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900화 (1,810/2,000)

34권 35권

거대한 모루에는 사람이 들어갈 만한 흠이 나와 있었고, 망치의 끝은 평평하지 않았다.

망치의 끝에 모루에 있는 사람 모양의 흠과 똑같은 굴곡이 있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께서 하사하시는 수련용 망치와 모루다.

진행 상황을 보고했더니 내려주셨다.

과거에 쓰시던 수련용 신기의 축소판이라고 하는데 할 마음이 생겼다면 특별히 제공하라고 하시는구나.

감사히 받도록 해라.”

저 무섭게 강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수련용 신기라는 말에 도전자들의 사이에서 기쁨보다 지독하게 차가운 바람이 스쳐 가는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사아아아아-!

망치와 모루에 파여 있는 인간의 모습에서 대충 어떻게 사용하는지 파악한 탓이다.

작은 화면에 나타난 초사자왕 울트라 가이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표정을 하면서 설명을 하려 한다.

“사용법이 참….

아! 사용방법을 영상으로 방금 보내주셨으니 잘 봐라.”

사아아아아아-!

진짜 사용방법을 영상으로 설명하는지 허공에 나타난 커다란 화면에 거대 모루에 인영이 눕는 장면이 보인다.

그리고, 거대 망치를 양손으로 쥔 다른 인영이 그대로 모루를 내려쳤다.

“!!!”

“!!!”

보고 있던 모두가 경악할만한 광경이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어-!

모루와 망치가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되면서 굉음이 울린다.

그 사이에 있는 인영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울컥! 푸슈슈슉-!

영상에 피와 뭉개진 살과 뼈가 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신기 없이 맨손으로 싸우는 권신의 특성상 가혹한 신체단련으로 유명한 북두와 남두의 장성(將星)들도 할 말이 없는 단련법이었다.

‘이…이런 걸 주신들 수련에 쓰라고 준단 말인가?’

신체가 아무리 강해도 강철은 아니지.’

‘통과할 수 있는 투신이 과연 있을까?’

제천왕 손오공이 망치를 살짝 들어보니 여의봉 이상의 질량 병기였다.

‘이 망치에 거의 행성의 무게와 부피가 압축되어있다.

모루도 거의 비슷한 질량 병기인 모양이니 주신이라도 저렇게 맞으면 반드시 분쇄된다.’

천군의 집중공격에 견디고, 오행산에 눌려도 오백 년을 버티던 그도 여기에 강타당하면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제천왕 손오공이 망치와 모루의 지독한 무게와 단단함에 놀라고 있는데 정기구슬이 가득 담긴 함이 다시 전달된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격려가 담긴 하사품이다.

강화와 재생의 권능이 추가된 정기구슬이니 망치와 모루를 사용할 도전자들만 먹으라고 하신다.

참고로 정기구슬 하나에 정기 일억이다.”

빛나는 정기구슬은 먹으면 바로 흡수되어서 신체와 신령을 강화할 정도로 순도가 높았다.

‘이 작은 것이 정기 일억이라니?’

‘굉장한 순도의 정기구슬이다!’

‘이…이걸 먹으면 본신신력이 얼마나 오를까?’

신력의 보충만이 아니라 지금 신체의 그릇을 키울 수 있을 정도의 보물이었다.

그래서 모든 도전자가 당장 손을 뻗어서 가지려고 하는데 경고하는 음성이 들려온다.

“먹으면 강제 참가다.

거기에 신체의 방어력과 내구력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 강화 일 강이 끝나기 전까지는 모루에서 절대로 내려오지 못한다.

모루는 성공확률이 있는 도전자를 빨아들이고, 망치는 몇 번이고 죽어도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될 것이다.

잘 생각하고 지금의 두 배로 신체 내구도를 올릴 자신이 있다면 먹어라.”

“!!!”

굉장한 은혜인데 자신들을 반드시 모루에 올려서 망치로 단련시키겠다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집요한 의지를 느끼고서 전율했다.

‘가호와 시련이 하나인가?

시련을 견딜 능력이 없다면 가호도 없다는 뜻이군.’

‘실로 관대하시면서 가혹하시군.’

도전자들이 하나둘 전신갑옷을 벗고서 초중력 수련복을 입기 시작한다.

구구구구-!

어지간한 고위신은 들지도 못할 중량의 수련복인데 각 명문신족이 자신 있게 내놓은 최고 수준의 투신들답게 거침이 없었다.

드드드드드-!

신체에 초중력 수련복의 막대한 무게가 추가되자 각자의 발이 중앙신계의 바닥을 파고들 정도였다.

그리고, 제천왕 손오공을 시작으로 하여 정기구슬을 모두 삼킨다.

세 번의 수치스러운 패배로 독기가 오른 도전자들에게 강함에 대한 열망은 두려움을 뛰어넘었다.

후우우우우우-! 위이이이이잉-!

정기구슬을 흡수하기 시작한 도전자들의 신력이 급속도로 오르면서 신체 역시 강대해진다.

준비되었음을 깨달은 북두신군 라오와 남두신군 사우는 전투준비를 한다.

단숨에 투기와 신력을 끌어올리는 비전이었지만, 아낄 수가 없었다.

영창과 같은 외침이 터져 나온다.

“투신에게 있어서 최고의 수련장소는 전장이다!”

“끝까지 싸워서 살아남는다면 급속도로 강해질 수 있다!”

평범한 재능의 투신들은 전투로 강해지기 전에 적에게 죽지만, 재능이 뛰어난 투신이라면 끝까지 살아남아서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도전자들은 이미 세 번이나 죽음을 경험하여 어느 정도 애송이의 기질을 벗어나서 동의하고, 감화된다.

사아아아아아아-!

우우우우웅우우-!

서로를 마주 본 북두신군 사우와 남두신군 라오는 필살의 오의를 방출할 자세를 취한다.

“모든 것을 죽여버리는 살기와 최후까지 싸우는 투기야말로 투신의 근원!

어떤 강적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고 반드시 죽인다.”

“신족의 투신이라면 창조력과 신력으로 자신의 신체를 재생하면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처를 입더라도 재생하고 싸워서 최후까지 살아남는다.”

방금 먹은 정기구슬로 인하여 넘치는 신력이 더욱 커다란 투신의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과과과과과과과-!

북두의 죽음과 남두의 생명이라는 정반대의 속성으로 영원의 시간을 대립하던 원형들의 운명을 내려받은 두 명의 권신이 서로 충돌한다.

“패배자의 죽음과 생명은 승자의 것이 되리라!”

“둘 중 하나만이 존재한다!”

방어는 없다.

오로지 상대방의 급소를 최대 위력의 오의가 파괴하면서 치명상을 주고받았다.

꽈아아아앙! 두두두두두둑!

권신들의 신체가 파괴되면서 피가 뿌려진다.

그러자 하늘의 북두와 남두의 투신의 환영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앞뒤로 얼굴이 달려있고 네 개의 손이 달린 투신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그 밑에는 목숨이 경각에 달렸으나 더한 투기를 뿌리는 두 명의 투신의 격전이 벌어진다.

“천원회귀(天元回歸)!

승리자가 궁극의 하나로 돌아가리라!”

북두와 남두의 수련오의는 하나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무슨 오의인지 파악한 도전자들은 상대를 결정하고 결투를 시작한다.

우우우우우웅-! 구구구구구궁-!

움직이기도 벅찬 초능력 도복을 입고서 격돌하는 그들의 머리 위에서는 서로의 신족을 대표하는 원형(原型)의 투신 환영들이 충돌하면서 서로를 흡수한다.

육도윤회 투기장처럼 패배자는 반드시 소멸하는 위험천만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도전자의 자격을 얻어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의 가호를 받은 그들에게는 이 이상의 수련은 없다.

방어를 생각하지 않는 공격과 재생력에만 기댄 처절한 전투가 이어진다.

쿠와아아아아아! 우우우우우웅-!

열하나의 투신의 환영이 순식간에 다섯이 되고, 다섯은 셋이 된다.

서로의 몸을 돌보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권능을 주고받은 대가로 하나가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에 선 존재는 피투성이가 된 제천왕 손오공이었다.

전신이 찢기고, 파괴되었어도 신족 최고의 재능으로 최후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으으으으으윽! 크으으으윽!”

제천왕 손오공은 전신에서 날뛰는 서로 다른 투기에 괴로워한다.

이미 육도윤회 투기장에서 다른 도전자들의 권능을 흡수했던 그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혼탁함이었다.

‘이형의 투기라서 신령 흡수가 안 된다!

천원회귀(天元回歸)는 육도윤회 투기장보다 권능 수준이 너무 낮아!”

그래도 최후의 승자가 된 손오공이 흡수한 투신의 환영과 투기에 버거워하는 동안 싸우다 죽어버린 도전자들이 하나둘 부활한다.

본래 자신들의 신계가 아닌 중앙신계의 지원으로 부활한 그들의 눈에는 황금빛의 불길이 일렁인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성인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강제진화의 발현이었다.

그런데 기계적인 음성이 울린다.

‘성공확률이 있는 개체를 인식하였습니다.

신체 강화를 시작합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예고한대로 모루가 요란한 굉음을 내면서 제천왕 손오공을 강제로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잠깐! 잠깐! 난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

발버둥을 치면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주신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인력이었다.

강제로 모루의 사람 모양의 틈으로 빨려 들어간 제천왕 손오공의 목과 사지에 금속의 고리가 올라와서 신체를 고정한다.

철컥-! 꽈아아아아아-!

“컥-! 어억!”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가 목이 조여버린 제천왕 손오공이 얌전해지자 약간 느슨해지며 통보가 울린다.

‘아닙니다.

당신은 일만분의 일의 성공확률을 달성하였습니다.

신체강화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 말에 모골이 송연해진 제천왕 손오공이 더 발버둥을 치면서 외친다.

“야-! 일만분의 일이면 거의 다 죽는다는 뜻이잖아!

이게 무슨 수련이야!

사형집행이지!”

천원회귀(天元回歸)로 엉성하게나 투기를 흡수하여 주신으로서는 엄청나게 신체능력이 올라간 제천왕 손오공인데도 모루의 족쇄는 끄덕하지 않았다.

끼이이이이이-!

오히려 사방이 더욱 조여오면서 약간의 틈도 없이 압박해온다.

“이…이거 안 풀어!

너무 하잖아!

컥-!”

분명히 강해졌다는 느낌에 기뻐하기도 잠시였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직접 만든 특수금속을 부술 정도의 힘은 제천왕 손오고에게는 없었다.

‘도전자께서는 강화와 재생 정기구슬을 먹은 순간 신체 포기에 동의하셨습니다.

신체 강화를 시행합니다.’

무정한 모루의 말이 올리고 거대한 투신의 환영이 망치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

오행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중량의 망치가 머리 위로 치솟는 모습을 보자 죽는다는 생각만이 제천왕 손오공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실패해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불사불멸의 가호로 되살아나실 것입니다.’

강대한 흡입력이 망치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러자, 거대한 환영의 투신이 용서 없이 망치를 내려치면서 단두대의 칼날처럼 모루로 내리쳐진다.

‘새로운 창조주 시작님을 수호할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강철의 투신이 되십시오.

그렇지 못하면 죽습니다.’

“!!!”

두 눈을 멀쩡하게 뜨고서 떨어지는 죽음을 감지한 손오공의 눈에서 황금빛이 번뜩인다.

슈하하하하하하하! 꽈드드드드드드-!

망치와 모루가 충돌하는 순간 뼈가 으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 소리를 들어보면 그사이에 껴 있던 제천왕 손오공이 어떻게 되었는지 안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망치와 모루의 접합면에 틈이 있었다.

끼이이이이-! 끼이이이잉-!

망치와 모루 사이에서 발생한 인력이 흔들리는 괴음이 울린다.

그리고, 고통 어린 신음과 함께 이를 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으드드드드득! 내…내가 이 정도로 죽을 것 같으냐?

나…나는 제천왕 손오공이다.

태어나자마자 행성신들이 날뛰던 화과산을 제압했던 황금 원숭이왕이 바로 나란 말이다!”

파아아아아아아-!

꽉 다물어지지 않은 모루와 망치가 더욱 벌어지며 사이에서 빛나는 황금빛은 차원의 권능이며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강제진화였다.

황금권능의 빛이기도 했다.

구구구구구-! 끼이이이!

황금권능을 발동하여 강제로 망치와 모루를 열어젖히고, 기어 나온 제천왕 손오공의 전신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과거 중화신족이 어떻게든 죽이려고 해도 살아남아서 결국 오행산에 가두는 것으로 끝나게 했던 황금권능이 깨어난 것이다.

그러나, 결코 멀쩡하지는 못해서 피를 토하면서 괴로워한다.

“크허어어! 허허어억!”

아무리 황금권능이라고 하지만, 주신의 수준으로는 은하유성을 만드는 망치와 모루의 신체강화를 완벽히 방어할 수는 없던 것이다.

우지지! 지지직!

외형은 유지했지만, 황금권능으로 강화된 뼈가 으스러지고, 근육이 파열된 상태였다.

먹어둔 정기구슬에 담긴 재생과 강화권능으로 급속하게 회복하는 제천왕 손오공의 귀로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온다.

‘일차 강화 성공하셨습니다.

이차 강화에 도전하시려면 정기구슬을 추가로 복용하시고 수련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성공확률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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