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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경하게 원형들을 복사해서 은하계를 찍어낸 창조신들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성공적인 원형들만 모인 은하계조차 얼마나 많은 수가 실패해서 죽음의 은하계로 바뀌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기적적인 확률을 뚫고서 완벽하게 성공한 은하계를 모델로 하여 지성체와 정신체까지 복사하여서 뿌린다.
이것 외에 더 나은 대안은 없어.’
‘복제가 가능한 주신 이하의 신족도 같이 적용되었으니 공정해.’
지배자로서 철저한 교육을 받은 청춘의 환상 크롬은 흔들리던 마음을 담담하게 정리하면서 말한다.
“이들은 은하유성 아이언님의 선택만 받으면 지금 당장 현세계에서 함대의 여왕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이란다.
이 중 너보다 적합률이 높은 존재도 있었어.
물론 함대지배의 초능력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단다.”
“!!!”
우주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설마 자신의 함대지배의 초능력을 가진 존재가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에메랄드 여왕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사진에 적힌 간략한 정보를 흩어본 순간 넋을 잃을 정도로 놀랐다.
“말…말도 안 돼요.”
모두가 장녀가 아닌 차녀였다.
그리고, 여왕과 같은 직위를 가진 모친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에서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녀들은 너의 경쟁자들.
현세계의 흐름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강대한 함대의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후보들이란다.”
에메랄드 여왕에게 청춘의 환상 크롬의 말이 마치 최후의 통첩처럼 들려왔다.
삭월의 시즈지도 옆에서 한마디를 한다.
“네가 끝까지 거부하면 이들에게 기회가 가게 된다.
너만이 아니라 청춘의 환상과 천년의 지배까지 흔들리게 되겠지.
원래 함대의 여왕과 한 묶음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
자신의 선택만이 아니라 모친과 언니의 위치까지 흔들린다는 말은 그녀의 심정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미 자신의 자체진화의 구슬을 흡수하고, 십중심 책탑을 오르고 있는 그녀들이 다른 후보자들에게 추월당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남아있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아이언님이 내려주신 것이다.’
‘만에 하나 문제가 있어서 한 명의 여왕을 바꾸면 다른 여왕까지 영향을 미친다.’
‘함대의 여왕이 다른 은하계에서 넘어오면 그녀의 가족으로 모두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원형을 복사해서 더욱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지독하기 짝이 없는 경쟁 구조였다.
그리고,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창조력을 가진 삭월의 시즈지만이었다.
‘현세계를 통틀어도 은하유성 아이언을 이 수준까지 키워낼 수 있는 존재는 그녀가 유일하다.’
‘삭월의 시즈지님이 이 은하계에 있어서 우리가 여왕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이지요.’
은하계 최고의 과학자였던 천년의 지배 프롬여왕의 분석권능과 고위현자로서 승급하기 시작한 청춘의 환상 크롬여왕이 내린 정확한 결론이었다.
그래서 이제까지 하도 고집을 부려서 내버려 둔 에메랄드 여왕을 몰아붙여 갔다.
자료와 근거는 충분했다.
파파파파파-!
천년의 지배 프롬이 다른 중앙신계가 기록한 자료 중에서 여왕 후보자를 조사하면서 나온 역사를 넘겨준다.
“이걸 보아라.
네가 아무리 그 해적두목에게 매달려봤자 결과가 나오지 않아!
그 남자의 원형은 너의 원형과 숙적이다.
그것도 서로 용서하지 못할 앙숙이었지.”
갑자기 전생에 악연이 있어서 현생에서 반드시 꼬인다는 황당한 말에 넘겨준 자료를 읽었는데 점점 굳어진다.
‘이…이건 또 뭐지?’
이름과 신분이 달랐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엄청난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지휘력을 갖춘 고귀한 여성이 탁월할 통찰력을 가졌으나 미천한 신분인 남성에게 매달리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만남부터 시작해서 현 상황까지 왜 이렇게 같아?’
마치 누군가가 시대와 배역만 바꾸어서 연극 각본을 양산한 것 같았다.
그리고, 대부분 여성의 수절이나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의 끝에 남은 평가를 본 순간 소름이 온몸을 강타했다.
‘원형들의 권능 융합 실패.’
‘융합될 확률이 지극히 낮음.’
‘조합에는 성공했으나 수준 저하로 불합격.’
‘재조정 반복.’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는 했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설마 내 감정조차 조작된 것이었는가?’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멍한 에메랄드 여왕에게 사실이 나열되기 시작한다.
“무수한 개체를 지배하는 권능은 대군의 지휘에 특화되어 있지.
그리고, 하나를 보고서 전부를 알 수 있는 권능은 소수정예의 지휘에 적합해.
이 권능을 가진 원형들은 서로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어.
실제로 그렇게 싸웠지.”
“….”
모든 이야기 속에서 제국처럼 거대한 세력의 수장이거나 여왕이 된 여성에게 치열하게 도전하는 남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자신의 대군에 소수의 유격군대로 도전하여 작은 승전을 거듭하는 남성에게 매료된 여성의 운명은 한결같이 비극으로 끝났다.
‘남성은 여성에게 부담을 느껴서 도망만 친다.
설사 결혼했다고 해도 아이를 가지지 않고서 바로 방랑으로 떠나버려.
남녀가 바뀌어도 결과는 같아!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에메랄드여왕과 해적 두목 사이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현상에 청춘의 환상 크롬은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세계를 지배할 운명인 함대 지배의 권능에 하나로 전부를 파악하는 통찰 권능을 추가해도 큰 의미가 없어.
이미 세계 전부가 너의 것이니 보조권능의 하나로 격하되지.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되고 싶은 존재가 과연 있을까?
서로 대립할 때 가장 효과가 크니 반드시 반발한다.
이건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결합이란다.”
“….”
너무나 냉정한 분석에 할 말을 잃은 에메랄드 여왕에게 천년의 지배 프롬여왕이 냉혹하게 결론을 내린다.
“네가 사랑하는 남자는 너의 적으로 존재할 때만 찬란하게 빛난다.
억지로 하나가 되면 서로 불행해질 뿐이야.
집착할수록 저열해지고 증오가 쌓이지.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오히려 더욱 빛나게 멀리 놓아주어야 해.”
거기까지 말했던 천년의 지배 프롬여왕은 약간은 흔들리는 음성으로 말한다.
“이건 경험담이란다.
은하제국의 여왕인 너는 감정에 치우진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프롬여왕이 숙청한 대공도 은하계의 절반을 장악해가던 시기에는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던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 재능은 천년의 지배 프롬조차 감탄하게 해서 결혼을 결심하게 할 정도였다.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은 내게 최고의 기쁨을 주었다.
그 보답으로 내 생명과 같은 권력을 나누어주었는데 그것이 나의 실수였어.
그는 순수한 과학자로서만 살게 해야 했는데 권력자는 맞지 않았지.
결혼하고 나서 점점 방탕해지더니 범죄조직의 뒷배가 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러버렸다.’
공주의 친부인 대공의 모든 권력을 회수하고, 궁전에 유폐시켰다가 마지막에는 숙청한 프롬여왕의 음성은 조금은 젖어있었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란다.
모두가 자신의 색깔로 전부 물들기를 원하지.
너는 역시 내 딸이더구나.”
해적 두목과 우주해적들이 지옥에서 용자동맹의 훈련을 받다가 탈출하여 이제 영웅동맹의 훈련을 받는다는 사실을 여왕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파악하면서 점점 실망이 쌓여서 분노로 변해가는 에메랄드여왕의 기분도 파악했기에 하는 충고였다.
“뜻대로 안 되면 마지막에는 없애겠지.
아직 늦지 않았으니 멈추렴.”
“….”
그 이후로 이어진 긴 설득으로 자체진화의 구슬을 받아들이고, 중앙신계의 축제에 참석한 에메랄드여왕은 이어지는 고위신들의 알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나보다 강해.
그런 존재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소년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최상의 예를 표시한다.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아직 정신체가 되지 못한 그녀는 황금후계가 된 은하유성 아이언의 완벽한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인사를 올리는 긴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연회가 시작되었다.
가장 상위자인 은하유성 아이언과 유모들의 춤으로 시작된 무도회는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삭월의 시즈지, 천년의 지배 프롬, 청춘의 환상 크롬이 아이언과 서로 허리를 부여잡고서 경쾌한 춤을 추자 모두가 손뼉을 치면서 환영한다.
짝짝-!
지성체들의 반란으로 방치되었던 중앙신계를 받아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복구해낸 은하유성 아이언과 여왕들에 대한 찬사가 가감 없이 쏟아진다.
그리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에메랄드여왕도 무사히 춤이 끝났는데 다음 상대로 올라온 상대를 보는 순간 긴장의 기색이 돌기 시작한다.
그녀는 최상급 천사인 워터 문이었다.
‘누구죠?’
‘아이언님의 유모 중에 천족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요?’
지성체인 에메랄드여왕이 나섰어도 이미 알고 있었기에 환영하던 분위기가 천족이 올라오자 단숨에 가라앉았다.
은하유성 아이언도 계획에 없던 워터 문이 갑자기 올라오자 유모들을 잠시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인가?
내가 녹발독후(綠髮毒后) 수월(水月)의 후보로 상급 여신을 불러들였다는 사실을 이미 알 것인데?’
춤의 상대와 같은 자질구레한 것은 모두 맡겼기에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상당히 무례한 일이었다.
‘상급여신보다 천족인 워터 문을 원한다고 하는 것인가?
점점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려 하는군.
불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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