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905화 (1,815/2,000)

34권 35권

뭔가 굉장히 중요한 말을 하찮게 말한 흑염 데이터 나이트였다.

그가 던져준 술통을 기울여 마시면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민에 빠졌다.

‘분명히 내가 이길 방법이 있기는 하군.

그런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어떻게 내가 은하유성 아이언을 이겼는지 과정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시켜야 하겠군.’

그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 미끼도 가지고 있었기에 비어버린 술통을 내려놓으면서 말한다.

“흑염의 절대자가 자신의 흑염권능에 대해서 저술한 흑염정석이 제게 있습니다.

관심이 없으십니까?

제가 황금후계와 싸워서 승리한 과정과 하위 오의의 조합으로 상위 오의를 쓰러트리는 비기와 교환하시지요.”

“!?”

“!!”

갑자기 나온 제안에 흑염 데이터 나이트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완결의 마수의 통제가 힘겨울 정도로 불완전한 재현율을 가진 그에게 가장 절실한 자료라는 판단을 절대직감이 내려주었지만, 곧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내 원형이 만들었다면 애들 낙서겠지.

내가 봐도 뭔 소리를 했는지 몰라볼 거다.

그걸 가지고 뭘 어떻게 하겠다고?”

“그럴까요?”

과정을 모르면서 결론만 내리는 절대직감에 대한 불신은 본인도 가지고 있었다.

흑염권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자신의 원형의 지식수준이 야만인 수준에 머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흑염 데이터 나이트였기에 절대직감의 판단을 무시한다.

탁-!

술상 위에 올려진 검은 불길이 일렁이는 흑염정석을 보는 순간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

‘으음! 정상적인 흑염정석이다.

존재감이 굉장하고 두께가 상당히 두툼한 것이 도저히 애들 낙서로 치부할 자료가 아니다.’

펼쳐보지 않아도 자신의 판단보다 절대직감이 맞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음을 파악하고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묻는다.

“흑염정석이 맞는 것 같기는 넌 어떻게 살아있냐?

십중심에 관련된 물건을 유통하는 일이 가능한데 원형들이 용케도 내버려 두었구나.”

“서로가 만족하는 거래를 통해서입니다.

저와 거래하신 모든 십중심 사장님들은 만족하셨으니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천연덕스럽게 십중심과 거래를 운운하는 모습에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고개를 흔들다가 책상 위에 놓인 흑염정석을 들어 올리면서 말한다.

“나보고 설마 공부하라는 말은 아니겠지?”

“당연한 것이 아닙니까?

제가 가르쳐드리겠습니다.”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흑염정석을 들어 올렸지만, 펼치거나 파악하는 그 이상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거래가 파탄이 나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의 차원권능은 평범하지 않아.

내가 보려는 순간 흑염정석은 다른 세계로 사라진다.’

어떤 방식을 동원해도 흑염정석이 사라지고, 도주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비록 데이터 나이트지만, 십중심과 같은 자리에 앉아서 이런 껄끄러운 거래를 추진할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쯧-! 확인부터 하자.

일단 바람이 확인해 봐라.”

“알겠습니다.”

흥미롭지만, 남의 일인 것처럼 지켜보고 있던 바람 데이터 나이트에게 흑염정석을 넘긴다.

‘일단 반응을 보자.’

원형인 흑염의 절대자가 직접 적은 흑염정석이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존재는 없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단련시켜준 은혜가 있으니 가만히 있었다.

좌르르르르르-! 탁-!

바람 데이터 나이트가 흑염정석을 순식간에 읽고서 다시 흑염 데이터 나이트에게 넘겨주면서 말한다.

“분명히 흑염의 절대자가 저술한 진본입니다.

제가 보기에 본인이 아니라면 이렇게 쓸 수 없습니다.

어떻게 광전사가 이렇게 현자다운 설명과 분석을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많은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끄으으응!”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사정을 이야기한다.

“공부하면 난 약해진다.

알고 있냐?”

“현자의 공부를 끝내신 다음에 바로 기억을 지우시는 모습을 보고서 짐작은 했습니다.

제가 가장 빠르게 현자의 수준을 높여드릴 것이니 이번에도 그렇게 해주십시오.”

“뭐?”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가 현자의 공부를 가르친 것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무시무시한 재능으로 순식간에 자신을 능가하는 현자의 수준에 도달했지만, 흑염정석을 만들자마자 바로 기억을 지워버렸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현자의 정점인 회색보다 투사의 정점인 흑염이 훨씬 강하다는 뜻이겠지.’

전투력부터 시작해서 서열까지 워낙 차이가 나니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그러나, 서열은 곧 바뀐다.

순수한 전투력이 전부가 아니다.’

차원창세신으로서 진리를 위한 공적을 더욱 쌓고, 유용해질수록 파괴 밖에 못 하는 다른 십중심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공부를 알려주겠다는 말에 잠시 말을 잃은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은근한 어조로 제안한다.

“지워버릴 쓸데없는 공부를 할 필요가 없지.

넌 꼭 싸울 필요가 없다.

둘 중 누가 사라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결투를 하지 말고 더 편한 지름길이 있다.

그걸 알려줄 것이니 그걸로 거래하자.”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마지막 장면은 어마어마한 시공의 구멍 속에서 황금후계로 보이는 소년신에게 심장과 머리가 동시에 부서져서 소멸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되어서 가까스로 돌파해서 시공의 구멍 위로 치솟는데 그걸 멍하니 지켜보는 황금후계 소년신의 모습 두 가지였다.

‘그 이후는 뭔가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두 명에 의해서 보지 못했지만, 좋은 끝은 아니었다.

무척 불길했으니 아마도 죽었겠지.

그래도, 일단 황금후계에게 죽지는 않는다.

황금의 절대자가 어떻게 황금후계를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대단한 완성도라서 이 녀석이 이길 방법은 거의 없어.’

결국은 죽겠지만, 일단은 눈앞의 위기를 피할 방법이었으니 거짓은 아니었다.

그런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넘어가지 않았다.

“피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제 미래가 보통 미친 녀석이 아니라서요.

자신을 강화할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어서 피한다면 다시 처넣고도 남을 겁니다.”

“응?”

그 소리를 듣자마자 실제로 다시 시공의 구멍에 떨어지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보였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신체의 절반이 사라진 상태였다.

“어허! 뭐 이런!

이게 네 미래가 한 짓이라고?

무슨 관계가 원수보다 더하냐?”

“….”

조금 전 파호톤에 당한 것처럼 머리끝부터 사타구니까지 두 동강이 나서 반쪽만 떨어지는 모습을 본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놀란다.

그 모습을 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욕설을 퍼부었다.

‘젠장! 이 쳐죽일 미친 미래 자식아!

역시 넘어가지 않았구나.’

자신의 미래는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되자마자 반항적인 회색 영역의 지배층들을 싹 쓸어버리고, 대신족을 전부 끌어들여서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충분히 대화로 지배층을 감화할 수 있음에도 훨씬 편하다는 이유로 회색영역을 전쟁터로 만들어버린 존재가 자신의 과거라고 봐줄 리가 없지.’

무엇보다 바람가 마도신의 오리진의 현실부정으로 존재하던 일시적인 존재였는데 이제 스스로 존재하면서 변화해 버렸다.

‘이대 흑염에게 복수하면 바로 자살할 생각이라고 하더니 이제 나 괴롭히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아.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전능의 휘에게 패배해 소멸한 자신보다는 낫다 이거냐?

그런 기준이라면 황금후계가 된 은하유성 아이언이 제일 낫다.

그 꼬마 자식부터 박살을 내야 하는데 왜 나부터야?

황금후계는 황금의 절대자를 제외하고는 이상적인 삶이라서 잃기 아깝다 이거냐?

겨우 신황이 된 나는 언제든지 버려도 괜찮고 말이야.’

생각만 해도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그러나, 꾹 누르고 술잔 배를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말한다.

탁-!

“깔끔하게 거래하시죠.

흑염정석과 황금후계를 제가 이기는 방법과 상위 오의를 하위 오의로 조합해서 이기는 방법이 교환입니다.”

“이거 가져가라.”

아깝다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흑염정석을 다시 던져주면서 말뚝을 박아버렸다.

“나와 바람은 가능해도 넌 못해.

황금의 불변(不變)의 방어막까지는 어떻게 돌파할 수 있어도 기본능력이 너무 허약해서 결정타를 넣을 수가 없다.”

“그렇기는 합니다.

오의의 연속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더군요.

신체도 투기도 많이 부족합니다.”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동의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말한다.

“기본부터 다시 단련하거라.

최소한 에반젤리의 일격에 신체가 관통이 되지 않을 정도가 아니면 이길 방법이 없다.”

“….”

완전히 퇴짜를 맞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잠시 후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한다.

“회색 데이터 나이트라면 제게 답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저를 싫어하겠지만, 흑염정석이라면 거래가 되겠지요.”

“!?”

그 말을 들은 흑염 데이터 나이트의 표정이 무시무시한 악귀의 표정이 되었다.

흑염정석을 바람 데이터 나이트가 이미 보았으니 잘만 꼬시면 알 수 있어서 거절했는데 이러면 사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회색 데이터 나이트에게 흑염정석이 들어가서 분석되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자신과 비슷한 흑염 데이터 나이트 수억 명이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현자와 광전사는 결코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면서 노려본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내가 회색을 두려워할 것 같냐?”

수억 명의 흑염일족이라고 해도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설사 흑염권능이 완전히 분석 당한다고 할지라도 자신과 같은 절대적인 신체능력이 없으면 결코 도달할 수 없음을 알기에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이미 회색을 꺼려하는 약점이 드러났음을 파악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다시 거래하시죠.

흑염정석을 회색 데이터 나이트에게 넘기지 않겠습니다.

그 조건으로 과정과 비기를 알려주십시오.”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 유일한 원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런 귀찮은 공부를 하고 지워야 하지?”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정보행성 코아 외부의 일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흑염정석을 본 것만으로 복제했다는 사실까지 단숨에 파악하는 모습에 놀란다.

‘역시 흑염의 절대직감!

보자마자 가장 이익을 보는 부분을 놓치지 않는군.

현자의 천적이라 할 만하다.’

흑염의 절대직감이 십중심을 상대로도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로 강대한 절대권능이라는 사실을 실감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사실을 설명한다.

“말씀대로 사본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형이 가지고 있지요.

누가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의 손에서 흑염정석을 빼돌릴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런 사태가 벌어질 것 같으면 분명히 먼저 파괴하실 테니 이게 유일한 원본입니다.”

“으윽!”

바로 흑염군단에게 넘겨주었지만, 절대직감이 확실히 방호할 것이니 탈취는 불가능한 일이 맞았다.

회색 데이터 나이트에게 흑염정석을 넘기겠다는 협박의 결과를 절대직감으로 몇 번이나 확인한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쉬운 길을 택했다.

화르르르르르르-!

흑염의 투기가 불타오르고, 파호톤이 드러난다.

완결의 마수로 부분 변화한 오른팔이 손잡이를 꽉 움켜잡고서 말한다.

“여기서 죽기 싫으면 회색 데이터 나이트에게 안 넘기겠다고 네가 모시는 존재에게 맹세해라.

좋은 대접을 받았으니 그걸로 봐주마.”

절대직감으로 무조건 명중하는 파호톤의 공격의 위력을 다시 떠올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등에서 식은땀이 다시 흘렀다.

‘제길! 말이 안 통하면 바로 폭력이냐?

정말 쉽게 사는군.’

주르르르르-!

위기감이 올라왔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서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훗-! 설마 제게 똑같은 공격이 두 번 통한다고 생각하시면 참 섭섭합니다.”

“핫-! 그렇게 말하던 놈들이 항상 엉망진창이 되더라.

아무리 알고 있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기본적인 신체 능력의 차이는 누구도 어쩔 수가 없어.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서는 어떤 잔머리를 굴리고, 수작을 부려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동의는 하지 못하지만,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기본이 가장 중요하지요.”

아무리 보아도 이번에는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더욱 다급해진다.

‘여기서 돌아서는가?

싸우는 상대보다 옆에서 응원하는 관중이 더 밉다더니 딱 그 꼴이네.’

일대 바람의 절대자도 듬직한 아군이었다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배신했다는 점을 기억한 그는 긴장한다.

‘이번에는 완결의 마수만이 아니라 흑염의 신령이 전력으로 돕는 공격이다!

이건 맞으면 끝장이다.’

구르르르르릉!

파호톤이 흑염의 투기와 살기를 받아서 더욱 커지면서 예기를 더한다.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파호톤에 최대한의 투기를 불어넣으면서 외친다.

“기본적인 신체능력과 투기의 엄청난 차이!

이것이 네가 황금후계를 이길 수 없으며 내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이유다.

맹세만 하면 곱게 보내주마.”

옆에서 술을 마시는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한마디를 추가했다.

“받아들여라.

그리고, 황금후계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바람 데이터 나이트도 절대직감을 가진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이렇게 나올 정도면 가망이 아예 없다는 소리였기에 포기를 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뇌를 시작했다.

‘정말 가망 없나?

피해야만 하는가?’

그렇게 결정을 내려가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근엄한 음성이 울린다.

“감정적이면서 강함만이 전부인 강자들과의 협상은 그만 포기하거라.

강자는 약자와 대화나 거래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게로 와라.

내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서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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