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864화 (1,774/2,000)

34권 35권

차원의 오리진이기에 정보행성 코아의 흡수를 저항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존재부정의 마력에 치명상을 당하면서 확실하게 직시한 은하유성 아이언의 무력과 부러운 환경은 심각할 정도로 삶의 의지를 깎아내렸다.

“커어어어어! 쿨럭-! 쿨럭-!”

소마 책탑의 정문 옆에 기대어 앉아서 이제 검은색으로 변한 죽은 피를 연달아서 토하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서서히 흐려져만 간다.

점차 소멸하여가는 모습에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들은 난리가 났다.

“도전자가 소멸하고 있다!”

“왜 죽였냐? 소마-!”

“이게 무슨 짓인가?”

그들이 최상층에 묶인 제약은 언제 올지 모르는 도전자를 잘 가르쳐야만 해제가 된다.

어떻게든 잘 가르쳐서 통과시켜야 하는데 다른 책탑에도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창조신을 다짜고짜 존재부정의 마력으로 지워버리니 격렬한 반발이 일어난다.

“지금 창조신이라고 처단한 것인가?”

“네가 마신족이지 황금이냐?”

“타락한 일족의 멸족을 못 잊던 황금의 절대자를 비웃던 네가 하찮은 감정으로 대의를 망칠 셈인가?”

그런데 소마도 당황하고 있었다.

그가 읽어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렇게 무력하게 사라질 약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으음. 저럴 리가 없다.

위력을 조정했다.

분명히 저 정도의 존재부정(存在否定)의 마력으로 죽을 녀석이 아니다.”

정말 죽일 마음을 먹고 처단하려 해도 끝장이 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기에 마음 놓고 공격한 것이다.

그제야 이상함을 깨달은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는 정보행성 코아에 흡수되기 시작한 모습을 보고서 분석을 한다.

“투기가 최저한으로 줄었군.”

“삶의 의지를 갑자기 잃었어.”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 하는가?”

은하유성 아이언과 유모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가 사실을 파악하기는 무리였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죽음의 검은 피에 젖어서 서서히 소라지는 자신의 신체를 보면서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컥-! 크큭-! 저항을 포기해도 존재부정의 마력에 어느 정도 견디는가?

내가 생각해도 끈질긴 신체이기는 하군.”

그렇지만 침식은 계속되고 있으니 소멸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이제 자신의 바로 옆에 도착한 은하유성 아이언의 눈부신 모습과 주변 유모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그는 서서히 눈조차 흐려진다.

‘설마 내가 더 나은 운명을 가지기 위해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줄이야.’

은하계를 일격에 부술 정도로 강대한 투기를 잃은 신체가 힘을 잃어가면서 고개가 천천히 꺾여진다.

‘큭큭큭! 이래서 밑바닥 삶은 참으로 쓸모가 없어.’

너무 오래 살은 고위신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끝내듯이 너무나 허망하게 소멸하여가는 모습에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는 분노했다.

“아직 어린 주제에 가볍게 죽지 마라! 이 자식아!”

“왜 소마의 존재부정의 힘을 빌려서 자살하려는 것이냐?”

“창조신답게 당장 일어서지 못할까?”

“강자라면 강자답게 죽어야 한다.”

“그게 무슨 추한 끝인가?”

“십중심 책탑에 도전할 수 있는 강자가 그런 포기는 용서 못 해.”

당장 멱살을 잡고서 부활시켜 강제로 오르게 하고 싶으나, 최상층에 묶인 그들은 책탑 밖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자신이 토해낸 검은 죽은 피에 전신이 젖어서 서서히 소멸하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긴 한숨을 쉬면서 마지막을 예감했다.

‘아아! 진리시여. 이 패배자에게 맡기신 고귀한 임무는 완료했나이다.

이제 저의 안식을 허락하소서.’

이 시간대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진리의 대답은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걸려있던 진리보다 먼저 죽으면 당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운명에서 벗어났음을 예측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제약이 발동한다고 해도 나는 정보행성 코아에 흡수되어서 정보로서만 살아간다.

그런 존재에게 고통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이제 신령이 서서히 붕괴하는 느낌을 받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마지막 힘으로 눈을 크게 뜨고서 은하유성 아이언을 눈에 담는다.

‘황금후계가 된 나여.

확실히 내가 졌다.

나보다 네가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낫겠구나.

비록 내가 그 영광의 삶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겠지만 정보행성 코아 속에서 지켜보겠다.’

정문 앞에 도착하여 화기애애한 대화를 시작한 유모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쳐다보면서 삶의 의지를 끊으려 했다.

‘아아! 최악최흉의 마도신으로서 악명을 쌓을 때부터 이렇게 홀로 사라질 운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씁쓸한 것인가?

그렇지만 은하유성 아이언도 바로 나다.

정보행성 코아 속에서 간접체험도 좋겠지.’

은하유성 아이언과 유모들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근본이 되는 차원권능마저 해체하는 자결을 택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무엇인가를 느낀 청춘의 환상 크롬의 고개가 확 돌려졌다.

“!?”

그녀의 차원권능과 현자권능이 소마 책탑의 정문 옆에서 홀로 소멸하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아주 어렴풋이 감지한 것이다.

너무나 흐릿한 인영에서 그녀가 파악한 이미지는 원래 흐름에서 보았던 떡두꺼비에 땅딸보 꼬마였던 아이언과 너무나 비슷했다.

“아이언?

아니 강철군?”

청춘의 환상 크롬의 목소리는 너무나 먼 시간의 벽에 막혀서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으로 현세계에서 초능력자였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름을 읽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충격을 받아서 잠시 굳었다.

“강…강철.”

추한 외모와 낮은 능력으로 언제 버림받거나 죽임을 당할지 몰라 두려워하며 지독하게나 힘들게 살았던 시절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완벽할 정도로 우세를 보이는 은하유성 아이언에 의해서 기억될 수 없는 호칭이기도 했다.

그것은 한 가지 사실을 파악하게 한다.

“내 아이언의 흐름이 황금후계가 된 은하유성 아이언에 의해서 완전히 지워진 것이 아니었구나.

너도 나답게 완벽하지 않았어.

하긴 완벽한 권능이나 강자는 존재할 수 없지.”

거기에 분명 청춘의 환상 크롬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존재를 인지했는데 은하유성 아이언은 모르고 있기도 했다.

황금후계의 완벽하게 보였던 존재감에 가려졌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황금후계가 되면 다른 모든 권능과 마도, 오의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하게 제거할 줄이야?

황금권능 외에는 거의 바닥이지 않은가?’

자신의 아명인 ‘강철’을 청춘의 환상 크롬이 갑자기 부르자 은하유성 아이언과 다른 유모들이 의아해서 자신을 본다.

“무엇인가 있니?”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보니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

다른 유모들은 그렇다 쳐도 은하유성 아이언조차 완벽하게 보지 못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내가 현세계가 아닌 외계에서 접속한 또 다른 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모든 세계에 적응하는 차원권능조차 현세계에 한정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세계에서 완벽한 황금후계가 되기 위해서 전부를 집중했는가?

그렇다면 승산이 있다.’

번뜩-!

이길 방도를 떠올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죽은 피를 토하던 기침이 멎었다.

그리고, 존재부정의 마력을 떨쳐내면서 서서히 원래의 신체로 돌아온다.

아직 일어설 정도로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입에서 거친 신음과 웃음이 흘러나온다.

“아아! 후후! 크큭! 카하하하하-! 왜 내 패배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내게 기회가 남아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겠다.

신체의 약점을 없애려다가 더 큰 약점을 만들었어.”

거친 웃음을 토해내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는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한다.

“멍청한 나여. 어리석구나.

차원신족이며 차원창세신이 본질인 네가 하나의 세계에 전부를 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버렸어.

그렇다면 보여주마.

네게 거의 지워버린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이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세의 변화는 청춘의 환상 크롬만이 파악했다.

오싹-! 부르르르-!

완벽한 존재감을 보이는 은하유성 아이언과는 너무 다른 상처 입은 짐승의 광폭한 살기와 투기를 느낀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어.

방금 무엇인가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겨버렸어.’

그녀의 차원권능과 현자권능이 바뀐 미래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어간다.

그것은 충격이었다.

어마어마한 권능, 마력과 투기를 휘감은 검은 로브를 걸친 존재가 현세계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었다.

‘아아-! 현세계가 멸망하고 있어.’

한없는 창조력은 은하계조차 파괴하는 수많은 신기를 만들어서 송두리째 파괴하고, 터무니없이 강대한 투기는 은하계들을 난도질한다.

그리고, 있을 수 없는 거대한 마법진에 의해 통제된 은하계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현세계는 빠르게 소멸하고 있었다.

그 모든 세계멸망의 과정을 주관하는 검은 로브를 착용한 존재의 위에는 찬란한 태양과 같은 신력의 구가 빛나고, 머리에는 마신족의 보석 뿔이 황제의 관처럼 솟아있었다.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합쳐진 존재라니?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아이언님은 어디 계시지?’

그 의문에 답하는 듯이 차원권능으로 나타난 은하유성 아이언이 방출한 황금의 소용돌이가 세계를 파멸시키고 있는 존재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더욱 빠르게 차원문을 열고서 어딘가로 사라지는 그는 오른손의 중지만을 세워서 모욕을 주면서 이동한다.

“….”

다음에는 현세계의 반대편에 나타나서 은하계를 파괴하고, 은하유성 아이언이 추적해오면 도주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현세계의 은하계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었다.

‘내가 읽고 있던 필연적이라 생각했던 초월자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어.’

강대한 존재들의 쫓고 쫓기는 사투에 말려들어서 신족과 초월자를 가리지 않고 정신체 대부분이 소멸해버린 탓이다.

모든 은하계가 사라진 텅 빈 세계에 마지막에 남은 것은 은하유성과 검은색 로브를 입은 두 명 뿐이었고, 그들이 격돌하면서 영상은 끊긴다.

‘이…이럴 수가?

왜 이렇게 갑자기 흐름이 바뀌었지?

설마 내가 이 존재를 감지하고, 강철군이라고 부른 탓인가?

겨우 그 정도에 세계가 멸망한다고?

그럴리는 없어.’

자신의 탓일 수도 있는 가장 끔찍한 흐름의 결말에 넋을 잃은 청춘의 환상 크롬을 보고서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은하유성 아이언은 같은 곳을 주시한다.

하지만 볼 수 없었다.

‘없군.

하지만 있다.

내가 못 느끼고 있어.’

아무리 주의를 집중해서 보아도 아무것도 보이거나 느끼지 못하자 내심 한숨을 쉬었다.

‘후우-! 청춘의 환상 크롬이 볼 수 있는 흐름과 존재를 나는 이제 읽지 못한다.

내 차원권능은 이제 황금권능을 보조하는 역할밖에 못 해.

이러다가 순수한 황금족이 되면 정보행성 코아를 분석하거나 조정을 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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