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890화 (1,800/2,000)

34권 35권

모든 초월자와 무사의 정점인 한진호는 직접 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엎드려 절한다고 봐줄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다.

‘절대계의 안정을 교란하는 영웅신들을 심판하여 제거하는 파워 오브 엠블렘을 하면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두 소멸시켰다.

굴복한다고 해도 봐줄 상대가 아닌 존재에게 수그려보았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장 벌어질 전투를 대비해서 최고의 경계태세를 취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

거기다 오의 전수랍시고, 한번 죽었던 일도 생각이 난다.

‘내 추가 생명을 하나 날려 먹게 하였지.

최고 경계대상이다.’

그래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인사를 하면서도 전력의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는데 바로 손을 쓸 기세였던 바람 데이터 나이트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내가 파워 오브 엠블렘?

바람가의 어르신이라?

바람가라?”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했던 인사말 일부를 몇 번이나 반복하던 그는 자신의 의자에 가서 앉아버렸다.

스르르르르르릉-!

빼들었던 태극천검도 검집에 넣어 버리고, 검집의 가운데를 잡고서 신황 차원창세신에게 보이면서 말한다.

“훗! 나는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정보를 토대로 재구현한 데이터 나이트에 불과하다.

이 태극천검도 조상들의 영혼이 없는 빈껍데기지.

파워 오브 엠블렘은 고사하고, 바람책탑에서 도전자와 계승자를 기다리는 갇힌 신세이다.

그런데 바람가의 어른이라니 너무 과분하구나.”

다짜고짜 영웅신의 시험을 하겠다고 죽이려 들던 일대 바람의 절대자와는 완전히 다른 여유로운 태도였다.

평온해보였지만 극단적이던 일대 바람의 절대자를 똑똑히 기억하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빛이 빛났다.

‘파워 오브 엠블렘의 막중한 의무와 반드시 계승해야 할 바람가가 없는 바람의 절대자는 이런 모습인가?

이런 대화를 원한다면 오히려 쉬워질지도 모른다.’

바람 데이터 나이트가 오의를 수련할 대련 상대를 바랄 것으로 생각해서 소유자의 화신체를 만들어내고 어떤 경우에도 목숨은 붙여놓는 특제 파멸유혼검을 만들어왔었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 좋은 거래를 파악한 신황 데이터 나이트는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을 끌어올리면서 묻는다.

“모든 영웅신을 심판하는 파워 오브 엠블렘의 명예를 바라시옵니까?

아니면 지킬 가문을 원하시옵니까?

자신의 오의를 이어받은 후계자가 필요하십니까?

어떤 세계에서이든지 말씀하소서.

십중심이 없는 세계라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 말에 바람 데이터 나이트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떠오른다.

바람 데이터 나이트의 얼굴에 웃음을 파악한 순간 확신할 수 있다.

‘역시인가?

내 생각대로 이들은 독립적인 존재들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책탑에서 풀려나는 순간 독자적인 십중심이 될 확률이 높다.’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는 십중심을 분석하여 만든 정보로 만들어졌기에 한없이 정신체에 가까웠다.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을 구성한 정보는 절대계 창조주 앞에서 보인 십중심들의 권능과 마도를 기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십중심 경연회를 기준으로 복사해서 구현했다고 했었지?

그럼 원형인 일대 십중심 보다는 당연히 떨어지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재앙이다.

책탑의 최상층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당시의 십중심이 풀려나는 것이지.

그것도 혼자서 말이야.’

일대 십중심들을 직접 겪어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머리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린다.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이기적인 십중심들이 비교적 조용한 이유는 다른 십중심 때문이다.

만약 혼자서 풀려나가면 어떤 세계라도 뒤집힌다.’

영원체를 능가하는 힘을 인정받아서 십중심이 된 존재가 같은 십중심이 없는 세계에 해방되면 절대 독재를 위한 대전쟁과 학살을 벌이는 모습이 보였다.

‘신족 출신의 십중심도 다르지 않다.

대신(大神)이나 일원(一圓), 일선(一線)이 혼자 풀려나면 신족의 전성기가 열리고, 초월자들의 피가 흐르게 된다.

신족의 시대가 되는 것이지.’

현세계의 망한 미래인 이계에서 충돌했던 이계 일원(異界 一圓)의 힘과 절대계에서 경험했던 절대계 대신(大神)의 힘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조차 버거워하는 대부분의 세계가 견딜 힘이 아니었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바람 데이터 나이트를 모습을 다시 흩어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조심스럽게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십중심의 힘을 단독으로 세계로 유출해서는 안 된다.

특히 대가 이어질수록 강해지는 바람가 혈족의 탄생은 치명적이다.’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강함과 권력은 삶을 연장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래서, 최강의 야망과 권력을 위해서 생명을 희생시키는 강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내 생존을 위해서 세계를 희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남의 야망을 위해서 세계 파멸을 도울 수는 없지.’

권력이란 괴물에 먹혀서 폭주하는 강자들이야말로 현자의 가장 큰 경계대상이기도 했다.

‘영원한 삶의 추구야말로 살아가는 목적!

강함과 권력은 도구에 불과하다.’

이 생각은 대부분 강자가 짧은 생을 살아도 최강이 되고 싶어 하는 것과는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절대적인 강함과 자부심을 가진 십중심 수준의 강자들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느끼는 불편함의 정체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도주하려는 생각을 눈치를 챈 바람의 데이터 나이트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금의 불변(不變)을 파괴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이 각 책탑에 묶여있지만, 정보교환은 자유로우니 충분히 미리 알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상 대대로 수백 대를 이어져 내려오면서 발전하고 강화된 바람가의 오의는 끝이 없다고 했다.

혹시 바람가의 오의에 그런 것이 있을지 모른다.’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기대감을 품고서 도주를 멈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느긋한 말투를 건넨다.

“상위 오의를 익힌 강자를 하위 오의를 익힌 약자가 이기는 방법도 알고 싶다고 했느냐?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오의라면 내게 가장 먼저 왔어야지, 왜 다른 곳으로 갔느냐?”

방금 검편 책탑에서 벌어진 일도 알고 있자 다시 양손을 모으면서 말한다.

“초월자의 정점이신 바람 데이터 나이트님을 귀찮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분들에게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으니 가르쳐주신다면 최대한의 대가를 치르겠나이다.”

준비해놓았던 소유자의 불사 화신체를 만들어내는 파멸유혼검을 꺼내서 신력을 집중한다.

구르르르르릉-!

목검답지 않게 은은한 천둥소리가 울리면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화신체가 나타난다.

“이 파멸유혼검이 멀쩡한 이상 죽지 않는 화신체입니다.

어르신의 좋은 대련 상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

거의 똑같은 존재감을 펼치는 화신체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번갈아 쳐다본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화아! 본신과 거의 같은 불사의 화신체를 만들어내는 신기는 내 기록에 없다.

너는 참으로 재주가 많구나.

보아하니 권력이니 재물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특이하구나.

많은 권능에 마도까지 익힌 것 같은데 나의 집사나 아이의 교관이 되어볼 생각이 없느냐?

너라면 나중에 태어날 내 아이들의 좋은 선생이 되어줄 것 같다.

그 대가로 황금 데이터 나이트가 적이 되는 일이 있어도 안전은 보장하마.

그리고, 누가 적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대신 처리해 줄 수 있다. ”

“!?”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갈망을 단숨에 꿰뚫어 본 말이었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일대 바람의 절대자에게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바로 거절한다.

“바람가는 일자전승(一子傳乘)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저의 적은 제가 처리합니다.

교보재도 사양입니다.”

일대 바람의 절대자도 보호를 약속했지만, 문제가 커질 것 같자 바로 제거하려 했다.

십중심 같은 강자들에게는 약속보다 이익이 중요했다.

‘상황이 바뀌면 계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람 데이터 나이트도 다를 것이 없겠지.’

아주 단호한 거절이지만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기분이 상하지 않은 채 말한다.

“창조주를 모시는 창조신이라면 당연한 대답이겠지.

그럼 바람의 절대자의 기준에서 너의 요청에 대해 말하겠다.

황금의 절대자 이하의 불변과 상위 권능을 이겨내는 방법은 내 기준에서는 가능하다.”

“….”

다른 십중심들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해서 그렇게나 고민하던 난제들을 쉽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의 오의의 서열이 황금의 바로 밑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놀란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정중하게 묻는다.

“그 쉬운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지만, 바람 데이터 나이트는 순순히 알려준다.

“싸우고자 하는 강자와 가상대련의 반복이다.

강적이라고 인식했다면 적의 권능과 공격방식, 신체 동작을 어느 정도는 파악했겠지.

그 정보를 기준으로 가상의 적을 만들어서 몇 번이고 싸운다.

결투를 반복하면서 상대를 잘 파악하고 경험할수록 이길 승산이 높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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