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자신의 미래가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되지만, 후계자가 아닌 독립된 존재가 되었으니 맞는 소리였다.
여기에 회색의 절대자가 임무 완수 직전에 십중심책탑을 현자의 승부 중에 훔쳤다고 외계로 추방하는 데 일조했으니 악감정이 넘쳤다.
‘불리한 정보는 싹 빼고, 유리한 진실만 말한다는 사실을 일부러 알려줄 필요까지는 없지.’
그런 반응에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다시 묻는다.
“너 회색계열 같은데 회색의 절대자를 욕하고서 후환이 안 두려우냐?”
각 계열의 정점인 십중심에게 같은 계열의 존재는 아무런 힘도 못 쓴다.
절대계의 정보를 대부분 수집한 정보행성 이데아를 가진 현자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를 이길 현자는 존재할 수 없었다.
‘상대의 본질을 파헤쳐서 폭로하면 이기는 현자의 승부는 결국 정보와 자료 싸움이다.
현자의 승부에서 이겼다는 사실부터 의심했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모르는 미래의 세계에서 왔으며 정보행성 이데아의 탐색에 견딜만한 정보행성 코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서로 신령을 개방해서 문답으로 서로의 본질을 파헤치는 현자의 승부는 이길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알 수가 없기에 나온 오답이었다.
‘나의 직감은 내가 아는 수준에서만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역시 다른 세계에서 온 미지의 존재는 상대하기 껄끄럽군.’
갑자기 완결의 마수가 튀어나와서 공격한 것으로 보아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는 아니었다.
꿀꺽! 우지직!
고민은 흑염권능을 약화를 시키니 그만둔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술잔 배의 술을 들이키고, 안주를 씹으면서 말한다.
“우물! 우물! 회색의 부하가 아니라면 좋다.
그런데 현자라면 입을 조심해라.
회색의 절대자의 귀에 들어가면 입이 찢기는 수가 있다.”
회색의 절대자의 끈질긴 성향을 잘 아는 흑염 데이터 나이트의 충고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도 술을 쭉 비우고서 말한다.
“이미 십중심책탑 때문에 회색의 절대자하고 갈 데까지 갔는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현자의 승부 중에 획득한 상대의 자료는 본래 소유권이나 지적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돌려달라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본 존재는 전부 지우겠다는 치졸한 그 작자 때문에 정기가 없는 세계로 추방당했습니다.”
“….”
“….”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십중심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양성하는 목표로 만들어진 십중심책탑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기는 했다.
그런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정기 없는 세계에서 버티다 십중심책탑과 함께 말라 죽으라 이거죠.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창조주 육성까지 하고 있습니다.
절대계로 돌아가는 길을 십중심들이 막아놓았고, 언제 기회가 생길지 모르니 어쩔 방법이 없군요.”
“고생한다.
그런데 창조주 육성이라고?”
“그런 걸 어떻게 하고 있느냐?”
하위 정신체가 상위의 존재인 창조주를 육성하다니 십중심에게도 황당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극히 쉽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정기가 고갈되어 미친 파괴신이 된 초월자들과 허신만 넘쳐나는 세상이니 가능합니다.
주인 없는 황무지에 깃발만 꽂으면 되는데 뭐가 어렵겠습니까?
새로운 창조주님은 환경만 조성해드리면 반드시 되실 분이니 쉽지요.”
대화하다 보니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굉장히 상식이 어긋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기가 없는 세계면 아마 외계이겠군.’
‘거기서 창조주를 만들어서 정기를 되살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인데 가능한 일입니까?’
‘십중심도 단독으로는 불가능해.
무엇보다 우리의 원형은 존재감이 너무 커서 절대계를 벗어날 수 없다.’
‘넘어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대수(大手)를 필수로 하여 적어도 두 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혼자서 가능하다니?
차원권능의 힘인가?
그렇다고 해도 너무 엄청나잖아?’
거짓말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런데 창조신 혼자서 창조주 육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흑염과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적으로 돌아서면 진짜 골치 아프겠다.
그리고, 혼자서 무엇이든 가능하니 남의 밑에 있을 존재도 아니야.
회색의 절대자가 외계로 추방한 이유가 있군.’
‘그도 설마 자급자족을 위해서 창조주를 육성하며, 외계를 부흥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외계의 부흥이나 새로운 창조주의 탄생은 십중심의 의도가 아닙니다.’
‘그럼 회색이나 십중심의 부하는 확실히 아니야.’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자신들에게 방해되거나 반대하는 존재들을 살려둘 리가 없었다.
흑염과 바람 데이터 나이트가 이런 의지를 나누고 있는 것을 모르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식식거리면서 분노하고 있었다.
“아 진짜! 생각할수록 열 받네!
회색의 절대자는 진짜 쪼잔합니다.
현자의 정점이면서 쓸만한 절대신기나 권능은 만들어서 공개조차 안 하죠.
자기만 꼭꼭 숨겨서 쓰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현자의 서열이 바닥입니다!
맨 밑바닥!
아! 아무리 생각해도 짜증만 나네!”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술잔을 들이키면서 회색의 절대자를 욕하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떻게 살아있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위협적이고 문제가 많았다.
회색의 절대자에게 자신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것만 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회색의 절대자가 가장 아끼던 십중심책탑을 통째로 훔쳤으면서 살아남기를 바라나?’
‘정보행성 이데아의 가장 중요한 기밀 자료였죠.’
가장 큰 문제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십중심 책탑을 복사하는 순간 모든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가 절호의 탈출기회로 알고서 여기로 옮겨왔다는 점이었다.
‘정보행성 이데아에도 십중심 책탑이 남아있기는 있다.
그렇지만 최상층이 비어있어서 빈껍데기다.’
‘저희가 없으니 빈집이지요.
십중심급 정도의 존재에게는 승급 효과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회색의 절대자라면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라도 다시 만들 수 있겠지만, 들어갔던 노력과 정기를 생각하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새로 만들어도 저희 정도를 기르려면 수십억 년의 세월이 필요합니다.’
‘십중심 경연식이 다시 벌어질 리는 없으니 구현율도 우리보다 떨어지겠지.’
십중심 경연식은 모든 십중심이 절대계 창조주 앞에서 모여서 자신의 힘을 증명하여 정신체의 한계를 넘는 특권을 인정받았던 사건이었다.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가 경연식이 끝난 직후에 그 자리에 남은 십중심의 힘의 파편을 수집하여 구현한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십중심 경연식이 없는 한 절대로 우리 이상의 재현율을 가진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가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를 잃었는데 당장 찢어 죽이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다.’
‘추방으로 끝내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입니다.’
실제로는 회색의 절대자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어떻게든 처단하고 십중심책탑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일격으로 죽이지 못할 정도로 강하면서 약간만 불리하면 차원권능으로 도주하는 데다가 자료가 손상될 수 있으니 외계 추방으로 마무리를 지은 상태였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도 자신이 왜 외계로 추방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정기가 없는 외계에서 내가 말라비틀어져서 허신이 되면 적당한 대리자를 보내서 통째로 회수할 생각이겠지.
내가 순순히 당해줄 것 같으냐?
보란 듯이 출세해서 돌아가 주마’
그런 사실을 모르면서 대화를 나누던 둘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흑염의 데이터 나이트는 본론이 나오자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황금후계의 불변(不變)을 깨는 방법이라?
하위권능의 조합으로 상위권능을 깨는 비기?
그런 편리한 게 있겠냐?
너무 세상을 좋게 보는 것 아니야?”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아래위로 흩어보고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흑염의 절대직감이 단숨에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하고, 바로 결론만 알려주었다.
“후후후! 있어도 저 녀석 혼자서는 안돼.
싸우면 반드시 박살이 난다니 최대한 도망쳐라.
그게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란다.”
“….”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와 은하유성 아이언은 서로 너무나 달라졌기에 하나로 합쳐져야만 했다.
그래서,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결전이 다가오고 있는데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가볍게 웃으면서 사망확정을 날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이 번뜩였다.
“있기는 하지만, 혼자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까?
그럼 여럿은 가능하다는 말씀입니까?
어떤 방법입니까?”
혼자서 여럿이 된다는 일은 다른 존재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지만, 차원권능과 창조력, 마력을 가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는 불가능이 아니었다.
그 말에 바람 데이터 나이트도 흥미가 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흑염 데이터 나이트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알려주시지요.”
“흠!”
벌컥! 벌컥! 탕-!
작은 술잔 배는 감질이 나는지 술통을 들고서 들이킨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빈 통을 내려놓으면서 말한다.
“감이다.
그런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
완벽하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지만,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는 절대직감의 문제였다.
흑염 데이터 나이트에게는 남의 일이지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는 존재가 걸린 일인데 이렇게 당해보니 속에서 울컥거리는 감정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말한다.
“최소한 남을 이해시킬 정도는 공부하시죠.
누구보다 잘하실 수 있으면서 왜 하지 않으십니까?”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현자로서 재능이 회색의 절대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것을 흑염정석을 만들면서 파악한 지 오래였다.
‘모든 십중심이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존재가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다.
그런데 왜 이런 광전사의 길을 선택했지?
이대 흑염처럼 강제로도 아닌데 말이야.’
황금의 절대자와 비견되는 뛰어난 재능들을 싹 무시하고, 이렇게 야만적인 광전사로 막사는지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
그런데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오히려 딱하다는 표정으로 안주로 놓인 커다란 뒷다리를 크게 씹어 삼키면서 말한다.
“멍청한 녀석! 넌 남을 설득하는 것이 편하냐?
아니면 힘으로 굴복시키기가 쉬우냐?”
당연히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었다.
그렇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흑염 데이터 나이트는 웃으면서 술통을 던져주었다.
“훗! 원래 똑똑한 놈에게 더 똑똑한 놈이 적으로 달려드는 법이다.
그런 놈들을 상대하면 수많은 변수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니 참으로 머리 아픈 일이야.
거기에 너처럼 이것저것 다 잘하면 누구나 경계하거나 어떻게든 이용하려 들어서 피곤해.
나처럼 힘만 세고 직감이 좋으면 아무도 경계 안 하거나 이용을 포기하지.
이게 얼마나 편한 줄 아냐?”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가장 불확실한 재현도를 가진 것은 회색의 절대자가 대화를 포기한 탓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어떤 설득도 안 통하면서 절대직감으로 모든 함정을 피하거나 절대적인 파괴력으로 파괴하니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흑염의 절대자가 목적에 부합하는 지극히 뛰어난 소재이나 상종하지 못할 존재로 최종적으로 판단한 회색의 절대자는 차선책을 택한다.
‘망할 흑염의 절대자 대신에 바람의 절대자와 협조한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맞장구를 쳐주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덕분에 저의 원형이 고생을 많이 했지요.”
“카하! 그 망할 회색이 준비한 시련이 큰 만큼 바람도 얻는 것이 많았잖아?
너도 우리보다 자유롭잖아?
그렇지만 어차피 전부 뒈질 것인데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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