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피할 생각이었던 은하유성 아이언의 마음을 방어로 붙잡는 말이었다.
그리고, 멈칫한 순간 남자와 여자의 군대로 나누어진 존재부정의 광소를 발산하는 가면들이 한 쌍을 이루면서 아이언에게 사방으로 달려든다.
전후좌우 하늘을 가리고, 땅까지 파고들면서 일순간에 덮치는 웃는 가면의 파도는 시간과 공간마저 초월하고 있었다.
‘우웃-!’
차원권능으로도 도주할 수 없는 존재부정 광소의 연쇄발동이었다.
더구나, 남녀의 가면이 한 쌍으로 몰려드는 모습을 보니 서로 폭발할 것은 분명했다.
‘피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방향과 시간, 공간이 제압당해있다!’
일순 어떻게 방어나 회피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하는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황금 데이터 나이트의 의지가 전해진다.
‘당황하지 마라.
두 명으로 나누어진 소마가 다중 마도융합(多衆 魔道融合)으로 동시에 일으킨 마도에 불과하다.’
‘어떻게 막아야 합니까?’
적중되면 세계에서 지워지는 존재부정의 마력의 무서운 힘을 잘 아는 은하유성 아이언이 다급하게 조언을 구한다.
그런데 약간 딱하다는 듯한 대답이 돌아온다.
‘아직 너는 너의 수준을 잘 모르는구나.
하긴 네가 사는 현세계는 강자가 너무 적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지.’
약간의 책망과 함께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한 자연스러운 의지가 따른다.
‘너 정도의 황금후계라면 저런 잡스러운 공격은 막을 필요가 없다.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가거라.’
‘예!?’
이제 지척까지 몰려든 존재부정의 광소들이 한 쌍으로 몰려드는 모습은 무시무시했다.
그런데 황금 데이터 나이트에게 실전과 같은 대련을 겪으면서 강해져 온 은하유성 아이언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두둥!
불변의 방어막도 같이 한걸음 움직인 순간 보였다.
너무나 빠르게 날아들던 남녀 한 쌍으로 이루어진 가면의 마력들이 허무하게 멈추는 모습을 말이다.
우우우웅-! 파파파파파-!
동시에 연속적으로 시행되어서 모든 공간과 시간을 제압하던 존재부정의 광소들이 단 한걸음 내디딘 황금의 방어막에 접촉하자 바로 멈춘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억울한 듯이 떨면서 허공에 정지된 존재부정의 광소의 가면들이었다.
폭발은 고사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마력의 가면들 사이로 황금의 태양이 전진한다.
구구구구구구구-!
존재부정의 마력이 황금권능에 의해서 뒤흔들리면서 길이 열린다.
광기 어린 웃음이 가득 찬 암흑 속에 찬란하게 떠오른 황금의 태양처럼 소마 책탑의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개인권능인 불변(不變)이 광역권능으로 진화했는가?”
“오백억 년을 이를 갈면서 수련하더니 결국 거기까지 도달했구나.”
존재부정의 광소로는 막을 수 없는 힘이라는 사실을 바로 파악한 소마 데이터 나이트는 존재부정의 마력포를 준비했다.
“광역권능으로 바뀐 이상 본체의 방어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신체는 얼마나 견고하지 보자꾸나.”
그 말과 동시에 커다란 웃는 얼굴의 가면이 두 개가 나타나면서 각각 한 발의 마력포를 쏘았다.
하-! 호-!
짧게 웃는 소리와 함께 형용할 수 없이 강대한 마력이 응집되면서 가는 선으로 변해서 아이언의 심장과 머리를 때린다.
투앙-! 퍼엉-!
소마 데이터 나이트의 마력을 집중한 그 위력은 황금권능의 방어막을 손쉽게 관통했다.
그것은 설사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라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위력의 마력포였는데 놀라운 광경이 벌어진다.
파파파파파파파-!
은하유성 아이언의 이마와 심장부위에 도달한 마력포가 피부의 불변(不變)에 멈추더니 산란하며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황금권능답게 놀라운 강도다.
권능 그 자체의 위력만이 아니야.”
“후계치고는 아주 많은 수련을 쌓았구나.
이걸로는 안 되겠어.”
은은한 감탄과 함께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마력이 담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하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호호-!
더욱 커진 웃음소리와 함께 소마 책탑이 통째로 뒤흔들린다.
구구구구궁! 구구구궁!
무엇인가 최상층에서 걸어서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은하유성 아이언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나와 동급이상의 존재감을 가진 무엇인가가 둘이나 내려온다.
소마 데이터 나이트는 최상층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자율기동형 신기의 일종인가?’
하나도 심상치 않은 위력의 절대 신기로 보이는데 둘이 동시에 덤벼든다면 이길 가망성은 희박했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수준의 어려운 시험이구나.
황금 책탑을 능가하는 난이도다.
교육을 목적으로 하면서 이렇게 어려울 리가 없다.
도대체 강철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천년의 지배 프롬이 들어왔다가는 단숨에 소멸하는 모습이 예측되었다.
강철이 오백억 년 전에 얼마나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을 열을 받게 했는지 모르지만, 수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이기 위한 함정 수준이었다.
‘역시 십중심.
말로는 잘 봐준다고는 하지만 자격이 없다면 끝장을 낼 심산이다.’
은하유성 아이언의 시선에 상층부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전신갑옷을 입은 두 명의 존재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철컹-! 철컹-!
그 얼굴에 착용된 것은 소마의 절대신기인 웃는 가면이었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웃는 가면은 남녀로 구별된 모양인 전신 갑옷을 마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마 데이터 나이트가 웃는 가면을 통해서 조종하는 리빙 아머!’
살아있는 갑옷인 리빙 아머의 능력은 재질과 조종하는 영혼에 따라서 급이 나누어진다.
천년의 지배 프롬에 의해서 높아진 분석력이 바로 수준을 측정한다.
‘갑옷 재질은 물질이 아닌 마력응축이다.
조종사가 소마 데이터 나이트라면 능력이 십중심급이라고?
이건 말도 안 돼!’
단숨에 정체를 꿰뚫어 본 은하유성 아이언은 권갑 에반젤리과 양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꽉 움켜잡았다.
‘어지간한 강자를 뛰어넘는 십중심급의 강적이 둘이나 단숨에 튀어나오는가?’
우드드드드-! 드드드드드-!
에반젤리 권갑을 낀 오른손과 왼손에서 공간을 뒤흔드는 굉음과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다.
그것을 경고라기보다는 경계의 소리로 이해한 두 명의 소마 리빙아머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 놀랐느냐?
이것도 오백억 년의 고민의 성과다.
그 녀석이 워낙 잘 도망을 다녀서 혼자서는 잡기 힘겨워서 셋으로 늘렸지.”
“호호! 다른 책탑에도 드나들면서 소란을 부리는 모습은 나름대로 아주 깜찍했다.
소마 책탑에만 집중했다면 후계로 삼고 싶을 정도였구나.”
꿈틀-!
강철이 다른 십중심 책탑에도 난리를 쳤다는 뜻밖의 정보에 은하유성 아이언은 속으로 한탄했다.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놓았구나.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는 것인가?’
마음이야 어떻든 물러서든지 전진하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십중심급 존재가 둘이다.
혼자라면 바로 물러났겠지만, 이건 유모들 혼자서는 절대로 감당하지 못해.
유모들과 천년의 지배 프롬의 전진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뚫어놔야 한다.’
뒤에서 양손을 꼭 모으고 쳐다보고 있는 유모들을 감지한 은하유성 아이언은 자신의 투기를 더욱 높인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은하유성 아이언의 양손이 가슴까지 올라오면서 황금의 투기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황금의 태양처럼 빛나는 불변(不變) 방어막 주변을 은은하게 소용돌이치는 투기의 흐름을 본 소마 리빙 아머들은 오히려 경고했다.
“존재부정 광소와 마력포따위는 무시하는 잘난 황금후계라면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그 녀석처럼 이걸 보자마자 도망치지 마라.
그랬다가는 너만 아니라 뒤의 여자들까지 다시는 들어오지 못한다.”
“호호! 서로의 힘과 재능을 합쳐서 오르겠다고?
보기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아느냐?약자만이 힘을 합치고 무리를 짖는 법이란다.”
구궁! 구궁!
소용돌이치는 황금의 투기를 거침없이 헤치고 육중한 소마 리빙 아머들이 전진하면서 외친다.
“진정한 강자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홀로 선다!”
“그러지 못한다면 강함을 추구해서는 안 돼!”
신랄한 충고와 함께 전력의 힘을 모은 남성 소마 리빙 아머의 오른쪽 주먹이 아이언의 턱을 강타하고, 여성 소마 리빙 아머의 오른쪽 발이 허리를 가격했다.
꽝-! 꽈꽝-!
불변(不變)의 황금권능과 존재부정의 마력이 담긴 물리공격이 충돌한 폭음이 울린다.
“어떤 굳건한 결속도 반드시 깨어진다.”
“혼자서 강해질 수 없다면 약자로서 만족하며 살아가거라.”
은하유성 아이언이 양손으로 미처 막지 못할 정도로 쾌속의 공격들이었다.
그러나, 곧 놀란 탄성이 흘러나온다.
“으음? 역시 황금권능인가?
미숙한 상태인데도 이 정도 방어력을 보이다니 대단하구나?”
“호오! 넌 후계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의 힘을 가졌구나.”
은하유성 아이언은 십중심급의 공격이 급소에 직격이 되었는데도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고 버틴 것이다.
과우우우우우우-!
그리고, 신체 주변에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황금빛 투기는 은하유성의 투기 소용돌이였다.
파파파파파파-!
원래는 움직일 수 없는 황금의 불변(不變)을 빠르게 흐르게 해서 존재부정의 마력이 응축된 타격을 위로 흘려버린다.
그리고, 추가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채로 고정했다.
과과과과과과-!
가슴에서 둥글게 모은 양손의 공간에 황금의 투기가 결집한다.
작게 응축된 황금의 투기로 만들어진 별이 일순 빛나면서 소마 리빙 아머들을 노렸다.
“은하를 가르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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