지배가 어떻게 될지 십만 년 동안 처절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열 명 이상 아이를 낳지 않으면 사회에 진출할 수 없게 했더니 여신들과의 관계는 최악이다.’
‘혈족과 동지를 상관없이 많은 세력을 가지고, 강자가 아니면 출세할 수 없는 이 구조는 지배층에게도 치명적이다.’
‘지배층이 약하면 언제든지 반역이 일어난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 환인신왕의 지배가 이 정도였는데 그보다 더할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지배를 견딜 자신이 없다.’
강력한 통제를 받으면 자유를 갈구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발전이 좋아도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면 당연히 안정을 추구하게 되니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불만을 가진 신왕들도 모두 그런 조건이 아니면 신왕이 될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 의지의 교환을 들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오른쪽 약지 손가락에 마력을 모은다.
“후후! 이런 걸 배은망덕이라고 하던가?
너희의 적은 내가 아닌 청혈일족인데 참으로 우습구나.
그래도 그 힘을 준 내게 덤빌 수 있다니 좋은 근성이다.”
파아아아아아-!
손톱 굵기의 가느다란 마력의 손톱이 자라란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약지 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마력의 손톱이 끝도 없이 늘어난다.
그리고, 살기가 섞인 음성이 개조행성 신족 모두에게 울렸다.
“새로운 창조주가 되실 시작님의 앞이다.
무례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목을 자르고,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두 동강을 낸다.
무릎을 꿇지 못하겠다면 발도 친히 잘라주지.”
“!!!”
개조행성의 신족 모두에게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강대한 살기였다.
가느다란 마력의 손톱이 움직이려는 순간 환인신왕의 결단이 빠르게 내려졌다.
날리듯이 몸을 던져서 절한 것이다.
“일반 창조신 환인이 시작님과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뵈옵니다.”
환인신왕은 십만 년 동안 무수한 도전을 받았으나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런 강자가 엎드려 절하는 모습을 본 모두가 따른다.
개조행성에서 언제나 하던 대로 약점을 노려서 반란을 주도하던 신왕들의 얼굴에는 절망감만이 떠올랐다.
‘제길!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났다.’
‘저렇게 강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주공간에 수많은 정신체들의 군세가 절하는 모습을 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환인신왕을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훗! 건방져진 것을 보니 조금은 강해진 모양이구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 앞에서 어찌 강함을 말하겠습니까?
그러나, 저들은 아직 약하며 처음 직접 뵙게 되어서 그런 것이오니 부디 용서를 바라옵니다.”
창조신의 신왕으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저자세였으나 돌아온 것은 웃음기가 섞인 대답이었다.
“후후후! 그런데 조금 행동이 늦은 것 같은데?
그걸 감지하지 못하다니 아직 약하기는 하구나.”
“!?”
의문을 표시하기도 전에 엎드린 환인신왕의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푸하하-!
목에서 뿜어지는 피를 막을 새도 없이 목이 잘려저서 서서히 떨어진다.
‘언…언제?’
툭-!
신체와 분리되어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자신의 배와 발이 갈라져서 삼등분이 되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아까 끝도 없이 길어지게 했던 마력의 손톱은 어느새 작아져 있었는데 손톱에 입으로 바람을 불면서 말한다.
“후우! 길어지는 마신족의 마력의 손톱을 차원권능으로 분할 해서 너희의 신체로 도약시킨 것이다.
차원권능만으로는 살상력이 떨어지지만, 이렇게 마력과 오의를 섞으면 아주 의외의 효과가 가끔 나오지.”
흐려가는 의식이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은 사실을 도저히 믿기지 않는 개조행성의 신족들의 귀에 고민하는 음성이 들렸다.
“이름 짓기 귀찮으니 간단하게 차원마도참(次元魔道斬)이라고 부를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살기에 굴복하여 엎드려 절하던 모든 신족의 머리와 몸통, 발이 삼등분해서 떨어진다.
두두두두두두두-!
일차 도전자만이 아니라 뒤에 있던 신왕, 주신, 초월자들이 전멸해버린 모습에 혀를 차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쯧! 진정한 강자라면 이 정도는 어떻게든 감지하고 피할 수 있지.
그런데 피한 녀석이 하나도 없다니?
이번 농사는 망한 모양이군.”
삼등분된 수많은 신체를 흩어본 그는 긴 담뱃대를 꺼내서 입에 물고 황금연기를 내뿜는다.
후우우우우-! 슈르르르르르-!
전멸한 신족의 군세를 황금연기가 휘감는다.
그러자, 잘려져서 죽은 목의 눈이 격한 기침을 하면서 깨어났다.
쿨록-! 콜록!
잘려진 팔과 다리가 펄떡거리면서 수많은 신족의 신체가 부활한다.
그런데 삼등분으로 나누어진 그대로였다.
‘이…이게 뭐야?’
‘왜 내가 살아있는 것이지?’
‘부활이 안 된다!’
‘신체가 이어지지도 않아!’
권능과 의지가 강력한 존재들이 어떻게든 신체를 움직여서 부착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어떤 권능이 작용하는지 꼼짝하지 않았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커다란 모래시계를 하나 꺼내어서 들었다.
“진심으로 외계(外界)의 복귀를 환영한다.
나는 신황으로서 너희를 축복하겠다.
중앙신계의 주신전에서 너희를 위한 연회를 준비하겠으니 잘 준비해서 와라.
되도록 편한 복장으로 오고 부부동반도 허가한다.
그렇지만 오래 기다리게 하지마라.”
탁! 스르르르르르-!
모래시계가 거꾸로 돌려지면서 모래가 하나하나 떨어진다.
“시작님과 나를 이보다 더 기다리게 하면 대가를 당연히 치를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그렇게 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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