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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878화 (1,788/2,000)

34권 35권

원탁에 앉은 모두의 귀로 처분소 안에서 청혈일족을 씹으면서 돌아가는 칼날이 요란하게 들리고, 강제로 처넣어져서 분해되는 비명이 울린다.

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끼끼끼끼끼기-! 퉤-!

어지간한 공격은 모두 튕겨내는 강력한 껍질은 무서운 톱날에 산산조각이 나서 중앙신계에 흡수되고, 잔해는 개조행성에 뿌려져 비료가 된다.

처단되는 대상이 커다란 벌레가 아니라 인간의 형상이었으면 지독하게 끔찍한 광경이었다.

거기에 은하계에 열린 차원문을 통해서 끝없이 산채로 끌려오는 야생 청혈일족의 비명은 소름이 끼쳤다.

‘우리가 저 처분소를 어떻게 살아나왔지?’

‘방금까지 우리의 운명이었지만 아주 끔찍해.’

너무나 가혹한 처분인데 반감은 일지 않았다.

명령을 받아야 움직인다는 최소한의 이성조차 잃고, 지성체가 있는 행성을 무차별로 포식하는 야성의 파괴신이 되어버린 청혈일족의 처분은 지배층으로서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성을 잃은 부하를 모두 버리고, 신체가 분해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각오를 한 존재만 전향하라는 뜻이겠지.’

잠시 고민하던 지배자급 청혈일족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그럼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부하를 전부 버리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원래의 신체로 돌아오길 바라는 지배자급 청혈일족은 그들의 생각에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게 청혈일족을 포섭하기 위해서 떠나자 잔 다르크 천사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위대한 신계주신이시여.

저들을 믿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중앙신계에서 벗어나면 통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후우우-! 배신하면 내가 쫓아가서 잡아 오면 된다.

벌레에서 인간형으로 되돌리느라 꽤 힘이 들었으니 강제로 봉사하게 만들어 주지.”

황금연기를 내뿜으면서 간단하게 대답하자 실제로 건의하려던 내용을 말한다.

“원탁이 만약 전향한 청혈일족으로 채워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편중되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녀의 눈에도 승급을 위해서 투기장을 올라오는 강대한 주신들이 창조신이 되어서 원탁의 자리를 채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압도적인 다수의 청혈일족이 원탁을 선점하고 있다면 외계는 신족이 아닌 청혈일족의 세계가 된다.

그럼 신족이신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자리가 흔들리겠지.

막아야 해.’

잔 다르크 천사가 염려하는 부분을 이미 알고 있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간단하게 결론을 내려주셨다.

“원탁을 청혈일족이 전부 차지해도 나의 위협은 안 된다.

반란을 일으키면 나 혼자서 전부 처분할 수 있다.”

“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직접 싸워서 파악한 청혈일족은 지금이라도 본격적으로 나서면 일 년 안에 전부 쓸어버릴 수 있는 약한 상대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 파괴될 세계의 피해와 시작이 창조주가 될 경우를 생각해서 관리를 위한 세력양성으로 방식을 바꾸었을 뿐이었다.

“외계를 지배하는 것은 다시 부흥을 시작시킨 신족이 될지 제정신을 차린 청혈일족이 될지는 상관없다.

정기가 소멸이 되어 버린 외계가 다시 부흥하여 시작님이 창조주가 빨리 되실 수 있다면 무슨 상관인가?

고양이가 쥐만 잘 잡으면 되었지 색깔 구분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고위 천사들과 용자왕들은 어떤 생각인지 대충은 파악했다.

‘신황님의 힘이라면 확실히 원탁의 통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차후의 창조신계의 성패를 위해서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는 최대한의 전력을 확보하실 모양이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혼자서 외계를 파멸시키고, 창조시킬 수 있는 강대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기에 더는 반론을 하지 않는다.

잠시 침묵에 빠진 원탁에 투명한 무표정 가면을 쓰다듬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이 울렸다.

“외계의 지배층이 누가 될지는 내가 아닌 새로운 창조주님이 되실 시작님이 결정하실 것이다.

그것이 신족이 될지, 마신족이 될지, 용자동맹이나 영웅동맹, 혹은 천사가 될지 나는 개입하지 않는다.

시작님이 여기에 도착하시면 나는 각 종족이 이제까지 쌓아 올린 성과를 그대로 보고드리고, 결정하시면 따르겠다.

그러니 쓸데없는 권력싸움보다 최대한 강해지고 성과를 쌓아라.”

하나의 성과라도 더 쌓아서 자신의 유용성을 입증하면 지배층에 가까워진다는 선언이었다.

모든 논란의 중점은 누가 권력의 핵심을 가질 것이냐는 점이었는데 천사조차 대상에 포함된다는 발언에 모두 고개를 숙이고 힘차게 대답한다.

“핫-!”

다급하게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서 흩어지고 텅 빈 원탁을 쳐다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나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중앙신계 자아여. 시작님의 위치는 어디냐?”

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신족들의 주둔지 영역에 도착하셨습니다.

선두이십니다.’

초능력자로 각성시킨 인류를 이끌고 도착한 시작은 이제 우주수가 된 세계수를 빠르게 올라섰다.

그 속도는 이미 올라가기 시작했던 다른 표류종족들을 앞지르더니 추격조차 포기하게 만들 정도였다.

와아아아아아-!

신족의 개인신전과 궁성이 즐비한 우주수의 가지에 도착한 시작의 모습에 행성의 지성체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이런 추앙이 아직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진 시작이 나무 아래를 향해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뿌듯한 시선으로 바라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묻는다.

“잘하고 계시는군.

상황 조성도 양호하다.

신왕들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시작의 행성은 차원막으로 봉쇄되고, 우주수로 인하여 정기가 충만한 특이행성이 되었다.

유일한 출구인 세계수의 줄기를 방호하고 있는 것은 거주를 허락한 신족과 신왕들이었는데 그들의 대응을 묻는 것이다.

‘시작님이 새로운 창조주가 되실 분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명시하고, 환영하라고 연락하였습니다.

바로 영접하러 나갑니다.’

외계의 새로운 창조주가 시작이라는 사실은 이제 정신체들 사이에서 비밀이 아니었다.

더구나, 외계를 지금이라도 파멸시킨 다음에 재창조할 수 있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적극 지지하는 강력한 창조주였다.

여기에 직접적인 협박까지 더해졌다.

‘새로운 창조주가 되실 시작님께 무례한 신족은 멸족이다.

약간의 문제라도 발생하면 남녀노소와 계급고하를 가리지 않고서 차라리 소멸을 바라게 만들어 주겠다.’

대놓고 멸족을 언급해도 아무런 반발이 없는 너무나 두려운 존재가 모시는 창조주가 약하다고 무례를 범할 수 있는 신왕은 없었다.

여기에 언제든지 실현하겠다는 협박을 하니 감히 공간이동조차 못 하고, 모든 지배층이 뛰어서 헐레벌떡 마중을 나오는 중이었다.

“어서 정문을 열어라!”

“시작님을 우리 신족이 모셔야 한다!”

어떤 신족이 시작을 처음 모시고, 영접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운명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신왕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에도 아직 지성체인 시작을 얕보거나 음해할 기색이 없자 만족스럽게 웃었다.

“후후! 조금 갈궜더니 잘하는군.”

멸족 협박이 작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창조주와 절대 충성을 바치면서 충실한 관리자가 될 신족의 첫 만남을 위해서 필요했다.

‘아직 지성체에 속한 시작님에게 무례할 수 있어서 엄포를 놓았는데 효과가 만점이군.’

너무 급하게 뛰어나와서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신왕과 신족의 지배층들이 일제히 시작 앞에서 엎드려 절하면서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새로운 창조주가 되실 시작님을 미천한 신왕들이 뵈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최대한의 예우였다.

아직 지성체인 시작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강대한 존재감을 풍기는 신왕과 고위신들이 모두 엎드려 절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의지를 보낸다.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며 통과하세요.

신족의 절대복종이 시작님이 가실 외계 창조주의 첫걸음입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가호와 다정한 말은 위축되던 시작의 존재감을 일신했다.

그리고, 엎드려 절하고 있는 신왕과 고위신들의 사이를 당당하게 통과하기 시작한다.

외계의 신족 역사는 이때를 이렇게 기록한다.

‘창조주님의 위대함은 아직 인간이시던 시절에도 참으로 찬란하였다.

모든 신족이 알아보고, 신왕이 나서서 직접 경배하니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지성체의 환호와 신족의 경배를 받으며 신족의 주둔지를 걸어가는 시작의 모습이 점점 빛에 휩싸인다.

그리고, 휘날리기 시작한 빛의 날개는 점점 커지면서 세계수 전부를 덮을 정도로 커졌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 모습에 환호성을 지르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오오! 드디어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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