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가장 고생을 많이 한 당사자이다 보니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힘든 일만 골라서 처리하던 과거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후우우우우-!
잔재에 불과한 그의 손에 아주 미약한 신력이 모이면서 물리력을 가진다.
그리고, 청춘의 환상 크롬의 동전 착유기를 약지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아?”
갑자기 민감한 가슴에 누군가 손으로 더듬는 자극이 전해오자 놀란 청춘의 환상 크롬이 다급하게 아래를 내려본다.
오른쪽 가슴에 희미하게 작은 손자국이 나타나 있었다.
‘또 이런 식의 전언인가?
신기한 존재야.’
크기와 감각이 달라서 방금 손가락만 나타나서 자신의 차원권능을 조율해서 구해준 존재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중지 손가락으로 움직이면서 글자를 쓰기 시작한다.
전해지는 정보는 놀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최상층의 통과는 함정이라고?
다른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의 최종 인정을 받으면 안 된다고?
인정을 받으면 십중심의 자격을 갖춘 강자를 배출한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는 해방되면서 바로 임무를 교체를 당할 우려가 커?
아이언님이 기존의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 대신 최상층에 교관으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니 이게 무슨 뜻이지?’
사실 여부를 떠나서 십중심 책탑의 구조와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함정이 수련 책탑에 있다니 이건 말도 안 돼!
어서 말려야 해!’
가슴을 누군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다급하게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연락을 하려 한다.
이렇게 뚜렷하게 힘을 발휘하는데도 자신의 존재를 보지 못하는 청춘의 환상 크롬을 보면서 강철의 잔재는 씁쓸하게 웃었다.
‘후후! 역시 나의 흐름은 거의 사라졌어.
여기 있는 나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대로 그의 어린 시절이 남긴 미련의 잔재에 불과해.’
유모들에게 부여될 황금권능의 조율의 도움을 받는 대신 입을 다물겠다고 약속한 중요한 정보를 넘겨주었지만 아무런 가책이 없었다.
‘신황 창세신 코아여. 나는 계약을 어긴 것이 아니다.
나는 말만 안 하겠다고 했지, 글로 전하지 않겠다고는 안 했다.’
궤변이지만 틀리지는 않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예측의 정보가 흘러나가려한다.
그런데 그 순간 흐름이 바뀌었다.
파파파파파파-!
‘뭐야?’
시간이 거꾸로 흐르듯이 소마 리빙 아머들을 쉽게 타도하고서 지름길로 올라갔던 은하유성 아이언이 영화를 거꾸로 돌리듯이 다시 최하층에 돌아온다.
극비 정보를 제공한 강철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어어?’
무엇인가 존재 자체가 변한 듯이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강대한 존재감을 보이는 소마 리빙 아머들이 정신없이 은하유성 아이언을 밀어붙인다.
퍼어어어억-! 꽈아아아아아앙-!
실체화된 황금의 불변의 방어력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마력으로 만들어진 리빙 아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움직이더니 투기를 발동하여 타격을 그 너머로 욱여넣었다.
구구구궁!
신체를 보호하는 황금의 불변을 뒤흔드는 충격에 은하유성 아이언도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크으으으-! 이건 투기?
리빙 아머가 오의까지 사용하다니?”
그뿐만이 통짜 갑옷을 마력으로 강제로 움직이는 구조로 움직임이 어설펐던 리빙 아머들이 마치 소마 데이터 나이트의 신체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워져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차원권능으로 보호받아서 다시 한번 흐름이 조정되었음을 파악한 그로서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십중심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소마 리빙 아머들은 은하유성의 회심의 반격을 너무나 수월하게 흘려버리고, 존재부정의 마력으로 불변의 방어막을 찢어낸다.
“하하! 역시 설익었군.”
“호호!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오너라.”
불변 방어막의 찢어진 틈으로 투기의 오의를 수월하게 박아넣는 리빙 아머의 위력은 처음과는 수준 자체가 다르다.
‘이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은하유성의 반격을 단 하나도 맞추지 못하고 밀어붙여지는 갑자기 급변한 사태에 강철은 당황한다.
‘아까와 너무나 다르다!
왜 저렇게 고전하는 것이지?’
강철의 잔재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자신의 일부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높은 수준으로 흐름의 변화에서 보호받아서 모든 기억을 가졌다.
그러니 은하유성 아이언이 형편없이 당하는 지금 상황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흐름의 조정?
과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소마 리빙 아머들은 처음에는 은하유성을 한방 맞으면 거의 분해가 될 정도로 당했지만, 지금은 입장이 반대였다.
웃는 가면의 절대신기를 통해서 의지가 빙의되어서 조종되는 소마 기계투신체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린다.
“오호호호호호호! 어린애에게 이럴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라.”
“크하하하하하하! 어린 도전자에게는 신생의 쓴맛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의문에 대한 해답은 커다랗게 웃으면서 은하유성 아이언을 두들겨 패는 소마 기계투신체들에게서 흘러나왔다.
‘약속?
설마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과거에서 수작을 부린 것인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와 은하유성 아이언은 원래는 하나였다.
그러나, 너무나 달라져서 둘 중 하나만 남아야 한다는 상황은 아무리 잔재인 강철이라고 해도 대충은 알 수 있었다.
‘너무 수월하게 소마 책탑을 올라서 부아가 치민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과거에서 방해를 해놓았구나.’
왜 그렇게 했는지는 본인이니 바로 유추할 수 없었다.
‘은하유성 아이언이 너무 잘 나가니 재를 뿌렸다.
유모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라는 말이지?
처음의 압도적인 승리와는 완전히 달라진 아이언의 뜻밖의 고전에 유모들이 어찌할바를 모르는 모습이 보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
분명 수월하게 통과하시지 않았느냐?”
“소마 리빙 아머들과 왜 다시 싸우고 계시지?”
“무슨 일로 흐름이 조정된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어요.”
그녀들도 아이언의 차원권능을 완전히 공유해서 어느 정도 기억을 저장하고 있지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차원권능이 더 강력했기에 자세한 파악은 무리였다.
유모들이 완벽한 승리에 보냈던 선망의 눈빛이 염려로 물들자 강철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자기를 외면하던 유모들이 은하유성 아이언은 떠받들어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훼방을 놓았군.
역시 치사하네.
나는 커도 변함이 전혀 없구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소마 리빙 아머를 강화해서 은하유성 아이언의 길을 막았다고 확신하고 나니 저절로 한탄이 나온다.
‘본래의 힘을 되찾아도 나는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 잘되는 꼴을 못 봐.
눈부신 영광의 길을 가고 있는 은하유성 아이언의 편을 들고 싶지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일부라서 될 수 있는 대로 가만히 있으려던 결심이 흔들릴 지경이다.’
초월자 출신이라 고난밖에 없던 운명을 아예 갈아치울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이미 극비 정보를 넘겨준 강철이 할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상황은 그 정도로 최악으로 변한다.
퍼억-! 퍽-!
실체화된 황금의 불변은 여전히 소마 기계 투신체들의 공격을 잘 막는다.
그러나, 오의로 발동된 투기가 은하유성 아이언의 몸에 차근차근 타격을 쌓아가면서 점점 상태를 악화시킨다.
신체에 점점 멍이 올라오기 시작한 은하유성 아이언의 입에서 가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컥-! 크윽! 처음에 마력으로 만들어서 움직임이 어설프고, 단단하기만 해서 쉽게 처리가 가능했던 엉성한 리빙 아머가 아니다!”
소마가 화신체를 운용하는 듯 진짜 본체마냥 자유롭게 움직이는 웃는 가면의 리빙 아머들의 위력은 정말 무서웠다.
‘황금의 방어력과 강화된 신체 능력으로 겨우 버티고는 있다.
하지만, 반격이 불가능하다.
전력의 은하유성이 아니면 적중시킬 수 없다.’
잠깐 생각하는 동안에도 황금의 불변이 아니었으면 먼지가 되었을 만한 위력의 오의가 신체에 쏟아진다.
퍼퍼퍼퍼퍼! 꽈꽈꽈꽈과-!
이제까지 리빙 아머를 조종간으로 조종했다면 지금은 기계투신체에 빙의되어서 직접 움직이는 수준에 투기와 오의까지 사용하니 대응할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강철로서는 딱할 지경이었다.
‘정말 정신없이 두들겨 맞는구나.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째 미안한걸?
일방적으로 공격을 허용하던 은하유성 아이언이 계속 버티자 먼저 지친 것은 웃는 가면의 기계투신체들이었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신체의 단단하기가 황금의 절대자보다 더한 것 같아.’
실체화된 불변의 방어막을 오의로 관통할 수 있어도 신체 그 자체의 방어력이 너무나 강해서 아무리 때려도 치명상을 입힐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대로 진행했다가는 기계투신체에 저장해 논 마력과 투기가 떨어져서 멈출 지경이니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하하! 너는 정말 튼튼하구나.
내 오의 공격이 이렇게까지 안 통하다니 처음이다.”
“우웅! 황금권능의 방어력이 확실히 대단하지만, 신체 수련도 굉장한 수준이야.”
타격은 전혀 입지 않았지만, 전력으로 싸웠더니 기계투신체에 저장했던 마력과 투기가 급속히 고갈된다.
이제 어느 정도 체면은 세웠으니 물러날 생각을 한다.
“뭐 이 정도면 그 녀석과의 약속은 지킨 셈이지.”
“약속대로 죽이지는 않을 테니 올라오렴.”
“컥-! 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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