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소유자에게 불리한 상황을 아예 없는 것으로 하는 황금시대(黃金時代)를 완전히 파훼한 존재는 십중심 중에서도 없었다.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권능을 없는 것으로 하는 불변(不變)과 황금시대(黃金時代)를 발동하고서 절대권능을 흡수할 수 있는 에반젤리로 절대적인 창술을 휘두르는 황금의 절대자는 분명 무적이다.
동급의 무예와 무수한 오의로 대응했던 바람만이 무승부를 이끌었다.’
십중심 경연식에서 일 위와 이 위를 정하는 결투는 장엄했다.
‘황금의 불변(不變)은 바람의 죽음의 투기 때문에 상쇄되어버렸다.
파워 오브 엠블렘이 되기 전이지만, 일백 대를 넘어서 조상들에게서 이어져 온 죽음의 무게는 황금의 절대자조차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
황금의 절대자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처음부터 에반젤리의 깃발에 죽음의 기운을 담고, 바로 황금시대(黃金時代)를 발동해서 전력으로 싸우려 들었다.
다른 십중심과는 달리 진심을 보인 황금의 절대자에게 바람의 절대자는 세계를 가르는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으로 개전의 시작으로 삼았다.
‘황금의 절대자의 창술과 바람의 절대자의 무예는 수준이 거의 같았어.
바람이 황금의 신체를 부술 오의는 없지만, 황금도 상황은 같았다.
투기까지 비등하니 서로 정기가 떨어질 때까지 무한히 싸워야 할 판국이었다.’
결판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방어력은 당연히 황금의 절대자가 우월했지만, 극도로 희귀하게 자체 진화한 초월자인 바람의 절대자가 투기의 공격력이 우위였기에 나온 결과였다.
서로 다른 부분에서 아주 약간씩 앞서니 서로의 존재를 건 일격을 가하지 않는 이상 승부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죽음으로 승부를 내는 결투가 아닌 힘을 증명하는 경연식이라서 무승부로 결정이 되었다.
그러나, 초장기전이 되면 투기가 기초인 자신이 불리함을 인정한 바람의 절대자는 이 위로 만족했지.’
바람이 이 위로 결정된 십중심 경연식의 기억을 되살린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기는 합니다.
황금시대(黃金時代)는 약자가 깰 수 없는 권능입니다.”
일백대를 넘게 발전되어 초월자의 정점이 된 바람가의 오의조차 없는 것으로 하는 황금시대(黃金時代) 앞에서 처음으로 당황해하던 바람의 절대자의 표정은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자랑스러워하던 모든 바람가의 오의를 버리고서 순수한 신체능력과 투기로 정면으로 맞서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황금권능에 통하는 것은 오로지 압도적인 힘뿐이다.
순수한 근접전으로 승부를 보거나 황금의 절대자가 감당할 수 없는 위력을 일순간에 폭발시켜서 깨는 수밖에 없다.”
이 방법도 황금의 절대자의 신체능력을 생각하면 압도할 수 있는 존재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흑염의 절대자만이 유일하게 신체능력에서 우위에 있다.
그렇지만 무예의 수준이 워낙 낮으니 승산이 적어.’
황금권능의 소유자가 기본적으로 익히고 있는 무기술의 수준까지 생각하면 파호톤의 신기 공격은 아예 통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했다.
절대직감으로 완전히 명중한다고 해도 막으면서 얼마든지 흘려버리는 것이다.
‘황금일족이 아니라 황금후계로 자처한다면 최소한 권능과 오의는 모두 익혔을 것이다.
그러면 십중심이 직접 나서야 한다.’
십중심의 후계들이 모두 존재한다면 유일하게 껄끄러운 후계가 황금후계였다.
그런 강자에게 허점투성이의 창조신이 도전하겠다니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도전결과를 알고 싶기도 했다.
“가상의 황금 절대자이었으나 황금권능의 소유자에게 불리한 모든 것을 배제하고, 강제로 유리하게 만드는 황금시대(黃金時代)의 위력까지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제 해줄 수 있는 것은 전부 해준 셈이기에 흑염정석을 얻은 부담을 내려놓은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회색책탑을 보면서 말한다.
“저 녀석이 방금 결투를 보고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황금후계가 황금시대(黃金時代)를 못 익혔기를 바라는 것이 가장 좋겠군.”
“그것은 운이 아주 좋거나 황금의 절대자가 대충 가르치기를 바라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안 되겠지?”
“그렇습니다.”
황금권능을 익힌 존재들은 모두 완벽주의자이다.
황금후계로 인정할 정도면 모든 권능에 입문은 시켰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참으로 불안한 희망이었다.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몇 번이나 결과를 확인하고서 고개를 저었다.
“어렵겠군.
내가 본 결말은 아직 바뀌지 않았어.
저 상태로 황금후계와 붙으면 저 녀석은 반드시 패배해서 죽는다.”
“귀한 도전자이니 역시 피하라고 충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말은 안 듣겠지만, 말리기는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바람과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황금후계인 은하유성 아이언과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전투의 싸움을 예상할 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예상대로 회색책탑에 들어간 상태였다.
현자답게 커다란 도서관으로 보이는 최상층에서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회색 데이터 나이트에게 넙죽 엎드려 절하면서 말한다.
“현자의 정점이신 위대한 회색님을 미천한 말학이 뵙습니다.”
“어서 오라.
모든 존재 중에서 가장 음흉하면서 성질이 더럽고 쪼잔한 회색이다.”
“하하. 취해서 한 소리를 들으셨군요.”
자신이 술 먹으면서 흑염책탑에서 했던 회색의 헌담을 모두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다시 식은땀이 흘렀지만, 평온한 기색을 유지했다.
‘침착하자.
용무가 있었으니 다짜고짜 죽이려 달려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게는 거래할 자료가 아주 많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어.’
너무나 자연스러운 자세로 엎드려 절하고 있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본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면서 말한다.
“다른 현자가 잘 모르고 나를 욕했다면 원래는 무조건 입을 찢어놓는다.
하지만, 너는 사실과 경험에 근거해서 정확하게 말했으니 넘어가겠다.
원형과 현자의 승부까지 경험했다면 근거 없는 평가는 아니다.
원형은 그런 소리를 들어도 싸지.”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회색 데이터 나이트가 원형인 회색의 절대자와는 다르게 말이 통할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안색이 밝아지면서 더욱 깊숙이 절한다.
그런 모습을 본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긴 한숨을 쉬었다.
“휴우! 내 원형만큼은 끝까지 안 죽는다고 흑염이 말하니 언제 내가 나설 기회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니 말썽의 싹을 없앤다고 죽일 생각이나 제약을 걸 생각은 없으니 일어서라.”
고개만 살짝 든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노려본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후우우우-! 너는 확실히 위험하기는 하지만, 원형이 알아서 하겠지.
예비인 데이터 나이트가 고민할 일은 아니다.”
아직도 눈치를 보고서 미적거리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채근한다.
“나는 아직 데이터 나이트에 불과하니 과한 예의는 필요 없다.
그보다 다른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에게 얻은 자료와 신기를 전부 내놔봐라.
물론 흑염정석도 다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서 황금후계를 이길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처음의 약속과는 달랐다.
완전히 강탈하는 분위기였지만, 자신도 이계의 현자들에게 자료강탈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바로 책상 위로 늘어놓았다.
“여기 있습니다.”
검게 불타오르는 흑염정석이 책상에 올려진다.
“호! 진품이로군.”
흑염정석을 보자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한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늘어놓기 시작한 신기들을 보자 얼굴이 팍 굳어진다.
탁탁!
검편의 초진동 검기는 톱날이 달린 검은 검으로 유형화하고, 소마의 웃는 가면이 반투명한 무표정한 가면으로 변해있었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을 형상화한 전신갑옷과 검의 형태로 나타난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을 본 표정은 확실히 일그러진다.
“….”
거기에 방금 날아와서 챙긴 파호톤도 쌍날 도끼에서 외날 도끼로 변화시킨 상태였다.
네 명의 십중심에게 받은 모든 신기와 수단이 책상에 올려지자 차가운 목소리로 묻는다.
“이것들은 뭐냐?
정말 다른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이 준 것들이 맞냐?”
처음에 받은 신기들은 누가 절대신기가 아니라고 할까 봐서 사용제한이 엄청났다.
그래서, 나름대로 전력으로 개조한 회심의 역작인데 쓰레기를 보는 표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열…열화(劣化)이기는 하지만,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물…켁!”
퍼어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이마에 흑염정석의 모서리가 박힌다.
“에라-! 이 망할 놈!
저 자식들에게서 자료 하나 얻으라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
절대신기들을 받았기에 자격이 부족하지만 회색책탑으로 불렀더니 전부 다 망쳐놓았어!
잘 모르면 시키는 대로만 하란 말이다!”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는 듯이 변형된 신기들을 흩어보면서 유일하게 원본인 흑염정석을 들고서 모서리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이마를 꾹꾹 누르면서 묻는다.
“모처럼 얻은 절대신기의 수준을 떨어뜨리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냐?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몰라?”
“으가가가가가가가가-! 책 따위가 왜 이렇게 아픕니까?”
“그 돌연변이가 직접 쓴 진본이니까 그렇지!
그러니 당장 다시 원래대로 돌려놔라!”
“커피에 설탕을 이미 섞었는데 어떻게 되돌립니까?”
“아주 말 잘했다.
망가진 이따위 신기들로 어떻게 황금후계를 이겨?
너 정말 황금후계를 이길 생각은 있느냐?
피하기도 싫다니 살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지?”
일대 흑염의 절대자가 직접 저술한 흑염정석의 모서리가 이상하게 무진장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급하게 변명을 했다.
“엑! 윽! 이것저것 시도해서 잘만 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잠시 멍해졌다가 흑염정석을 크게 하늘로 올려 내려치면서 외쳤다.
“잘하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어설픈 각오와 허무한 계획으로 황금권능에 도전한다고?
그게 현자가 할 말이냐?
창조적인 자살희망자지.
그것이 아니면 완전히 미쳤구나!”
“!!!”
퍼어억! 철퍼덕!
이마를 흑염정석으로 정통으로 맞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무…무슨 위력이!’
이제 십중심의 일반공격도 버틸 수 있는 그로서는 실로 이례적으로 일격에 의식을 잃어버린다.
툭툭!
발로 몇 번 건드려서 완전히 정신을 잃었음을 파악한 회색 데이터 나이트가 흑염정석을 펼쳐보면서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 창조신은 뭐지?
약간의 가능성에 목숨을 걸고서 불가능에 도전하다니?
도저히 고위현자답지 않게 무모하기 짝이 없다.그보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부족한 재능이나 막 나가는 성향으로 보아서는 아무리 보아도 수백 번은 죽거나 소멸해야 했는데 이 정도 수준이 될 때까지 살아있다니 놀라울 정도였다.
“대충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겠다.
최후까지 살아남는다면 십중심에게도 도전할 것 같으니까 원형들에게 추방당했다는 사실도 말이야.”
예측할 수 없는 무모한 도전자가 무척 잘 도망치고, 끈질기다면 그만큼 귀찮은 일도 없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열화시킨 절대신기들을 본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혀를 차면서 책을 펼쳤다.
“쯧! 전부 원상태로 되돌리려면 골치가 아프겠군.
일단 흑염정석부터 확인하자.”
파파파파파파-!
누구보다 빠르게 흑염정석을 읽은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이제 변형된 절대신기들을 쥐어서 조율을 시작한다.
“사용하기 벅찬 힘이나 권능을 나름대로 소화해서 편리한 도구로써 사용한다.
이제까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어디까지나 하위에서만 통한다.
상위에서 통하는 것은 오직 진짜와 진품뿐이다.
잔재주는 의미가 없지.”
타타타타타탁!
제로 원이 발동되면서 신력과 마력이 영과 일이 반복되며 가상의 웃는 가면이 만들어지고 반투명했던 무표정의 가면에 겹쳐진다.
우우우우웅-!
가면은 다시 투명하면서 표정이 변화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는 표정이었다.
소마가 내놓았던 초기의 우는 가면으로 되돌리려던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황당한 변화에 기가 막혔다.
“황금의 절대자조차 가상으로 만들 수 있는 나의 제로 원으로도 원상복귀가 안 된다고?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상대의 써클이나 존재감이 상위에 있다면 발생할 수 있지만, 고작 창조신이 변형시킨 절대신기를 원상태로 바꿀 수 없다니 황당한 현상이었다.
“내 제로 원이 변형된 신기의 현실을 삼키면서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
이 녀석의 이상한 차원권능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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