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867화 (1,777/2,000)

34권 35권

양손을 모아서 공손하게 올리는 인사였다.

그리고, 소마 데이터 나이트가 주시하고 있는데 무례하다고 판단한 삭월의 시즈지와 청춘의 환상 크롬이 떼어놓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아! 내…내가 무슨 짓을?’

각오는 했지만, 자랑스러워하는 딸 앞에서 보인 상상할 수 없는 치태에 얼굴이 새빨개진 프롬여왕이었다.

그런 모습을 다 보았는지 소마 데이터 나이트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후후후! 호호호! 저번 도전자는 혼자서 깔짝거리면서 짜증이 나게 하더니 이번 도전자들은 그런 식으로 재능을 합쳤는가?

십중심이 될만한 존재가 흔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황금후계가 다른 십중심 책탑의 도전자를 돕다니 실로 유쾌하구나.

후하하하하하하!”

웃음소리는 한참이나 울렸다.

잠시 후 냉정해진 목소리가 울린다.

“원래대로라면 너희는 나의 책탑을 오를 자격이 없다.

그렇지만 오백억 년 전의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지.”

오백억 년 전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의아한 은하유성 아이언과 유모들이지만 실패담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소마는 바로 웃음의 마력을 가동한다.

후하하하하하-! 오호호호호호호-!

‘!!!’

웃는 가면 형상의 소마 책탑의 안에서 울리는 여성과 남성의 소리는 은하유성 아이언을 긴장시킨다.

황금후계가 도달한 불변(不變)조차 뒤흔들 수 있는 위협적인 무엇인가를 느낀 것이다.

‘이건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

반드시 소멸한다.’

아이언이 경계할 정도이니 황금권능이 농축된 정액으로 강화된 천년의 지배 프롬은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녀의 뛰어난 분석력이 이 남녀가 혼합된 무시무시한 웃음소리의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이다.

‘이 마도는 남성이나 여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선고한다.

말 그대로 죽음의 광소(狂笑)야.’

회피할 방법은 무성이거나 강대한 신력이나 권능으로 저항하는 것이었다.

그 중 어느 것도 가지지 못한 프롬여왕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어떤 수단을 동원했든지 간에 상관없다.

정문을 자신의 힘으로 열었으니 도전자격을 인정한다.

부족하다고 존재를 지우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고 들어오너라.”

마도의 정점답지 않은 온화한 말투였다.

그러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 이후로 도전자가 오백억 년이나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참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런 안전보장을 받고서 프롬여왕이 굳어가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서 소마 책탑으로 들어서려했으나 은하유성 아이언이 팔을 들어서 막았다.

“제가 먼저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호오? 황금후계인 네가 소마책탑에 도전한다고?

황금권능에 내 소마의 권능까지 익히고 싶다고?

진심이냐?”

“익힐 수는 없겠지만, 도전하고 싶습니다.”

의외인듯한 대꾸의 연속과 함께 요란한 여성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호호호호호호호! 십중심의 권능을 동시에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구나.

그러면 단지 나의 마도와 마력을 경험하고 싶은 모양인데 이게 무슨 희극이냐?

아무리 황금후계라고 하지만 건방짐이 아주 심하구나.”

은하유성 아이언이 천년의 지배 프롬의 안전을 위해서 소마 책탑에 도전하려는 의미를 바로 알아챈 것이다.

그렇게 여성의 목소리로 웃던 소마는 살기를 숨기지 않으면서 말한다.

"좋아!

진정한 마도는 현실 왜곡을 뛰어넘어 황금의 불변(不變)조차 깨뜨린다.

죽음과 소멸, 말살을 넘어선 존재부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들어오너라!”

소마 책탑 문 안에 웃음소리가 더욱 거세어진다.

까르르르르르-! 크하하하하하-!

웃음소리만이 아니라 존재부정의 마력포까지 준비되었는지 검은 빛줄기가 거울에 반사하듯이 난사되기 시작했다.

비록 정확히 위력을 파악할 수 없으나 불길함을 느낀 유모들이 다급하게 아이언의 양팔을 잡았다.

“아이언님! 들어가시면 안 돼요.”

“네가 이렇게 무리할 것 없다.

일단 자료로 최대한 습득하면 되니 일단 물러나자꾸나.”

십중심 중 가장 위험한 권능이라는 마도의 정점 소마의 흉흉함은 그녀들의 인지 감각의 한계를 초월하고 있었다.

그러니 십중심 책탑에 아직 부족한 유모들을 도전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은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언은 말리는 그녀들을 떼어놓고서 이제 복제라고 할 수 없는 에반젤리 권갑에 힘을 주었다.

우우우우우우웅-!

황금의 불변(不變)이 아이언의 전신을 보호하고, 에반젤리 권갑에서 발산된 투기가 존재를 부정하는 마력을 가른다.

그리고, 양손을 모아서 인사를 올리며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을 담아서 외친다.

“황금후계 은하유성 아이언. 소마 데이터 나이트님께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방문 인사를 마친 그는 거침없이 소마 책탑의 정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카하하하하하하-! 구구구구구구궁-!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존재를 서서히 부정하여 패퇴시켰던 웃음보다 더욱 강력한 여성과 남성이 합친 웃음이 존재부정의 마력을 담고서 아이언의 전신을 강타한다.

존재부정의 광소(存在否定의 狂笑).

그것은 여왕들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실체화된 웃는 남녀의 가면 형상들이 만드는 마력의 파도이자 해일이었다.

그 위력은 황금권능의 방어막을 구형으로 가동한 채 걸음을 옮기려던 은하유성 아이언을 단숨에 밀어붙인다.

구구구구구궁-!

단 한 발자국을 책탑 안에 넣었던 아이언이 더는 전진하지 못한다.

그리고, 담담한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약 오백억 년 전에 소마 책탑을 최상층 직전까지 잔머리로 오른 발칙한 놈이 있었다.

재능도 부족하고 약한 주제에 잔재주가 하도 많아서 각 권능의 허점만은 기가 막히게 찾아서 찌르더구나.”

“최상층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

황금권능은 실로 위대했기에 존재부정의 광소로도 손톱만큼의 손해도 입지 않은 은하유성 아이언은 소마가 말하는 발칙한 놈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원래의 아이언! 아니 강철인가?

겨우 마신황제와 공멸했던 과거의 내가 소마 책탑을 돌파했단 말인가?’

황금권능조차 위협하는 존재부정의 광소의 위력을 보아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여성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의문점을 풀어준다.

“그 치욕을 당한 이후로 우리는 오백억 년을 권능 보완에 매달렸단다.

단언하건대 지금의 나의 권능의 수준과 숙련도는 복사했던 그 당시의 본체보다 우위다.”

존재부정의 광소가 구체화한 남자와 여자의 가면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은하유성 아이언을 덮친다.

“받아 보아라. 황금의 아이야.”

“하나가 아닌 다수가 우리의 존재부정의 힘을 말이다.”

“!!!”

수십 개의 웃는 가면이 충돌을 시작하자 이제까지 흔적도 없던 황금의 방어막에 웃는 가면의 형상이 찍히기 시작한다.

파파파파파파파파-!

황금 방어막이 흔들리면서 서서히 후퇴하기 시작한다.

한눈에 보아도 밀리는 상황인데 은하유성 아이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낭랑한 영창이 따른다.

“모든 권능 중 정점은 황금.

그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찬란한 황금의 빛이로다.

불변(不變)!”

구구구구구구구-!

처음의 방어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밀도를 가진 황금 방어막이 추가된다.

기존의 웃는 가면이 새겨진 손상된 방어막을 집어삼키고서 존재부정의 광소의 위력을 무시한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더욱 거센 위력이 밀려왔지만, 불변(不變)으로 강화된 방어막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언은 마침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쿵! 쿠쿵!

황금의 태양처럼 빛나는 방어막에 둘러싸인 은하유성 아이언의 전진이 시작된다.

웃는 가면의 마력이 어떻게든 저지하려 했으나 불변(不變)의 방어막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

너무나 손쉽게 나아가기 시작한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은은한 감탄이 어린 목소리들이 들린다.

“흥-! 잘 배운 불변(不變)이다.

후계주제에 전력으로 방어막을 가동하면서 이동까지 가능하다니 황금 데이터 나이트도 오백억 년 동안 놀지는 않았군.”

“호호! 이렇게 존재부정의 광소를 파훼하다니?

황금후계의 이름값은 하는구나.”

이제까지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들렸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가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울렸다.

소마가 무성이며 남녀가 합쳐진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아는 은하유성 아이언은 순간 긴장했다.

‘이건 설마?

소마 데이터 나이트가 완벽한 남녀의 분리를 했다는 뜻인가?’

기존의 소마는 하나의 신체에 남녀가 교차하면서 마도와 마력을 증폭시켜 사용했다고 한다.

‘정점에 도달한 마신의 신체에 신령이 둘이 거주하고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마도의 정점이라고 불릴만한 힘을 얻었지만, 제약이 컸었지.’

현실을 왜곡하는 마도는 원래 불안정한데 신령 둘이 동시에 발동하니 그만큼 안정성이 떨어진 것이다.

‘두 명의 신령이 동시에 발동하는 마도는 위력이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실패할 확률도 두 배 이상이지.

그래서 자칫하면 자멸할 수 있기에 한계를 넘거나 불완전한 마도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서로 다른 위치에서 동시에 울리는 남성과 여성의 음성으로 보아서 아무리 보아도 단점을 극복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까지 무분별하게 방어막에 충돌했던 남자와 여자의 웃는 가면이 일순간에 좌우로 나누어져서 정렬한다.

오싹-!

웃는 남녀의 가면의 마력이 허공에 가지런하게 정렬되자 마치 정예화된 군대가 노리는 느낌을 받은 아이언은 위기감이 일어났다.

‘위험하다!’

무엇인가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위협적인 마도가 준비 중임을 파악한 것이다.

“자아! 그럼 황금후계답게 이것도 견디어봐라.

죽지 않으면 특별히 선처해주마.”

“호호! 오백억 년 전에 우리를 진짜 짜증 나게 하였던 그 녀석을 처치하려고 만든 마도란다.

견디면 네가 여기에 보내려는 저 아이를 잘 가르쳐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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